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S오픈, 마이애미 마스터스, 아부다비오픈 코트를 만드는
제주시테니스협회 김덕윤 회장
8월 31일, 올해 4년째 제주시테니스협회를 이끌고 있는 김덕윤 회장을 만나기 위해 제주시 조천읍으로 향했다. 김회장은 2년 전부터 검은 모래 축제로 유명한 삼양해수욕장 근처에 하드코트 4면을(블랙샌드 테니스장) 만들고 있다는 소식을 들어 그 현장을 찾아가 보고 싶었다. 특히 Laykold 제품으로 4면의 코트 중 한 면은 US오픈코트, 또 한 면은 마이애미 마스터스(ATP 1000) 코트. 남은 두 면은 아부다비 오픈(WTA500) 코트와 똑같이 만들고 있다는 소문이 동호인들 사이에 회자되고 있었다. 또하나, US오픈대회가 열리고 있는 빌리 진 킹 국립 테니스 센터의 표면을 데코터프에서 레이 콜드(Lay kold)로 바꾼 후라서 더욱 궁금증을 유발시켰다.
코트가 완성되려면 아직 한 달 정도의 시간이 더 필요한 상태라 어수선한 장비들이 쌓여 있었지만 입구부터 반기는 야자수가 이국적인 풍경을 연출했다. 아직 펜스를 치지 않아 아부다비와 마이애미 코트에서 작업하고 줄을 긋는 인부의 모습까지 한눈에 다 볼 수 있었다.
코트 옆의 빨간색 카페 건물로 가서 보니 바다가 가슴 한 복판으로 들어왔다. 탁 트인 시야에 멀리 풍력발전기 돌아가는 모습과 둥둥 떠 있는 흰 구름은 휴休를 제공했다. 누군가 휴식하는 방법에서 삶의 질과 격조가 드러난다고 했다. 맘껏 즐길 수 있는 취미와 휴식, 이를 함께 할 동반자가 있다는 것은 특별한 행운이며, 인생을 곱절로 잘 사는 것이라고 했다. 그런 의미에서 이 테니스장은 지인들과 더불어 테니스를 하고 자연이 주는 여유를 만끽할 만한 공간으로 충분했다.
한동안 바다에서 불어오는 상큼한 바람에 몸을 맡기고 있다가 김 회장과의 인터뷰를 시작했다. 어떻게 이렇게 멋진 곳에 테니스장을 만들 계획을 세웠는지 듣고 싶었다.
“제주시테니스협회장을 맡다 보니 제주시 동호인들이 운동할 만한 코트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특히 팬데믹 코로나 시기에 공공테니스 장이 모두 닫히니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그런 위기 상황에서도 만약 사설코트라도 있었다면 동호인들에게 도움이 되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코트를 만드는 결정적인 동기가 되었다.”
김 회장은 대략 8개월 정도면 코트가 완성 될 것이라는 생각으로 시작했으나 허가및 설계 변경등으로 현재 2년째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하나에서 열까지 외주를 주지 않고 직접 인부들과 작업하느라 클럽 활동도 내려놓고 혼신의 힘을 쏟고 있다. 정성을 쏟은 그 코트는 앞으로 어떻게 쓰여 질 것인지 질문을 이어갔다.
*블랙샌드 테니스장 운영 계획은?
누구나 사용이 가능한데 주중 저녁 시간은 테린이 클럽 위주로 하고 그외 레슨 코트로 사용할 계획이다. 특히 주말은 클럽및 개인대관, 육지에서 여행온 팀들을 위해 두 코트 종일대관도 가능하게 할 생각이다.
*블랙 샌드 테니스장 자랑은?
테니스 코트 바로 앞에 바다가 펼쳐져 있고 시공 총책임 맡은 양상종 사장님의 특수한 공법으로 물이 전혀 고이지 않게 완벽한 수평을 잡은 바닥, 무엇보다도 바닥제를 US오픈, 마이애미오픈등에 들어간 Laykold 제품을 Laykold 본사 전문시공자가 출장을 와 직접 시공하고 있다. 그래서 US오픈(1면), 마이애미오픈(1면), 아부다비오픈(2면)과 똑같은 스펙으로 시공되어 현지 코트와 같은 컨디션에서 테니스를 즐길 수 있다는 점이다. 앞으로 공식 인증을 받을 예정이고 사실 한 장소에 3가지 칼라로 코트를 만든 사례는 극히 드문 일로 레이 콜드(Lay kold) 본사에서 큰 특혜를 준 것이다.
*조명이 높아 보인다.
