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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제국 2부
프롤로그
단기 3899년(1566년)
1503년 프랑스 서남부 상레미, 유태인 가문에 태어난 미셀 노스트라다무스는
1566년 어느날 공포에 사로잡혀 자정무렵 잠에서 깨어났다.
너무도 생생한 악몽에 치를 떨던 노스트라다무슨 문득 자신의 죽음이 다가옴을 느꼈다.
온 방안을 휘저으며 어렵사리 촛에 불을 당긴 노스트라다무스는
그동안 출판된 책들을 들척이며 수정을 해 나갔다.
유럽에서는 오랫동안 기대하고 있어도 드디어 다시는 나타나지 않는다
그것은 아시아에서 나타난다
크나큰 헤르메스에서 태어나서 단결하는 그나라
동양의 모든 왕을 능가할 것이다.
새롭고 새로운 해, 일곱 번째 달에
하늘에서 공포의 대왕이 내려오리라.
앙골모아의 대왕을 부활시키려고
그 전후의 기간에 마르스는 행복의 이름으로 지배하려 하리라.
12권의 수정을 마치고, 노스트라다무스가 13권을 집어 들었다.
13권은 단 한줄도 쓰여있지 않은 채 빈 공간으로 가득차 있었다.
누런 종이에 펜을 들이댄 노스트라다무스는 써놓지 못한 꿈 이야기를
한줄씩 한줄씩 힘겹게 써나갔다.
달이 지배하는 20년간은 지나간다.
7천 년에는 다른 존재가 그 왕국을 이룩하리라.
태양은 그 때 나날의 운행을 그치고
거기서 나의 예언도 다 끝나는 것이다.
666을 새긴자들이 나타나...
끝내 다음구를 쓰지 못한 노스트라다무스는 고개를 책상위에 떨구었다.
손에 쥔 앵무새꼬리로 만든 펜이 또르르 굴러 떨어졌다.
그의 눈은 아쉬움으로 가득차 13권 첫장을 뚫어져라 바라보며 숨을 거뒀다.
양손이 파르르 떨려왔지만 이내 작은 숨소리조차 느껴지지 않았다.
단기 3955년 신시
천부경을 연구하던 을지소는 네번째 문구를 해석하기 시작했다.
天二三地二三人二三
하늘은 둘이면서 셋이요
땅도 둘이면서 셋이요
사람도 둘이면서 셋이다.
천에도 음양과 천지인이 있고
지에도 음양과 천지인이 있고
인에도 음양과 천지인이 있다.
하늘과 땅과 만물은 서로 상통하는 우주의 원리로 서로의 영역을 넓혀나간다.
우주는 하나에서 여섯으로 움직이고 상통하여 666으로 움직인다.
“여섯을 나타내는 의미가 무엇일까 ?”
중얼거리던 을지소는 바닥에 육자 세개를 큰 글씨로 써내렸다.
6 6 6
보이지 않는 손
단기 3953년 (1620년) 겨울
토끼몰이와 쥐잡기 작전이 막바지에 이르렀다. 궁지에 몰린 청군은 결사항전을 외치고 있었지만
그들에게 대한제국군보다 무서운 겨울이 다가왔다. 누구나 작년 겨울보다 더 혹독한 겨울이
될 것이라는 것을 쉽게 예측할 수 있었다.
청군과 대한제국군은 여전히 전쟁중이었고 대한제국군은 제남을 함락시키고 아주 천천히
다른 지역을 제압해 나갔다. 그들은 진격로에 있는 아직 폭격을 받지 않은 모든 마을을
페허로 만들어 버렸다. 천붕에서 뿌린 전단을 소지하지 않은 자들은 잡아들이고 반항하면
그 자리에서 사살했다.
청도항 맞은편에 있는 황도항은 청도항에 비하면 아주 작은 포구에 불과했지만 그곳에 요즘
거지떼 차림의 사람들이 우글거렸다. 그들은 대한제국군에 몰려온 자나 잡혀온 자들로
황도에 기항한 수송선에 올라타기 위해 순서를 기다렸다.
대한제국군에 맞섰던 그들이 살수 있는 유일한 길은 산동성을 순순히 떠나는 것 밖에 없었다.
떠나지 않으면 10년 강제노역에 처해졌지만 역도들의 강제노역은 일반 죄인과 질적으로 달라서
아무도 10년을 버티지 못하고 죽어 나갔다.
단기 3954년 (1621년) 봄 국무회의장
대명부에서는 반란군 토벌에 대한 방대한 불량의 보고서를 천인단에 보냈고,
3군과 1기계화 군단에서도 각각 보고서를 작성하여 천군부에 제출했다.
확대 국무회의에 보고된 보고서에 의하면 지난 일년동안의 경과보고와 함께
인력 손실에 대한 수치가 자세히 나와 있었다.
