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왕산
헤치고
헤치고 들어가도
푸른 산
分け入っても分け入っても青い山
――― 다네다 산토카(種田山頭火, 1882~1940)
▶ 산행일시 : 2013년 5월 7일(화), 맑음, 박무
▶ 산행인원 : 혼자 감
▶ 산행시간 : 7시간 28분 (병풍산 쪽으로 길 헤맨 시간 31분 포함)
▶ 산행거리 : 도상 19.4㎞(병풍산 쪽으로 길 헤맨 거리 1.4㎞ 포함)
▶ 갈 때 : 동서울종합터미널에서 횡계 가는 첫차 타고(소요 2시간 28분, 요금 14,500 원),
횡계에서 택시 타고 들머리(용평콘도 앞 천문교)까지 감(미터기 요금 6,640원)
▶ 올 때 : 진부 신기교에서 택시 불러 진부버스터미널로 가서(요금 6,460원), 17시 10분
발 동서울 가는 버스 탐(요금 13,100원)
▶ 시간별 구간
06 : 32 - 동서울종합터미널 출발
09 : 10 - 용평콘도 앞 천문교
09 : 39 - 936m봉
09 : 48 - 974m봉, 알펜시아 동물농장 쥬시아
10 : 30 - 1,016m봉
11 : 00 - 용산(龍山, △1,027.5m)
11 : 32 - 930m봉
12 : 09 - 1,090m봉
12 : 22 - 1.078m봉
12 : 44 - 1.168m봉, 점심
13 : 41 - 매산(△1,238.1m)
13 : 58 - 1,219m봉
14 : 23 - 1.155m봉 직전 ┣자 갈림길 안부, 오른쪽은 병풍산으로 가는 길
15 : 12 - 1,004m봉
15 : 54 - 뒷덕산(△934m)
16 : 38 - 신기교(新基橋), 산행종료
16 : 52 - 진부버스터미널(동서울 출발 17 : 10)
1. 얼레지(Erythronium japonicum), 백합과의 여러해살이풀
▶ 용산(龍山, △1,027.5m)
무릇 매사에 시작이 중요하듯이 산행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늘 산행 들머리가 문제다. 천문교
건너자마자 붙으려는 오른쪽 산자락은 빌라 같은 용평콘도가 들어찼다. 이 콘도를 관통할 요
량으로 포장도로 따라 올라가는데 경비원이 막아서고, 자못 정중하게 몇 호를 가시려느냐고
묻는다. 이곳 콘도의 동호수 체계를 모르는 터라 변통하지 못하고 산에 간다고 하자, 내 너 그
럴 줄 알았다는 듯 바로 눈 내리깔고 이곳은 개인주택이라 들어갈 수 없다며 어서 꺼지라는
손짓한다.
돌아선다. 천변 산자락을 빙 돌아 낙엽송 숲 가시덤불이 깔린 생사면을 올려친다. 한 피치 되
게 올라 능선 마루에 이르고 콘도에서 오르는 뚜렷한 등산로와 만난다. 저절로 욕이 튀어나온
다. 이런 등산로를 놔두고 못 가게 막다니. 참, 급살(急煞)은 욕이 아니라고 했다. 요즘 세상에
급살보다 더한 복이 어디 있느냐고 한다.
길 좋다. 산책로로 닦은 길이다. 곳곳에 벤치와 휴지통도 놓아두었다. 금방 삼거리인 936m봉
이다. 이정표에 ‘스키장 정상 1.1㎞’라 하니 974m봉이 스키장 정상인가 보다. ‘알펜시아리조
트 스키장등산로 MAP’이 나오고, 등산로는 스키장 슬로프 옆으로 냈다. 시야가 트여 건너편
발왕산이 한눈에 들어온다. 그곳 슬로프에는 아직 눈이 남았다.
974m봉 정상은 ‘알펜시아 동물농장 쥬시아’이기도 하다. 양들과 거위들이 떼로 몰려다닌다.
동물농장으로 들어간 등산로는 왼쪽 슬로프 옆으로 약간 내리다가 능선으로 이어지는데, 나
는 그런 줄 모르고 스키장 철조망 밖으로 나와 잡목 성긴 사면을 애써 돌고, 등산로는 방향표
지판 앞세우고 스키장 철조망 암문으로 나온다.
