■ 인터뷰 응답 CEO
경향신문 이채락, 대한매일신보 유승삼, SBS 송도균, 조선일보 방상훈,
중앙일보 이제훈, 동아일보 김학준, 한국일보 윤국병, 세계일보 설용수,
매일신문 정재완, 대전일보, 조준호, 광주일보 김형준, 전북도민일보 임병찬,
강원도민일보 안형순, 부산MBC 김영, 대구MBC 이긍희, 여수MBC 심우승,
안동MBC 윤종보, 대전방송 이중기, 대구방송 이길영 등 20개사 사장
새로운 정부가 출범하는 2003년 우리 사회 전반의 또 다른 변화가 예고되고 있다. 언론분야도 예외가 아니다. 지난 5년간 우리 언론은 많은 변화를 경험했다. IMF 구제금융신청으로 대대적인 감원파동을 겪었으며, 언론의 보도에 대한 시민단체의 대항운동이 일기도 했다. 세무조사를 계기로 언론과 정부가 극심한 대립을 겪기도 했다. 이런 과정의 이면을 관통하는 일관된 흐름이 있었다. 전통적 매체에 대한 신뢰도 하락이 그것이었다. 언론계의 이면이 낱낱이 수용자들에게 알려지면서 나타난 현상이기도 하지만, 언론인 전문화 문제를 등한시해온 언론계 풍토가 누적돼 나타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언론산업은 대표적인 지식정보 산업이라고 일컬어지고 있다. 언론은 인적자본이 처음이자 끝이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언론현업은 물론 언론학계, 언론수용자들로부터의 언론전문화에 대한 요구도 수없이 있어왔다. 나아가 제도적 장치의 필요성도 제기돼왔다. 주로 기자집단이나 언론 관련 단체를 중심으로 이뤄져왔다.
그동안 기자집단과 언론수용자를 대상으로 한 조사는 간헐적으로 있어왔다. 그러나 의사결정과정에서 결정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최고경영자에 대한 조사는 거의 없었다.
한국언론재단은 언론 CEO들이 갖고 있는 인적자본에 대한 견해를 심층 인터뷰를 통해 조사했다. ‘기자채용과 전문화’문제와 관련된 8개 개방형 질문을 사전에 제시하고 직접 인터뷰를 했다. 직접 인터뷰가 어려운 CEO들에게는 서면인터뷰로 대신했다. 중앙종합일간지 7개사(경향, 대한매일, 동아, 조선, 중앙, 세계, 한국), 지방일간지 7개사(광주일보, 매일신문, 전북도민, 중도일보, 대전일보, 대구신문, 강원도민) 중앙방송 1개사(SBS) 지방방송 5개사(안동MBC, 부산MBC, 대구MBC, 여수MBC, 대전방송) 등 20개사 사장들이 인터뷰에 응해줬다. 이번 인터뷰는 한국언론의 현 실태는 물론 미래 발전방안을 제시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하겠다. 인터뷰 내용을 주제별로 재구성했다.
수습언론인 채용문제
수습언론인 공개채용을 최초로 도입한 언론사는 1953년 대한매일 전신인 서울신문이다. 이후 반세기 동안 한국언론인들의 채용시스템으로 정착돼왔다. 국어, 영어, 상식, 논문, 면접이라는 큰 줄기는 변함없이 이어져오고 있다. ‘언론고시’라는 이름까지 생겨날 정도로 대학의 우수인력이 언론계에 수혈되는 긍정적인 평가도 받고 있다. 한편으로는 끊임없는 비판도 제기돼왔다. 대표적인 비판 그룹이 대학의 신문방송학과 교수진이다. 한국언론재단이 1981년부터 2001년까지 수습기자로 채용된 3,622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신문방송학과 출신은 고작 13%내외에 머물고 있다. 위버와 윌호이트(Weaver & Wilhoit) 교수의 1996년 조사에 의하면 미국은 신문방송학과 출신이 일간신문 53.7%, 방송 78.6%에 이른다. 대부분의 언론학과 교수진이 미국대학 학위소지자인 점을 감안하면 당연한 이의제기일 수도 있다.
현업언론사 CEO들은 이 문제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을까?