천군부 소속 인원손실 : 사망 5,752명, 부상 10,345명, 실종 35명,
장비손실 : 천마-3 25대 반파, 소총 23,450정, 기관총 15정, 봉황 1대 완파,
천인단 소속 인원손실 : 고위관료 – 15명사망, 10명 부상
중하급관료 – 사망 57명 부상 359명 실종 2,554명
장비손실 : 15개성 전신 전화국 파괴, 교량 다수 파괴,
전과 : 적군 40만명을 사살하고 20만명을 포로로 잡음.
화북3성 주민 손실 : 대략 200만명 정도가 사망한 것으로 추정됨, 50만명정도 해외로 이주중.
대명부에서 활동중인 반한복명자 : 15만명 기소.
대명부이외에서 활동중인 반한복명자 : 3,450명 연행 기소.
100장이 넘는 보고서를 취합하여 정리한 요약 보고서를 처음부터 끝까지 꼼꼼이 읽어나간
천인단장은 자신의 임기내에 이와 같은 불행한 일이 발생한 것에 대해 이번 일을
역사가 어떻게 평가할지 그것이 두려웠다.
2대 천인단장이 된지 올해로 7년째인 그는 개인적으론 마음이 아팠지만
한족을 완벽하게 장악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일로 생각했다.
‘충분한 경고와 도망쳐 나올 시간을 주었는데도 그들은 죽음을 택했다.’
훗날 역사가 그를 단죄하려 한다면 그가 할수 있는 최선의 변명이 될 말을 천인단장이 뇌까렸다.
“100만이나 되는 사람들을 어디로 보낼 생각이십니까 ?”
내무부장관은 불순분자들을 50만명을 하나로 묶어 놓는다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러면 치안도 문제려니와, 그들을 관리하기에 많은 인력과 비용이 들어 갈 것이기 때문에
가능하면 저들을 멀리 보내버리고 싶었다.
“알래스카로 보내버릴 생각입니다. 일부는 파나마나 남미쪽으로 보내고, 호주나 동남아에도
보내겠지만 말입니다. 대부분은 알래스카로 보내서 그곳에서 살게 할 생각입니다.”
이번 일을 총괄하고 있는 대명부 총리가 대답했다..
“그렇담 또 알래스카에 우리 관리를 파견해야 한단 말입니까 ?”
내무부장관이 다시 정색을 하며 물었다.
“아닙니다. 한 개 보병 사단을 그곳에 주둔시킬 예정입니다. 군정을 실시할 예정이니 내무부에서
신경쓰실 일은 없습니다. 앞으로 당분간은요.”
천군부에서 답변이 날아왔지만, 그것으로 성이 영 차지 않았다.
내무부장관은 내심 그들을 어떤 외딴섬에 몰아 넣어 버리고 싶은게 솔직한 심정이었다.
“그것보다도 더 중요한 것은 이번 화북3성 난으로 우리의 무기가 유럽으로 밀반출되었을
것이라는 점입니다. 비밀리에 고영상에게 판매한 소총이 이만정입니다.
거기다 초동단계에서 분실된 장비를 합치면 이만 삼천정이 넘을 것으로 추산됩니다.
아직까지 파악된 바로는 오천정 이상이 대명부에 숨겨져 있거나, 해외로 반출된 것으로 보입니다.
이들에 대한 조사를 하루 빨리 끝맞쳐야 합니다.
천군부에서 벌인 일이니 천군부에서 해결하시기 바랍니다.”
내란 진압 작전을 세우고 수행하는 과정에서 천군부와 천인단은 자주 충돌이 일어났다.
천인단은 당초에 내란을 조장하고 무자비한 진압을 반대했다.
천군부는 치고 빠지면 되는 일이지만 천인단에게는 내란의 휴유증을 치유한다는 것이
말처럼 쉬운 게 아니었다. 내란은 한족들에게 의도하지 않은 방향으로 영향을 끼칠 수 있었다.
“3군 전 병력이 동원되고 있으니 조만간 회수 할 수 있을 것입니다.
판매된 총에 비해 총탄은 겨우 백만에 불과 합니다. 거기다 유실된 총탄을 합치면
총 백삼십만발의 총탄이 청군에 넘어갔는데 대부분 소모되었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총탄이 없으면 소총은 무용지물이니 크게 걱정하지 않으셔도 되겠습니다만
소총과 총탄회수에 최선을 다 하겠습니다.”
단기 3954년 (1621년) 여름 영국
제임스 영국 왕은 최근 대한제국에서 입수한 소총 한 자루를 들고 흡족한 마음으로 바라보았다.
세련되게 제작된 총은 완변한 이음처리와 견고함 그리고 편리성에서 최고의 머스켓이라 불리는
네덜란드산을 월등히 능가했다. 무엇보다도 자동소총이라는 점이 가장 마음에 들었다.
“이번에 터키대사의 공이 컸어 안 그런가 베이컨 경 ?”
제임스는 올해 법무장관에서 총리로 승격한 베이컨 경을 바라보았다.
