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靑松 건강칼럼 (516)... 정크푸드 vs 수제 햄버거
박명윤(보건학박사, 한국보건영양연구소 이사장)
햄버거(hamburger) 이야기
쓰레기라는 뜻의 영어 단어 ‘정크(junk)’가 음식을 뜻하는 ‘푸드(food)’와 결합되어 ‘정크푸드’라는 말이 생길 정도로 햄버거는 정크푸드(junk food)의 대명사로 통한다. 햄버거(hamburger)는 쇠고기를 갈아 납작하게 만든 패티(patty)를 그릴이나 직화(直火)로 구워 빵 사이에 끼워 먹는 샌드위치의 일종이다.
햄버거는 개인 취향에 따라 양상추, 토마토, 양파, 치즈, 피클 등을 빵 사이에 함께 끼워 넣고 토마토케첩, 마요네즈, 머스터드 등의 소스를 바르기도 한다. 햄버거는 감자튀김, 탄산음료를 곁들여 먹는 미국의 대표적인 패스트푸드(fast food)이다.
햄버거의 시작은 10세기 초 동양 몽골족들이 즐겨 먹던 ‘말안장 스테이크’였다고 한다. 즉 말을 달리며 유목생활을 하는 유목민(遊牧民)들은 건조식품에 대한 선호도가 높았다. 몽골인들은 말고기를 말의 안장과 등 사이에 집어넣어 육질이 부드러워지면 먹었다. 12세기 몽골제국을 건설한 칭기즈칸(Chingiz Khan, 1162-1227)은 정복전쟁 과정에서 헝가리와 동유럽에 ‘말안장 스테이크’가 전파되어 ‘타타르 스테이크(Tartar Steak)’가 탄생했다.
타타르 스테이크는 동구 유럽을 넘어 12세기 영국에서 활동 중이던 독일과 플란다스(Flanders) 출신의 상인들이 동구 유럽과의 교역 중 이를 수입했다. 그러나 이들은 타타르 스테이크를 익혀 먹기 시작했다. 영국의 헨리 3세는 영국에서 활동 중이던 독일과 플란다스 상인들이 하나의 상인 세력으로 합치는 것을 허락하여 한자동맹(Hanseatic League)이 탄생했다.
한자동맹의 상인들은 북해 상권을 유지 확장하려면 항구(港口)가 필요하여 자신들의 주요 거점으로 독일 북부 함부르크(Hamburg)를 선택했으며, 타타르 스테이크도 자연스럽게 함부르크 상류층의 인기 음식이 되었다. 타타르 스테이크의 기본은 고기를 두들기는 것이었으나, 아예 고기를 갈아서 ‘함부르크 스테이크’를 만들었으며 사람들은 새로운 요리에 열광했다.
19세기에 ‘함부르크에서 만드는 불에 구운 스테이크 요리’라는 뜻으로 햄버거(hamburger)라는 단어가 등장했다. 1848년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금광(金鑛)이 발견되어 ‘골드러시(gold rush)’가 시작되었으며 항구 도시 함부르크에 독일의 이민자들이 몰려 미국으로 건너가면서 햄버거도 미국으로 전파됐다. 햄버거가 대박이 터지게 된 계기는 1904년 미국 세인트루이스 박람회장이다.
박람회장에서 손님들의 음식 재촉에 둥근 빵에 끼워 핫샌드위치(hot sandwich)를 만든 것이 햄버거의 탄생이었다. 세인트루이스 박람회를 통해 햄버거는 미국인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심어주어 이후 햄버거는 레스토랑의 기본 메뉴가 되었다. 또한 맥도널드와 같은 프랜차이즈(franchise) 업체들이 나오면서 햄버거는 미국은 물론 전 세계로 퍼져 나가게 되었다.
