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옹(蔡邕)이라는 인물이 있었다. 진류 어(圉: 지금의 하남성 남기현)사람으로 자는 백개(伯喈)라고 한다. 박학다식하며 유명한 문학가이자 서예가이기도 하다. 후한 영제 때 의랑(議郞: 황제의 주변에서 정사의 옳고 그름을 간하는 벼슬)을 지냈는데 소위 십상시(十常侍)들이 정치에 간섭하는 것을 지적했다가 환관들에게 미움을 사 북방으로 유배를 당했었다.
그의 실력이 워낙 뛰어나, 간신 동탁이 권력을 전횡할 때 그를 사면 발탁하여 시중(侍中: 요즘의 수행비서 격)에 임명 되었다. 사도 왕윤의 계교에 의한 거사로 역적 동탁이 처형당하고 그의 주검은 저자거리에 버려져 배꼽에 구멍을 뚫고 심지를 박아 등불을 밝히고 오가는 백성들이 동탁의 시체를 발로 짓밟고 대가리를 걷어차며 분풀이를 하는 판에 어떤 자가 동탁의 시체 앞에 엎드려 구슬피 방성대곡을 하는 것이었다.
보고를 받은 왕윤이 분기가 탱천하여 그자를 급히 잡아 올리라 명하니 얼마 후 한 사람이 잡혀 오는데, 다름 아닌 채옹(蔡邕)이다. 왕윤의 열화 같은 추궁을 받은 채옹이 변명하기를“당당한 漢나라의 신하로서 어찌 나라를 배반하고 동탁을 두둔하겠습니까? 하오나 公은 공이요 私는 사인지라, 동탁은 일찍이 저의 재주를 알아주고 중용해 주었습니다. 비록 국가에 대하여는 역적이지만, 저한테는 지우(知遇: 자기의 인격이나 학식을 알아주고 후하게 대우하는 것)라 할 것입니다. 사사로운 정을 못 이겨 한 번 울어 그의 가련한 죽음을 조상한 것입니다.”라고하며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살려만 준다면 그 자신이 써 오던 漢나라의 실록을 탈고해서 속죄를 하겠다고 용서를 빈다. 그러나 사도왕윤은 주위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채옹(蔡邕)을 교수형에 처하고 만다. 물론 채옹이 죽은 후 많은 사람들이 아쉬워하고 눈물을 흘렸다고 한다.
지금으로부터 10여 년 전 아리따운 여대생이 살해 됐다. 범인을 잡고 보니 자신의 사위와 이종사촌인 여대생 관계를 불륜으로 의심하고 자신의 조카에게 여대생 살해를 지시한 장모의 짓이었다. 그 장모는 살인교사 죄로 무기징역을 받고 수감 중이었다. 그런데 그녀가 수감 중 허위진단을 받고 수차례의 형집행정지를 받으며 사실상 자유로운 생활을 하고 있다가 그게 밝혀지며 대중의 공분을 사는 일이 발생했다.
그런데 알고 보니 이 여인의 남편이 TK지역에서 한다하는 갑부인 영남제분 회장님이시다. 결론은 유전(有錢)형집행정지였던 것이다. 그런데 이 회장님께서 올 초부터 대한역도연맹 회장으로 활동해 온 것이다. 각설하고....
며칠 전 이상한 기사를 보았다. 우리의 역도 영웅 장미란이 무슨 탄원서를 제출 했다는,...솔직히 그 기사를 읽어보지 않았다. 조국에 영광을 안겨준 역사 장미란이 무슨 억울한 일을 당했거나 당한 일로 탄원서를 제출 했겠지...하는 정도로만 알고 있었다. 그리고 나는 그녀가 속해 있는 대한역도연맹회장이 영남제분회장인 줄도 몰랐었다.(사실 오늘 알았다)
오늘 아침 다시 다른 기사가 뜬다. <<'탄원서 논란' 장미란, "내용 확인 못했다…제 불찰">>이라는 기사다. 검색을 해 보니“후배들 격려차 오랜만에 경기장에 방문했다.당시 역도연맹관계자가 회장님이 어려운 여건에 있는데, 연맹 일이 어렵다고 하시며 우리가 도움을 드려야 되지 않느냐 라고 경기장에서 말씀 하시기에 서명을 했다"고 밝혔다.”다는 것이다.
아마도 장미란이 탄원서를 제출하자(또는 그 명단에 포함 되자...)많은 사람들이 비난을 퍼부은 모양이다. 그러자 그녀는 바로 꼬리를 내리고 사과를 한 것이다.
난 솔직히 장미란이 탄원서를 제출할 때 당연히 그랬어야 한다고 본다. 그것은 오로지 개인적 소신인 것이다. 채옹이 역적 동탁의 죽음을 슬퍼한 것은 그를 알아주고 아껴준데 대한 인간적 연민이었다. 비록 국가에 대하여는 역적이지만, 저한테는 지우(知遇: 자기의 인격이나 학식을 알아주고 후하게 대우하는 것)라 할 것입니다. 사사로운 정을 못 이겨 한 번 울어 그의 가련한 죽음을 조상한 것입니다.”라고.
아쉬운 점은 바로 이거다. 죄인과 죄인의 남편을 감싸고 싶은 마음 추호도 없다. 그러나 죄인의 남편이 장미란이 속해있는 연맹의 회장이라면 그렇게 하는 게 인간적 도의가 아닐까? 그리고 비난이 거세더라도 ‘이점은 오로지 제 개인의 사사로운 생각입니다’그랬다면 그녀는 금메달 보다 더 빛나지 않았을까?
가끔 그런 생각을 해본다. 소위 보수라는 인간들 정신적으로 절대 좌빨 못 이긴다는 생각을 말이다. 놈들은 법을 어겨가면서도 동지를 보호하고 수호한다. 그러나 보수는 어림 반 푼어치도 없다. 그리고 가장 어울리는 변명으로‘악법도 법이다.’법을 지키기 위해 어쩔 수 없다는 거다. 우리가 만든 법을 우리는 지키려는데 빨/갱이는 안 지켜도 되는 양.
장미란의 사과가 잘한 것인지 아닌지 나는 헷갈린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아쉽다. 뭔지 모르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