“그렇습니다. 폐하. 토마스 로 경은 영국에 없어서는 안될 사람입니다.
남아메리카에서도 금광을 발견하여 제정에 도움이 많이 되었습니다.
대한제국에 큰 내란이 일어난 것이 많은 도움이 된 듯 합니다.
“아쉬운 일이야. 좀더 일찍 알았다면 더 많은 것을 빼올 수 있었을 텐데.
이번에 가져온 이 총을 왕실 기병 연대에 지급하도록 하고, 전국의 야금기술자들을 동원해서
우리도 이와 같은 총을 만들도록 하게. 대포도 만들면 좋겠군.
휼륭해. 보면 볼수록 휼륭한 무기야. 다른 나라보다 우리가 먼저 기술을 확보해야돼.
스웨덴이나 네덜란드에선 이미 오래전부터 연구를 하고 있었을 거야.
로경에게 편지를 쓰게 동양의 화포기술자를 포섭해서 영국으로 대려오도록.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고 꼭 성사시켜 달라고”
“알겠습니다. 폐하.”
“그건 그렇고, 요즘 대륙상황은 어찌 돌아가고 있는가 ?”
“크리스찬이 이끄는 신교연합군이 황제군에 의해 대파되면서 끝날 것 같은 독일 내전이
스웨덴이 참전하면서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습니다.
신성로마제국이 꽤 힘든 싸움을 할 것 같습니다.
대한제국은 발틱해에 항구를 건설중인 것으로 보입니다.
조만간에 대한제국함대가 유럽에 나타날 것 같습니다.
그들과 관계를 돈독히 하는 것이 앞으로의 일에 도움이 많이 될 것입니다.
이미 세게 곳곳에 대한제국군이 진출하고 있어서 조만간 우리와도 부딪힐 것이 에상됩니다.
“그렇겠지. 그때를 대비해야지. 총리가 좀더 힘 좀 써야겠어.
아울러 내부의 불순분자들 처리도 확실히 하고. 그 청교도를 믿는 자들말야.”
“알겠습니다. 폐하. 그리고 폐하 오늘도 대한제국 공사가 지난 말라카해전에 대한 책임을 물어
배상을 요구하는 서한을 보내왔습니다. 황금으로 팔천파운드를 배상금으로 내놓으라는 엄포입니다.
원정에 참여했던 나라에 똑 같은 외교문서가 전달된 것으로 보입니다.”
“올해도 이자가 5백파운드가 붙었군. 웃긴 놈들이야. 이자라니.”
“내년 6월까지 배상금을 물지 않으면 전쟁도 불사하겠다는 협박을 비공식적으로 전달하고 있씁니다.”
영국왕은 베이컨총리의 말에 어안이 없었다. 대한제국은 영국을 전혀 안중에 두지 않는 듯 보였다.
유럽 최강의 나라를 말이다.
“야만적이고 미개한 이교도 놈들. 언제고 한번 혼쭐을 내줘야겠어.
대한제국놈들 ! 걱정할 것 없어. 저놈들은 발틱에 항구가 건설되더라도 몇 년간은 이곳으로
함대를 보낼 수 없을 거야. 그 스웨덴놈들이 헐값에 넘기지만 않았어도 이런 일은 없었을 텐데.
바보 같은 놈들. 피흘려서 얻은 땅을 헐값에 넘겨버리다니”
“하지만 폐하. 대한 제국이 이집트에 건설중인 운하가 완공된 것으로 보입니다.
그렇게 되면 대한제국의 함대가 곧바로 지중해를 치고 올라올 수 있습니다.”
“그것은 남부놈들이 알아서 하겠지. 설사 대한제국함대가 지중해로 진출한다 해도
스페인과 포르투갈을 상대하려면 쉽사리 지중해를 벗어나지 못 하지 않겠나.
남부놈들도 이 사실을 잘 알고 있을 테니 넌지시 이집트 원정을 부추기면 얼마간은 저들이
대한제국을 붙잡아 둘 수 있겠지. 그보다는 대한제국이 프랑스와 가까워지지 않도록 주시해야돼.
요즘 프랑스가 많이 어려우니 그 뜸을 타고 스며들지 모른단 말야.”
“프랑스가 내전으로 힘을 소진하고 있는 것이 안타깝습니다.
루이13세가 하루빨리 어머니와 화해를 해야할 텐데 말입니다.”
베이컨경은 프랑스가 대한제국과 동맹이라도 맺을 까 걱정하는 국왕이 이해가 가지 않았지만
지금과 같은 위급한 때에 대영제국과 함께 유럽의 양대산맥을 이루고 있는 프랑스가 어머니와
아들간의 권력다툼으로 동쪽으로부터 불어오는 위헙을 감지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못내 아쉬웠다.
앙리 4세와 마리 드 메디시스의 아들로 퐁텐블로 궁전에서 태어난 루이13세는 3943년(1610)9세 때
왕위에 올랐기 때문에 그의 어머니 마리 드 메디시스가 섭정을 하였다.
