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희생한 환자와 가족, 방역관에 바치는 홍숙희 장편소설 『19열차』
항만의 도시 부산에서 태어나 교육대학 졸업 후 40여 년 동안 교사와 교감 등 교직생활을 하며 1980년대 중반부터 수필과 시, 소설 창작을 활발하게 한 홍숙희 작가가 고희(古稀)를 맞아 두 번째 장편소설 『19열차』를 출간했다.
2009년 출간했던 첫 번째 장편소설 『거무내미』(검은 물이 흐르는 골짜기)는 강원 태백 탄광촌에 의지했던 사람들의 삶과 애환을 그린 이야기였다. 이번에 선보이는 두 번째 장편소설 『19열차』는 2019년 말 중국 우한시에서 발생해 2년 가까운 현재까지도 변이를 거듭하며 전세계를 봉쇄하고 있는 코로나19로 죽어간 희생자를 위로하고 그 가족과 헌신적으로 봉사한 방역 담당자를 위로하는 마음으로 썼다고 한다.
『19열차』는 ‘코로나19 팬데믹’ 시대의 아픔을 깊이 있게 사색한 작품이다. 지구상 대부분의 나라가 불안과 초조의 심리적 공황상태에 놓인 상황 인식을 음압병동인 감염종합병실 ‘19열차’라는 가상공간을 상정하고 코로나19에 반응하는 여러 인간 유형의 대응양상을 통하여 인간의 삶과 우주의 관계를 조명해보고자 한 역작이라 할 것이다.
소설은 총 10개 역으로 구분되는 구성에서 역사 주변의 풍경과 역사적 사실, 구전설화 등의 폭넓은 섭력을 통해서 가족 간의 사랑, 의료진의 헌신적 봉사, 죽음에 임박한 인간적 고뇌, 투병생활을 통한 삶에 대한 애착 등이 파노라마처럼 전개된다.
서술방법에 있어서 작가는 현실세계와 영적세계의 교집합을 드러내면서 인간이 유추할 수 있는 최대의 영역까지 추구하는 대담함을 보이는데 즉 시적 이미지나 구전동요의 대담한 삽입 등의 방법을 통하여 단테의 『신곡』이나 괴테의 『파우스트』 같은 작품세계에 근접하고자 하는 의욕까지도 내보이고 있다.
『19열차』는 특히 사후세계와 연관되는 진시황의 ‘병마용’이나 이집트의 ‘람세스 2세의 미라’, 한국의 ‘처용설화’와 같은 고고학적 접근과 더불어 천주교의 미사나 불교의 천도제, 한국의 무속설화 등으로 이어지는 종교의식까지도 다층적으로 천착한다. 그리고 궁극적으로 죽음 직전에서 다시 살아나는 주인공의 삶처럼 백신의 개발과 더불어 새롭게 소생하는 인류의 미래를 긍정적으로 예견하는 사랑의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홍성암 문학박사(전 동덕여대 교수)는 “코로나19 팬데믹이라 불리는 세기적 위기의 상황에서 인류가 극복해야 할 과제를 진지하게 사색하고 그 해법을 모색하고자 심혈을 기울인 작가의 열정과 노고에 대해서 깊은 경의를 표한다”며 [19열차]의 출간을 축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