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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커뮤니티에 입장하셨습니다 - 권성민
글쓴이: 비밀의늪
이번 연휴에 읽은 책이 몇 권 있는데 그중 한 권을 소개해 보면 좋겠다 싶어서 가져와봤다죠 😎
혹시나 궁금할까 봐....남성임!
발췌
정당한 분노는 보통 불의와 부당을 향하는데, 불의는 불의이기 때문에 정당한 분노를 받아들이지 못한다. 그러니 정당한 분노는 필연적으로 불이익을 감수해야 한다. 상대에 대한 오해나 무지로 경솔하게 분노하는 경우 치러야 하는 대가는 말할 필요도 없다. 그에 비해 군중 심리에 휩쓸린 분노는 상대적으로 안전하다. 사람들과 대가를 나눌 수 있고, 군중 안에 숨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군중의 분노는 들불처럼 번져나간다. (…) 온라인은 모든 것을 간편하게 만들어주었다. 분노마저도.
그런 감정을 억누르지 않고 타인을 향해 드러낼 때의 이유는 대부분 비슷하다. 그래도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자신에게 돌아오는 반작용이 없을 때, 혹은 그렇다고 확신할 수 있을 때 분노는 쉬워진다.
처음부터 토론을 하자고 모인 곳에서 형성되는 담론은 그 자체로 커다란 한계를 갖는다. 논쟁할 준비가 된 이들 사이의 충돌은 대개 각자의 기존 입장을 더욱 강화하는 데 그치며, 무엇보다 이러한 논쟁이 존재한다는 사실조차 모르는 이들을 담론 안으로 참여시키지 못한다. ─사족: <정치게시판> 이런 곳보다 쩌리나 자게 같은 데에서 정치 얘기가 더 많이 오가는 이유 ㅋㅋ
토론을 위한 공간은 해당 주제에 관심이 있는 사람만 찾아 온다. 그 이슈가 잠잠해지면 토론장을 찾을 이유도 사라진다.
예기치 못한 조우가 더 많이 일어나는 곳일수록 더 유의미한 이야기가 시작될 수 있다.
그날의 컨디션, 날씨, 시험장의 환경, 문제의 난이도, 눈여겨봤던 자료와 우연히 겹치는 출제 지문 등 여러 요인이 얽혀 결과를 만들어낸다. '그 모든 것도 다 실력'이란 말을 자주 듣지만, 이 말은 아이러니하게도 우리가 실력이라고 부르는 결과 안에 얼마나 많은 운이 섞여 있는지를 잘 보여준다.
숫자가 사람으로 보이는 일은 중요하다.
저항하는 운동은 누군가에게는 불편하고 불쾌한 일이 되기 마련이다. 이러한 불편함을 적극적으로 표출하려는 이들은 종종 상대의 구호를 가져와 의도적으로 더 보편적인 이름을 붙이며 전유를 시도한다. (…) 미국 사회에서 흑인에 대한 공권력의 차별적인 과잉 대응으로 인명 피해가 반복적으로 발생하자, 이에 분노한 사람들은 "Black Lives Matter!(흑인의 생명도 소중하다!)"를 외치며 거리로 나섰다. 폭력에 맞대응하는 과정이 언제나 질서 있게 이루어지지는 않는다. 분노한 군중 안에는 늘 흥분과 혼란에 휩싸인 사람들이 있기 마련이므로 BLM 시위의 일부는 폭동과 약탈로 변질되기도 했다. 또 총기 소지가 합법인 미국에서 경찰들은 늘 위험을 감수하며 치안 유지를 위해 노력하는데, BLM 운동이 일부 문제적인 경찰들의 행태를 공권력 전체로 일반화하고 모든 경찰을 인종차별주의자로 규정한다고 분노한 사람들도 있었다. 특히 자신이 흑인이 아니거나, 흑인들이 느끼는 공포에 공감할 수 없는 이들은 BLM 운동이 지적하는 문제보다 그 운동 아래 생겨나는 부작용들을 더 심각하게 받아들였다. 그들은 흑인의 생명만 중요한 게 아니라, 모든 생명이 다 중요하다며 "All Lives MAtter!(모든 생명이 소중하다!)"라는 구호를 만들어 외치기 시작했다.
