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품속에 담긴 신념을 팔아라…소비자가 찾는다
`어니스트 티` 창업해 대박…배리 네일버프 美 예일대 교수
미국인 "더 달게 더 달게" 외칠때 설탕 뺀 건강음료로 파고들었다
#어니스트 티(Honest Tea)는 온전한 찻잎으로 건강에 좋은 차 음료를 만드는 회사로 1998년 창업했다. 병 제품 매출이 궤도에 오르자 매장에서는 티백 차 제품을 출시하라는 요청이 잇따랐다. 어니스트 티는 병 제품이 성공했으니 티백이라고 못할 게 없다고 생각했다. 같은 차 사업 안에서 제품 라인을 다각화하는 게 정석이라고 여겼다. 그러나 티백 제품은 실패로 끝났다. 시장에서 거의 팔리지 않았다.
#어니스트 티는 2005년 차 사업에서 일탈한다. 어니스트 에이드(Honest Ade) 브랜드로 레몬음료 시장에 진출했다. 이어 어린이용 주스 시장에도 뛰어들어 어니스트 키즈(Honest Kids) 브랜드를 내놓았다. 티백과 달리 차와 관련 없는 어니스트 에이드와 키즈는 큰 성공을 거둔다.
어니스트 티는 사업 다각화 측면에서 이례적이라는 평가를 받곤 한다. 기존 주력 사업이던 차와 관련된 티백 사업에서는 실패하고, 관련 없어 보이는 주스 시장에서 성공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어니스트 티를 공동 창업한 배리 네일버프 예일대 경영대학원 교수와 그의 제자인 세스 골드먼의 생각은 전혀 다르다. 차 음료로 출발한 어니스트 티의 진짜 관련 사업은 어니스트 에이드와 키즈라고 강조한다. 오히려 티백 차 제품은 관련성이 낮은 사업이었다고 말한다. 이 때문에 티백 차 시장 진출은 "최대의 전략적 실수였다"며 후회한다.
하지만 `어니스트 티`라는 사명은 말 그대로 `정직한 차`라는 뜻이다. 그런데 어떻게 티백 차 제품이 관련성이 낮은 사업일 수 있을까.
이에 대해 네일버프 교수는 매일경제 MBA팀과 한 인터뷰에서 "어니스트 티에서 진짜 중요한 단어는 `어니스트(honestㆍ정직한)`지 `티(차)`가 아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우리는 설탕이 덜 들어간 유기농, 프리미엄 음료를 만들려고 창업했지요. `정직한` 건강 음료를 만들어 사람들 건강에 도움이 되자는 미션을 가졌어요. 그렇기 때문에 티가 아닌 어니스트가 우리 사업의 핵심이에요. 그게 우리의 존재 이유이기 때문이죠."
어니스트 에이드와 키즈는 이 같은 미션과 존재 이유에 딱 들어맞았다. 기존 주스보다 설탕을 확 줄인 건강에 좋은 제품이었다. 말 그대로 `어니스트`한 제품이었던 것이다.
반면 티백 제품은 상황이 달랐다. "우리는 티백 차 시장에서 쉽게 승자가 될 수 있다는 유혹에 빠졌죠. 고객들이 원했고, 세일즈팀에서 충분히 팔 수 있다고 했죠. 그래서 우리는 티백 제품을 내놓으면서 `어니스트`가 아닌 `티`에 집중했어요. 어니스트 티 역사상 최대 실수였죠." 티백 라인은 6년간 매출액이 35만달러에 불과했다.
결국 어니스트 티는 자신의 미션과 존재 이유에 부합되는 제품으로 사업을 확대했을 때 소비자들 선택을 받은 셈이었다. 기존 제품과 비슷하다는 이유로 시작한 사업에서는 소비자들로부터 외면당했다. 결국 소비자들은 어니스트 티의 `티 제품`이 아니라 `어니스트`라는 미션을 구매한 셈이다. 기업은 제품이 아니라, 자신의 존재 이유와 미션을 판매할 때 시장에서 승리할 수 있다는 것을 어니스트 티는 입증한다. 다음은 네일버프 교수와의 일문일답이다.
-어니스트 티는 미션을 기반으로 사업을 시작했다.
