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쉬, 야마시타를 4-1로 누르고 기성전 첫 우승 조치훈 이어 사상 2명째 7대 타이틀 그랜드슬램
장쉬 9단이 마침내 서열 1위 기성전을 수중에 넣었다. 1994년 데뷔 이래 첫 쾌거이다.
4연패 중인 야마시타 게이고 9단에게 장쉬 9단이 도전한 제34기 일본 기성전 도전7번기는 도전자 장쉬 9단의 4-1 일방적 승리로 막을 내렸다. 기성전은 우승 상금이 무려 4500만엔(약 5억7000만원)이나 되는 일본 최대의 기전이다.
주목도에 비해 결과는 다소 싱거웠다. 지난 1월 14일 고국인 대만에서 개막된 제1국을 백불계승으로 테이프를 끊은 장쉬는 2국과 3국에서도 야마시타를 압도하는 내용으로 승점을 추가하며 타이틀 획득 전망을 밝혔다. 2월 18~19일의 4국에서 후반 난조로 역전패당하긴 했으나 25~26일 일본 스즈오카현에서 벌어진 제5을 1집반 차로 장식함으로써 일찌감치 마침표를 찍었다.
1980년 대만에서 태어나 1990년 일본기원 원생 수업을 받기 시작한 장쉬는 프로가 된 후 촉망받는 기재로 숱한 타이틀전 무대를 넘나들며 우승컵을 수확했다. 2002년 49회 NHK배를 첫 타이틀로 장식한 이래 이번의 기성전까지 획득한 타이틀의 수는 총 31개. 이는 일본바둑계 사상 7위에 해당하는 기록이다(1위는 71회의 조치훈).
실전적 기풍으로 일본바둑계를 평정해 나간 장쉬는 그러나 기성전과는 좀처럼 인연을 맺지 못했다. 7대 기전 중 5관왕에 군림할 때도 기성은 그의 손에서 벗어나 있었다. 실질적, 사실상 일인자 평판을 들었을 뿐 공식적인 일인자 자리에 오르지 못했다. 기전 서열주의가 엄격한 일본은 최대 타이틀 기성 보유자만 일인자 칭호를 받을 수 있다.
따라서 이번의 기성 쟁취로 명실상부 최고의 위치에 올라서게 됐다(도전도 처음이었다). 또한 '7대 타이틀 그랜드슬램'이라는 영예까지 더해 주었다. 그랜드슬램은 조치훈 9단만이 1987년에 달성했었던 대기록이다.
우승 상금 5억7000만원… 4관왕으로 입지 넓혀 아울러 보유 타이틀은 4개(기성ㆍ십단ㆍ왕좌ㆍ꼬마기성)로 늘어났다. 이 4개 기전의 우승 상금은 8177만엔으로, 우리돈으로 환산하면 10억원이 넘는다. 지난해 말 2-3으로 천원전을 빼앗겼던 아픔도 갚았으며, 상대전적은 34승 21패로 크게 벌렸다.
장쉬는 이 밖에도 기도상 최우수기사상 6회, 연간 상금랭킹 1위 6회, 사상 최연소 및 최단기간 700승 돌파, 연간 최다승(70승) 등 숱한 업적과 기록을 쌓아가고 있다. 부인은 고바야시 고이치 9단의 장녀이자 한때 여류바둑계를 주름잡았던 고바야시 이즈미 6단.
한편 방어에 성공했다면 5연속 제패로 '명예 기성' 칭호(60세 이후부터 권리를 갖는다)를 획득할 수 있었던 야마시타는 그 꿈이 무산되며 보유 타이틀도 천원 하나로 줄어들었다. 야마시타는 십단전 도전권을 쥐고 오는 3월 4일부터 장쉬와 도전5번기를 벌인다.
요미우리신문이 주최하는 기성전 도전기의 제한시간은 각자 8시간(본선은 5시간), 초읽기는 1분 10회. 장쉬는 본선 B리그에서 4승 1패로 수위를 차지한 뒤 A리그 1위 왕리청(5승)과의 도전자결정전을 승리하며 첫 도전권을 획득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