3948년(1615) 스페인 왕 필립3세의 딸 안 도트라슈와의 결혼 후에도 섭정이 계속되고 마리의 신임을
받은 재상 콘치니의 횡포가 심하자, 루이 13세는 3950년(1617) 뤼네와 모의, 콘치니를 암살하는
궁정 쿠데타를 감행하여 친정체제를 수립하게 된다. 하지만 루이 13세의 친정은 왕과 뤼네에 대한
모후의 반란, 신교도의 반란 등이 계속 이어져 프랑스의 혼란이 끝날줄 몰랐다.
마리 드 메디시스의 총애를 받으며 한때 왕실 고문관이었던 리슐리외가 파리로 다시돌아왔다.
루이 13세의 친정과 함께 궁정을 쫓겨나 아비뇽으로 도망가서 집필 활동을 한다고 알려진
리슐리외가 비밀리에 루브르궁 후미진 방에서 동양계 인물과 함께 누군가를 기다리는 듯 서성거렸다.
리슐리외는 마리와 루이 13세간의 화해를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었지만
아직 궁에 들어올 신분이 아니기에 은밀히 궁에 들어와 루이 13세에게 연락을 했다.
대한제국에서 파견된 고위 외교관 최우석이 받은 루이 13세에 대한 첫 느낌은 당찬 모습으로
의욕에 넘쳐보이는 흔히 보는 20대의 혈기왕성해 보이는 젊은이라는 것이였다.
“처음 뵙겠습니다. 폐하. 대한제국 2등 서기관 최우석 인사드립니다.”
그는 프랑스의 궁정 예법을 잘 몰랐기 때문에 대한제국의 예법대로 바닥에 큰절을 올렸다.
난생처음 받아본 큰절에 루이13세는 흐믓해 했다. 무릅을 꿇고 극도의 예를 취하는 최우석 모습에
그는 처음부터 호감이 갔다.
“어려서 부터 대한제국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들었습니다.
오늘 이렇게 은밀히 나를 보고자 한 이유가 무었인지 궁금합니다.”
“저희 대한제국 황제께서 이번에 황제폐하의 친정을 축하하기위해 작은 선물을 보내왔습니다.
아울러 귀국과 대한제국간의 원만한 관계를 만들어가길 희망하고 있습니다.”
말을 마침과 동시에 최우석은 손바닥 만한 상자를 내 밀었다.
그가 내민 상자는 백금 도금이 되어 있었고 은으로 한쌍의 봉황이 음각 되어 있었다.
온갖 보석으로 치장되어 있어서 상당히 품격이 있어 보였다.
루이13세는 상자를 받아 들고 뚜껑을 열었다.
그 안에는 6연발 권총이 총알 10개와 함께 가지런히 놓여있었다.
“이렇게 휼륭한 선물을 보내주시다니 귀국의 황제에게 감사하더라구 전해주시구려.”
루이 13세는 이렇게 귀한 선물을 받자 마음이 뿌듯했다.
어머니를 궁에서 몰아내고 주변국에서 아직 프랑스의 왕으로 정식 인정을 받지 못하고 있었는데
대제국에서 자신을 프랑스의 왕으로 인정한 것이나 다름없었다.
리슐리외와 최우석은 잠시 루이13세와 환담을 나눈 후 루브르궁을 들어갈 때처럼 조용히 빠져 나왔다.
남쪽에 궁을 증축하고 있어서 인부들이 자주 드나 들었지만 인부들의 눈을 피해 궁을 나온 그들은
대기시켜놓은 마차에 급히 올라탔다.
“리슐리외경. 이번 만남을 주선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머지않아 리슐리외경이 복권되고
궁으로 되돌아올 것을 저는 확신합니다. 그때 많이 도와 주십시오.”
“별말씀을요. 시골에서 할일 없이 소일하고 있던는 저를 이렇게 불러주셔서
이런 자리를 만들어 주신 최우석경이야말로 저희 은인이십니다.”
리슐리외는 너무도 잘 알고 있었다. 최우석이라는 대한제국 외교관은 자신이 아니더라고
뤼네나 다른 현직 관료를 통해서도 대한제국의 선물을 전달할 수 있었다는 것을 말이다.
처음 이런 제의를 받았을 때 그는 왜 자신을 지목했는지 의아해 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는 이미 궁정에서 완전히 배척당하는 인물이었다. 그렇게 때문에 최우석의 제안을
선뜻 받아드이지 못했던 그는 잘만 된다면 오히려 루이13세의 환심을 사는 계기도 될 수 있었기에
대한제국의 제의를 승낙하였다.
리슐리외의 말에 김수환은 빙그레 웃기만 했다. 대한제국은 프랑스정계의 유력인사나 젊은 귀족들을
뒤에서 알게 모르게 후원해주고 있었다. 대한제국에 대한 호의적인 생각을 가질 수 있도록
엄청난 금액을 뿌려댔고, 샬롱을 몇 개 열어 사교장을 제공하기도 했다.