대부분 6미터 높이로 하는데 우리 코트는 9미터로 했다. 바람이 많이 부는 제주도의 특수한 상황을 고려해 펜스를 높게 하고 가로등 형식으로 각 코트마다 8개의 LED가 쏘아주고 있어 코트 전체가 환하게 비치도록 만들었다.
*부대시설은?
샤워장에 신경을 썼고 특히 바다가 한눈에 보이는 카페는 자랑할 만한 곳이 될 것이다. 바닷가 근처라 펜스를 튼튼하게 했으며 라이트및 바닥시설에 공을 들였다.
*김 회장님의 테니스 인연은 언제부터 시작된 것인지?
제주대학교 동아리에서 오찬영 선수(현 당진시청)의 아버지인 오창배 선배로 부터 레슨을 받으며 테니스를 시작. 취미로 시작해 동호인 대회를 출전하게 되고 협회장을 맡게 되더니 드디어 테니스 코트까지 만들게 되었군요. 전도 대회에서 개인전 우승도 했고 상하이 마스터스에서 나달과 페더러 경기를 직관했으니 테니스가 인생 전반에 매우 큰 영향을 끼쳤고 참으로 복 받은 인연이라고 생각한다.
*제주대학교 테니스 동아리 OB회장도 하셨지요?
네. 선후배들이 모여 올해 제주대학교 테니스 동아리 40주년 기념 전도테니스대회를 주최해 매우 뜻깊은 자리를 마련할 수 있었다. 현재 제주대학교 테니스 동아리 출신들은 20대에서 60대까지 제주도에서 엘리트및 동호인 테니스의 리더 역할을 하고 동호인 활성화에 많은 기여를 해 가고 있다.
*가족들도 테니스를 하는지?
다양한 운동을 해 보니 평생 운동으로 테니스만한 운동이 없는 것 같아 아들과 딸에게도 적극적으로 권유해 레슨을 받고 있는 상태다. 자녀들에게 좋은 취미를 갖게 하는 것이 미래에 위대한 유산이 될 것이라는 믿음이다.
*자녀들에게 강조하는 것은?
자신 스스로의 비젼을 소중히 여기고 도전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무엇이든 과감하게 시도해 보라고 한다. 다만 타인에게 피해를 주지 말고 겸손한 자세로 삶을 대하라는 것을 자주 이야기 한다.
*제주시 테니스 협회 회장님으로 이루고 싶은 것은?
개인적으로는 주니어 선수들이 운동하는데 도움을 주고 싶고, 테린이들이 눈치 안 보고 볼 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고 싶다. 제주시는 대략 21개 클럽 동호인수 1000여명이 운동하는데 코트는 연정구장 10면과 회천구장 8면등 28개 코트로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이다. 사설 코트로는 한계가 있어 제주지역의 공공 테니스시설 확충을 위해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인터뷰가 끝나자 테니스 선수출신인 레이 콜드(Lay kold) 본사 직원이 US오픈코트에 임시로 네트를 설치했다. 그리고 김회장과 첫 시구를 하며 랠리를 하며 몸을 푼 후 서귀포 동호인들과 게임을 했다. 2년여 걸쳐 만든 코트에서 처음으로 경기를 해 보는 순간이었다. 서귀포 동호인들은 차례로 경기를 해 보면서 US오픈에 출전한 선수 같은 기분이 든다고 했다. 볼이 빠르지 않고 쿠션도 적당해서 서너 게임을 연달아 해도 전혀 무릎에 무리가 가지 않아 자주 와서 테니스 경기를 해 보고 싶다는 호평을 남겼다. 아직 볼을 쳐 보지 않은 마이애미나 아부다비코트는 어떤 컨디션인지 궁금해지기도 한다.
블랙샌드 코트는 10월 중순경 제15회 제주 국제생활체육테니스대회 개회식을 하면서 개장식을 할 계획이다. 코트 아래 800여 평의 여유 있는 공간에는 테니스장과 하모니를 이룰만한 새로운 시설을 구상하고 있으니 앞으로 어떻게 변모해 가게 될지 지켜 볼 일이다. 김 회장의 테니스 인생은 탄탄대로다. 대학동아리에서 테니스와 인연을 맺어 제주시 협회를 이끄는 리더가 되었고 아름다운 풍경으로 휴식처가 될 만한 곳에 네 면의 테니스장을 건설했으니 꿈을 이룬 것이다. 이제 미국까지 날아가지 않아도 한국에서 US오픈 코트를 체험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었으니 이는 더욱 소문낼 만한 일이다. 글 사진 송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