대부분의 CEO들은 현행 채용시스템을 선호하고 있다. 중앙언론사일수록 이런 경향을 더 강하게 표출했다. 조선일보 방상훈 사장은 “현행 수습기자 채용시스템은 우수한 인재를 확보하는 좋은 방안이었다. 고급 두뇌들은 언론의 질을 높이는 데 기여했다.”고 진단했다. 동아일보 김학준 사장 역시 “공개채용제도가 정기적으로 가동됨으로써 기자직에 대한 관심을 가진 젊은 인재들이 안정적으로 채용시험을 준비할 수 있었고, 우수한 인재들이 언론계에 진출하는 계기가 됐다.”며 “앞으로도 상당기간 한국언론계에 지배적인 채용제도가 될 수밖에 없다.”는 견해를 피력했다.
1954년 창간과 동시에 ‘견습기자’ 채용제도를 도입했던 윤국병 한국일보 사장은 “견습기자 채용제도를 도입한 이유는 젊은이들에게 동등한 기회를 주기 위해서였으며, 이후 언론계 전체에 파급되었다.”고 소개하고 “공개채용제도가 여전히 유효한 제도”라고 말했다.
대한매일 유승삼 사장도 비슷한 견해를 피력했다. “무엇보다도 공개채용을 통해 언론사 입사시험이 실력에 의해 선발된다는 인식을 심어줌으로써 공정성에 기여했고, 자연스럽게 우수 인력이 운집했으며 일정수준 이상의 고급인력을 확보하는 데도 기여했다.”고 평가했다. 경향신문 이채락 사장은 “현재의 채용시스템이 완벽한 것은 아니지만 더 나은 대안이 없다.”고 말했다. “동양적인 인간관계가 온존하고 있는 우리사회에서 ‘인턴제도’는 시기상조이며, 기자는 일정 수준 이상의 실력이 있다면 ‘끼’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부산MBC, 대전일보, 광주일보 사장도 같은 의견을 제시했다.
대부분의 중앙언론사 CEO들이 현행 채용시스템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는 것과는 달리 일부 지방언론사 CEO들은 채용시스템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중도일보 이기창 사장은 “수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지방언론사 기자들은 중앙언론으로의 진출을 꿈꿔왔지만, 최근에는 언론직종 자체를 버리고 전직을 꾀하고 있다.”며 “일부 지방언론의 경우 수습기자 채용시험에 대학을 졸업하는 사회 초년생들이 응시조차 꺼려한다.”고 최근 일부 지방신문의 실태를 소개했다.
강원도민일보 안형순 사장은 수습기자채용 제도가 우수인력의 언론계 진입 채널 역할을 해왔다는 주장에 대해, 이는 메이저급 언론사에 국한된 현상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사회구조가 다원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기수 중심의 채용제도는 신축성 있는 인력운용에 장애가 되는 경우가 많다고 비판했다.
대전방송 김중기 사장은 “현행 채용시스템은 35년 전과 전혀 달라진 것이 없다.”면서 “시험은 국어, 영어, 상식으로 선발해놓고 업무배치는 전혀 다른 부서에서 일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음악 PD를 전문성 없는 인문사회과학 전공자가 맡고 구성작가까지 붙여주면서 경영문제를 말하고 있는 현실이라며, 자신이 최고경영자로 있는 동안은 공채와 장르별 선발을 병행하겠다.”고 밝혔다.
중앙언론사와 지방의 주요언론사의 경우는 현행 채용시스템을 견지하겠다는 견해를 밝힌 반면, 신생 언론사나 군소 도시 소재 지방방송사의 경우는 채용시스템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보였다.
중앙일보 이제훈 사장은 “수습기자채용제도가 대학의 우수인력을 언론계로 끌어들인 것은 사실이지만 입사 후 체계적인 훈련이 부족해 연수, 교육 등 기자육성을 위한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충고했다.
신문방송학과에 대한 인식
한국의 언론학자는 미국 다음으로 많다. 중앙일간지의 한 논설위원은 언론학자와 언론인들이 참여한 토론회에서 인도에 경제학 박사가 세계에서 가장 많다고 말했다. 학계에 보내는 냉소적인 발언임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신문방송학과에 대한 현업언론사 최고경영진의 생각은 어떠할까?