천인단은 지중해와 발틱해를 군사적인 전초기지로 이용하는 반면,
프랑스를 유럽의 정치, 문화의 전초기지로 삼고자 했다.
단기 3954년(1621) 여름 북극해
이번에 신설된 발틱함대의 분함대가 5천급 전투함과 보급함으로 구성된 함대를 거느리고
쇄빙선의 인도에 따라 베링해를 지나 시베리아연안을 거쳐 북대서양으로의 시험 항해를 계속했다.
몇년전부터 탐사를 시작한 북극해 항로는 그동안 수백페이지의 보고서가 작성되었다.
그렇게 해서 7월/8월 두달 동안은 유빙을 비롯한 항행에 위협이 되는 요소들이 상당히
감소되는 것으로 밝혀져 북극해 항로가 개통되었다. 하지만 여전히 위험은 존재하고 있어서
북극해 항해는 항해사를 항상 긴장하게 만들었다.
쇄빙선의 호위를 받으며 발틱함대 분함대가 부산항을 떠난 것이 6월 30일 이다.
총5척으로 구성된 함대는 발틱항구가 완성되는 시점에 맞춰 부산항을 출항했다.
발틱해에 건설중인 항구는 대한제국에게는 유럽을 직접 공격할 수 있는 전략항구로써
대단히 중요한 항구여서 천군부에서도 상당히 신경을 썼다.
천인단에서는 쇄빙선의 보수, 유지 및 계류를 위해
북극해 중간중간에 10개의 소규모 항구를 건설했다.
“벌써 10일이나 지났군. 이곳은 밤낮이 따로 없으니 신기하구만.”
처음으로 북극해를 항해하는 안사협 중령이 백야를 신기해 했다.
한밤에도 대낮처럼은 아니더라도 해질녘 무렵처럼 밖이 밝았다.
극지방에만 생기는 백야를 처음 겪기는 모든 발틱함대 장병들도 마찬가지였다.
안사협중령과 부관은 잠이 오지 않자 잠시 함교옆에 있는 견시병용 난간에 몸을 기대고
한여름밤의 백야를 즐겼다.
“내일 아침이면 백해로 들어갑니다 그리고 5일만 지나면 북극해를 빠져나가게 됩니다. 이
런 귀중한 항로가 단지 두달밖에 활용할 수 없다니 안타깝습니다.
겨울에도 함대나 선단이 마음놓고 움직일 수 있으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
부관은 조선에서 함대를 새로 구성하는 동안 서울에 있는 전문대학의 경제학과를 이수해서 인지
요즘 들어 부쩍 모든 사항을 경제에 결부시키려는 경향이 있었다.
“부관. 군인이 말이 많고 생각이 많으면 군대생활 하기가 힘들어진다. 군인은 받은 명령을
어떻게 하면 효과적으로 수행할 것인가에 대해 생각하기에도 바쁜 직업이야.”
안사협중령은 이제 갓 대위로 진급한 부관이 한편으론 부럽게 느껴졌다.
“우지직 파직”
앞쪽에서 갑자기 어름 깨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함대의 길을 여는 쇄빙선이 갑자기 떠내려 온
얼음덩이를 두조각으로 가르며 길을 만들었다.
“대단하군. 저런 쇄빙선을 만들다니 말야. 전혀 속도가 줄지 않는데.”
다행히 유빙은 빙산이 아니었는지 쉽게 갈라져 나갔다.
쇄빙선에 장착된 소리실에서는 함대의 바다속을 24시간 감시했다.
만약 쇄빙선에 버거운 빙산이 나타나면 함대의 진행방향을 수정해야만 했다.
한밤의 거친 소리 때문인지 함대 우현으로 이름 모를 동물들이
떼지어 서쪽으로 이동하는 모습이 보였다.
“함장님 저쪽을 보십시오. 엄청난데요.
북극을 한번 탐험해 보고 싶은 생각이 절로 나게 만듭니다. 아하.”
부관은 주위를 둘러보느라 정신이 없었다.
“왜 ? 잡아서 가죽 팔아먹으려구 ?”
안사협이 부관의 마음속을 꽤뚫어 보고 있다는 듯 쳐다보았다.
“아니 뭐 그렇다기 보다는…. 함장님 적 소굴에 우리 분함대만 들어가는 것 아닙니까 ?”
부관은 자신의 속마음을 들키자 화제를 돌렸다.
“두렵나 ? 걱정 말게. 우린 모항에 기항한 후론 본함대가 올 때까지 밖으로 나가지 않을 거야.
물론 적이 처들어 온다면 싸워볼 만도 하겠지만. 모르긴 몰라도 그쪽엔 해안포가 장난이 아니게
깔려있을 걸. 우린 할 일도 없을 거야. 그저 무사히 목적지에 도착하면 되는 거지.