1929년 미국 대공황이 시작되고도 햄버거의 수요는 줄지 않았으나, 제2차 세계대전(World War II, 1939-1945)으로 노동력을 제공하던 젊은이들이 참전(參戰)을 위해 일자리를 떠났고, 소고기 공급도 제한되어 햄버거 시장이 위축되었다. 전쟁이 끝나고 1950년대에 접어들고 나서야 햄버거는 중소도시 개발과 함께 지역 곳곳으로 확산되었으며, 세계적 패스트푸드 체인으로 성장한 맥도날드(McDonald)와 버거킹(Burger King)의 역할도 컸다.
우리나라는 1950년 북한의 6ㆍ25남침전쟁 때 한국에 파병된 미군들이 미국식 햄버거를 먹게 된 것이 시초였다. 패스트푸드가 없었던 국내에서 1979년 롯데리아 1호점이 서울 소공동에서 개점하여 햄버거 시장을 열었으며 불고기 버거가 당시 대표 메뉴였다. 1980년부터 미국식 햄버거 전문점들이 몰려왔다. 현재 우리나라의 3대 패스트푸드 업체는 롯데리아, 맥도날드, 버거킹 등이다.
2004년 11월에 개봉된 영화 <슈퍼 사이즈 미>의 광고 문구는 “인류의 건강을 위해 햄버거만 먹었다!”로 시작하여 “다큐멘터리 영화사상 최고 난이도의 스턴트를 선보인 한 남자의 원맨 패스트푸드 쇼”라고 말을 잇는다. 즉 세계 인류의 건강과 행복을 위해 30일간의 흥미진진하고 겁 없는 인체실험(人體實驗)을 실시하였다.
<Super Size Me>는 모건 스퍼록(Morgan Spurlock)이 제작, 연출, 각본, 주연을 맡은 다큐멘터리 영화이다. 이 영화는 2003년 2월 한 달 동안 감독 자신이 맥도날드(McDonald's)에서 모든 식사를 했으며, 빅맥 그리고 프렌치프라이, 탄산음료 등이 주식(主食)이었다. 패스트푸드에 함유되어 있는 주요 영양소는 한 끼에 열량 909kcal(빅맥 590, 프렌치프라이 209, 콜라 110), 지방 44g, 포화지방 13g, 콜레스테롤 85mg, 나트륨 1215mg 등이다.
스퍼록 감독은 맥도널드 음식만 먹으면서 변해가는 자신의 몸을 관찰한 내용을 영화에 담았으며, 의사들은 그의 신체, 정신의 변화를 관찰하면서 ‘패스트 푸드’의 악영향을 설명한다. 2003년 이 실험을 진행할 때 스퍼록의 나이는 32세였으며, 키 188cm, 몸무게 84.1kg으로 아주 건강했다. 실험이 시작되고 30일 후 그의 체중은 11.1kg 증가하고 콜레스테롤 수치와 혈압이 높아졌다. 우울증, 성기능 장애, 간질환 등을 겪었다. 그는 증가한 체중을 다시 줄이는 데 14개월을 소요했다.
이 영화는 미국 사회 전역에 급격히 증가하는 비만(肥滿)에 일침을 가하기 위해 만들었다. 미국인 사망원인 중에 흡연(吸煙) 다음이 비만이며 연간 40만 명 이상이 비만과 관련된 질병을 앓고 있다. 모건 스퍼록 감독은 이 영화를 통해 관객들에게 패스트푸드가 왜 나쁜 음식인지를 알렸으며, 아울러 식생활 개선의 필요성을 알렸다. 영화 <슈퍼 사이즈 미> 개봉 당시 사람들은 이 영화를 통해 햄버거에 대한 인체 위해성(危害性)을 확인한 바 있다. 또한 웰빙 열풍까지 불면서 햄버거는 건강한 삶에 대한 적(敵)으로 인식되었다.
