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문단이 개선되어야 할 점』
- 수필가 시인 주현중 -
「한국문단의 이질감」
먼저 생각해 볼 수 있는 것은 문화사대주의다. 사대주의(事大主義)란 큰 것을 섬기거나 큰 어른을 섬기는 의존적 성향을 말하는 것이다. 그러면 의존이란 무엇인가? 의존한다는 것은 개체가 없다는 의미이다. 사람으로 치면 개개인의 주관이 없다는 말이 되는 것이다. 약한 것은 강한 것에 귀속되고, 약자는 강자에게 빌붙어 시녀 노릇을 의미하는 말이기도 하다.
이러한 사대주의는 비단 문학계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정치ㆍ사회문화ㆍ경제에 이르기까지 포함되는 것이다. 사대주의를 일컬어 일부 사회 인사들은 우리 민족의 뿌리를 지켜온 원동력이라고 말하는 사례들도 종종 볼 수가 있다. 민족의 뿌리란 정통성을 말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 민족을 이끌어 온 정통성은 우리 민족의 저력인 것이지 결단코 사대주의 사상이 아닌 것이다. 이에는 어느 민족과 국가라 하더라도 마찬가지인 것이다. 21세기에 들어 선 현재에도 일부 노익장들은 이러한 고정관념을 버리지 못하고 아니, 버리지 못하는 게 아니라, 일신의 영달을 위하여 버리지 않는다고 보아야할 것이다. 사대주의는 곧 보수주의(保守主義)를 의미하는 것이다. 거두절미하고 어찌 사대주의 사상을 가지고 민족과 국가의 뿌리를 지키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는 말인가?
필자는 지난 2004년10월10일에 수필문학으로 문단에 입문하게 되었는데, 등단 직후 모氏로부터 다음과 같은 말을 듣게 되었는데 그 말이란 “이왕 등단을 하려면 수도권에 있는 문단으로 등단하여야 알아준다.”는 것이었다. 수도권이란 다름 아닌 서울을 말함인데, 서울에는 많은 문단들이 역사가 길거나 짧거나 저마다 나름대로 ‘한국문학을 대표한다.’ 는 기치(旗幟) 아래 성행하고 있는 실정이다. 한국문학을 슬로건으로 내 거는 것은 문제가 되지는 않겠으나, 서울에 소재하고 있는 많은 문단들 중에 최소한 10여년 이상씩 되는 역사를 가지고 있는 문단에는 이름만 거명하면 문학에 조금이라도 관심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만한 원로시인ㆍ수필가ㆍ소설가ㆍ평론가 등등 여러 장르별로 이름이 날려진 분들이 자리하고 있음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앞서 이왕 등단하려면 서울에 있는 문단에서 하라고 말한 것은 누구나 다 알 수 있는 원로작가 내지는 유명작가들이 포진해 있다는 것만으로 문단에 막 입문한 신출내기라 하더라도 그 분들의 유명세에 힘입어 어디 어느 곳에서도 등단작가라는 말을 자랑스럽게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심리가 깔려 있다는 결론을 얻을 수 있는 것이다.
이렇듯이 아직까지도 많은 기성문인들이 수도권지역문학이니, 또는 광역단체 지역문학이니 하는 편 가르기에 급급해 하고 있음을 직간접적으로 볼 수 있는 게 솔직한 현실의 한국문단의 질서이다. 물론, 모든 문인들이 다 이러한 사고에 물들어 있다는 것은 아니다. 다수의 무리 중 일부 문인들은 한국문단의 윤리 도덕적으로 깨끗하게 탈바꿈하려는 참신함의 분위기와 자세를 보여주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이러저러한 문단에서 해마다 새롭게 배출되는 신인작가들이 수를 헤아릴 수 없을 만큼 급증하고 있는 현시점에서 본다면 ‘바람도 피워 본 사람이 잘 피운다.’는 속언처럼 역사가 깊은 문단이나 각종 문예지는 작가나 작품을 전혀 생각지 않고 세에 눌려 인정하는 일들이 비일비재하다고 하겠다. 이러한 질서에 따라 일부 몇몇의 문단출신들은 이미 등단한 기성작가임에도 불구하고 스스로 기성작가임을 말하기 꺼려하는 사례도 많이 볼 수 있는 안타까운 현실이라고 하겠다.
문학계에서 평판이 불량하게 난 문단이라 하더라도 문예지에 실린 작가들의 작품이 어느 정도 작품으로서의 역할을 한다면 좋을 것이나, 사실은 그렇지 못하다는 것이 더 큰 문제로 대두된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기류가 흐르는 것은 일부 몇몇의 문단들이 신인작가를 배출하는데 있어서 다분히 상업적으로 가고 있기 때문인 것이다. 응모한 작품의 작품성이 심사기준에 준하든 준하지 않던 등단부터 시키는 것이 문제인데, 이러한 문제가 제기되는 것은 앞서 말한 상업성이 작품보다 앞서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물론, 입격(入格)된 작품이라고 해서 모두 우수한 작품이라서 선정하는 것이 아니라, 응모작가의 개개인 별, 작품 별로 여러 편의 작품을 비교심사하여 향후 발전가능성이 보인다고 판단될 때 선점을 주어 응모한 작가를 입격(入格)시킨다고 봐야 할 것이다. 문단에 새롭게 입문하는 작가는 이 점을 관과(觀過)해서는 아니 될 것이다.
