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부터 1가구 2주택자에 대해서도 비거주 주택을 팔 경우 양도소득세를 실거래가 기준으로 부과한다는 '5.4 부동산대책'이 나온지 한 달 만에 수도권에서 아파트 급매물이 다량 쏟아지고 있다.
2주택 보유자들이 내년 법 시행에 앞서 투자 목적으로 사놓은 수도권 주택을 먼저 팔고 있
기 때문이다.
6일 부동산 중개업계에 따르면 경기도 하남 광주 오산 남양주 의정부 양주 김포 등 수도권 곳곳에서 아파트 급매물이 속출하면서 중개업소마다 매물이 쌓여가 고 있는 추세다. 반면 매수세는 뚝 끊겨 가격은 평형을 가리지 않고 일제히 하락세로 돌아섰다.
남양주의 S공인 관계자는 "5.4대책 이후 무조건 팔아달라는 급매물이 쌓이고 있다"면서 "하지만 지금 상황에서 아파트를 사겠다는 사람이 거의 없기 때문에 호 가가 평형별로 1000만원 안팎 떨어졌다"고 말했다.
하남시 덕풍동 O공인 P대표는 "싼 값에라도 팔아달라는 급매물이 5월 이후 크게 늘면서 매도 호가도 계속 떨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경기도 광주 초월읍 L공인 관계자도 "1,2년 전 입주한 새 아파트의 경우 거주 목적보다는 투자용이 많은데 양도세 실거래가 부과 방침 발표 이후 팔아달라는 고객들의 문의가 급증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들 지역의 중개업소 관계자들은 "급매물은 쌓여가고 있는데 매수 문의는 거의 전무해 자칫하다간 1,2개월 뒤 '매물 대란'이 일어날 수도 있다"고 입을 모았다.
부동산 정보업체인 부동산114 조사에서도 구리 하남 의정부 양주 김포 군포 포 천 등 수도권 대부분 지역의 아파트 값이 지난달부터 하락세로 반전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부동산 전문가들은 "2003년 1가구 3주택 소유자에 대한 양도세 중과세 방침 이후 정부 정책에 대해 반신반의하던 다주택 보유자들이 5.4대책까지 나오자 매물을 한꺼번에 쏟아내고 있다"면서 "이대로 가다간 서울 및 경기 일부 지역을 제외한 수도권에서 매물 급증에 따른 집값 급락 현상도 발생할 수 있다 "고 우려했다.
자료원:매일경제 2005. 6. 7
“투자목적으로 전세를 끼고 아파트를 구하려는 사람들이 완전히 사라졌다.매수자는 한 명도 없는데 팔아달라는 사람만 많으니 가격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경기도 하남시에 있는 부동산 중개업자의 말이다.정부가 내년부터 1가구 2주 택자가 살지 않던 집을 팔 때 양도소득세를 실거래가로 부과하겠다는 ‘5·4대 책’을 내놓은 뒤 한달 사이 수도권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는 현상이다.
특히 서 울 거주자들이 투자나 증여 목적으로 사뒀던 수도권 외곽지역의 아파트 값이 가파르게 떨어지고 있다.
○강남권 제외하면 모두 하락세
서울 강남. 서초. 송파. 강동구와 분당. 용인 등 일부를 제외한 수도권 전역과 서울 강북권의 아파트 값이 모두 하락세다.
서울 거주자들이 투자 목적으로 많이 구입한 것으로 알려진 경기도 남양주시 와부읍 일대 아파트 단지엔 '매도 물건'이 갈수록 쌓이고 있다.
덕소현대 23평형과 32평형의 매매가는 지난해 말보다 각각 2000만원 하락한 1억 4000만원과 2억원대다.
전셋값도 1000만원 안팎 동반 추락해 6500만~8000만원 선이다.
인근 W공인 관계자는 "급매물 중 상당수는 서울 거주 1가구 2주택자들이 양도세 부담을 걱정해 내놓은 것"이라고 말했다.
신도시 호재로 인기를 끌었던 김포 장기지구도 마찬가지다.
씨티부동산 관계자는 "투자 목적으로 이 일대 아파트를 샀던 서울. 일산 거주자가 30~40%
에 달한다"며 "이들 대부분은 현재 팔고 나갈 시점만 찾고 있다"고 전했다.
총 2300가구의 대단지인 전원마을 월드메르디앙 30평형은 1억5500만원 선으로 작년 말보다 2000만원 이상 빠졌다.
서울 강북권 출퇴근자들의 전.월세 수요가 많아 임대사업 비중이 높은 고양시 화정동 역시 5.4 대책의 직격탄을 맞고 있다.
화정동 부동산라이프 관계자는 "아파트 한 층마다 급매물이 한 개씩 끼어 있을 정도"라며 "전화 몇 통화면 1000만~2000만원은 그 자리에서 깎을 수 있다"고 전했다.
오산.평택 등 수도권 남부도 예외가 아니다.
평택 포승면 효자부동산 관계자는 "각종 호재가 많은 곳이다 보니 2000만~3000 만원씩 프리미엄을 주고 분양권을 산 사람이 많은데 지금은 대부분 손해를 보고 있다"고 말했다.
○수도권 집값 왜 떨어지나
수도권 집값이 일제히 하락세로 돌아선 것은 정부의 5.4 대책이 본격적으로 효과를 발휘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미 양도소득세를 실거래가로 부과하고 있는 서울 강남권을 제외하고 나머지 수도권 및 서울 강북지역 아파트가 타격을 입고 있다.
이른바 '집부자'들이 투자 가치가 상대적으로 작은 수도권 외곽지역 아파트부터 먼저 처분하고 있는 셈이다.
여기에다 △경기침체로 인한 무주택자들의 아파트 구매 능력 하락 △계절적 비수기 영향 △아파트값 추가 하락 전망 등도 수도권 집값을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분석되고 있다.
고준석 신한은행 부동산재테크팀장은 "세금 위주의 정부 정책이 앞으로도 바뀔 것 같지 않은 만큼 수도권이나 서울 강북 집값은 더욱 약세를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금융부실 우려도 커져
수도권 집값 하락이 가시화하면서 금융부실에 대한 우려도 함께 커지고 있다.
집값 하락에 담보 가치가 축소될 경우 대출을 끼고 구입한 서민 아파트들이 자칫 경매에 부쳐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서다.
이렇게 되면 서민들이 집을 담보로 은행에서 돈 빌리기가 더욱 힘들어져 서민생계도 위협받을 수 있다.
'강남-비(非)강남 거주자' 간 위화감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
황용천 해밀컨설팅 대표는 "정부가 강남 집값을 잡겠다고 내놓은 정책이 서민 집값만 잡고 있기 때문에 수도권이나 강북 거주자들은 허탈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앞으로 아파트시장이 긴 침체기로 빠져들면서 공급이 크게 위축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건설사들이 사업성 하락을 이유로 아파트 공급을 미룰 경우 집값이 언젠가는 또 다시 뛸 것이란 우려도 따라붙는다.
자료원:한국경제 2005. 6. 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