햄버거에 함유되어 있는 주요 영양소(per 100g edible portion)는 다음과 같다. <보통 햄버거(regular hamburger)/치즈버거(cheese burger)> 에너지 229kcal/305kcal, 수분 51.8/38.7g, 단백질 11.3/15.1g, 지질 9.8/13.9g, 회분 1.7/2.4g, 탄수화물 25.4/29.9g, 섬유소 0.3/-g, 칼슘 17/191mg, 인 104/159mg, 철 4.6/2.7mg, 나트륨 498/589mg, 칼륨 203/190mg, 비타민A 21/-RE, 비타민B1 0.11/0.26mg, 비타민B2 0.06/0.30mg, 나이아신 1.8/4.6mg, 비타민C 2/0mg. (식품성분표, 농촌진흥청)
에릭 슐로서(Eric Schlosser)와 찰스 윌슨(Charles Wilson)이 함께 저술한 <맛있는 햄버거의 무서운 이야기>는 패스트푸드의 진실에 대하여 정리한 책으로 햄버거와 감자튀김, 프라이드치킨 등 패스트푸드에 관한 비판과 설명을 담은 것으로 패스트푸드가 어디서 생기고 누가 만들었으며 무엇이 들어있는지, 먹으면 어떤 일들이 일어나는가에 관하여 기술하고 있다.
패스트푸드 회사들이 숨기고 있는 진실과 패스트푸드 산업이 낳은 사회적 폐해와 세계적으로 획일화 되어 가는 음식산업과 아동과 청소년의 비만율 증가원인 등에 관하여 낱낱이 풀어가며 패스트푸드에 대하여 신랄하게 비판한다. 저자 슐로서는 1959년 뉴욕 출생으로 잡지 뉴요커와 애틀랜틱 등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저널리스트이며, 윌슨은 뉴욕타임스 매거진과 뉴요커 잡지사에서 근무했다.
미국인 4명 중에 한 명이 매일 패스트푸드 음식점을 찾고 있으며, 맥도날드는 미국의 패스트푸드 시장의 43%를 장악하고 있다. 전 세계에서 가장 널리 알려진 햄버거 체인점인 맥도날드는 1940년 바비큐 식당으로 외식업에 뛰어든 리처드와 모리스 맥도날드(Richard and Maurice McDonald) 형제가 1948년 효율적인 생산라인을 갖춘 햄버거 가게를 시작한 것이 시초이다.
미국 최대 식품 시장은 햄버거(hamburger) 시장이며, 2014년 기준 시장 규모는 733억달러(약 80조786억원)로 2위인 피자(pizza) 시장의 2배다. 맥도날드는 세계 100여 개국에 3만 5천여 개의 매장을 운영하고 있으며, 메일 전 세계 4600만 명 이상이 맥도날드 제품을 먹고 있다. 영국 이코노미스트(Economist)가 제안한 빅맥지수(Big Mac Index)는 각국의 구매력 평가를 비교하는 지표로도 이용되고 있다.
빠르고 간편하게 먹을 수 있는 패스트푸드(fast food)이지만, 건강에는 좋지 않다는 인식이 강했던 햄버거가 최근에는 ‘수제(手製) 햄버거’ 열풍과 함께 슬로푸드(slow food) 웰빙푸드 등 최신 유행의 건강식으로 변신을 꾀하고 있다.
최근 미국의 3대 수제(handmade) 햄버거로 꼽히는 Shake Shack Burger, In-N-Out Burger, Five Guys Burger 중 ‘쉐이크 쉑’의 한국 1호점 ‘Shake Shack Gangnam’이 서울 강남대로에 지난 7월 22일에 문을 열었으며, 젊은이들이 이 햄버거를 먹기 위해 찜통더위 속에서 긴 행렬을 이루어 1-2시간 기다리기도 했다고 한다. 강남점은 문을 연 후 4주 동안 8만4000여개의 햄버거 제품을 판매하여, 하루 평균 3000개가 팔려나간 셈이다.
