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결산과 전망 ⑦ 청와대 국정운영
정권 생성·소멸 개입하며 ‘제사장 권력’ 된 강성 친문, 입법·사법·검찰·언론 장악…‘신독재’ 마지막 단계 진입
文 스스로 밝힌 ‘대통령의 숙제’ 경제·안보·통합 방치… 올해 퇴임 안전판 마련 위한 정권 재창출 몰두할듯
문재인 대통령이 집권 전에 스스로 밝혔던 ‘대통령의 3대 숙제’는 경제·안보·통합이었다. 하지만 강성 친문(친문재인) 팬덤에 기댄 일방적 국정운영과 ‘대깨문’의 수렴청정으로 경제는 성장 지체와 양극화의 덫에 걸려 있고, 안보는 위태로워졌고, 국민통합 역시 회복 불가능한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임기를 1년여 남긴 상황에서도 문 대통령과 청와대는 미완의 과제를 이행하기보다는 대깨문과 강성 친문을 의식하며 올 한 해 정권 재창출을 위한 대선주자 관리와 퇴임 후 안전판 마련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는 사이 대한민국은 민주주의의 타락과 ‘국가의 자살’을 우려할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대깨문’의 수렴청정
친문 집단은 과거 노무현 시대부터 지금까지 역대 정권의 생성과 소멸에 관여했다. 노무현 정권의 팬덤을 형성했던 ‘노빠’ 집단은 ‘노무현의 비극’ 이후 극단화한 정치 파벌로 부활했고, 박근혜 정권의 소멸과 문재인 정권의 탄생에 깊숙이 개입하면서 무소불위의 제사장 권력으로 재탄생했다.
본시 수렴청정의 원인은 군주의 무능력과 미숙함에 있다. 이것이 문 대통령 뒤에서 작용하는 강성 친문 집단이 국정을 좌지우지하는 힘의 원천이다. 그들이 결정하면 때론 문 대통령 자신도 어찌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른다. 대한민국은 대깨문이 수렴청정하는 문빠의 제국이다.
“내가 조국이다”라는 구호가 집권당 내부를 뒤덮을 때도, 검찰개혁을 내세워 윤석열 검찰총장 찍어내기를 할 때도, 사법부를 권력의 제물로 바친 헌정 사상 초유의 판사 탄핵 때도, 박근혜·이명박 사면론 철회 때도 대깨문의 간섭과 압력이 있었다. 문재인 정권 임기 내내 이어진 적폐청산과 ‘보수 대청소’, 친정권 검찰을 동원한 산 권력 수사 방해, 한·미 동맹을 뒤흔든 친중·친북 프로젝트 추진 과정에도 어김없이 이들의 입김이 작용했다. 청와대 참모들과 중앙정부의 고위 관료, 집권여당과 법원 수뇌부까지 이들의 눈치를 보고 이들의 생각과 욕망을 대리하는 형국이다.
영국의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가 ‘신독재’의 특징으로 분석한 ‘Democracy is losing ground(민주주의가 설 땅을 잃고 있다)’에 따르면, 민주주의는 네 개의 단계를 거쳐 신독재로 퇴보한다. 첫째 위기 시에 국민의 강력한 지지를 받는 카리스마적 지도자가 집권하고, 둘째 이 리더가 부단히 적을 만들어 내고, 셋째 자신의 길을 가로막는 사법부 등 독립기관들을 방해하며, 넷째 자신을 몰아내기 어렵게 하기 위해 법·제도를 바꾼다. 검찰을 통제하고 입법부와 사법부를 장악하며 언론마저 재갈을 물리려는 현재의 대한민국은 명확히 민주주의 마지막 회랑을 걷고 있다.
◇엉망이 된 ‘대통령의 숙제’
문 대통령은 지난 2017년 대선 전에 펴낸 문답집에서 ‘대통령이 꼭 지켜야 할 세 가지’를 묻는 질문에 “첫째는 경제, 둘째는 안보, 셋째는 통합”이라고 답했다(‘대한민국이 묻는다’, 257쪽). 하지만 그가 대깨문과 강성 친문의 눈치만 살피고 숙제를 외면하는 사이 경제·안보·통합은 모두 수렁 속에 빠졌고, 대한민국은 국가의 자살을 우려하는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첫째, 혁신성장을 외면한 채 근대화의 성과를 까먹는 ‘경제 자살’이다. 이인실 서강대 교수는 “소득주도성장(소주성)으로 취약해진 한국경제는 재정 중독에 빠져, 제설제로 버티려고 하는 블랙 아이스 위의 자동차와 흡사한 상황을 맞고 있다”고 진단했다. 지난 한 해 한국경제는 정부의 실패 속에서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고, 양극화는 심화했다.
둘째, 북핵 앞에 무력할 대로 무력해진 ‘안보 자살’이다. 민족 우선이라는 이상주의적 관점, 북한에 대한 낭만적 인식 속에서 ‘북한 퍼스트’만 강조하는 사이에 한·미 관계는 신뢰의 위기에 빠졌고, 동맹은 상수 아닌 변수가 되어갔다. 김흥규 아주대 교수 겸 미·중정책연구소장은 “한·미 관계가 ‘동맹의 위기’를 넘어 ‘동맹의 방기’로 나아갈 수도 있는 상황으로 치달았다”고 말했다.
