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차장에서 차를 대고 내리니 삽살개가 애교머리를 잔뜩 내리고 아무 생각없이 바라보다 카메라를 들이대니 머쓱한지 고개를 슬며시 돌린다. 일주문이라기 보다는 대문같은 문을 들어서니 문설주에 일체중생을 위해 밝힐 커다란 연등 하나 놓여져 있다. 경내에는 주저리 주저리 연등이 가로 세로 열을 지어 많은 이들의 염원을 담고 어둠이 내리면 무지한 중생들을 위해 온누리에 빛을 발할 것이다. 이 요사채는 최근에 주지스님의 노력으로 문화재청의 지원을 받아 지어졌다. 신라 천년의 고찰 운운하시며 배짱과 입심으로 신도들의 도움없이 국가의 지원으로 깔끔한 요사채 한 채를 받아내셨다고 한다. 신라 천년의 고찰답게 고색창연한 빛깔로 보란듯이 서 있는 대웅전. 보물 제834호로 지정되어 있으며, 전각 불단에서 묵서가 발견되어 조선 숙종 11년(1685년)에 중건한 것임을 알 수 있다고 한다. 법당 안에는 노보살님들께서 두손을 모으시고 테이프 소리에 맞춰 서가모니불을 정근하고 계신다. 귀퉁이에 좌복을 놓고 얼른 108배를 하고 법당 안 여기저기에 렌즈를 갖다대었다. 그런 나를 이상한듯이 바라보시기에 부끄러워 대충 담고서 나와버렸다. 세월속에 부르터고 갈라진 나무둥지, 깊게 주름진 얼굴이 밉기보다 더 아름답기만 한 것은, 함난한 세월을 보내고도 아무 내색 않으며 지금도 묵묵히 서 있음이다. 처마 밑에 여기저기에 벌이 둥지를 틀어 몇군데 흔적이 남아있다. 지금은 그네들도 어디로 떠났는지 빈 집만 덩그러니 주인을 기다린다. 5월의 꽃 아카시아가 지천에 피어나고 그 향기를 요란스레 뿜어대는데 벌들은 일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바느질의 흔적이 보이지 않게 시접처리를 잘 핸 옷감처럼 오밀조밀 짤 자여진 건축물. 단아하면서도 깔끔해 보여 멋스럽다. 법당 안의 단청의 일부이다. 많이 퇴색되어 안타깝다. 법당 안의 단청이다. 지나간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있다. 아래로 내려다 보시는 눈길이 예리해 보이셨다. 마치 게으름을 피우고 놀고있는 나를 질책하는 듯 하였다. 누구나 깨달으면 부처라고 하셨는데........ '나는 일찍이 한 마디 말도 하지 않았다'며 말씀 전하기보다는 마음 전하기를 위해 팔십 평생을 바치신 석가모니 부처님!!!!! 부처님 뒤 후불탱화는 부처님께서 인도의 영축산(靈鷲山)에서 법화경(法華經)을 설하시는 장면인 영산회상도. 대웅전 축담 아래에 피어있는 아름다운 꽃. 화단에는 이름모를 꽃들이 많이 피어있었다. 주지스님께서 꽃을 좋아하셔서 온갖 꽃을 다 심어 놓으셨다고 한다. 여기에 다 담을 수 없음이 아쉽기만하다. 삼성각으로 올라가는 사잇길이다. 바위 두 덩이 양쪽으로 비켜 나 앉아 운치있는 길을 만들고 있다. 그 바위 위로 덩굴이 탐스럽게 자라 바위를 다 덮어버렸다. 이끼와 덩굴이 적당히 어우러진 바위. 삼성각 중앙의 탱화이다. 탱화는 지식이 짧아서인지 참으로 구분하기가 어렵다. 책을 이리저리 뒤적여 보니 칠성도인 것 같은데..... 따져보면 머리에 해인듯한 것을 얹고 계시는 분이 일광보살일테고, 달인 듯한 것을 얹고 계시는 분이 월광보살일것 같다. 그러면 가운데 분은 치성광여래? 위에는 7여래, 아래에는 도교적 의미의 7원성군을 배열한 칠성탱화임에 틀림없는 것 같다. 깊은 산중의 백발이 무성한 신선(神仙) 할배! 자애롭게 보인다. 옆의 까치호랑이 아무리 으르릉거려도 하나도 무섭지 않다. 스님들의 텃밭에는 감자, 고추, 시금치, 돗나물, 깻잎 등 갖은 야채들이 탐스럽게 자라고 있다. 주지스님의 옷자락에는 흙이 마를 날이 없다고 하던데. 비닐하우스를 보니 가히 짐작이 간다. 텃밭 주위로 감나무 몇 그루가 여기 저기 나 있다. 갑자기 다가가 렌즈를 들이대어 놀랬는지 감꼬투리가 눈을 감아버렸다. 