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9/어릴 적 친구들과 여수 여행(하)
둘째날 오후!
남해바다를 한 눈에 바라 볼 수 있는 여수의 새로운 랜드마크 예술랜드에 가기로 했다. 입구부터 다양한 조각품들이 눈길을 끈다. 입장료가 1만 5천이다. 좀 비싼 느낌이다.
여수 최대 테마형 3D 트릭아트 뮤지엄 입장은 생략하고 어느 미디어 공간에 들어갔다. 대형 스크린을 터치할 때마다 봄 여름 가을 겨울 사계절 풍경으로 화면이 바뀌는 것이 신기했다. 하지만 그것 외에는 그냥 건성 건성 보고 나온 것이 지금 생각하니 후회스럽긴하다.
다음 코스는 미디어 아트 조각 공원에 있는 마이다스 손. 여수의 아름다운 바다를 감상하며 소원을 기원하는 전망대이다. 마이다스 손을 보는 순간, 막내딸과 둘이 다낭 여행을 갔을 때 봤던 거대한 골든 브리지의 손(일명 다리 손)이 떠올랐다. 그때 그 규모에 비해 마이다스의 손 규모가 좀 작게 느껴졌다.
마이다스의 손 인증 샷 한 컷에 2시간 반을 기다리는 것은 보통이라고 한다. 카페에서 대기표를 받아 기다린다더니 우리는 평일이라 대기표 없이 몇 팀 기다리고는 한 컷을 찍을 수 있었다. 곳곳에 아기자기한 조각품이 너무 많아 인증샷 시간이 많이 소요된다.
여러 곳에 볼거리도 많았지만 에너지가 소진되어 대충보고 나온 것이 좀 아쉽긴하다.
셋째 날!
오늘은 순천만 국제 정원 박람회를 가기로 했다. 개막 반년 만에 우리나라 국민 6명중 1명꼴로 찾은 명소. 순천만 국제 정원 박람회 입구부터 관광버스에서 쏟아지는 인파를 보니 입이 떡 벌어질 지경이다. 우리는 경로우대라서 주민등록증을 제시하고 무료 입장했다.
주중인데도 노인들이 이름표를 달고 팻말을 든 안내자를 따라 수학여행 온 학생들처럼 줄을 서서 따라간다. 오랜만에 보는 생소한 풍경이다. 우리나라 부채 비율은 위험한 수준이라고 방송했지만 국민들은 즐기면서 잘 사는구나를 느꼈다.
특히 정원에 관심이 많은 나지만 도보로 돌아보기에는 넓어도 너무 넓어 관람열차를 타고 각 나라의 정원을 둘러보았다. 스피커로 정원 소개 말이 나오는데 5월에 녹음했는지 아름다운 장미가 한창이라는 멘트가 귀에 거슬린다. 계절에 맞게 업데이트를 했으면 더 좋았을텐데 말이다.
하지만 억만송이 국화 꽃 외에도 여러 가지 아름다운 꽃으로 가을의 정수를 만끽 할 수 있어 행복했다. 아침을 빵과 우유로 대충 먹어서인가. 점심은 로컬 푸드로 마음껏 먹을 수 있는 식당을 찾았다. 여러 가지 신선한 채소, 시장이 반찬이라 맛있게 먹은 점심 식사였다.
다시 정원을 둘러보는 시간이다. 끝없이 펼쳐진 다양한 꽃무리들 속에서 인생 샷 몇 컷 찍었다. 순천만 황금물결 갈대 습지를 둘러보고 집으로 가야하는데 힘들어서 모두들 용기를 못낸다. 우리가 벌써 노인 행세를 하는 현실이 서글프다. 이번 여행은 우리가 앞으로 얼마나 여행을 즐길 수 있을까를 절실히 느끼는 시간이었다.
그렇게 친구들과의 즐거운 여행을 끝내고 집으로 돌아올 시간. 김천에 사는 친구를 먼저 보내고, 남은 친구들과 KTX를 탔다. 친구들은 서울까지 가고 나는 중간 오송역에 내려 또 환승해야한다. 조금 여유로우면 좋을 것 같아 오송역에 도착해서 1시간 30분 후에 출발하는 제천행 무궁화호를 예매한 상황이었다.
저녁이나 먹고, 궁금한게 다 들어 있는 스마트폰이나 들여다보다보면 1시간 반쯤이야 금방 가겠지 했는데… 막상 여행이 끝나니 피로가 몰려와 빨리 집에 가고 싶단 생각만 들었다. 오송역에 도착하기 몇분 전에 마침 막내딸에게서 전화가 왔다.
오송역에서 한 시간 반을 기다릴 예정이라고 하니, 전화 끊고 기다리란다. 잠시 후, 오송역에서 19분 후에 출발하는 제천행 기차가 있으니, 그걸 타란다. 놓치면 원래 예매해둔 기차를 타면 되니 절대 뛰지는 말고 조심해서 타라며 차표를 예약해서 보냈다. 19분 안에 환승을 해야하는데, 오송역까지 5분이 지연되고 있는 상황.
환승하는 홈까지 청년은 3분, 캐리어 끌고 가는 노인은 5분. 인 선생 검색의 여왕 친구가 나를 위해 역무원에게 미리 문의해서 알고 있는 정보지만 마음이 급해 절대 뛰지 말라고 해도 캐리어를 끌고 뛰다시피했더니 5분이 채 안걸리고 환승 기차에 여유롭게 탑승할 수 있었다.
막내딸 덕분에 1시간 반을 단축해서 제천에 도착했다. 언제나 여행에서 돌아오는 나를 반갑게 맞이하는 것은 나의 반쪽 남편이다. 남편과 함께 집에 도착하니 어느덧 밤이다.
고단하긴 했지만 누워서 다시 생각해도 즐거운 시간이었다. 여행은 소유하지 않으면서도 너무나 많은 것을 보고 느끼고 누릴수 있는 기회인것 같다. 일상의 작은 위로와 활력이 되어 주는 것도 여행이다.
우리와 함께라면 행복하다면서 항상 운전해주는 김천 사는 친구가 있어서 우리는 보너스 같은 여행을 즐길 수 있었다. 친구들아! 내일을 알 수 없는 우리의 인생에서 앞으로 몇 년이나 행복한 여행을 즐길수 있을지는모르겠지만, 지금처럼 오래오래 함께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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