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라임 틴틴 스쿨 019|《고정관념은 왜 생기나요?》|타니아 로이드 치 지음|드류 섀넌 그림
김선영 옮김|140쪽|153*215|값 13,800원|2023년 5월 31일 발행
ISBN 979-11-92411-25-5 44180|979-11-951893-8-0(세트)
2020 미국 시카고 공립 도서관 추천 ‘올해 최고의 책’
2020 캐나다 문학 서평지 《퀼앤콰이어》 선정 ‘올해의 책’
2020 시블스 어워즈 어린이 논픽션 도서 부문 최종 후보작
2021 캐나다 어린이 도서 센터(CCBC) ‘노르머플렉 어워드’ 최종 후보작
2022 캐나다 ‘레드시더북 어워드’ 논픽션 부문 수상작
2022 캐나다 온타리오주 도서관 협회 ‘옐로시더 어워드’ 문학상 후보작
출간의 의의
고정관념에 갇힌 우리 사회의 생각 프로그램을 꼼꼼히 점검할 시간!
전작 《DNA 탐정》에서 DNA가 보여 주는 ‘과학의 발전’과 ‘윤리적 경고’를, 《내 휴대폰 속의 슈퍼 스파이》에서는 디지털 사회에서 무방비로 노출되고 있는 개인 정보에 대한 경각심을, 《누가 내 모습을 훔쳤을까?》에서는 사방에서 우리를 지켜보고 있는 감시 카메라의 이중성을 고발하는 등 사회적 문제에 지속적인 관심을 기울여 온 작가 타니아 로이드 치가 이번에는 《고정관념은 왜 생기나요?》를 들고 돌아왔다.
이 책은 제목에서 직관적으로 보여 주는 바와 같이, 우리 사회에 고정관념이 왜 생겨나고, 또 어떻게 자리 잡게 되었는지를 정밀하게 추적해 나간다. 다양한 사례와 연구를 통해 비뚤어진 고정관념이 우리 사회를 얼마나 편파적으로 만들고, 또 위험에 빠뜨리게 하는지 그 근본적인 원인을 정교하게 파헤친다. 또한 머리로는 옳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자기도 모르는 새 고정관념에 물들어 가는 인간의 심리를 다각적인 시선으로 분석한 뒤, 누구에게나 공정한 세상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우리 모두가 어떤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지 그 대안을 제시한다.
미국의 한 중학교에서 사서 교사로 일하는 캐서린 갓콤은 《스쿨 라이브러리 저널》에서 “초등학교 고학년 및 중학교 학생들이 꼭 읽어야 할 책”이라고 강조하면서 이렇게 말한다.
작가 치는 고정관념의 원인으로 성별과 인종, 사회 계급, 정치적․종교적 믿음을 꼽는다. 다양한 시대와 지역의 사례와 연구 결과가 이를 촘촘히 뒷받침해 준다. 섀넌의 재기 넘치는 삽화에 짧고 명쾌한 토막 정보가 더해져 읽는 재미를 한껏 북돋운다. 작가는 독자 스스로 자신이 가지고 있는 고정관념을 깨닫게 하는 동시에, 건강한 사회를 위해 전 세계 곳곳에서 갖가지 고정관념과 맞서 싸우고 있는 사람들을 소개하며, 고정관념을 떨치는 방법까지 소개한다.
이 외에도 《고정관념은 왜 생기나요?》는 “세상의 변화를 위해 반드시 읽어야 할 청소년 입문서”(커커스 리뷰), “청소년이라면 누구나 읽어야 할 책”(북리스트), “인종 차별주의와 그릇된 고정관념 형성에 기여한 사회과학 연구들을 집약해서 설명한, 매우 유익하고 필요한 책”(뉴욕 타임스), “중․고등학교 도서관이라면 어디든 갖추어야 할 책”(CM매거진) 등 주요 언론 매체의 찬사를 한몸에 받았다.
그에 발맞추기라도 하듯, 미국 시카고 공립 도서관 추천 ‘올해 최고의 책’을 비롯해 캐나다 문학 서평지 《퀼앤콰이어》 선정 ‘올해의 책’, 캐나다 ‘레드시더북 어워드’ 논픽션 부문 수상작으로 뽑혔을 뿐 아니라, 시블스 어워즈 어린이 논픽션 도서 부문 최종 후보작, 캐나다 어린이 도서 센터(CCBC) ‘노르머플렉 어워드’ 최종 후보작, 캐나다 온타리오주 도서관 협회 ‘옐로시더 어워드’ 문학상 후보작 등 여러 매체에서 인정받음으로써, 그동안 타니아 로이드 치가 펴낸 그 어느 책보다 크게 주목을 받았다.