셋째, 주류세력 교체와 보수 대청소로 국민 분열을 획책하는 ‘정치 자살’이다. 문 대통령의 국정운영 특징은 ‘촛불 대 적폐’ 갈라치기다. 그는 기회 있을 때마다 “임기 내내 적폐청산을 해도 부족하다”며 주권자를 촛불과 적폐로 양분해 왔다. “지금 제 머리는 통합과 공존의 새로운 세상을 열어갈 청사진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라고 했던 대통령 취임사는 휴지 조각이 됐다.
◇향후 국정운영 로드맵
문제는 문 대통령이 임기 마지막 해인 올해도 ‘대통령의 숙제’를 할 생각이 없다는 것이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기자에게 “문 대통령은 뭘 해보겠다는 능력도, 의지도 없는 사람”이라고 평가했다. 대신 올 한 해 문 대통령과 청와대는 정권 재창출을 위한 대선 관리에 몰두할 것으로 보인다. 후계를 고르는 최대 기준은 정권 재창출 가능성과 퇴임 후 안전판 마련이다.
특히 ‘친문 후보 없는 대권 구도’ 속에서 이재명 경기지사의 상승세 지속 여부와 기존 주자를 대체하는 제3의 인물 부상 여부가 최대 관전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청와대 내에는 이 지사가 집권할 경우 전임 정권의 흔적을 지우려는 ‘살부(殺父)의 정치’를 할지 모른다는 우려가 있다. 여권 소식에 정통한 인사는 “청와대 안에 ‘이재명 포비아’가 있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친문 내에서는 “이길 수 있는 후보를 택해야 한다”는 생각도 확산 중이다. 따라서 친문 지지의 향배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문 대통령의 결심에 따라 대권 구도가 요동칠 가능성도 있다.
여기에 4·7 서울·부산 보궐선거, 임기 5개월을 남긴 윤석열 검찰의 권력 수사 의지와 대권 도전 여부, 권력구조 변화를 핵심으로 한 개헌론 향배, 김정은 답방 깜짝쇼를 포함한 남북관계 변동이 향후 국정운영의 변수가 될 수 있다. 따라서 문 대통령과 청와대의 올 한 해 국정운영은 ‘김정은 서프라이즈 추진(연중)→ 공수처 출범과 권력 수사 틀어막기(2~3월)→ 보선 정국 관리(4월)→ 개헌 공론화(5월 이후)→ 경선 정국 관리(7~11월)→ 대선 정국 관리(11월 이후)’의 궤적을 그릴 것으로 전망된다.
◇‘국가의 자살’로 가나
문 대통령과 청와대의 국정운영은 ‘삼류’ 수준을 넘어서지 못한다. 집권 4년 동안 경제·안보·통합의 비전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특정 파벌의 국정농단, 철학의 빈곤, 실력의 부재, 입법·사법·검찰·언론 장악에 따라 필연적으로 진행된 권력의 부패가 그렇게 만들었다. 구한말 ‘국가의 자살’ 때가 그랬다.
전임기자·행정학 박사
■ 세줄 요약
‘대깨문’의 수렴청정 : 대한민국은 대깨문이 수렴청정하는 문빠의 제국임. 대깨문은 정권의 소멸과 탄생에 개입하면서 무소불위의 제사장 권력으로 재탄생. 청와대·정부·여당·사법부까지 이들의 눈치를 보고 이들의 생각과 욕망을 대리함.
엉망이 된 ‘대통령의 숙제’: 대깨문의 눈치를 보느라 文은 집권 전 스스로 밝혔던 ‘대통령의 3대 숙제’를 방치. 이에 대한민국은 혁신성장을 외면한 ‘경제 자살’, 북핵 앞에 무력한 ‘안보 자살’, 국민 분열을 획책하는 ‘정치 자살’의 길을 걷고 있음.
향후 국정운영과 나라의 미래 : 올해도 문 정권은 미완의 과제 이행보다는 정권 재창출을 위한 대선주자 관리와 퇴임 후 안전판 마련에 주력할 듯. 집권 4년 동안 경제·안보·통합 비전은 흔적 없이 사라짐. 이는 구한말 ‘국가의 자살’을 떠올리게 함.
■ 용어 설명
‘국가의 자살’은 집권세력의 비정상적인 국정운영으로 국가가 대내적으로나 대외적으로 추락하는 상황을 일컫는 말. 학술적인 용어나 사전적 개념은 아니지만 ‘개인의 자살’에 비유해 사용됨.
‘수렴청정(垂簾聽政)’은 미성숙한 왕이 즉위했을 때 행해진 ‘대리정치’. 조선조 때 철종 시대를 포함해 8회 행해진 것으로 기록됨. 특정 파벌의 전횡을 부른 배경이 됨. 반대는 철렴환정(撤簾還政).