대부분 완곡하지만 부정적인 입장이었다. 우선 신방과 전공자가 현업언론에 진입할 의향이 있다면 현업언론이 요구하는 입사시험에 대비하라고 주문했다. 대전방송 김중기 사장은 “영어의 중요성이 날로 증대되고 있다.”며 “영문과 출신 못지 않은 영어실력을 준비하라.”고 요구했다. 대전일보 조준호 사장도 이 견해에 동의했다. 경향신문 이채락 사장은 역시 “현대사회가 전문화 시대이고 다원화 시대다.”라고 진단하고 “기자로서의 기능적 측면은 입사 후 2∼3년이면 습득할 수 있다. 하지만 의학이나 과학 등 자연과학분야가 주요 뉴스원이 되고 있는 추세는 가속될 전망이어서 이런 분야에 대한 인력수요가 급증하고 있다.”며 앞으로 언론계를 준비하는 사람들이 참고할 만한 함축적인 메시지를 전달했다.
대한매일 유승삼 사장은 “현행 언론 관련 학과의 커리큘럼이 기자양성보다는 커뮤니케이션 학문적 성격이 강하다.”고 진단하고 “근본적으로는 학문의 세계와 언론현업의 세계는 별개”라고 말했다. SBS 송도균 사장도 “이론과 실제의 차이는 어느 분야나 나타나는 현상이고, 언론학의 역사가 일천함에도 방송계에는 언론학과 출신들의 진출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라며 “이런 추세에 만족하지 말고 현장경험이 많은 언론인들이 학계로 진출하거나 학계에 있는 사람들이 현장경험을 체득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야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신방과 커리큘럼이 이론중심으로 치우쳐 있어 정작 현업언론에서 필요로 하는 실무형 인재를 배출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많았다.
조선일보 방상훈 사장은 “언론학 교수들은 ‘실무’보다는 ‘이론’교육이 중요하다고 말하겠지만, 언론학은 실무를 모르고서는 이론을 제대로 이해하기 힘든 응용과학이다. ‘이론’에 지나치게 편중된 학풍으로 인해 언론학계와 현업언론이 유기적인 협력을 이뤄내지 못하고 있다.”며 “언론사 채용과정에서 신방과 졸업생들이 타 과 졸업생들에 비해 별다른 특혜를 받고 있지 못하는 것은 그들만의 장점을 갖고 있지 못했다고 여겨지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만일 신방과에서 탄탄한 실무교육을 실시한다면 그런 과정을 이수한 졸업생을 마다할 언론사가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여수MBC 심우승 사장, 대구 MBC 이긍희 사장, 전북도민일보 임병찬 사장도 비슷한 견해를 보였다.
안동MBC 윤종보 사장은 신방과에서 많이 활용하고 있는 겸임교수 제도의 보완을 주문했다. 그는 “대부분의 언론학 교수진이 현장경험이 부족한 미국출신으로 짜여진 것이 현실”이라며 “최근 대학이 현장경험이 있는 언론인 출신 겸임교수를 학교홍보용 정도로 생각하는 곳이 많다.”고 주장했다.
공동책임론도
언론계와 학계의 공동책임론도 제기 됐다. 중앙일보 이제훈 사장은 “신방과와 언론사간의 산학협동이 타 부분에 비해서 전무하다시피해 서로 이해할 기회조차 없었다.”며 “언론계의 조화로운 발전을 위해 협력방안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광주일보 김형준 사장은 더 구체적으로 학부생들을 위한 1∼2년 정도의 신문사나 방송국 현장실습제도를 도입할 것을 주문했다. 매일신문 정서환 사장도 산학협동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언론사 현장학습’ ‘대학신문과 현업언론사간 공동기획’ ‘대학원생과 기자들간의 공동연구’ ‘학계와 언론계간의 공동세미나’ 등을 통해 상호교류를 통한 공동인식의 확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부산MBC 김영 사장은 학문과 현업간의 괴리는 존재할 수밖에 없다는 견해를 피력했다.
동아일보 김학준 사장은 “신방과가 언론현업으로부터 신뢰를 받고 있지 못하다는 평가는 현업언론사 중심의 생각이다. 일각에서 언론 관련 학과에서 취재나 편집 등 실무에서 바로 사용할 수 있는 교과목을 좀더 개설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언론 선진국이라고 하는 미국의 경우도 언론실무를 가르치는 곳은 학부가 아니라 저널리즘 대학원 과정”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도 “앞으로는 저널리즘 교육의 발전을 위해서는 실무 관련 커리큘럼을 포괄하는 것은 시대적 요청이자 사회적 책무”라고 말해, 기자양성을 위한 실무교육을 담당할 대학원 과정의 필요성을 시사했다.