이 구호의 목적은 진심으로 모든 생명이 소중하다고 강조하는 것이라기보다는 '흑인의 목숨'이 강조되는 것을 희석하는 데 있다. ALM을 외치는 이들이 또 다른 위협 앞에 놓인 수많은 약자의 삶에는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고, 주로 흑인 범죄자에 의해 다치거나 죽은 경찰의 생명에만 관심을 보인다는 점에서 그렇다. (…) 그러면 이런 문제에 별 관심이 없었던 사람들에게 BLM은 마치 흑인의 생명만 소중하다고 외치는 운동처럼 비치게 된다. 「더 커뮤니티」의 한 직업정치인 출연자는 이러한 전략을 이른바 '물타기'라고 칭하며 직업정치인들이 아주 잘 쓰는 전략이라고 인정하기도 했다.(…) '이퀄리즘'은 "모든 생명이 다 중요하다"와 정확하게 같은 논리로 만들어진 조어다.
이주 노동자들은 저숙련 일자리가 밀집된 지역에 거주하게 된다. 그리고 어느 공단 인근의 식당에서 채식 메뉴를 요구했던 외국인처럼, 이들의 수가 늘어나면 자신들의 고유한 문화와 생활방식이 점차 지역 안에서 가시화되기 시작한다. 그렇지 않아도 일자리가 줄어들고 삶의 불안정성이 높아진다고 느끼던 기존의 저소득 노동자들은 이러한 변화 앞에서 익숙한 생활이 위협받는다고 느낀다. 정치적 진보 진영은 기질적으로 새로운 문화와 다양성에 열려 있는 사람들인데, 그중에서도 학력이 뛰어나고 소득이 높은 문화 엘리트들은 직간접적인 해외 경험이 많고, 다양성을 수용하는 문화적 훈련도 잘되어 있다. 무엇보다 이러한 문화 엘리트들은 저숙련 이주 노동자들에 의해 일자리가 대체될 가능성이 거의 없다. 그 결과, 이주 노동자라는 약자를 보호하겠다는 진보적 의제는 국내의 저소득 노동 계층의 눈에는 현실과 동떨어진 위선으로 보인다. '너희들은 상관없다 이거지?' 이는 진보 문화 엘리트들에 대한 반감으로 이어지고, 그들이 지지하는 이민자, 성소수자, 환경, 젠더 등 진보 의제 전반을 향한 반발로 확산된다. 이들은 자신이 약자임에도, 혹은 오히려 약자여서 진보와 좌파의 입장을 거부하기 시작한다.
먹고사는 문제가 너무 심각해지면 이것도 안 먹힐 때가 있다. '비리 좀 있어도 유능하면 괜찮다.'는 정서가 퍼지기 시작한다.
반면 좌퐈 정권은 주로 '도덕과 계몽'을 정치적 수단으로 활용한다. (…) 비슷한 비리를 저질러도 진보 진영 인사들에게 민심이 더 엄격하게 반응하는 것은 도덕과 분노가 원래 좌퐈의 무기이기 때문이다. 그 결과 자신이 주장하는 가치를 자신이 지키지 못하는 위선은 좌퐈 정치인에게 가장 붙이기 좋은 꼬리표가 된다. 무능은 증명하는 데 시간이 걸리고 명확한 책임 규명이 어려운 반면, 비리와 부도덕은 구체적인 인물과 사건을 통해 즉각적으로 드러난다.