살구나무에는 살구가 제법 땡글땡글 열렸다. 스님께서 묵고 계시는 스님채이다. 돌담에는 덩굴이 흘러내리고 있고, 그 아래로는 작은 꽃밭이 있어 작약과 연산홍 등 이름모를 꽃들이 곱게 피어 객들을 기분좋게 맞이하였다. 이 녀석의 이름은 '짱'이다. 처음에는 무수리과였다면 지금은 귀빈이 된 셈이다. 전에 복천사에 계시던 비구스님의 무관심으로 신경질적이고 볼품이 없던 개였는데 진종스님의 따뜻한 보살핌으로 곱게 잘 자라 이제는 제법 귀티가 난다. 사랑은 이렇게 개도 변화시킨다. 뒤늦게 절에 맡겨진 찌야인데, 납작코라 못생겼지만 사랑을 받기위해 온갖 야지랑을 떨어서 귀염을 많이 받는다. 이곳 대비사에는 "꽝철이" 전설이 있다. 어느 해 가뭄이 들어 곡식이 시들고 있는데 상좌가 가꾸는 밭의 채소는 싱싱하였다. 이를 이상하게 여긴 주지는 자정이면 자리에서 사라지는 상좌를 지켜보니 밭에서 사람이 할 수 없는 행동을 하고있기에 어느 날 그 뒤를 몰래 따라 가보니 용으로 화하고 있어 놀란 주지는 인기척을 내고 말았다. 용은 그 날이 바로 하늘로 승천하는 날이었는데 주지로 인해 뜻을 이루지 못하고 꽝철이로 변하고 말았다. 분함을 감추지 못한 그는 하늘을 날아다니며 괴암들을 깨뜨려 주변에는 솟은 바위가 없어졌다고 하는데, 그때 꼬리로 내리친 바람에 저기 바위가 갈라졌다고 한다. 이때부터 꽝철이를 쫓기 위해 비가 오지 않으면 산에서 기우제(祈雨祭)를 지내게 되었다고 한다.(옮김) 코끼리 형상의 바위다. 지금은 숲으로 덮여 잘 구별이 안되나, 자세히 살펴보면 앞쪽에 코끼리 얼굴의 형상임을 알 수 있다. 마야부인 꿈속에 하얀 코끼리가 부인의 옆구리로 들어오는 꿈을 꾸신후 잉태하신 분이 바로 석가모니부처님이시다. 삼성각 오르다 뒤돌아보며 이 길은 부도밭으로 가는 길이다. 계곡 웅덩이의 맑은 물에는 소금쟁이들이 바삐 움직이며 그들만의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렌즈에 담았는데 어찌나 빠른지 다 달아나버리고 맑은 물만 휑하니 남았다. 처음에 입구에 줄지어 서 있는 부도들을 지금의 주지스님께서 숙원처럼 생각하시다 얼마 전에 여기 안온한 곳으로 옮겨놓고 마음을 편히 놓으셨다고 하신다. 어떤이들은 옮기기 전 이리저리 흩어져 있는 모습이 좋았다고도 하는데.... 11기의 고승대덕(高僧大德)들의 부도는 이곳의 역사를 전해주고 있다. 아침 요기를 대충했음인지 배가 고파 때를 앞질러 한 술 떴다. 비빔밥보다는 맨밥에 묵은 김치를 얹어서 먹으니 밥의 단 맛이 입안을 휘감는다. 부처님 관욕을 하는 모습이다. 이렇게 해서라도 업장소멸하여 맑고 향기롭게 살려는 우리네들...... 어머니의 옆구리를 뚫고 태어나신 왕자님은 손 가락 하나를 높게 들고 아장아장 동서남북으로 일곱걸음씩을 걸어다니시며 크게 외쳤다 한다. " 天上天下 唯我獨尊 !" (천상천하 유아독존 !) 하늘 위 하늘 아래, 오직 나 홀로 존엄하도다." 자아 존엄성을 선언하시며 이 땅에 오셨다. 우리 모두가 다 귀한 존재라는 것을 가르쳐주신 분! 게으름 피우지 말고 어서어서 마음을 닦아야할 터인데 그 마음속에는 온갖 망상이 다 들어 앉았으니 언제 다 비워내어 부처를 만날까? 주지스님은 제주도 분이시다. 고향 제주도에서 가지고 온 꽃이라는 데 이름은 모르겠다. 몽글몽글 맺힌 장미 봉오리들 이제 조금 있으면 그들도 바쁘리라. 고운 꽃을 앞다투어 피어내겠지. 신기하기도 하지만 꼭 손등 위에 난 사마귀처럼 입사귀 위에 혹같은 것이 돋아 나 있는 나무. 절 입구에서 환대를 해주던 불두화! 티없이 맑고 고운 모습으로 내 안에 각인되어 있음을 너는 모르리. 사람들이 북적대지 않는 어느 날에 다시 한번 이곳 대비사를 찾아서 나도 모르는 내 안의 모든 것을 밤새도록 쏟아내고 싶은 포근한 절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