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전야 / 최정희
달무리 추억 향긋이
풀어지고 있다
잃어버린 고향 골목마다
바람 가르던 치맛자락
진솔내음 날리면서
노을 빛에 뛰고 또 뛰었다
송편 돌리던 발끝에 달
그림자 쫓아오고 장독대
어머니의 미소가 쫓아오고
아롱아롱 빛나던 별들이
고향 하늘로 숨어버린다.
한가위 / 이해인
사람들이 모두 가족이 되어
사랑의 인사를 나누는 추석날
이승과 저승의 가족들이
함께 그리운 날
감사와 용서를 새롭게 배우는 날
하늘과 땅 고향의 산과 강
꽃과 새가 웃으며 달려오네.
힘든 중에도 함께 살아갈 힘을
달님에게 배우며
달빛에 마음을 적시는 우리
고향을 떠날 때쯤은
조금 더 착해진 마음으로
서로가 서로에게
둥근 달이 되어주는 "추석날"
한가위 고향길 / 임영준
걸음마다 되새기게 되는
고향의 주름과
평생을 달고 살아야 하는
불효의 통증
지금까지 누린 것 중에
아직도 믿을 만한 것은
한결같은 보름달과
혈맥으로 이어진 끈뿐인가
그래도 어릴 적 포만했던
한 아름 추억은
뒷동산 무덤 곁에
고스란히 펼쳐져 있으려나
추석 고향 집 / 정군수
고향 집 우물가 놋대야에는
그 옛날의 보름달이 뜨고 있으리
흰 고무신 백설 같이 닦아내던 누이
손끝 고운 그리움도 남아 있으리
눈엔 듯 보이는 듯 뒤안길 서성이면
장독대에는 달빛 푸르던 새금파리
어머니의 눈에 비친 안쓰러움도
오늘 밤엔 기다림으로 남아 있으리
굴렁쇠 안에 뜨는 둥근 보름달
고샅길 이슬 맞고 달려오면은
달빛 받아 피어나던 할아버지 수염
박꽃 같은 웃음도 남아 있으리
따뜻한 댓글과 답글은 그 사람의 향기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