산책로는 다시 시작된다. 낙엽송 숲이 울울창창하여 볼만하다. 등산로 방향표시판은 오른쪽
지능선으로 꺾이고 나는 직진한다. 등로가 사나워진다. 잡목과 가시덤불이 위세를 부린다. 왼
쪽 사면으로 흐릿한 소로가 보여 생각 없이 따랐다가 능선 마루와 점점 멀어져 화급히 오른
다. 가파름을 모아서 한꺼번에 오르는 셈이라 진땀난다.
993m봉에서 마루금 벗어나 왼쪽으로 250m쯤 떨어진 1,016m봉에 삼각점이 있는 것으로 오
인하였다(영진지도에는 삼각점이 표시되어 있다). 그 삼각점을 알현하고자 미리 사면을 길게
질러갔다. 선바위 돌아 슬랩 기고 나서 잰걸음하여 1,016m봉 정상에 올라 반경 10m를 뒤졌
으나 삼각점을 찾지 못했다.
993m봉 내리는 길은 산죽지대다. 야트막한 안부 지나 산죽지대를 벗어나고 두 피치 올라
1,022m봉이다. 용산 정상은 평탄하게 한참 가야 있다. 용산 정상은 덤불숲 두른 공터다. 삼각
점은 415 재설. ‘황병지맥, 용산 1,027.5m, 준.희’라는 표지판이 나뭇가지에 걸려 있다. 배낭
벗고 정상주로 탁주 독작한다.
2. 비치힐 콘도
3. 알펜시아 리조트
4. 알펜시아 스키장 위 등산로
5. 낙엽송 숲(Larix kaempferi), 일본입갈나무
6. 관중(貫衆, Dryopteris crassirhizoma), 면마과의 여러해살이풀
7. 두릅(Aralia elata), 두릅나뭇과의 낙엽 활엽 관목, 싹이 가장 많이 나온 것이 이 정도다
▶ 매산(△1,238.1m)
이제부터 등로 찾기가 까다롭다. 자칫하다가는 골로 간다. 곧장 남서진해야 하지만 등로 벗어
난 사면에는 잡목과 가시덤불이 무성하여 선뜻 덤벼들기 주저한다. 너무 일찍 방향 틀어 잡목
과 씨름하다 능선 마루로 복귀하기 두 차례. 에라, 용진하여 무덤이 나오고 노삼동 고랭지 밭
안부 살펴 내린다. 밭을 일직선으로 내리고 오른다면 거리와 시간을 단축할 수 있겠는데 안부
께 밭에서 일하는 주민들이 있어 그러지 못하고 밭두렁으로 돌고 돌아서 내리고 오른다.
계분 냄새가 진동하는 고랭지 밭이다. 그물 넘어 고랭지 밭을 벗어나고 930m봉. 형극의 길,
오지다. 스틱 치켜들고 남동진하다 방향 틀어 남서진하여 내리니 움푹한 산속 너른 고랭지 밭
이 나온다. 밭 주위에 산짐승들의 내습을 막고자 전기가 통하는 철사를 둘러쳤다. 모르고 건
드려 허벅지에 짜릿한 전기 맛을 보았다.
오지는 끝났다. 드물기는 하지만 ‘산새들의 합창’ 산행표지기와 함께 간다. 근 20분 도리로 봉
봉을 넘는다. 면계(진부면과 대관령면)인 1,168m봉에 오르고 휴식 겸해 점심밥 먹는다. 날이
더워 입맛이 쓰다. 물 말아 어찌하든 넘긴다. 1,168m봉 정상은 산죽 숲으로 멧돼지의 보금자
리가 있다. 산죽 숲 누벼 인적 찾는다.
내가 걷는 길이 백석의 『쓸쓸한길』이다.
거적장사하나 山뒤ㅅ녚비탈을올은다
아―딸으는사람도없시 쓸쓸한 쓸쓸한길이다
山가마귀만 울며날고
(…)
굳이 1,186m봉을 오르지 않고 오른쪽 산허리로 돌아 넘는다. 지난 토요일 오지산행도 이 길
을 나처럼 갔음에 틀림없다. 매산 오르는 가파른 길이 온통 화원이다. 산상화원이다. 발 디딜
틈 없는 화원이다. 박새도 화초 노릇한다. 노루귀, 바람꽃, 산괭이눈, 현호색, 얼레지, 제비꽃,
복수초 ……. 엎드려 눈 맞추려 무릎 다 까진다.