▶미국은 1인당 소득이 세계 최고 수준이다. 그러나 평균수명은 세계 44위다. 여러 이유 중 하나가 식음료다. 미국인들은 설탕이 잔뜩 들어간 고칼로리 음료를 마신다. 우리는 설탕을 확 뺀, 건강에 좋은 유기농 음료를 만든다는 미션을 세웠다. 미국인들이 우리 음료를 마실수록 더욱 건강해지기를 바랐다. 그래서 우리는 온전한 찻잎으로 건강에 좋은 차 음료를 출시했다. 오늘날까지 어니스트 티가 생존한 까닭은 `건강한 음료를 창조한다`는 큰 그림에 집중했기 때문이다.
-병에 넣은 차 제품으로 새로운 시장을 개척했다. 그러나 티백 제품으로 브랜드를 확장하려다 실패했다.
▶우리도 처음에는 우리 브랜드의 가장 중요한 단어가 `티`라고 잘못 생각했다. 그래서 티에 초점을 맞추고 티백 시장에 들어간 것이다. 그러나 우리의 티백 라인은 `어니스트`한 병 음료 제품을 판다는 우리 사업과 직접 관련이 없었다. 괜히 현금과 에너지만 소진하고 말았다.
-티백 시장에는 실패했지만, 주스 시장에는 성공했다.
▶우리 사업의 핵심이 `어니스트`라는 교훈을 얻자마자 우리는 시장을 보는 눈이 트였다. 좀 더 `어니스트`해질 수 있는 제품들이 눈에 보이기 시작했다. 성인용 주스와 어린이용 주스가 대표적인 예다. 실제로 주스 사업은 티백보다 우리의 애초 사업과 관련성이 훨씬 높았다. 티백 제품은 생산과 유통이 기존 병 제품과 차이가 컸다.
-어니스트 티는 설탕을 뺀 저칼로리 음료 시장을 개척했다. 그러나 왜 기존 음료회사들은 그 같은 제품을 출시할 생각을 못 했나.
▶대부분의 음료회사들은 신제품을 출시할 때 고객들을 대상으로 블라인드 테스트(blind test)를 실시한다. (설탕이 많이 들어간 제품과 그렇지 않은 제품을 소형 컵에 담아 고객 앞에 내놓는다. 그러고는 고객이 어떤 제품을 더 좋아하는지 테스트하는 것이다. 고객은 두 제품에 대한 사전 정보가 전혀 없다는 점에서 `블라인드`라는 이름이 붙었다.) 대부분의 테스트에서는 설탕이 많이 들어간 제품이 이긴다. 이 때문에 기업은 설탕이 적게 들어간 음료를 내놓지 않게 됐다.
기업이 일단 매우 단 음료를 내놓으면 덜 단 음료를 내놓기가 더욱 어려워진다. 단맛이 좋아 단 음료를 선택한 고객들은 계속 단맛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만약 이들이 같은 브랜드에서 나온 덜 단 음료를 마시면 실망하게 된다. 한 기업이 당도가 매우 다른 두 음료를 함께 팔기가 매우 어려운 것도 그래서다. 단맛을 원하는 고객과 그렇지 않은 고객을 동시에 만족시키려는 시도는 혼란만 줄 수 있다.
-블라인드 테스트에서 고객은 주로 단 음료를 선택했다. 하지만 어니스트 티는 정반대 제품을 내놓았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단 음료를 좋아한다고 해도 그렇지 않은 고객들도 있기 마련이다. 이들 고객은 시장에서 소외되고 있었다. 기존 기업들이 단 음료만을 내놓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 소외된 고객들을 타깃으로 했다.
우리 고객들은 음료를 선택할 때 맛이 전부는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들은 맛뿐만 아니라 칼로리에도 신경을 쓴다. 고객이 원하는 최고의 맛에서 설탕을 조금 빼면 맛에는 크게 영향을 주지 않고, 칼로리를 꽤 많이 줄일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어니스트 티는 이 같은 사실을 제품 라벨에 표시하기도 했다.)
