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후 나의 취미는 관찰이다.
사람을 관찰하고, 관심을 관찰한다.
그래서 나를 잘 아는 사람들, 혹은 진심으로 다가오는 사람들은 은근히 이득을 본다.
그들이 누구냐고? 우선 내 가족, 지인, 그리고 인맥들이다.
누군가 나에게 할 말이나 부탁이 있으면 나는 귀를 쫑긋 세우고 집중해서 듣는다.
이해도 빠른 편이다. 그리고 원하는걸 비교적 잘 도와준다.
왜냐고? 내 하루가 ‘관찰 모드’니까.
며칠 전, 손녀가 컴퓨터를 켜다가 나를 부르며 말했다.
“할아버지! 이것 좀 봐주세요.”
손녀는 노래를 녹음하고 편집하려는데, 요즘 마이크 소리가 잘 안 나온다고 했다.
직접 프로그램을 열어 녹음을 해보니 입력 상태가 불량했다.
USB 마이크를 컴퓨터 자체 스피커에 연결해 쓰고 있었던 것이다.
“오디오 인터페이스는 없는 거냐?”
“응, 이 마이크가 됐다가 안 됐다 해서 바꿀까 생각 중이에요.”
“오디오 인터페이스는?”
“그것도 이번에 생각 중인데, 스칼렛이 무난하고 좋다고 하더라고요.
당근에서 하나 보려고 해요.”
그러더니 중고 장터에서 본 제품을 화면에 띄워 보여주었다.
“새 건 비싸지?” 내가 물으니, 손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마이크도 사고, 중고로 하나 보려고요.”
그러면서 슈어 SM58 마이크 사진을 보여주며 말했다.
“이게 무난하다고 하는데, 할아버지 이거 어때요?”
“응, 괜찮지. 난 베타도 가지고 있는데…
마이크는 58 하나 줄게. 오인페는 내가 조금 알아봐 줄게.”
“응, 알았어요!”
집에 돌아온 나는 오디오 인터페이스 사용자들의 후기 영상을 찾아 손녀에게 보내주었다.
하지만 며칠이 지나도 보질 않았다.
그래서 어젯밤, 결국 전화를 걸었다.
“할아버지, 왜요?”
“임마! 왜요는. 너 오디오 인터페이스로 노래 녹음하겠다며?”
“응!”
“내가 알아보니까 오인페는 1·2세대 말고 스칼렛 3세대 정도는 써야 무난하다고 하더라.”
“아~ 그래요?!!”
“마이크는 할배가 쓰던 SM58 줄 테니까, 걱정 말고.”
“그럼 할아버지가 월요일에 마이크 가져다주세요~.”
나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 임마. 마이크가 문제가 아니고, 너 모니터 스피커도 없잖아?”
“응, 없지요…”
“모니터 스피커가 최소 20만 원에서 40만 원쯤은 들어.
하지만 스튜디오가 아니니, 일단 할배 쓰던 JBL104 스피커 줄게.
그리고 마이크 케이블(양 케논) 하나 구입하고,
스칼렛은 중고시장에서 사서 준비해야 한다.
할배가 다 준비할 테니까, 너 아무거나 사지 마라! 무슨 말인지 알겠지?”
“응, 알아, 알았어~!”
칠십의 할아버지와 열세 살 손녀, 우리는 그렇게 친구처럼 소통한다
나는 처음 보는 사람도 선입견 없이 편하게 대하려고 노력하는 타입이다.
그런데 문제는, 일부 사람들에게는 내가 참~ 불편한 존재라는 거다.
왜냐면… 그들은 나를 ‘호구 고객님’으로 착각하기 때문이다.
나한테 뭔가를 주입시키고 팔아먹으려는 장사꾼들 말이다.
나는 은퇴 후 정돈된 삶을 살고 있다.
투자해서 돈을 더 벌어야 할 이유도 없고,
남들 돈을 부러워하거나 크게 필요한 것도 없이 편안하게 잘 산다.
일도 내가 하고 싶을 때만, 골라서 하는 스타일이다.
결론?
관찰력 좋은 나는, 세상 편안하게 살면서도 누가 진심인지, 누가 영업 모드인지 딱 구분한다.
그래서 오늘도 속 편하게 웃는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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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사하는사람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