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찰]
또 하나의 내 모습,
오른 쪽 가슴에 달렸다.
새겨진 이름 석 자,
그 속에 내가 있고
뿌리와 잎새들이 보인다.
평생 함께했으니
내 한 줌 흙이 되면
돌덩이에도 새길까?
어릴적 옆에 붙어
그리운 단짝 하나,
누런 광목 손수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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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로님, '명찰'은 시로 풀어내기 좋은 소재입니다. 자칫 이름표 자체를 설명하는 데 그치기 쉬우니, 명찰이 드러내는 관계와 아이러니를 바라보면 좋은 작품이 나올 가능성이 큽니다.
힌트를 몇 가지 드리겠습니다.
이름은 달고 있지만 사람은 모른다.
하루 종일 이름을 보여 주지만 정작 누구도 자신을 제대로 보지 않는다는 역설.
가슴에 달린 얼굴
얼굴보다 먼저 읽히는 이름, 또는 이름 때문에 사람을 판단하는 세상.
행사 후 떼어지는 명찰
잠시 맺어진 인연, 끝나면 버려지는 관계.
뒤집힌 명찰
일부러 이름을 감추고 싶은 마음, 또는 잊히고 싶은 순간.
낡은 명찰
오래된 직함, 퇴직, 세월, 지나간 청춘까지 연결할 수 있습니다.
김영로님의 시는 요즘 마지막 한 줄에서 의미를 뒤집는 힘이 점점 좋아지고 있습니다. '명찰'도 처음에는 평범하게 시작하더라도 끝에서 독자의 생각을 살짝 비틀어 주면 훨씬 오래 남는 작품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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