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신감에 수사 협조’ 의심도… 주목받는 이정근의 ‘입’
변호인에겐 “수사 협조 안했다”
“宋 ‘강래구 돈 많이 썼냐’ 묻더라”
檢, 이·강 대화 녹음파일도 확보
사진=뉴시스
더불어민주당을 뒤흔들고 있는 2021년 전당대회 ‘돈봉투 살포’ 의혹에서 가장 주목되는 건 송영길 전 대표 측근 이정근 전 사무부총장의 ‘입’이다. 이 전 부총장이 검찰에 돈봉투 조성·전달 경위를 얼마나 진술했는지에 따라 수사 방향과 대상 범위 등이 정해질 수 있다. 이 전 부총장은 최근 자신의 형사 재판 변호인에게 “검찰에 협조하지 않았다”는 입장을 전했지만, 검찰 조사실에서는 다소 다른 태도를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17일 법조계에 따르면 이 전 부총장은 검찰 조사에서 돈봉투 조성 등 녹음파일 내용을 일부 인정하는 태도를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돈봉투 의혹에 “객관적 자료와 진술을 토대로 혐의를 구체화했다”는 입장이다. 검찰은 강제수사 나흘 만인 16일 강래구 한국감사협회장 등 핵심 피의자들에 대한 본격 소환조사에 들어갔다. 속도감 있는 수사 배경에는 이 전 부총장 휴대전화 녹취록과 함께 그의 진술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부총장은 지난해 10월 정·관계 인맥을 과시하며 약 10억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검찰은 기소 시점 ‘판도라의 상자’로 불린 이 전 부총장의 3만여개의 통화 녹음파일 중 5000여개를 분석한 상태였다고 한다. 이 전 부총장은 수개월 전 검찰이 ‘휴대전화 안에서 대화 내용이 나왔는데 돈봉투 아니냐’고 묻자 “나는 전혀 기억이 안 난다”고 답했다고 한다. 이 전 부총장은 당시 주변에 “그것(돈봉투 의혹)은 워낙 내용이 좀 막연하고 (검찰에) ‘내가 기억 안 난다’고 얘기했기 때문에 정식 입건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이 전 부총장은 지난 14일 자신의 형사 사건 재판 변호인이 ‘돈봉투 의혹’에 대해 완곡하게 묻자 “나는 얘기하지 않았다”고 부인했다고 한다. 검찰 관계자는 “피의자의 진술 태도는 말해주기 어렵다”고 했다.
민주당 안팎에선 구속 기소된 후 기댈 곳이 없어진 이 전 부총장이 검찰에 협조적으로 돌아선 것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당초 ‘비주류’인 송 전 대표 측 인사인 이 전 부총장은 ‘친문(친문재인)’ ‘친명(친이재명)’ 등 민주당 핵심그룹과는 거리가 있다는 평가다.
친문 그룹의 한 의원은 “검찰이 이 전 부총장에 대해 징역 3년을 구형했는데 법원이 4년6개월을 선고하지 않았느냐”며 “뭔가 거래가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검찰은 이 같은 추측에 대해 “적정 형량을 구형했는데 법원이 사안을 중대하게 본 것 같다. 한국에는 플리바게닝(유죄 협상) 제도도 없다”며 선을 그었다.
검찰은 이 전 부총장이 강래구 회장에게 “송(영길)이 ‘래구가 돈 많이 썼냐’고 묻더라”고 말하는 내용의 녹음파일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 전 부총장 휴대전화도 최근 다시 제출받았다. 압수수색 영장에 송 전 대표 캠프 관계자 9명이 피의자로 적시된 상황에서 검찰 수사가 송 전 대표를 겨냥할 것이라는 관측도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