무엇이 이 책에 그토록 주목하게 만들었을까? 바로 작가가 책 말미에 남긴 말에 함축적으로 담겨 있는 듯하다.
사회의 변화는 급격하게 일어나지 않는다. 기적적으로 일어나지도 않는다. 수백만 번의 작은 걸음이 모여야 고정관념이 달라진다. 좋은 소식이라면? 작은 변화는 쉽다. 여러분도 이 책을 읽음으로써 몇 가지 작은 변화를 일으켰을 것이다!
새롭게 알게 되는 지식과 연구를 이용하고, 선입견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높인다면, 우리는 아이들이 자라면서 ‘가나다’와 함께 고정관념을 배우지 않는 세상을 건설할 수 있을 것이다. _‘나가는 말’에서
미래를 이끌어 갈 우리 아이들이 살아가는 세상에서는 고정관념을 배우지 않게 하는 것! 말하자면 누구에게나 공정하고 평등한 세상을 이룩해 나가기를 바라는 염원이 책 마디마디마다 간절히 담겨 있기 때문이리라.
이 책의 특징
그릇된 고정관념의 시작 : 우리는 끊임없이 무언가를 분류하고 편 가른다
우리의 뇌는 끊임없이 주위 세계를 분류하고 이름표를 붙인다. 이름표 붙이기는 우리가 아주 어린 아기일 때부터 시작된다. 다리가 네 개면서 캉캉거리는 저것은? 강아지다! 바닥에서 통통 튄다면? 음, 공이다. 장난감은 빵과 다르고, 빵은 우유와 다르다.
이처럼 우리에게는 이렇게 저렇게 분류할 범주, 즉 카테고리가 필요하다. 만약 카테고리가 없다면 아침마다 옷장 문을 열고 깊은 고민에 잠기게 될 것이다. 어떤 옷을 다리에 끼울까? 팔에는? 어디 그뿐일까? 책상 서랍을 열고서도 한참 동안 물끄러미 바라보며 고뇌하지 않을까? 어떤 것으로 글씨를 쓰고, 어떤 것으로 잘못 쓴 글자를 지울지 고민하느라…….
사실 우리 뇌는 ‘사물’만 분류하는 것이 아니다. ‘사람’도 분류한다. 인사이더인가, 아웃사이더인가? 부자인가, 가난한가? 운동을 좋아하는가, 컴퓨터를 좋아하는가? 의식적으로, 그리고 무의식적으로 매일같이 서로를 분류한다. 우리가 이렇듯 사람을 어떤 카테고리로 분류한 뒤 그 안에 속한 사람은 모두 똑같은 특성이 있다고 (당연하다는 듯이) 생각하는 것, 그것을 ‘고정관념’이라고 한다.
그런데 여기서 주목할 점은? 날마다 자기 자신도 분류한다는 사실이다. 고정관념은 오랜 시간에 걸쳐 우리 두뇌에 서서히 스며들었기 때문에,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스스로에게조차 고정관념을 적용한다. 그 결과, 모든 행동이 고정관념의 영향을 받게 된다. 이른바 편 가르기가 시작되는 셈이다.
우리 편인지 아닌지를 가르는 걸 시작으로 모든 시선과 잣대에 ‘우리’라는 굴레가 덧씌워진다. 이때부터 세상 사람들은 둘로 나뉘게 된다. ‘우리’에 속하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 그 ‘우리’가 권력을 거머쥐고 멋대로 휘두를 때마다 그에 속하지 못한 사람들은 근거 없는 편견과 차별에 시달리며 끊임없이 불평등에 노출된다.
사람들은 왜 자꾸 편을 가르는 걸까? 바로 이 책에 그 비밀이 숨어 있다. 과학자들이 우리 두뇌의 신경 경로가 고정관념의 생성과 반응에 어떤 방식으로 영향을 미치는지 탐구하는 과정을 세세하게 소개해 준다. 우리가 그러지 않으려고 할 때조차 왜 계속해서 다른 사람을 함부로 분류하고 판단하고 차별하는지, 그 이유를 속속들이 파헤친다.