미국에서는 1905년 위스콘신대학에서 처음으로 저널리즘 코스가 개설된 이후 1996년에는 427개 대학에서 14만여 명이 등록했다. 우리는 54년 홍익대학에 처음 개설된 이후 2000년 66개 대학에 언론 관련 학과가 개설됐다. 다른 분야와 비교할 때 양적으로는 상당한 것으로 평가할 만하다. 언론학과 커리큘럼 논쟁은 미국도 우리와 비슷한 경향을 보이고 있다. 위스콘신 대학의 윌리엄 해츠텐(William A. Hachten) 교수는 그의 저서 ‘저널리즘의 고민(The Troubles of Journalism)’이라는 책에서 미국 대학의 직능교육이 변방으로 몰리고 있는 현실을 거대 미디어그룹에서 언론사의 편집·보도부문이 경영의 논리에 밀려 변방으로 밀려나고 있는 현실과 유사하다고 지적한다.
실제로 미국의 주요대학들은 학부수준에서 직업교육을 하는 것이 바람직한 것이냐에 대해 의문도 일고 있다. 캘리포니아-버클리 대학이나 컬럼비아 대학, 미시간 대학 등은 저널리즘교육을 석사과정에서 다루고 있다. 동부의 아이비리그 대학 어느 곳도 학부과정에서는 저널리즘 교육을 하지 않고 있다. 대학원 과정의 저널리즘스쿨이 세계적인 추세임을 반증한다.
현장에서 원하는 인재배출에 대한 문제는 언론학만의 문제는 아니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지난해 12월 3일 회원사 인사담당 책임자 300명을 대상으로 ‘기업에서 본 한국 교육의 문제점 및 과제’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 기업들의 대학교육에 대한 평균 만족도는 26점이라고 발표했다. 항목별로는 ‘실습·현장교육이 잘못 됐다’는 지적이 87%로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의 언론 관련 학과는 이같은 지적에 자유로울 수 있을까? 반문이 필요한 시점이다.
경력자 중심의 채용구조 변화
한국언론이 서양언론과 가장 큰 차이를 보이는 것 가운데 하나는 사별수습기자 채용을 통한 연공서열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주요 언론사들이 대대적으로 경력기자를 채용, 채용제도의 변화가능성을 보여줬다. 이런 경향은 바람직하다는 것이 일반적 의견이다. 그러나 자사 인력유출을 겪을 수밖에 없는 언론사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일까? 이에 대해 언론사간에 미묘한 입장 차이를 보였다.
조선일보 방상훈 사장은 “막대한 비용을 들여 채용한 수습기자가 적성이 맞지 않아 회사를 그만 두는 비용을 치를 필요가 없고, 이미 검증된 인력이어서 당장 중요한 임무를 안심하고 맡길 수 있다.”며 경력기자 채용의 장점을 역설했다. 주요 언론사가 군소 언론사의 인력을 ‘빼앗아 간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직종의 경계를 넘어 고급인력이 자유롭게 이동하고 있는 다른 업계와 비교해볼 때, 그동안 언론계는 인력이동의 사각지대였으며 기자 개인입장에서도 본인의 업적과 평가에 따른 대우를 받을 수 있어 언론기업 입장에서나 언론인 개인에게 있어서나 바람직하다.”고 평가했다.
한국일보 윤국병 사장도 “사회전반에 불고 있는 경력직 채용바람은 언론계라고 예외일 수 없다.”고 전제하고 “어떤 언론사라도 유능한 기자를 채용하려 할 것이고 이를 위한 비용 지출은 미래를 위한 투자”라며 적극적인 견해를 피력했다. 대전방송 이중기 사장도 “수습사원을 선발해 회사에 필요한 요원으로 키우려면 최소한 4∼5년이 걸려 언론사 입장에서는 부담이 된다.”며 “경력기자가 들어오면 나태한 조직에 자극제가 되는 장점도 있다.”고 주장했다.
문화적 이질감에서 오는 조직 내 갈등문제도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도 많았다. SBS 송도균 사장은 “경쟁이 가속화되면서 양질의 콘텐츠 생산을 위한 핵심인력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어 신입 사원 공채뿐만 아니라 경력사원 스카우트 제도도 활용할 것”이라면서도 “공채위주로 짜여진 기존 직원들의 배타성도 고려해야하는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중앙일보 이제훈 사장도 “오랜 기간 정착된 수습기자 공채로 인한 연공서열형 선후배 문화가 정착돼 있어 조직관리차원에서 전면적인 경력기자 채용은 시일이 걸릴 것이지만, 앞으로는 그 폭을 확대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동아일보 김학준 사장도 “언론사 입장에서 검증된 인력을 스카우트할 수 있다는 점에서 좋은 제도이기는 하지만 중앙언론사의 인력상황을 고려할 때 대세로 자리잡기는 힘들 것”이라고 진단했다.