‘쉐이크쉑’은 미국 요식업계 황태자인 대니 마이어(Danny Meyer) 유니언스퀘어 호스피탈리티 그룹(USHG) 회장이 개발한 브랜드다. 쉐이크쉑은 뉴욕 메디슨스퀘어공원 복구기금 마련을 돕고자 시작한 USHG의 여름 이벤트에서 우연히 시작되었다고 한다. 많은 사람들이 택시 모양으로 설치미술처럼 만든 푸드 카트 앞에 길게 줄을 설 정도로 인기를 끌면서 2004년 카트를 철수하고 핫도그와 햄버거, 밀크세이크 등을 파는 공원 내 매점을 열었다. 이 작은 매점이 현재 전 세계 13개국 98개 매장을 운영 중인 쉐이크쉑(쉑쉑) 햄버거의 시작이다.
2000년대 초반 햄버거 패스트푸드 산업이 사양길로 접어들었던 것은 질 나쁜 재료로 성의 없게 만든 패스트푸드의 인기가 시들해진 것이라고 인식했다. 이에 ‘쉐이크쉑’은 햄버거 패티는 항생제와 호르몬제를 사용하지 않은 고급 소고기를 매일 갈아서 사용했다. 햄버거 빵(번)은 전분을 넣어 쫄깃하게 만들고, 양상추 양파 토마토 오이 등 채소는 신선하게 유지했다. 조리는 주문 즉시 이뤄지기 때문에 고급 햄버거에 사람들이 열광하게 되었다.
쉐이크쉑 명칭은 판잣집(shack)에서 밀크셰이크(shake)를 판다는 뜻이다. 쉐이크쉑은 프리미엄 식재료를 사용한 클래식 아메리칸 스타일의 메뉴를 제공한다. 우리나라 SPC그룹의 파리크라상이 도입한 ‘쉑쉑 버거’의 판매 가격은 6900원(싱글 버거 기준)이며, 미국과 일본에서는 6500-7900원에 판매되고 있다.
서울 홍익대, 이태원 등 특정 지역의 맛집에 가야만 먹을 수 있던 수제버거가 대형 프랜차이즈로 확대되면서 수제버거 시장이 활기를 띠고 있다. 맥도날드가 지난해 8월 재료를 선택해 주문할 수 있는 ‘시그니처 버거’를 출시하여 ‘빅맥’으로 대표되는 패스트푸드 브랜드가 수제버거를 파격적으로 선보였다. 롯데리아도 지난달 ‘아재(AZ)버거’를 선보이며 수제버거 시장에 합류했다. 업계에서는 쉐이크쉑이 한국에서 론칭하면서 수제버거에 대한 고객들의 관심이 더욱 높아졌으며, 전반적으로 수제버거 시장이 확대되는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패스트푸드는 영양 섭취의 불균형을 초래하고 열량, 지방, 나트륨 함량이 높아 비만, 심장병, 고혈압, 당뇨 등을 일으킬 수 있으므로 주의하여야 한다. 소금의 과잉 섭취는 고혈압을 비롯한 순환기계 질병의 주요 원인이므로 음식은 싱겁게 먹어야 한다. 한국인에게 총 칼로리 중 당질:단백질:지질의 비율은 55-65%:15-20%:20-25%를 권장하고 있다. 당질과 단백질은 각각 1g당 4kcal, 지질은 9kcal를 낸다.
올바른 식생활이란 신체리듬에 맞춰 제때에 규칙적으로 하는 균형 잡힌 식사를 가족과 함께 즐겁게 먹는 것이다. 균형 잡힌 식사를 하려면 다양한 식품을 선택해 부족한 영양소가 없도록 해야 한다. 그리고 자신의 활동량에 맞게 하루에 필요한 적정한 열량을 섭취하여야 비만과 성인병을 예방할 수 있다.
글/ 靑松 朴明潤(서울대학교 保健學博士會 고문, 대한보건협회 자문위원, 아시아記者協會 The AsiaN 논설위원) <청송건강칼럼(516). 2016.8.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