또한 고정관념의 대상(혹은 집단)을 한 가지로 규정하지 않고 인종과 성별, 직업, 장애, 난민 등 다양한 각도에서 아우른다. 시대 역시 현 시점에서만 바라보지 않고, 우생학이 맨 처음 생겨난 19세기부터 지금까지의 긴 시간에 걸쳐 고정관념이 사회에 미쳐 온 영향과 그에 맞서 치열하게 싸워 온 사람들의 움직임들을 낱낱이 보여 준다.
그렇다고 과거와 현재에 고정관념이 끼친 부정적 영향과 상황만 설명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그것을 발판 삼아 우리 사회가 조금씩 나아지고 있음을 보여 주는 사례를 소개함과 동시에 더 나은 사회를 만들기 위한 방안도 함께 내놓는다.
편견과 차별, 그리고 폭력으로 이어지는 고정관념의 메커니즘을 파헤치다
무엇보다 다양한 과학 연구와 실험을 예시로 들어서 고정관념이 미치는 갖가지 영향을 상세하게 설명한다. 예를 들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고정관념에 갇혀 있다는 사실을 일러 주기 위해, 1971년에 진행된 실험을 통해 본인이 인식하지 못하고 있던 고정관념이 현실에서 어떤 형태로 나타나게 되는지를 보여 준다. 그리고 그러한 고정관념이 타인의 목숨을 앗을 만큼 폭력적이고 위험하다는 사실을 준엄하게 일깨운다.
캐나다 선주민인 싱클레어는 위니펙의 한 병원에서 사망했다. 그 병원 의료진은 싱클레어를 취객이거나 추위를 피해 들어온 노숙자로 잘못 생각하고 말았다. 이렇듯 고정관념이 병원에서 일으키는 문제는 꽤 다양하다. 여성 환자는 혈전 치료를 받을 확률이 떨어진다. 미국에서 흑인 환자는 진통제를 받을 확률이 적다. 의사들은 꼭 의도하지 않고도 고정관념으로 환자들을 분류하며, 이는 결과적으로 환자 치료에 이런저런 영향을 미친다.
그렇지만 의료진은 과학자이기도 하다. 문제를 탐구하고 해결 방법을 찾는 방식을 안다. 전 세계 곳곳에서 많은 의사들이 병원 문전에서의 고정관념 문제를 근절할 방법을 연구 중이다. _113~114쪽에서
이 외에도 고정관념이 반영된 정치, 경제, 사회의 사례들을 다양하게 소개하고 있다. 그렇다고 과학적이거나 역사적이거나 정치적인 사례만 나열하고 있는 건 아니다. 우리 아이들이 즐겨 가지고 노는 레고 블록(<레고 벽돌 속에 갇힌 남녀 차별>), 미국의 전직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세상을 움직이는 사람들의 힘>), 트위터(<280자에 담긴 선입견, SNS>)나 구글(<구글 광고 취소>) 등의 소셜 미디어, 선입견으로 환자를 죽음으로 내몬 의사(<의사 선생님, 그러시면 안 돼요!>), 장애인에게 용기를 강요하는 세상(<장애를 용기로 증명해야 하는 사회>) 등 현재적 관점에서 깊게 고민해 봐야 할 생각거리를 제공해 공감의 폭을 확장한다.
이 책에서 다루는 다양한 고정관념 중에서도 특히 성별에 따른 고정관념은 우리 사회의 관심사와 일치하는 부분이 꽤 많다.
놀랍게도 성별에 따른 분류는 따뜻한 우주복을 입는 아기 때부터 시작된다. 파란색 공룡 무늬는 남자아기용, 분홍색 고양이 무늬는 여자아기용이다.
우리는 초등학교에 입학해서 더 견고한 고정관념을 배우고, 이때 배우는 편견들은 어른이 된 후에도 줄곧 따라다닌다. 그렇지만 공룡이 모두 수컷이 아니고 고양이가 전부 암컷이 아니듯이, 성별에 관한 고정관념 역시 항상 타당한 것이 아니다. _55쪽에서
작가는 오랜 세월 동안 불평등과 부당함을 조장함으로써 우리 사회를 병들여 온 고정관념을 이참에 끝장내 버리자고 말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 두뇌부터 싹 바꿔야 한다고 주장한다. 우리 사회의 생각 프로그램을 아예 다시 짜야 한다고 소리친다. 세상을 판단하는 생각 프로그램을 바꾸기 위해서는 우리 자신을 판단하는 방식부터 바꾸어야 할지도 모른다.