또한, 신인작가들이 등단 이후 발표하는 다수의 신작(新作)들을 보면 작품의 원작자의 문학적 자질을 심히 의심스럽게 하는 작품들을 자주 볼 수 있다고 하겠다. 등단작품이야 다수의 응모자 중에 나름대로 좋은 작품을 선정하여 당선을 시키는 것이니 좋을 수밖에 없지만, 신작(新作)으로 내 놓는 일부 작가들의 작품을 대하다 보면 “초등학교는 졸업했는가?” 싶을 정도로 여러 가지의 문법에 있어 현격히 뒤떨어지는 작품들이 생각보다 많이 보이는 것도 엄연한 사실이라는 것을 부정하지 못할 것이며, 신인이든 기성이든 문학 창작공부를 게으르게 해서는 장차 한국문단에서 문학 활동을 하는데 있어 운신(運身)의 폭이 좁아질 수밖에 없을 것이며, 작가 스스로 ‘나는 왜 시인이 되고, 수필가가 되고, 소설가가 되었는가?’ 또는 ‘나는 왜 공인이라고 하는 미명으로 내가 하고 싶은 말이나 행하고 싶은 행위에 제약(製藥)을 받음에도 작가이기를 바라는가?’ 하는 것을 심각하게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고 본다.
갈무리하면서 우리 한국문단과 한국문학은 과감하게 탈바꿈하여야 할 것이다. 문단에 처음으로 입문할 당시의 초심을 저버리고 선대들이 그러한 것처럼 문학계라는 틀 안에서 일신의 영달만을 꾀하는 이무기로 전락해서는 아니 될 것이며, 수도권에 소재한 역사가 깊고 저력이 있는 문단출신들만을 알아준다는 그릇된 생각에서 하루 빨리 벗어나야 할 것이다. 또한, 수도권만 한국문학의 메카라고 하는 시대는 이미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였다고 보아야할 것이다.
이제부터는 광역단체의 지역문학의 취약점을 극복하여 여러 장르에서 우리 한국문학의 다양한 향기를 맡을 수 있도록 기성문인은 물론이거니와 문단에 새로이 입문하는 신인작가들이 두 팔을 걷어붙이고 앞장 서야할 것이다. 수도권문학이니, 지역문학이니 하는 말초차도 문단에서 사라질 수 있도록 적어도 한국에서만이라도 문학통일을 이루어야 할 것이다. 물론, 문화사대주의(文化事大主義)가 ‘한국문단의 이질감’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 여러 가지를 생각해 볼 수 있겠으나, 한국문단과 문인들이 바로잡아야 할 것은 지방 ‘지역문학은 수도권 서울문학의 식민지’라는 불명예의 이질감과 문인들 간의 이질감에서 벗어나야 하지 않겠는가?
첫댓글 죽송시인님~ 광주 호남투데이 시상식 같다가 오늘 새벽 2시 넘어 왔어요. 이 글 좀 쉬었다가 읽을께요. 이해해 주세요. 아셨죠?
라헬님이 엄청 고생하셨겠구려.푹 쉬었는지 염려 됩니다.그리고 위의 글은 참 의미심장한 견해입니다. 저도 일찌기 시문단에 얼굴을 내밀었던 사람이나,그런 풍토인 줄 알고 아예 방향을 돌렸습니다. 문단 모임에서 괜히 헛기침하고 목소리 큰 자들이 있지만,정작 그들의 문학작품을 들여다보면 별 볼일 없다는 것입니다
시인은 시로써 말하고, 소설가는 소설작품으로 말할 줄 알아야 합니다.죽송 시인님, 귀한 글 잘 읽었습니다. 근데 글을 무단 복사할 수는 없군요. 스크렙하겠습니다. 건필하소서!
감사합니다. 기득권 세력이 힘차게 날개를 펴고 비상하려는 열린 가슴, 진보세력에 족쇄를 채우고 있습니다. 다른 것은 접고 우리 문학계가 점점 상업화 됨에 문학계 역시 장사꾼 소굴이 되고 있다는 현실이 안타깝습니다. 문학은 어떠한 재물로도 따질 수 없는 금보다 더 귀중한 것입니다.
이러한 문학을 일부 몰지각한 문단들이 돈으로 저울질을 하고 있으며, 당 문단의 충복이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물론 문인도 소속감이 있긴 하지만, 문인은 어떠한 소속에 구속되어서는 안 되며 어느 문단에서나 작품활동을 자유롭게 할 수 있어야 합니다. 또한,
당신들의 문단 출신이 아니라는 이유 하나로 타 문단 출신들을 멸시하거나 등안시 하는 사례도 종종 봅니다. 저는 요즘 문학계의 무소속을 생각해 보기도 합니다. 내가 소속된 문단은 모든 것이 다 옳고, 타 문단은 모든 것이 다 그르다는 론리 역시 잘 못된 시각입니다.
내가 소속되었던 아니 되었던 옳은 것은 옳고, 그른 것은 그르다고 말할 줄 아는 문인이어야 하리라 봅니다. 현재 우리 한국의 다수의 문단들이 썩고 있습니다. 어느 문단에서는 당신들의 문단출신 소속 문인이 타 문단에서 활동하는 것을 눈에 가시처럼 대하고 있기도 합니다.
이래서는 아니 되지요. 문인은 어디 어느 곳이든 자유롭게 활동할 권리가 있습니다. 당신들의 문단출신 소속 문인이 타 문단에 발을 들이는 것은, 그 문단에 어떠한 문제가 있기 때문이겠지요. 긴 글 읽어 주시고 공감 표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늘 평안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