그럼 반대로 도덕과 계몽을 활용하는 정권의 프레임을 공격하는 수단은 무엇일까? 군부 정권의 무력을 두려워하지 않으면 권력을 유지할 수 없게 되듯, 계몽 정권이 부여하는 수치심을 거부하면 계몽에 의한 통치는 작동하지 않는다. 이러한 태도는 대개 '가르치려 드는' 혹은 '강요하는' 모든 행태에 대한 강력한 거부감으로 나타난다. 좌파적 계몽에 대한 저항인 만큼, 우파적 자유주의와 경쟁 원리도 동원된다. '남을 돕는 것은 좋은 일이겠지만 절대 강요하면 안 된다.', '약자를 도와야 한다고? 나 먹고살기도 힘든데 배부른 소리다.', '너는 여유가 있으니까 그런 말이 쉽게 나오겠지.', '나보다 훨씬 더 어려운 사람들도 많으니 나도 부유한 편이라고? 내가 왜 부유야.' 이 모든 대답에는 계몽적 질서가 강요하는 부끄러움이 배제되어 있다.
바로 이게 문제다. 지금 당장 이민자들이 내 눈앞에서 일하며 소중한 지역의 풍경을 바꾸고, 전통이 무너지고, 지역의 일자리는 실제로 악화되고 있는데 저 잘난 엘리트들은 거시적인 통계 수치를 들이밀며 "당신이 틀렸다."라고 말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말에 동의하지 않으면 멍청한 사람, 못 배운 사람, 말이 통하지 않는 사람 취급을 한다. 하지만 숫자만으로는 다 표현되지 않는 삶의 경험과 체험, 감각이 있다.
일상에서 사람들은 논리만으로 설득되지 않는다. 상대가 나를 이해하고 존중한다고 느껴지는 관계 안에 있을 때, 비로소 상대의 말이 마음에 와닿는다.
하지만 이 장면에서 인간에 대한 어떤 종류의 회의를 느꼈다면, 그다음에 던져야 할 질문은 이것이다. '이러한 선택을 강요당하지 않으려면 우리는 어떤 시스템을 구축해야 하는가?' 우리에게 필요한 건 위선을 집어던지는 일이 아니라, 위선을 끌어안고 지켜나갈 수 있게 하는 시스템이다.
시스템은 위선을 지켜주는 최저선이다.
종종 인류의 가장 큰 비극은 악의 때문이 아니라, 망설임 없는 자의적인 선의 때문에 벌어진다.
감상
책 읽다가 인덱스 표시한 부분을 조금 추려서 가져와봤고... 저자의 의견에 100% 동의하는 건 아니지만 거의 비슷한 의견을 가지고 있다고 봄. 이 저자는 초반에 자기가 직접 겪었던 일화를 가져오는데, 그래서 그런지 사회문제를 다룬 책이라는 감상보다는 에세이적인 느낌이 많이 들어서 책 자체는 읽기가 무척이나 쉬웠음. "나 책 안 읽은 지 너무 오래돼서 긴 글 보기가 어려운 수준이야."하는 사람도 무난하게 읽을 수 있는 문장과 분량을 가지고 있음.
어떤 이론을 가지고 와서 설명하는 부분도 있지만, 대개 저자의 생각이 담긴 책이라 이 의견이 무조건 맞다!는 식으로 생각해서 읽으면 곤란하고 읽으면서 내 생각과 얼마나 일치하는지, 다르다면 어떤 부분이 어떻게 다른지 꼭 한번쯤 써보거나 끈질기게 생각해보기를 추천함.
이 책은 현재 고질적으로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드러나는 문제점을 계속 짚어주고 있는데, 그래서 뭐 해결방법이 있느냐 하면 그건 없음. 그냥 같이 고민해 보는 책이야. 법안을 만들어야 된다는 말도 없고, 뭐 어떻게 하라는 말도 없음. 그냥 흔한 말처럼 '모니터 뒤에 사람있어요'를 끊임없이 염두에 두라는 말을 하고 있더라고. 글의 조회수, 추천 수, 댓글 수를 그냥 숫자로 보지 말라고. 그 모두가 사람이라고. 그래도 된다고 생각할 때가 제일 위험하다고. 진짜 말도 안 되는 개소리를 하고 있는 상대일지언정 죽도록 짜증이 나도 일단은 들어보라고. 상대가 주장하는 말이 개소리일지언정, 그 사람이 왜 그 소리를 하고 있는지를 보면 그 주장을 인정은 못하더라도 이해는 할 수 있을 거라고. 거기서부터 우리는 오해를 풀 수 있고 대화를 나눌 수 있고, 커뮤니티에 만연하게 퍼져있는 이 병폐를 조금이나마 없앨 수 있을 것이라는 의견을 보임.