좀 더디긴 하지만 지금 이 순간에도 곳곳에서 많은 사람들이 우리의, 아니 우리 사회의 생각 프로그램을 다시 짤 방법을 조금씩 찾아가고 있다. 기나긴 과정이긴 해도, 그리 오래지 않아 과학자들과 행동가들, 의사들, 학교 선생님들, 정치가들, 더 나아가 이 책을 읽는 독자들이 서로서로 도와 이 세상을 모두에게 더 공정한 곳으로 만들어 가리라 기대한다.
추천의 말
고정관념에 물들어 가는 인간의 심리를 사회 과학적 시선으로 예리하게 분석한다. _ 뉴욕 타임스
청소년들이라면 누구나 읽어야 할 책. _ 북리스트
고정관념의 역사와 과학, 그리고 심리학을 다양한 연구와 사례로 톺아본다. _ 스쿨 라이브러리 저널
편견의 벽을 넘고 건강한 미래 사회를 이끌 청소년들이 반드시 읽어야 할 책. _ 커커스 리뷰
중․고등학교 도서관이라면 어디든 갖추어야 할 책. _ CM매거진
본문 속으로
기이한 두개골 이론, 우생학
1800년대 과학자들은 사람을 분류할 기준을 찾느라 몹시 분주했다. 가장 먼저 두개골을 측정했다. 두개골의 모양과 두뇌의 크기가 지능에 영향을 미친다고 증명하고 싶어 했다. 심지어 콧잔등의 너비나 눈 사이의 간격을 재기도 했다. 그런데 여기에는 한 가지 문제점이 있었다. 이들이 보여 주고자 했던 것은, 상류층 백인이 최고의 인류라는 고정관념에서 출발한다는 점이다. 과학자들은 자신의 고정관념을 정당화하려고 무진장 노력했다!
몇몇 과학자들은 이런 연구를 아주 집요하게 이끌어 갔다. 그중에서 가장 영향력이 있었던 사람은 영국 출신의 프랜시스 골턴이었다. 골턴은 통계, 사회, 두뇌, 지리, 날씨, 청각 기관에 이르기까지 상상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연구했다.
골턴에게 친척이 있었는데, 바로 다윈이었다. 맞다, 진화론을 제안한 그 찰스 다윈이다. 이 저명한 친척 덕에 골턴은 형질이라는 것이 부모 세대에서 자녀 세대로 전달된다는 걸 알았다. 그중에서 가장 강인한 개체가 살아남는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골턴은 이 개념들을 합쳐 기괴한 이론을 하나 내놓았다.
바로 우생학이었다. 골턴은 사회에서 성공한, 그러니까 똑똑한 사람들이 자신들의 특질을 자녀에게 물려준다면 문명을 발전시키기가 훨씬 더 수월하리라고 생각했다. 정부에서 똑똑한 사람들에게 자녀를 더 낳으라고 돈을 주어야 한다나! 골턴은 똑똑한 부모들이 다수의 똑똑한 자녀를 태어나게 하면 인류의 지능이 점점 더 높아질 것이라고 믿었다. (덜 똑똑한 사람들에게는 그다지 좋은 소식이 아니다. 가정을 갖는 것부터 막혀 버릴 테니까. 그렇지만 골턴은 그들을 그다지 염려하지 않았던 것 같다.) _13~14쪽에서
섣부른 편견이 살인을 부르다
2017년 4월, 미국 텍사스주 볼치 스프링스 경찰에 항의 신고가 들어왔다. 십 대 청소년들이 집에서 파티를 벌이면서 술을 마시고 있다는 거였다. 경찰은 현장에 출동해 집 안으로 들어간 뒤 모두 귀가하라고 지시했다.
그때 밖에서 총소리가 들렸다. 경찰관 로이 올리버가 밖으로 달려 나갔을 때, 자동차 한 대가 막 움직이고 있었다. 올리버는 조수석 창문으로 총을 세 발 발사했고, 조던 에즈워즈라는 열다섯 살짜리 흑인 청소년이 목숨을 잃었다. 그런데 문제는 에즈워즈가 무기를 가지고 있지 않았다는 거다. 추후 경찰은 차에도 무기가 없었다는 것을 확인했다. 올리버는 곧 정직 처분을 받았고, 2018년에는 15년의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그렇지만 그것으로 이 사건에 관한 의문이 모두 풀리지는 않았다. 그때 출동한 경찰은 총소리를 정말로 들었을까? 경찰은 자동차가 자신들 쪽으로 후진하고 있었다고 주장했지만, 비디오 판독 결과에 따르면 에즈워즈가 탄 차는 오히려 멀어지고 있었다. 그렇다면 경찰이 거짓말을 하고 있었을까? 아니면 오해하고 있었을까? 무엇이 경찰관 올리버에게 다짜고짜 총을 쏘게 했을까?