설탕 사용을 줄이면 꿀이나 아가베 메이플 시럽 등을 사용할 여유가 생기기 때문에 소비자에게 더욱 득이 된다. 그렇다고 어니스트 티의 비용 부담이 늘어나는 것도 아니다. 꿀 등은 설탕보다 가격이 몇 배 비싸지만, 우리에게는 별문제가 되지 않았다. (경쟁제품은 매우 단 맛을 내기 위해 설탕을 많이 넣어야 한다. 그러나 어니스트 티 제품은 단 맛이 덜하므로 꿀 등을 많이 넣지 않아도 된다. 결국 경쟁제품이 다량의 설탕에 쓰는 비용이나 어니스트 티가 꿀 등에 쓰는 총비용은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건강음료를 만들어 사회에 도움이 되자는 미션도 성취하면서 동시에 수익을 내기란 쉽지 않을 것 같다.
▶우리는 돈을 벌고 싶었다. 하지만 동시에 (세상에 긍정적인 변화를 주는) 차이를 만들어내고 싶었다. 만약 당신의 목적이 돈이라면 수익성이 좋은 담배회사를 운영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당신이 제품을 더 많이 팔수록 공공 건강에 더 많은 해를 끼치게 될 것이다. 우리는 우리 제품이 더 많이 팔릴수록 사람들의 건강에 도움이 되고 싶었다.
우리가 생존할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는 우리의 열정이었다. 우리가 믿고 있는 미션을 토대로 비즈니스를 쌓아올렸기 때문에 우리는 강한 열정을 낼 수가 있었다. 미션에 기반한 기업은 사람을 흥분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사업의 성공을 위해 미션을 포기할 필요는 없다.
-어니스트 키즈 음료를 담은 파우치를 업사이클링(폐기물을 더 가치 있는 제품으로 만드는 활동)해 재활용한 점도 어니스트 티의 미션에 어울리는 것 같다.
▶우리는 어니스트 티 이름이 박혀 있는 쓰레기를 만들고 싶지 않았다. (어린이들이 어니스트 키즈 음료를 먹고 파우치를 버리면 쓰레기가 된다.) 파우치를 수거해 업사이클링 업체로 보내 가방이나 필통을 만들었다. 한 피아니스트는 카네기홀 연주 때 어니스트 키즈 포도주스 파우치 500개로 만든 드레스를 입기도 했다. 이 드레스는 디자이너 니나 발렌티가 만들었다. 파우치 업사이클링은 우리가 얼마나 미션에 집착하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다.
-어니스트 티는 운도 좋았다고 당신은 회상한다. 그 이유는 무엇인가.
▶(백신 연구의 선구자로서 19세기 가장 위대한 과학자로 꼽히는) 루이 파스퇴르는 "행운은 준비된 사람에게 찾아온다(Chance favors the prepared mind)"고 말했다. 어니스트 티가 딱 그랬다. 운이 우리를 찾아왔을 때, 그 상황을 활용할 수 있는 준비가 돼 있었다.
예를 들어 나는 항상 가방에 어니스트 티 제품을 넣어 다닌다. 내가 캘리포니아의 한 요가 교실에서 우연히 오프라 윈프리를 보았을 때 우리 제품을 건네줄 수 있었던 것도 그 덕분이었다. 보이스카우트의 구호처럼 언제나 준비하고 있었던 것이다. 나는 가방에 자사 시제품을 넣고 다니지 않는 기업가를 볼 때마다 놀란다. (네일버프 교수로부터 어니스트 티 제품을 건네받은 오프라 윈프리는 이 제품의 팬이 된다. 특히 자카르타 생강차는 오프라 윈프리의 추천상품이 됐다.)
-어니스트 티는 차뿐만 아니라 주스도 내놓고 있다. 이젠 회사 이름에서 차를 뜻하는 `티`를 지워야 하지 않겠나. 스타벅스도 커피 외에 다른 사업에 진출할 목적으로 로고에서 커피를 지운 바 있다.
▶영어 발음만 따지면 이미 그렇다. 어니스트 티는 어니스트(honestyㆍ정직)와 발음이 거의 같다. (미국인들은 어니스트 티에서 `트`는 거의 발음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제 어니스트 티는 어니스트 음료(Honest beverage)라고 할 만하다. 차 외에 다른 음료 사업도 하기 때문이다. 앞으로는 어니스트 회사(Honest Company)로 발전할 수도 있겠다. (음료 외에 다른 사업을 시작하게 되면 브랜드를 `어니스트 회사`로 바꿀 수도 있다는 뜻이다.)
