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ㅡㅡㅡㅡㅡ 고기 굽는 연기 자욱한 술집에서, 술꾼들 왁자지껄한 틈에 섞여 혼자 술을 마시는 이유가 아내의 생일을 잊어버린 죄로 마시는 벌주라니.... 후회와 아쉬움과 그리움을 버무린 시인의 풍류랄까. 죽은 아내의 생일인 유월 어느 날, 술꾼 남편을 바라보는 아내의 그 익숙한 표정을 건너편에 앉혀두고 맥주 두병에 소주 한 병을 섞어 마셨다고 한다.
언제나 술 마실 기회를 만드는 술꾼들이 그저 술이 좋아서 마시는 건 아니다. 늘 같은 술이지만, 술잔과 마주하는 마음은 매번 다르다. 기쁨을 조금 더 오래 붙잡기 위해, 힘든 날 무거움을 내려놓기 위해, 아쉬움과 그리움을 달래기 위해 술을 마신다. 젊은 때는 취하려고 마시고, 나이가 들면 추억하려고 마신다. 술이 좋아서라기보다 사람이 좋아서, 사람이 좋아서라기보다 사람들과 함께한 시간이 좋아서일 것이다.
쉬운 것과 친근한 것은 다른 말이다. 긴 세월 타성에 젖어버린 노부부의 모습이 쓸쓸하면서도 한없이 편안하게 보이는 것도 삶의 애환을 함께 버무려 온 친근함 때문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