거창한 답은 없지만 나랑 의견이 다른 사람을 볼 때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도 좀 엿볼 수 있고, 결국 사람마다 살아온 인생이, 경험이 다 다르기 때문에 나한테는 한낱 개소리라고 느껴지는 말이 그 사람에게는 정말로 체험해서 느꼈던 삶의 진실된 감상일 수 있다는 것.
그리고 인상 깊었던 대목은, 정치는 좌나 우를 가르는 게 아니라 결국 스펙트럼 위에 서 있는 거라는 말. 극좌나 극우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더 커뮤니티 테스트(https://thecommunity.co.kr/home)를 해보면 알겠지만 어떤 설문에서는 나는 다수보다 좀 더 왼쪽에 서 있을 수도 있고, 또 어떤 설문에서는 남들보다 더 오른쪽에 서 있을 수도 있다는 것. 결국은 종합해서 전체적인 나의 정치 성향이 나오겠지만 정치 성향이 그렇다고 해서 좌파다, 우파다 뭔가 규정짓는 게 아니라 제각기 다 다른 스펙트럼 위치에 서 있는 거라는 것.
추천 여부
-사회 문제를 다룬 책을 읽고 싶은데 너무 어려운 책이 싫다면
-<더 커뮤니티: 사상검증구역>을 재밌게 시청한 사람이라면
-쉽고 짧은데 이것저것 생각해 보고 싶은 사람이라면
-내가 요즘 SNS나 커뮤를 하면서 혐오에 너무 물든 것 같아 걱정이라면
위에 해당하면 추천하는 편이고, 해당되지 않으면 비추임.
열심히 ㅋㅋㅋ 글 다 써놓고 비추라고 하니까 좀 머슥하긴 한데.. 그냥 한 개인의 생각을 담고 있는 책이라 전문적이지 않을 뿐더러 이정도 고민이나 문제짚기는 사실 이 다음카페를 포함해서 커뮤니티를 경험해 본 사람이라면 한번도 아니고 여러 번 해봤을 문제 제기와 고찰이라 새로운 부분이 없음. 다소 얄팍하거나 가볍다고 느껴질 수도 있음. 딥하고 치열하게 고민하지 않고, 문제 제기를 해놓고 이게 왜 문제인지 시간을 들여 설명한 다음, 그러니까 우리는 대화를 나눠야 합니다. 하는 식으로 끝맺는 말이 계속 똑같이 반복됨. 그래서 딱히 새롭다는 느낌은 받지 못했고, 뭔가 크게 얻어가는 게 없어서 아쉬운 책이었음. 그래도 뭐 안 읽는 것보다야 읽는 게 좋으니까 읽고 저자랑 의견이 일치하지 않는 부분에서 여백이 모자를 정도로 치열하게 연필로 쓰고 포스트잇 붙여가면서 싸우는 것도 재밌다고 봅니다 ㅋㅋㅋㅋㅋㅋ 책은 이런 맛으로 읽기도 하는 거니까...!
내돈내산으로 읽고 썼음을 밝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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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요즘 같은 시기에 읽어볼만한 책이다
나도 사서 읽어볼게 글 고마워!!🫶🏻
앗.. 빌려서 읽어보는 걸 조금 더 추천한다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댓글 고마워🩷
우왕 웨이브에서 재밌게봤는데 책도봐야겠다 추천고마워!
밀리에 있어!!!!
덕분에 잘 봤어! 고마워!!
ㅎㅎ 고마워 덕분에 잘 읽었어
요즘 혐오정서에 자꾸 나도 모르게 물드는 것 같아 고민이었는데 책 한 번 읽어보고 생각 좀 해봐야겠다!! 고마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