그나저나 함대 후미에서 따라오던 탐사선과는 거리가 상당히 멀어졌군.”
“탐사선은 앞으로 두달 동안 북극에 체류하면서 지하자원과 주변 생태계를 조사할 예정입니다.
구월달에나 다시 볼수 있을 겁니다.”
“그렇군 그만 자러가야겠네. 자네는 언제 들어갈텐가 ?”
안사협중령이 모자를 고쳐 쓰고는 난간에서 몸을 일으켜 함교로 막 들어섰다.
부관은 아쉬움을 눈에 가득담은 체 함장의 뒤를 따라들어 갔다. 그는 아직 잠잘 생각이 없었다.
하지만 게급이 깡패라고 얼른 함장실에 들어가 잠자리를 봐줘야만 했다.
안사협 중령이 이끄는 함대는 잠시 백해의 알첸겔항에 도착하여 필요물품을 보급받고
사령부로부터 새로운 명령문을 접수했다. 입항 12시간만에 다시 백해를 빠져나온 함대는
노르웨이 해안을 크게 밖으로 돌아 스코우에 진입했다.
스코우는 발틱해와 북해를 잊는 지점으로 바로 북대서양과 연결된다.
이곳이 무엇으로든 봉쇄되면 발틱에서는 조각배도 대서양으로 진출할 수 없는 중요한 목이다.
이곳을 지나면 또하나의 커다란 섬 3개가 나타나는데 이 섬을 좌우로 해서 협수로가 만들어져 있다.
북쪽의 수로는 남쪽 수로보다 훨씬 협소하고 수심도 7미터를 넘지않는 모래턱이 있어서
와레순(소해협)라 부르고 남쪽을 great belt(대해협)이라 부른다.
이 해협은 스웨덴과 덴마크간의 천연의 국경선을 이루고 있다.
이곳 역시 발틱해를 빠져나오려면 반듯이 거쳐야만 하는 곳으로
스코우보다 훨씬 봉쇄하기가 쉬운 곳이다.
“함대를 노출시키지 않고 가려면 어떻게 해야하나 ?”
안사협중령은 첨가된 명령서를 접수한 후 5일동안 이곳까지 오면서 고민에 휩싸였다.
당초 그가 맡은 임무는 함대를 무사히 신설되고 있는 신항에 도착시키기만 하면 되었는데
임무가 약간 변경되었다.
“아무래도 남쪽 해협을 지나쳐야겠습니다만,
백야를 이용하면 노출시간을 최소화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렇긴 하지만 좀더 좋은 방법이 없을까 ?”
아무리 백야라지만 한밤중에 협수로를 지나야 한다는 것은 함대에겐 위험했다.
자칫 좌초라도 된다면 함을 침몰 시켜야만 하는 불상사가 벌어질 수 있었다.
함대가 보유한 통신장비로는 신항의 기지와 통신을 연결할 수 없기 때문에 구원을 요청할 수 도 없다.
그렇다고 좌초선박을 그대로 남겨놓고 갈 수도 없는 노릇이다.
함대 지휘부가 함교에서 지도를 보며 고민에 쌓여 있을 때 갑자기 비상벨이 울렸다.
“따르릉따르릉”
“함장이다. 무슨일인가 ?”
“함장님 함대진행방향 우현에 범선이 출현했습니다.”
“알았다. 곧 가지”
함장을 비롯한 장교들이 우르르 전투지휘소로 내려갔다.
함교는 당직사관과 하사관만 남겨져 긴장된 얼굴로 전방을 주시하며 항해를 계속해 나갔다.
“몇척이나 되나 ? 어디 소속이야 ?”
함장이 전투지휘실에 들어서자마자 레이다하사관에게 물었다.
“총 다섯척으로 보입니다. 육안 관측된 것은 세척입니다. 그 뒤에 두척이 더 있습니다만,
완전히 모습을 들어낼 때까진 알 수 없습니다. 소속은 알 수 없습니다.”
정체불명의 선단이 안사협중령을 난처하게 만들었다.
“저쪽에서 우리를 발견했다고 보는가 ?”
“망원경이 있다면 충분히 발견했다고 생각되어집니다. 육안으론 불가능한 거리입니다.”
“우회하느냐 아니면 부딪혀 전멸시키느냐의 문제군. 부장은 어찌생각하나 ?”
“아무래도 함대가 노출되었다고 생각하는 것이.
하지만 자세한 것을 파악하지는 못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현 지점에서 잠시 물러났다가 움직이는 것이 좋을 듯 합니다.”
부장은 범선과 접전을 피하고 싶었다.
물론 접전을 하면 100퍼센트 이길 수 있었지만 피를 보고 싶지는 않았다.
“그게 좋겠지. 일단 함대를 동쪽으로 이동시켜 저들 항로에서 벗어난다.
우릴 따라오면 그땐 어쩔 수 없지. 박살내 주면 되겠지.”
