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21일 일요일, 맑음. 혼자 숙소에 남아 한국 전쟁에 얽힌 책을 읽다.
딴 식구들은 어제 다시 가서 보려던 요세미티 폭포 구경을 오늘에 바꾸어 갔으나, 나는 숙소에서 개를 데리고 앉아서 책을 좀 읽었다. 그 곳에는 개를 데리고 가면 입장이 되지 않는다고 하는데, 이전에도 한번 가 본 일도 있고 또 그저께 지나오면서 보니 그쪽으로 다시 넘어가는 길이 너무나 험준하여, 차를 타고서 가고 싶은 생각이 별로 없어졌다. 그러나 사위는 아직 가본 일이 없다고 해서, 내가 개를 보아주겠다고 하였더니 좋아하면서 차를 몰고 다시 넘어 갔다가 왔다. 집사람도 같이 갔다가 오더니 역시 구경은 좋았으나, 이전에 비하여 폭포수 수량이 많이 줄었더라고 하며, 어제부터 고산증 같은 증세가 좀 나타난다고 하였다. 지금 우리가 묵고 있는 숙소의 해발고도가 이미 백두산 높이 보다가도 더 높으니 그럴 수도 있을 것이다.
몇 일전에 딸이 사둔 영어로 된, 경직화한 김일성 체제와 한 탈북한 전투 비행사 노금석에 관한 이야기를 좀 더 읽어 보면서, 모르던 이야기도 많이 알게 되었지만, 참 가슴 아픈 이야기도 많이 보게 되었다. 전쟁 중에 북한의 전 인구의 20%를 폭사시킬가는성이 있는 무서운 목포를 가지고 모든 마을을 예외 없이 폭격하였다니...아무리 성능이 탁월한 최신형 소련제 미그 비행기로 싸운다고 해도 결국은 자신도 언젠가는 미군의 전투기에 이겨내지 못하고 죽음을 당할 게라는 예감에서 탈출을 감행하게 되었는데, 당초에 미그기 한 대에 10만 불이라는 현상금이 걸려있다는 사실도 몰랐다는 것이다.
6월 22일 월요일, 다시 타호 호수Lake Tahoe로
사흘 동안 머물던 맘모스 스키촌의 숙사를 떠나서 북쪽방향으로 온 낮을 달려서, 역시 30년 전에도 한번 지나가면서 들려 보았던 Lake Tahoe가 있는 르노Reno라는 도시 언저리에 왔다.
중간에 몇 개의 호수와 높고 낮은 산을 넘었는데, 모노 호수Mono Lake라는 소금 물 호수는 북위 38도에 위치한다고 한다. 이 호수 공원에서 20년간 공원 지킴이Ranger 일을 하였다는 사람 내외David Carle & Janet Carle가 온 세계의 38선을 따라가면서 여행을 하고서 “38선 여행, 세계의 물 길을 찾아서Traveling the 38th Parallel, a Water Line Around the World라는 책을 2년 전에 가주대학 출판부에서 낸 것이 제목부터 눈에 띄어, 오전에 관광 매점에서 한 권을 사서 틈틈이 대강 살펴보았다.
내용인즉, L.A.시에서 이 일대의 물을 끌어가려는 것을 생태가 파괴될 것을 걱정하여 반대하다가 보니, 비슷한 위도에 위치한 한국의 38선의 비무장지대의 환경보전에도 관심이 깊어 한국을 방문하여, 임진강, 한강 하구와 비무장 지대 일대를 둘러보고 한국의 환경운동가들도 만나고, 이명박정부의 4대강 개발사업도 둘러보고서 강 바닥을 마구 파 큰 산 봉우리처럼 쌓아둔 것을 보고 놀라고, 내친 김에 중국의 비슷한 위도의 황하 상류 도시 인 난주蘭州, 중동의 티그리스강, 우프러테스강 유역들, 희랍의 아테네, 미국의 센프란시스코 등등을 두루 찾아다니면서 물 문제를 중심으로 살펴본 여행담을 모은 책이다.
몇일 전에 쌘프란씨스코 일대를 지나면서, 어쩌면 이 일대가 그리스의 아태네와도 비슷하게 잔디조차 다 노랗게 타버릴 정도로 땅이 건조하구나 싶은 생각을 하였더니, 그 두 곳의 위도가 비슷하다니 재미가 있는 이야기이다. 그러나, 이 책의 관찰을 보면 한국은 밀집한 인구 밀도에 비추어 보면 강물이 상당히 많은 나라라서, 일부러 큰 댐을 막고, 물길을 파내는 대형 수리공사를 자꾸 할 필요가 없는 나라로 보인다는 것이다.
“자연은 인간을 치유할 수 있지만, 인간이 자연을 치유하기는 힘든다”는 말이 이 저자가 좋아하는 경구다. 20세계 전쟁사에서도 인간들이 가장 추하게 싸우다가 어쩔 수 없이 서로 포기하여둔 땅이 결국은 “인간도 되살려 낼 수 있는” 부러운 땅이 되듯이, 이 38선을 따라 가면서 온 누리의 문화가 다시 꽃 피는 날이 오기를 이 책의 저자와 함께 바라고 싶다.
이러한 반 사막화된 척박한 산골에서도, 온세계의 환경 문제를 걱정하는 이러한 식견이 높은 환경운동가가 살고 있다니 놀랍다. 더구나 이러한 산골의 관광 매점에서 이런 좋은 책도 많이 보이니, 이런 점으로 볼 때는 이 나라가 역시 문명 대국이라고 할 수 있다.
첫댓글 건강하게 여행을 하시는 것 같아 기쁩니다.
제가 4대강 보를 두 곳 보았었는데 흐르는 강물을 왜 이렇게 막아야했는지 답답함을 넘어 화가 났습니다. 그건 자연에 대한 범죄라고 생각했습니다. 물은 기본적으로 흐르게 두어야 하는 것이 아닐까요?
건강하신 모습 느낄 수 있어 반갑습니다.
선생님!
덕분에 하고 싶었던 로키산맥 종주를 덕분에 앉아서 편히 하고 있습니다.
고맙습니다.
전 자전거로 여행하고 싶었거든요. 남미까지~~
38선 여행 세계의 물길을 찾아서란 책이 궁금해 지네요.
규제하지 않고 권위적인 사고를 제하면
우리에게도 말랑말랑한 아이디어가 많이 나올텐데요.
전 mb 덕분에(?) 4대강과 북한강, 섬진강까지 자전거로 다녔지만,
갖힌 물길을 보며 답답한 마음이 많았습니다.
보잘 것 없는 글을 읽어주시니 고맙습니다. 이 곳도 환경문제는 점점 더 열악하여 지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가믐이 오래 계속되어 호수 마다 수위가 현저하게 줄어들고, 근년에 산불이 많아졌다는데 네바다의 사막과 연접하여 원래 건조하기로 유명한 이 북가주 동쪽지역지역에 화마가 잦은 것을 눈으로 확인할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