_47~48쪽에서
의사 선생님, 그러시면 안 돼요!
2004년, 캐나다 위니펙에서 마흔다섯 살의 선주민 남성 브라이언 싱클레어가 휠체어를 밀고 병원 응급실에 들어섰다. 두 다리를 절단한 그는 심각한 요로 감염 상태였다.
싱클레어는 휠체어에 앉은 채로 만 하루가 넘게 대기실에 방치되었다. 그사이 대기실의 타인들이 병원 측에 싱클레어의 상태가 염려된다고 알린 것만 자그마치 네 번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싱클레어는 계속 무시되었다. 의사와 간호사들은 선주민 출신의 (아마도 노숙자일 가능성이 큰) 이 남성을 지나가면서 보았지만 술에 취했거나, 이미 치료를 받았거나, 혹은 그냥 추위를 피하러 들어온 것이라고 여겼다.
병원 의료진이 인종 차별주의자들이었을까? 물론 의료진은 아니라고 대답할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그들은 싱클레어의 상황을 물어보거나 확인하지 않고 지레짐작했다. 머릿속 고정관념을 토대로 성급히 결론을 내린 것이다. 결국 싱클레어는 병원에 들어서고 나서 서른네 시간이 지난 뒤 응급실에서 사망했다.
의사와 교수들은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파악하기 위해 ‘브라이언 싱클레어 조사 위원회’를 조직했다. 몇 년에 걸친 조사와 연구 끝에 발간한 보고서에서 브라이언 싱클레어가 인종 차별주의에 살해당했다고 밝혔다. 병원 의료진은 선주민 남성을 보고는 그가 아픈 게 아니라 술에 취한 것으로 생각해 버렸다.
암묵적인 편견은(의사와 간호사들이 깨닫지 못한 채 내리는 이 판단은) 또 다른 의료 과실로도 이어진다. 여러 연구에서 밝힌 바에 따르면, 미국의 응급실에서 의사들은 환자가 흑인일 때 혈전 치료를 덜 한다. 여성 심근 경색 환자는 오진을 받을 확률이 높다. 성 소수자인 환자는 좋은 치료를 받을 확률이 매우 낮다. _61~62쪽에서
레고 벽돌 속에 갇힌 남녀 차별
2017년, 연구자들은 여자아이용으로 출시된 레고 ‘프렌즈’ 시리즈 키트와 기존의 ‘시티’ 시리즈 키트의 차이를 비교했다. 그 차이는 단순히 벽돌이 분홍색이냐 보라색이냐의 문제 그 이상이었다.
‘시티’ 시리즈의 남성 미니어처는 90퍼센트가 직업이 있었다. 아이들은 경찰관이나 소방관, 의사, 우주 비행사, 조종사, 카레이서를 가지고 놀았다. 그런데 여자아이용 키트에는 전체 미니어처의 절반만 직업이 있었고, 그 직업 중 대다수는 판매직이었다. 스무디 마실 사람? 아니면 레모네이드는? 그것도 아니면 피자?
차이점은 또 있었다. ‘프렌즈’ 시리즈에서는 전체 미니어처의 3분의 1이 청소 등의 집안일을 했다. ‘시티’ 시리즈의 남성 미니어처 중에 집 안 살림을 돌보는 경우는 놀랍게도 제로였다.연구자들은 남성 미니어처가 사람들을 위험에서 구하는 역할을 하는 데 반해, 여성 미니어처는 안전하고 가정적인 설정에서 살고 있다는 걸 발견했다. 남자아이들은 주로 전문가들이었고, (“이제 불길이 잡혔습니다!”) 여자아이들은 늘 뭔가를 배우고 있었다. (“완벽해질 때까지 연습하도록 해. 그런 다음에 화장대 앞에 앉아서 예쁘게 외출 준비를 하자.”
