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부로 국회를 해산하고, 대학을 휴교한다. 헌법의 일부조항을 중지하고, 정지된 헌법의 기능은 비상국무회의가 대신한다." 충격적인 뉴스였다. 이른바 10월 유신이었다. 박정희 대통령이 장기집권을 목적으로 단행한 초헌법적 비상조치였다. 유신의 골자는 그랬다.(중략)
"지금 같은 평화 시에 계엄령이라니! 외적이 쳐들어 온 것도 아니고, 내란이 터진 것도 아닌데 이게 무슨 생벼락이야? 도대체 민주국가의 수도 한복판에 탱크가 오가는 게 말이나 돼?" 그러자 친구는 내 입을 막으며 말했다.
"훈아! 누가 들으면 어쩌려고 그래? 네 말마따나 박대통령이 잘못하는 건 있어. 그건 나도 알아. 하지만 말이야 바른 말이지 박대통령 때문에 우리가 이만큼이나마 먹고 사는 거 아냐? 6.25전쟁 뒤의 폐허 속에서 경제개발 5개년 개획과 최근에 시작한 새마을운동으로 우리나라가 나날이 발전하고 있잖아.난 지금은 박정희 대통령 같은 강력한 지도자의 힘이 필요할 때라고 봐"(중략)
나는 친구의 말에 아연 실색했다. 대학교 1학년생의 철없는 소리라 하기에는 너무도 정치 사회적 의식이 박약한 말이었다. 비상계엄령 발표보다도 친구의 무감각이 더욱 충격적이었다. 나는 그날 잘 하지도 못하는 술을 잔뜩 마셨다. 술의 양은 많지 않았지만, 흠뻑 취하기에는 충분했다. 부정한 정권에 대한 분노로 취하고, 의식이 없는 친구의 무감각에 대한 속상함으로 취했다.
첫댓글 과거의 설훈 의원에게 미래의 한국 모습이라고 하면서 일베애들 싸놓은 글을 보여주고 대통령이 박근혜라고 하면 절망해 자살할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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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어디서 약을 파냐며 아예 신경 꺼버릴라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