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린 날의 반구정과 마장호수 유람
미세먼지 나쁨에 비 올 것 같은 날이었다.
예정된 약속의 날, 빛을 얻을 수 없음에도
빛의 예술 대신 기록의 출사 카메라를 멨다.
경기도 파주 문산으로 자유로를 통과한다.
임진강을 감도는 절벽 위 정자 하나 외롭다.
지금은 갈매기도 파란하늘 흰구름도 없다.
흐릿한 인생의 황혼이 강물을 적시고 있다.
사람의 온기와 그림자도 느끼지 못한 채
관직 떠난 시름을 갈매기 더불어 달래었을
조선 세종때 청백리 황희 정승의 '반구정'.
넘지 못할 철망의 선 너머가 북녘땅이다.
고기를 세월을 낚을까 초조한 작은 배 하나
강물 속 송전탑까지 아픔을 모두 담아왔다.
담장 하나 사이에 두고 호사스러운 음식점
'반구정 나루터' 의 장어구이, 메기매운탕이
세조때 권세가 한명회의 '압구정' 을 보는듯
부드럽고 고소한 식감에도 내심 미안했다.
우아한 커피여야 향기롭다는 여자들 심리.
마장호수 꽃정원 '오랑제리' 의 아메리카노.
'오렌지 키우듯' 이란 이태리말이 향긋하다.
야자식물, 오색꽃, 엔젤 트럼펫 꽃이 반긴다.
작은 고양이 안고 있는 여인상이 애잔하다.
이태리 '빠네제빵소' 유명한 마늘빵을 사고
유유히흐르는 마장호수 출렁다리를 건넜다.
사오년 전 적성면의 감악산 출렁다리처럼
산, 하늘, 강물을 한꺼번에 넘는기분이었다.
코로나 영향으로 인파의 시달림은 피했다.
강물 가까이 내려와 수변산책로를 걸었다.
잠깐씩 내려주는 햇살에 반짝이는 윤슬이
그래도 코로나에도 여행할만하지 않느냐며
하늘 치솟는 시원스레 분수와 쇼를 펼친다.
마음 내려놓기로 수변을 돌아보고 나오니
어느새 귀가길엔 해무리가 붉게 넘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