레고 ‘프렌즈’ 시리즈를 가지고 논다고 해서 과연 여자아이에게 건물을 설계하고 건축할 마음이 들게 할까? 레고는 2017년에 55억 달러를 벌어들였고, ‘프렌즈’ 시리즈는 회사의 대표적인 효자 상품이 되었다. 그만큼 여자아이는 레고에 분명 매력적인 소비자였다. 하지만 레고의 마케팅팀은 일을 제대로 하려면 어찌해야 하는지 좀 더 공부해야 할 것 같다. 여자아이가 우주 비행사가 되는 것도 아주 좋으니까. _91~94쪽에서
작가 소개
지은이 : 타니아 로이드 치 Tanya Lloyd Kyi
캐나다 밴쿠버에서 태어났다. 청소년 시절, 교지에 발표한 시를 읽고 팬이 되어 준 어머니와 친구들 덕분에 작가를 꿈꾸게 되었다. 빅토리아 대학교에서 문예 창작을 공부하고, 어린이와 청소년 책을 스물다섯 권 넘게 출간했다. 언제나 편견을 최소화하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거미와 쥐만은 차별할 수밖에 없다나. 우리나라에 소개된 책으로 《DNA 탐정》《내 휴대폰 속의 슈퍼 스파이》 《누가 내 모습을 훔쳤을까?》 《청바지의 역사》 등이 있다.
그린이 : 드류 섀넌 Drew Shannon
캐나타 온타리오에서 태어났다. 셰리던 컬리지에서 일러스트레이션을 공부한 뒤, 〈글로브 앤 메일〉, 〈워싱턴 포스트〉, 〈리더스 다이제스트〉, CBC 등 다양한 매체와 작품 활동을 하고 있다. 지금은 토론토에 살고 있으며, 친구 나단 페이지와 함께 청소년 그래픽 노블 ‘몬태그 트윈스’ 시리즈를 펴냈다.
옮긴이 : 김선영
대학에서 식품 영양학과 실용 영어를 공부했다. 지금은 영미권의 어린이·청소년 책을 소개하고 번역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 《가까이 다가오지 마》, 《코딩하는 소녀》, 《나는 말하기 좋아하는 말더듬이입니다》, 《하얀 깃털》, 《꼭 완벽하지 않아도 돼》, 《형, 내 일기 읽고 있어?》 외 여러 권이 있다.
차례
들어가는 말 | 모두에게 공정한 세상을 꿈꾸며
제1장 | 우리가 만들어 내는 생각
기이한 두개골 이론, 우생학 | 잘못된 판단을 이끌어 내는 용어 네 가지 | 세상을 지배할 인종을 선별한다고?! | 무엇이 히틀러의 학살에 침묵하게 했을까? | 내가 속한 집단이 최고! | 나랑 같은 편이야? | 사람의 생각을 지도로 그리다 | 아기한테도 편견이 있다고?
제2장 | 고정관념 속의 은밀한 메시지
‘잘못 걸린 전화’ 실험 | 남들 앞에선 숨기고 싶은 비밀 | 우리 두뇌 속의 버그 | 섣부른 편견이 살인을 부르다 | 경찰도 고정관념에서 자유롭지 않다? | 여자아이 vs. 남자아이, 누가 더 똑똑할까? | 달콤한 듯 씁쓸한 성차별주의 | 외모에 따른 후광 효과 | 의사 선생님, 그러시면 안 돼요! | 닥터 수스가 인종 차별주의자라고?
제3장 | 나, 나? 나!
거울아, 거울아! | 소박한 옷차림 속에 담긴 간디의 메시지 | 인종 구분 없는 학교를 꿈꾸며, 클로드 스틸 | 머리 위의 투명 풍선, 고정관념 위협 | 고정관념 위협이 수행 능력을 바꾼다고? | 이름에도 차별이? | 왠지 잘 맞을 것 같은 ‘주변 소속감’ | 차라리 판을 바꾸어 볼까?
제4장 | 세상의 변화를 만드는 사람들
분홍색 장난감의 반격 | 레고 벽돌 속에 갇힌 남녀 차별 | 소통을 이끌어 내는 드라마 | 세상을 움직이는 사람들의 힘 | 뉴스에는 프레임을 씌우지 말자 | 감기처럼 번지는 부정적 고정관념 | 장애인이 장애를 용기로 증명해야 하는 사회
제5장 | 우리 사회의 생각 프로그램 다시 짜기
블라인드 오디션이 효과 빠른 만병통치약? | 흰 가운 속의 편견 | 편견을 줄여 주는 간식 시간 | 어쨌거나 만나서 반가워! | 연습이 완벽함을 만든다 | 입장 바꿔 생각해 봐 | 나랑 다른 사람들하고 어울리기 | 280자에 담긴 선입견, SNS | 구글 광고 취소 | 수백만 번의 작은 걸음이 모여야 고정관념이 달라진다
나가는 말 | 변화의 가능성은 아직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