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16일부터 8일 연속으로 폭염 주의보가 발령되는 등 이른 폭염에 시달리고 있다.
지구 온난화로 인해 폭염은 매년 심각해지고 있다. 2016년 온열질환을 앓은 환자가 전년 대비 3배
이상으로 증가했다.
서울시가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국내 온열질환자는 2013년 54명, 2014년 39명, 2015년 50명
등으로 30~50명을 유지하다, 2016년 170명으로 급증했다. 온열질환자는 남성(70%)이
여성(30%)보다 많았고, 연령별로는 70세 이상에서 28.8%로 가장 흔했다.
폭염은 전세계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다. 미국 남서부 애리조나주는 6월 19일 낮 최고 기온이
50도에 육박했다. 심한 폭염으로 항공기가 견딜 수 있는 운항 온도 기준을 초과했고,
45대 항공기의 운항이 취소됐다.
최근 평균 40도를 웃도는 심한 폭염에 시달리던 포르투갈에서는 고온 건조한 날씨로 인해
대형 산불이 여러 번 발생해 64명이 숨지고 250명 이상이 다쳤다.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는 차에서
생활하던 노숙인과 노인이 숨졌고, 멕시코에서는 폭염에도 하이킹을 한 50대, 20대 부자가 사망한
사고가 있었다.
미국 기후영향연구소는 전 세계가 지구 온난화에 강력한 대처를 취하지 않을 경우 21세기 말까지 세계 대도시 곳곳에서 35도를 넘는 날이 크게 늘 것으로 내다봤다. 또한 현재 수준보다 평균 기온이 6.6도 이상 오를 것이라고 경고했다.
인체는 더위를 느끼면 뇌의 시상하부는 체온을 끌어내리기 위해 '체온조절시스템'을 가동시킨다. 피부 혈류량을 늘리고 땀을 배출해 체온을 낮추려고 하는 것이다.
혈액을 피부 쪽으로 보내는 과정에서 심장박동은 빨라지고, 호흡은 가빠지며 동시에 인체 다른 부위에
공급되는 혈액량은 부족해진다.
혈액 공급량이 정상을 밑돌면 식욕을 잃고 소화기능이 약해지고,
소변이 줄고 인체 대사 작용이 원활하지 않게 되며, 인지기능 등 정상적인 뇌 활동이
둔해지고, 운동 능력이 평소보다 저하돼 다칠 위험이 높아진다.
폭염에 장시간 노출되면 이 같은 체온조절 시스템마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체온이 올라가게 되는데,
40도 이상 체온이 올라가면 사망 위험이 높은 열사병으로 진행한다.
열사병이 발생하면 의식이 없어지므로 응급실에 가서 신속하게 치료를 받아야 한다.
폭염은 고혈압과 협심증·동맥경화 등 혈관 질환을 동반한 사람에게 특히 위험하다.
땀을 많이 흘리면 혈액이 농축돼 혈전(피떡)이 만들어지기 쉽다. 몸속 어딘가에서 생긴 혈전이
관상동맥을 막으면 심근경색이, 뇌혈관을 막으면 뇌졸중이 생긴다.
당뇨병 환자는 땀으로 수분이 과다하게 배출되면 혈당 수치가 올라간다.
노년층은 별다른 지병이 없어도 폭염으로 돌연사할 가능성이 있다.
나이가 들면 체온조절중추의 기능이 쇠퇴하기 때문에 신체의 열 변화를 잘 감지하지 못한다.
뇌가 체온 상승을 감지해도 노화로 신진대사가 느려진 데다가 땀샘이 감소한 상태여서 체온 조절을
제대로 못할 수 있다. 그러면 생명을 위협하는 열사병 등으로 이어진다.
극심한 폭염으로 늘어나는 오존(O₃) 역시 주의해야 한다.
최근에는 폭염과 함께 오존주의보(대기 중 오존 농도가 1시간 평균 0.12PPM 이상일 때)가 발령되는
횟수가 늘고 있다.
오존은 주로 고도 25㎞ 성층권에 존재하면서 자외선을 흡수, 동식물을 보호하는 기능을 한다.
그러나 대기 중 오존이 강한 햇빛과 자동차 매연·공장 연기 등에 존재하는
이산화질소를 만나면 광화학 반응을 거치면서 오존의 농도가 증가하고, 인체에 해를 입히는
오존으로 변질된다.
그래서 도시나 공업 단지는 이산화질소가 많아서 건강에 더 위협적이다.
오존이 유발하는 대표 질병은 호흡기 질환이다. 최근 열린 기후에너지건강포럼에서는 국내에서 한해
평균 1666명이 오존에 의한 만성폐쇄성폐질환과 천식으로 사망한다는 연구가 발표됐다.
과도한 오존은 세포 내 단백질을 약하게 만드는데, 오존을 흡입했을 때 가장 직접적으로 닿는
후두점막·기관지·폐세포 등이 가장 먼저 손상돼 호흡기 질환의 위험이 높은 것이다.
오존은 안구에도 영향을 미친다. 오존 농도가 증가하면 안구건조증이 1.16배 늘고, 각막이
손상된다는 동물실험 결과도 있다.
오존은 어떻게 피해야 할까. 전문가들은 오존 농도가 높아지는 여름철 오후 3~5시에는
외부활동을 줄이는 게 최선이라고 말한다.
오존주의보가 내려지면 도심에 사는 노약자와 호흡기 질환자들은 외출을 삼가고,
특히 이산화질소가 많은 도로 부근은 피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