안사협 함장의 결정에 함대가 동쪽으로 방향을 틀어 최고속도로 10킬로를 물러나 정지했다.
그단스크에서 물건을 싣고 프랑스로 가던 폴란드의 상선대가 대한제국의 함대를 못 볼리 없었다.
하지만 그들은 정체불명의 함대에 대한 호기심을 충족시키기보다는 파리로 가는 길이 급했다.
이번에 싣고 가는 물품은 러시아를 통해 구한 고급향료로 하루라도 빨리 프랑스에 가져가서
시장을 선점해야만 했다. 자칫 잘못하면 아랍상에게서 물건을 인수 받은 이탈리아 상인들에게
고객들을 빼앗길 수 있었다.
폴란드는 우크라이나 영유권 문제로 대한제국과 마찰을 빚고 있긴 하지만 모스크바를 통한 무역엔
지장을 받지 않았다. 대한 제국에서 그들에게 무역을 허용하고 있었다.
“너무 멀어서 잘 모르겠지만 스웨덴 놈들이 이상한 배를 만들고 있다는 소문이 사실이었군.”
상선대 선주인 워택 버드니는 아랍상인들에게서 구한 망원경을 내려놓았다.
그는 정체불명의 배들이 스웨덴 해안으로 이동하자 대한제국 함대를 스웨덴 함대로 생각했다.
“그러게 말입니다.”
자느쯔 고로스끼 선장이 버드니의 말에 동의하고 나섰다.
“욕심같아서는 쫒아가서 확인해보고 싶지만 시간이 없군.
이태리놈들이 오기전에 먼저 가야지. 순풍이 불어줘야 할텐데.”
버드니는 이번에 한 몫 챙기면 파리에 있는 샬롱에서 아름다운 여인과 함께 코낙을 마실 생각에
기분이 절로 좋아졌다.
요즘 파리엔 샬롱들이 여러 개 생겨서 화류계를 형성하고 있었다.
그 중에서도 몽마르뜨 언덕에 세워진 몽블랑 카페는 미인들이 많기로 소문이 나 있어서
젊은 귀족들의 발길이 끊이질 않았다.
하룻밤에 어마어마한 돈을 쓰기에 전혀 주저하지 않는 이들이 몰려들어서
몽마르뜨언덕은 파리의 새로운 명소로 자리잡고 있었다.
정체불명의 선단이 사라지자 안사협중령은 함대의 진로를 수정하여 안홀트섬 사이로 숨어들었다.
그의 함대는 이곳에서 9시 될 때까지 기다리다. 모두들 잠들어 있을 시간을 이용하여 대해협을
건너야만 했다. 백야랍시고 덴마크인들이 돌아다니지 않기 만을 고대하면서.
“이미 노출되었는데 지금 여기서 대기할 필요가 있겠습니까 ?
목적지까진 이틀이면 도착하겠지만 그사이 노출 안 된다는 보장이 없습니다.
한시간이라도 빨리 도착하는 것이 함대에 안전할 수 있습니다.”
부장이 함대의 대기명령에 대해 반대하고 나섰다.
안사협중령이 생각하기에도 타당성이 있어보였다.
이곳은 상선이나 어선들의 종종 나타날 것처럼 보였다.
지도상으로도 지금 함대가 위치해 있는 곳에서 가까운 곳에 덴마크의 수도인 코펜하겐이 있고
발틱해를 끼고 4개의 강대국이 위치해 있어서 들키지 않고 들어간다는 것 자체가 불가능해 보였다.
“하지만 최선을 다 해봐야지 않겠나. 부장 ? 지금 움직이면 거의 노출된다고 봐야 할텐데 !
이곳에서 4시간만 대가한다.”
“벌써 아홉시인가 ? 그만 출발하지.”
저녁을 먹고 잠시 잠을 잤던 안사협중령은 부관이 와서 깨우자 두 팔을 들어 뒤로 젖혔다.
기지개를 한번 하고 나니 온몸의 뼈들이 제자리를 찾아가고
피가 몰렸다 일순간 풀리는 기분이 상쾌했다.
그는 침대에서 일어나 함교를 향했다.
함교에는 출발시간이 다 되자 항해장 교들이 자기 자리를 잡고서 명령을 기다렸다.
“항로 078. 4노트”
“항로 078. 4노트 “
한 하사관이 복명하자 스피커를 통해서 기관실의 복명이 들어왔다.
“4노트”
서서히 함대가 움직여 대해협으로 다가갔다.
“함대 증속 10노트”
“증속 10노트”
함대 선두에선 기함 2418함이 함 레이더를 풀로 가동하며 해협 입구에 진입했다.
가장 긴장되는 몇시간이 흘렀다. 레이다를 책임진 하사관들이 탐색범위를 광범위하게
넓혔다 좁혔다 하면서 만약의 돌출상황을 대비했고, 견시병들이 갑판에 수십명 배치되었다.