우려의 목소리도 많았다. 대한매일 유승삼 사장은 “적성과 능력이 있는 기자가 선발돼야 기자 본인은 물론 회사에도 이익이 된다는 측면에서 경력기자 채용은 바람직하다.”면서도 “메이저급 언론이 기타 언론의 우수 인력을 대거 흡수하는 것을 막을 수 없는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경향신문 이채락 사장은 “중견기자 스카우트가 활성화되면서 어려움을 겪었다.”며 “이는 경제력이 가장 큰 이유”라고 말했다. 그는 “선비와 같은 자존과 정체성을 갖춘 기자를 선발, 언론사의 차별화를 기하는 것만이 기자 유출을 막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매일신문 정재완 사장은 “경제력을 바탕으로 한 경력기자의 연쇄이동 현상은 지방언론사에 심각한 문제를 낳고 있다.”고 말했다. 세계일보 설용수 사장도 “경력기자 채용 과정에서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더욱 가속되고 있다.”고 우려를 표명했다. 여수MBC 심우승 사장도 “지방방송도 이런 우려가 현실로 닥치고 있다.”고 말했다.
기자전문화 및 대기자·전문기자 육성방안
언론인의 전문성 제고는 당위적 수준을 넘어 필수과제로 인식되고 있다. 2001년 한국언론재단이 전국의 언론인 780명을 대상으로 시행한 제7회 ‘언론인 의식조사’ 결과 98.7%가 재교육의 필요성이 있다고 응답했다. 최근 2년간 한 번이라도 재교육을 받았느냐는 질문에 12.5%만이 ‘그렇다’고 응답해 우리 언론계의 재교육 현실의 일단을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언론전문화를 저해하는 요인은 크게 두 가지로 요약된다. 우선, 잦은 인사이동이다. 1∼2년 단위로 기자를 이동시키는 현재의 인사정책으로는 대기자로의 성장이 불가능하다. 또 다른 이유는 기자 개인에게 있다. 이와 관련해 조선일보 방 사장은 “한 분야를 5년 이상 맡겠다는 목표가 있어야 한다. 한 분야를 오래 맡다보면 자연스럽게 자기의 부족한 면을 발견하게 되고 재교육의 필요성을 느끼게 된다.”며 “미개척 분야일수록, 사각지대에 방치된 분야일수록 전문가로 인정받기 쉬울 것이다. 회사차원에서도 적극적인 지원을 하겠다.”고 말했다.
한국일보 윤국병 사장은 외부전문가의 기자영입에 대해 회의적인 입장을 보였다. “여러 언론사에서 ‘전문기자’라는 이름으로 외부전문가를 영입했지만 이렇다할 성과를 거두지 못한 이유는 기자로서의 기본 자질과 능력에 대한 체계적인 교육훈련이 없었기 때문”이라고 평가하고 “전문기자를 꿈꾸는 젊은 기자를 선발해 키우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앞으로 견습프로그램에서부터 기자 재교육 프로그램 전반에 대한 새로운 시도를 모색하고 있고, 언론계 공동의 방안을 모색하는 자리가 마련되면 기꺼이 참여하겠다.”고 말했다. 94년 국내 최초로 외부전문가를 전문기자로 뽑았던 중앙일보 이제훈 사장은 “파이낸셜타임스 등 선진언론에서 편집국 내 상설 교육프로그램을 직급별, 직무별로 운영하고 있다.”며 “앞으로는 사내 대학 프로그램을 운영키 위해 연구 중”이라고 소개했다. 동아일보 김학준 사장은 기자들의 전문성 제고를 위한 사내 프로그램 두 가지를 소개했다. 먼저 회사가 기자들의 경력관리를 통해 전문성을 갖출 수 있도록 유도하기 위해 부서 간 전배 등 인사제도를 적절히 활용하고 있고, 사이버 연수원, 기자워크숍 등 다양한 연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앙언론의 경우 특정 분야 전문가에 대한 필요성은 물론 회사차원에서도 많은 고민을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으나, 지방언론의 경우는 대체적으로 제너럴리스트형 기자상을 원하고 있었다. 전북도민일보 임병찬 사장은 “지역신문 여건상 특정 분야만을 집착하는 기자를 양성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강원도민일보 안형순 사장도 “언론사 내에서 전문가를 양성하는 것은 경영여건을 감안할 때 불가능하다.”며 “전문가적 시각은 전문가에게 맡길 수밖에 없다.”고 말하고 “기자는 보편적 가치관과 사고에다 언론 특유의 안목과 감각을 갖춘 인물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광주일보, 대전일보 , 매일신문, 여수MBC 사장들 모두 이와 비슷한 견해를 피력했다.
