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은편으로 사람이 오자
우리는 한 줄을 만들었다.
강가에 흰 새가 잠들어 있다.
수풀 속에서 풀벌레 소리가 들린다.
손목시계가 멈춰 있다.
올려 묶은 머리
네 뒷목의 제비초리를 본다.
옛사람들에게 인형극은 덜미였대. 덜미가 잡힌 인형들. 천막 뒤에서 인형을 움직이는 사람에겐 덜미가 전부였다. 관객들은 인형의 얼굴을 보겠지만 그 뒷목을 본 이는 영원히 천막 뒤에 감춰진 사람이 되고 싶어진다.
인형극이 끝나고 사람들은 마음을 둥글게 감아 정리하면서 서로 오래 감춰온 이야기를 꺼낸다. 그들 사이의 무언가 달라져 있고 더는 서로의 앞에선 머리를 고쳐 묶지 않게 된다.
고백은 가슴속이 아니라 뒷목에 담겨 있다.
가로등이 켜지는 순간 사람들은 짧게 탄식했다.
저녁의 정체를 밝혀냈다는 듯.
수풀 속에서 계속 풀벌레 소리가 들린다. 나는 그 소리가 좋고
너는 꼭 벌레가 튀어나올 것만 같다고 무서워한다.
맞은편으로 사람이 지나가고
우리는 다시 나란히 걷는다.
녹슨 농구대 옆
전광판에는 시간도 표시된다.
각자의 집으로 향하는 갈림길이 가까워졌다.
- 우리는 모두 이불에서 태어난걸요, 문학과지성 시인선 622 -
카페 게시글
우리들의 이야기
덜미 (봉주연)
기다려줘
추천 0
조회 22
26.02.23 15:37
댓글 0
다음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