함대는 총원 전투태세에 임한 상태에서 조용히 해협을 통과했다.
단기 3954년(1621) 모스크바 4군 사령부
4군이 맞고 있던 하자르족에 대한 관리가 2군으로 넘어가면서 4군의 구식군대는 점차적으로
제3군에서 넘어온 10개의 사단으로 재편성되는 과정에 있었다. 4군 사령부는 모스크바에 만들어졌다.
투시노에 있던 8기병사단은 사령부가 모스크바에 들어오자 주둔지를 노브고로드로 옮겨
신항과 주변 지역의 치안을 담당했다.
“올해만도 삼만의 병력이 충원 되었다.
우랄산맥 서쪽을 담당하기에는 너무 많은 병력이 몰리는 거 같은데.”
4군 사령관이 새로이 투입될 병력을 보여주는 서류를 대충 살폈다.
8기병사단장이였던 김경환 소장은 제4군 8군단장으로 승진하더니 군단장 생활을 5년하고
4군 사령관으로 임명되었다. 소장에서 중장진급 할 때는 계속 물을 먹었는데
그 이후로는 대장까지 순조롭게 올라왔다.
이제 군인으로서는 더 이상 올라갈 곳이 없을 만큼 올라온 것이다.
최고봉인 천군부장관이라는 자리가 있긴 하지만 그건 거의 명예직에 가까웠다.
더군다나 그로서는 올라갈 수 없는 자리였다.
천군부장관에 올라가 10년을 복무하기엔 자신의 나이가 너무 많았다.
“너무 많단 말야. 이유가 뭘까 ?”
“아무래도 이곳 치안이 불안하기 때문이 아니겠습니까 ?
아니면 유럽을 침공하려는 준비를 하고 있는지도 모르죠.
도대체 언제까지 전쟁을 할려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김경환 대장의 눈에 띄어 그의 부관이 된 강삼호 소령이 자신의 생각을 거침없이 말했다.
대장과 소령은 엄한 증조 할아버지와 손자관계 같은 것이라서
김경환 대장은 강소령의 말에 빙그레 웃었다.
“강소령은 제국확장이 맘에 들지 않는 모양이군.”
“너무 많은 피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벌써 수백만이 제국확장의 미명아래 죽어갔습니다.
그 중 대부분이 피정복민들이구요. 제국이 표명하는 민본주의에 전혀 어울리지 않는 것들
투성입니다.”
“그런가 ? 딴은 그렇기도 하지. 하지만 말야. 우리로 인해 안정된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도
수천만명이 넘지. 지금은 일억이 넘겠군. 그 점은 인정해야지 안 그런가 ?
희생자가 있다면 그 반대편에 선자들도 있지. 그들에겐 대한제국은 구세주가 될 수도 있다네.
어떤 사건을 바라보고 판단하는 것은 개인의 자유야. 거기에는 다양한 의견이 존재하겠지.
사람마다 생각하는 것이 틀리고 개인의 가치관을 형성했던 인생 역정이 다 다르니까 말야.
하지만 그 내면에 흐르고 있는 본바탕은 다 똑같단 말야.
모두들 의식주를 해결하길 바라고, 무병장수하길 바라고 죽기 전에 뭔가 하나쯤 이루고 싶어하지.
우리 같은 군인은 무얼 바랄까 ? 그건 전쟁이고 전투에서 승리를 쟁취하는 거지.
자네는 인생의 목표가 뭔가 ?”
갑자기 이야기가 이상한 방향으로 흐르자 강삼호소령은 약간 당황했다.
그의 목표는 병원 침상에서 자실하신 아버지의 복수였지만 그걸 말 할 수는 없었다.
“글쎄요. 생각해보지 않았습니다.”
“그렇군. 자네도 알겠지만 군인의 계급이 올라가면 귀찮은 일들이 많지.
늘어난 권한 만큼 책임이 늘어난다고나 할까. 항상 주위를 깨끗이 해야 돼.
말도 아껴야 하고. 언젠가 군 비리로 인해 군단 전체가 와해된 적이 있었다.
그들 대부분이 죽었고 말야. 자네가 요즘 재미있는 사람들을 자주 만난다는 소문이 들려오더군.”
김경환대장은 강삼호소령의 아버지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새겨 듣겠습니다.”
“자네도 들어서 알고 있겠지만 서울에 있는 정보군단을 우습게 보지 말게.
아주 무서운 사람들이지. 딱 한방에 끝내버리거든.”
김경환대장은 자신이 아끼는 후배가 한순간의 잘못으로 인생을 허비하는 것을 원치 않았다.
사령부로 자리를 옮기면서 강소령은 예전에 비해 눈에 띄게 접촉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 계층도 다양해서 젊은 장교들은 물론이고 상인, 지방관, 외국인들과도 만나는 듯 보였다.
첫댓글 감사해요~~~^~
감사합니다.
즐독요
잘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