지방언론인의 경영여건을 감안한 기자전문화 방안으로 ‘제너럴리스트를 양성하기 위한 공동연수제도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주조를 이뤘다. 교육프로그램을 제공하는 각종 연수기관이 주목할 필요가 있는 대목이었다.
일부 지방언론사의 경우는 지역 특성에 맞는 기자 전문화가 필요하다는 점도 제시했다. 안동MBC의 윤종보 사장은 ‘신라문화재’나 ‘안동의 유교문화’등의 분야를 제시했으며, 대전방송 이중기 사장은 “대전은 국방본부, 과학, 벤처 등이 집적해 있어 지역적 특수성이 있는 전문기자가 나올 수 있는 여건인데도 그렇지 못하다.”고 아쉬워했다.
예비언론인 양성프로그램
저널리즘 실무를 중심으로 한 예비언론인 양성학교를 현업과 연계해 언론재단에서 시행하는 것에 대한 의견과 언론재단의 대언론 지원 사업에 대한 의견을 물었다.
예비언론인 교육의 필요성은 응답을 유보한 1개사를 제외한 모든 언론사 CEO가 동의했다. 조선일보 방 사장은 “현업언론사의 유능한 언론인들을 겸임교수 형식으로 재단이 위촉해 활용하면 언론계에도 고무적인 일이 될 것”이라며 “국내 대학에서 실무형 교육을 실시하기 힘든 상황이라면 한국언론재단 같은 공익성 높은 기관에서 특별프로그램 형태로 실무교육을 실시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하고 “현업언론계에도 언론학 분야의 학위과정을 마친, 명실공히 실무와 이론을 겸비한 교수 요원들이 많다.”고 말했다. 그는 “언론재단이 이러한 사업을 펼쳐 성공한다면 국내대학의 언론분야 교육에도 큰 변화를 줄 것”이라고 예상했다. 중앙일보 이제훈 사장도 예비언론인 양성 프로그램 개설에 대해 “매우 좋은 시도라고 생각되며, 중앙일보도 한국언론발전을 위해 최대한 도울 용의가 있다.”며 “다만 예비언론인 양성 프로그램의 성격을 명확히 하고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사람들이 누구를 대상으로 할 것인가에 대해서 사전에 충분한 조율이 필요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대구MBC 이긍희 사장은 산학협동 프로그램에 대한 구체적인 프로그램을 제시했다. “현업사의 실무노하우와 방송장비를 언론인이 되기를 희망하는 학생들에게 제공할 수 있다.”며 “재단과 공동으로 대구MBC가 국가적 언론교육에 나설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
대부분 지방언론사에서는 지방언론에 대한 교육기회 확충을 요구했다. 부산MBC 김영 사장은 “인력이 절대적으로 부족하고 교육, 연수기회가 거의 없어 현업기자들의 전문성 제고에 어려움이 많다.”며 “이같은 현실을 고려한 교육 확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강원도민일보 안형순 사장, 광주일보 김형순 사장도 이같은 견해를 피력했다. 여수MBC 심우승 사장은 “대학의 위탁교육, 안식년제와 연계한 프로그램”도 제안했다.
대한매일 유승삼 사장은 “중견기자를 대상으로 대학의 최고위과정과 같은 프로그램을 만들어 전문가와 독자가 함께 참여, 실제 신문을 놓고 워크숍 형태로 진행될 수 있다면 현업언론의 참여가 높을 것”이라고 제언했다. 경향신문 이채락 사장은 “언론사가 시대변화에 너무나 둔감하다.”며 “대학원 과정에 준하는 컴팩트한 과정을 개설할 것”을 주문했다.
첫댓글 아시다시피 언론재단에서는 예비언론인과정을 모집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