너른 풀숲 속 흉물스런 산불감시망루를 지나고 등로 오른쪽으로 살짝 비켜 삼각점이 있다.
304 재설, 77.9 건설부. 매산 정상 표지석은 좀 더 가야 있다. 진부면장이란 직함으로 세웠다.
8. 고랭지 밭, 오른쪽 멀리가 매산이다
9. 용산 내리는 길
10. 용산
11. 노루귀(Hepatica asiatica), 미나리아재빗과의 여러해살이풀, 꽃이 진 다음 세 갈래로 나오
는 잎이 각각 노루귀를 닮았다
12. 얼레지
13. 곰취(Ligularia fischeri), 국화과의 여러해살이풀
▶ 뒷덕산(△934m)
매산 벗어나 진부면으로 든다. 병풍산과 매산을 잇는 이정표가 자주 보인다. 병풍산이 어디에
있는지 알지 못한다. 송정리 뒤 능선의 1,000m봉일 것이라고 짐작할 뿐이다. 당분간은 병풍
산 가는 길이기도 하다. 1,155m봉 오르기 전 야트막한 안부다. 인적은 직진에는 뜸하고 오른
쪽으로 분명하다. 이정표는 오른쪽으로 병풍산 1.4㎞를 안내한다.
그리로 간다. 등로는 사면 돌아 엷은 마루금 잡더니 쭉쭉 내린다. 특고압(154,000볼트) 송전
탑을 지나고 뚝뚝 떨어진다. 이 길이 맞는가? 나침반을 확인하자 북서진하고 있는 것이 아닌
가. 도저히 나올 수 없는 방향이다. 잘못 내려왔다. 뒷덕산 가는 길은 남서진해야 한다. 뒤돌
아선다. 다시 1,155m봉 오르는 길이 팍팍하다. 우세스럽고 쪽 팔리는 일이라 산행기에서 이
부분을 감추려고 했다. 빈 시간은 잤다고 하면 될 테고.
뒷덕산이 산색이 다를 정도로 멀다. 송전탑 지나 1,004m봉. 안부가 곧 나올 듯하면서도 세 차
례나 뒤로 무르다 바닥 친다. 뒷덕산 오르는 사면은 넙데데하고 완만하다. 종착지가 가깝다는
생각은 힘들게 오르게 한다. 어느 해 봄날 뒷덕산 오를 때 더덕 대물로 재미 보았던 일을 상기
하고 그 재미 어게인을 노렸으나 빈 눈이다.
뒷덕산 정상은 그때처럼 풀숲이다. 삼각점은 도암 441, 2005 재설. 낡은 표지판이 간신히 나
뭇가지에 걸려 있다. 어디로 내릴까? 시간이 넉넉하니 길게 내리자. 평원 내려 남서진한다.
812m봉 넘고 지나기 고약한 간벌지대다. 소나무 숲 가파른 내리막을 쏟아져 내린다. 소나무
낙엽에 몇 번이나 미끄러졌지만 내 날래기 망정이라 한 번도 구르지는 않았다.
산판 임도와 만나고 야산 더 가느니 임도 따라 동면안으로 내린다. 신기교. 진부 택시 부른다.
14. 노루귀, 매산 지나서도 화원은 계속된다
15. 노루귀
16. 신기계곡 건너 두타산
17. 동면안으로 내리는 길
18. 신기교 주변, 왼쪽 아래로 신기교가 보인다
첫댓글 대단하신 드류님~~
어떻게 시간까지 맞춰가며 그대로 다녀오셨네요^^
전날은 겨우 눈만 올라왔던 두룹이 하룻사이에 꽤 많이 올라왔네요
나중에 땜방을 어떻게 하실까 했는데, 바로 다녀오셨군요........
스키장 철조망 밖으로 나와 잡목 성긴 사면을 애써 돌고, 등산로는
방향표지판 앞세우고 스키장 철조망 암문으로 나온다.==>저희도 그랬슴다.
그런 것 보실틈 있었겠어여? 혼자 첩첩산중이 월매나 무서운데..ㅎ
分け入っても分け入っても青い山
딱 맞는 표현이네요...
고생하셨습니다...형님...
글을 읽기 전에는 저희하고 같이 간 걸로 착각했습니다... 거시기 자국은 좀 보셨나요? ㅎㅎㅎ
못보셨다하셨군요... ㅎㅎㅎ
아무튼 대단하십니다 형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