-2008년 당신은 어니스트 티를 코카콜라에 팔았다. 이는 어니스트의 미션과 어긋나지 않는가. 코카콜라는 건강에 좋은 음료를 만드는 회사가 아니기 때문이다.
▶어니스트 티가 코카콜라에 들어가 코카콜라 같은 거대 기업을 1%만 바꾼다고 해보자. 이는 음료 시장에 엄청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생각했다. 실제로 오늘날 코카콜라는 건강에 좋지 않은 제품을 팔기를 원하지 않는다. (실제로 무타 켄트 코카콜라 최고경영자는 어니스트 티 인수 당시에 "어니스트 티를 코카콜라처럼 만들자는 게 아니라 코카콜라를 좀 더 어니스트 티처럼 운영해보자는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어니스트 티를 창업하면서 당신은 이사회 의장을, 제자인 세스 골드먼은 최고경영자를 맡았다. 두 사람 간 의견충돌은 없었나.
▶거의 없었다. 다만 우리가 심각하게 논쟁을 벌인 사례가 있기는 했다. 내가 한국을 방문했을 때 보리차를 맛보고는 아이스 티로 만들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세스에게 보리차를 만들어 팔자고 주장했다. 그러나 세스의 생각은 달랐고, 내가 양보해야 했다.
■ 미션으로 경영하는 기업은 성과 9배 높다
어니스트 티는 건강 음료를 만들어 사회에 공헌한다는 미션을 바탕으로 크게 성공했다.
이처럼 미션을 기반으로 운영되는 회사는 일반 회사에 비해 훨씬 높은 성과를 올린다. 라젠드라 시소디아 미국 벤틀리대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일반 회사보다 무려 9배나 성과가 높다.
그 이유는 무엇보다도 직원들의 업무 몰입도가 훨씬 높아지기 때문이다. 단지 돈만 벌기 위해서가 아니라 세상에 가치를 더하고 있다고 믿으며 일하는 직원들은 더욱 열심히 일한다. 더욱 창조적이 되고 동료들과 더욱 협력하게 된다. 미국 갤럽은 "직원과 고객 충성도가 향상되고, 의사결정이 투명해지며, 기업 전략의 일관성이 높아진다는 장점이 있다"고 덧붙인다. 이 때문에 대부분의 기업이 미션 헌장(mission statement)을 정해 기업의 미션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미션은 허울 좋은 구호에 그치고 있다는 게 문제다. 갤럽 조사에 따르면 직원 10명 중 4명은 자기 회사의 미션을 알지도 못한다.
갤럽은 자신의 회사가 미션을 토대로 경영되고 있는지를 가늠할 수 있는 간단한 팁을 제시하고 있다. 리더와 동료, 고객 등에게 미션과 관련된 질문을 던져보는 것이다.
먼저 리더에게는 `당신은 무엇 때문에 급여를 받고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그 답에 미션이 포함돼 있지 않다면 리더부터 미션을 익히고 실천해야 한다.
이어 동료들에게 `회사 미션대로 실제로 회사가 운영된 사례를 최근에 보았는가`라고 물어보는 것이다. `본 적이 없다`고 대답한다면 이 회사의 미션은 한낱 구호일 뿐이다.
마지막으로 고객들에게 `우리 회사의 목적을 알고 있는가`라고 물어보는 것이다. 고객들이 이를 모른다면 이 회사의 브랜드 가치는 높아질 수가 없다.
■ who he is…
배리 네일버프(Barry Nalebuff)는 미국 예일대 경영대학원 교수다. 제자인 세스 골드먼과 어니스트 티를 창업했다.
전략적으로 생각하기(Thinking Strategically), 전략의 기술(The Art of Strategy) 등의 베스트셀러를 쓴 게임이론 전문가이기도 하다. 최근에는 어니스트 티 성공 과정을 담은 만화책을 내기도 했다. 만화책 제목은 `병 속에 담은 미션(Mission in a Bottle)`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