갓파더 님이셨던가요. 아버님께서 코리트산을 복용하신 후의 모습을 보고 겁이 나셨다고 해서...
제대로 겁주기 위해참고삼으시라고 쓰는 복용후일담입니다.
아, 물론 경험담이 100% 다 기억나는 건 아닙니다. 작년 8월에 먹어본 거라 거의 1년 다 되어가거든요.
음, 일단은 코리트산은 뭐하는 물건인가...하는 분들이 계실테니 간략하게 설명을 해드립죠.
대장에 생긴 문제를 파악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 있습니다만, 그 중에서도 가장 직접적인 방법이고 또 직접법 중에 가장 대중화된 방법이 '대장내시경' 입니다. 내시경 카메라를 훚앙항문에 꽂아넣고(...) 안으로 밀어넣으며 카메라가 촬영하는 영상을 보고 진단하는 방법이죠.
이 대장 내시경이 어디까지 들어가느냐... 정확한 건 의대다니는 분들이 아시겠지만, 제가 알기로는 대장내시경은 거의 소장과의 연결점 부분까지 들어갑니다. 진짜로 대장을 전부 다 샅샅이 훓어보는 거죠. 내 순결을 돌리도 근데 들어가다보면 진찰하는 의사들이 불쾌해할 물건이 등장하죠. 넵 바로 그겁니다. 대X.
그래서 대장내시경을 하기 전에는 그 물건을 모두 제거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주입식 약제인 관장약의 경우 대장의 끝부분인 직장(일터가 아닙니다) 부분과 그 뒤 약간의 부분만을 자극하기 때문에 안쪽 깊숙한 곳에 있는 물건은 빼지 못하죠. 그래서 등장한 것이 복용식 약입니다. 복용식 약 중에서도 가장 싸고 널리 보급된 것이 바로 코리트산입죠.
한마디로 코리트산은 먹는 관장약입니다.
지난해 건강검진 항목에 대장내시경을 집어넣었었습니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하는 건강검진이라서 구석구석 다 보자...라는 생각에서 회사에서 지원해주는 40여만원의 검진비를 혼자 다 썼습니다. 별 희한한 거 다 하더군요. 자세한 건 직접 해보시면 압니다.
검진일 전날, 회사 의무실에서 연락이 와서 코리트산을 받았습니다. 미모의 여의사님께서(진짜로 미인입니다. 결혼해서 그렇지) 친절하게 복용법, 주의사항 등을 가르쳐주셨죠. 물론 다 까먹...
전날 점심부터 아무것도 먹지 말라고는 했지만, 회사에서 근무중인 데다 한창 덥고 바쁘던 시점이라 아무것도 안먹었다간 검진하러 가다가 지쳐쓰러질 판이라, 흰쌀밥에 된장찌개 약간 먹었습니다. 그리고 퇴근시간 되자마자 후다닥 퇴근해서 저녁 안먹고 약 먹을 준비를 했죠.
약상자에 써있는 방법, 또 의사선생님이 가르쳐준 방법은 '500밀리리터 타서 15분마다 절반씩 30분에 한 포씩 드세요' 입니다.
약상자를 열어보면 안에는 8개의 약포와 딱 500ml짜리 물통이 들어있습니다. 이 물통에 타서 먹어라...라는 뜻 되겠죠?
단 저는 저기 쓰인 것보다 조금 빨리 먹었습니다. 10분마다 250밀리리터씩 20분에 한 포 먹는 걸로 했죠.
한가지 팁을 드리자면, 이걸 먹을 때는 찬물에 타서 드시는게 좋습니다. 약간의 알칼리성을 띠는 건지 식감이 좀 미끌미끌하고 안좋거든요. 좀 이상한 냄새도 나는 거 같고... 그래서인지 최근에는 레몬향을 첨가해서 '먹기 좋게 만들었습니다!' 라고 광고합니다......만, 미끌미끌하고 약간 씁쓰레한 맛 나는 거에 레몬향 타놓으니 그 언밸런스함 덕분에 더 먹기 힘듭니다. 레몬의 상큼한 향을 맡은 다음에는 다들 새콤한 레몬맛을 떠올리는데, 상큼한 레몬향에 이은 미끌미끌하고 씁쓰레한 맛...아놔...(상상은 당신의 몫)
어쨌든, 찬물을 준비해서, 약포 안의 약을 다 붓고 물을 500ml 채운 다음 잘 흔들어서 약을 녹입니다. 그리고 그 절반을 원샷.
10분 정도 지난 후 다시 원샷. 그리고 다시 약을 붓고 물을 채워서 녹이고...를 반복했습니다.
처음에는 아무 느낌 없습니다. 그냥 '아놔...맛 더럽게 이상하네...' 하면서 꿀렁꿀렁 먹었습니다.
그러다가 3포를 다 먹고 난 시점...시간으로는 한시간 정도 지난 시점이 되겠네요. 슬슬 아랫배에 무게감이 느껴집니다. 화장실에 갔는데, 처음에는 그냥 평범하게 뒤 보듯이 봅니다.
그리고 네 번째를 다 먹고 다섯번째를 반쯤 먹은 시점...다시 신호가 옵니다. 이때 가면 '아, 약먹은 티가 나긴 나는구나' 라는 느낌으로 나옵니다.
약 15분 후...이때부터가 제대로죠. 수시로 신호가 옵니다. 그것도 노랑불 정도가 아니라 당장 터질 듯한 빨간불이 쉴새없이 켜집니다. 약은 약대로 먹어야되고, 신호도 제대로 처리해야 하고, 정말 화장실 문지방이 닳을 정도로 드나들게 되죠. 신호가 와서 한 3분 밀어내고 다시 자리로 돌아왔는데 앉자마자 다시 아랫배가 출렁출렁...허겁지겁 화장실로 달려가서 뒤를 보고 다시 일어나서 방으로 돌아올때쯤 다시 신호... 이런 식으로 약 2시간이 갑니다.
물론 그동안 약은 다 먹어야 됩니다. 약상자에 나온 방법대로라면 총 4시간동안, 그리고 저는 약 3시간 동안에 8포를 다 먹었습니다. 그리고 아랫배는 쉴새없이 신호를 방출하고, 화장실에 변기는 물이 쉴새없이 내려가고, 휴지는 줄창 빠지고... 아마 그날 밤 동안에 휴지를 한 2롤 반은 날려보낸듯. 제가 좀 많이 쓰는 감도 있지만...
한 3시간 반쯤 지난 다음에는 정말로 아랫배에서 출렁거리는 느낌이 옵니다. 뭔가 물이 가득 차서 출렁출렁하면서 당장이라도 새어나올 듯한 느낌으로...항문에 최대한의 긴장감을 주면서 화장실을 드나들어야 됩니다. 조금이라도 긴장을 풀었다간 속옷 갈아입으셔야...
그렇게 해서, 최초 약을 먹은 시점부터 약 5시간쯤 지나면 이제 나올거 다 나오고(?) 멀건 물이 나옵니다. 그렇다고 끝이 아닙니다. 멀건 물이 나오는 건 아까 다 먹은 약이 나오는 것이기 때문에...최후의 고통이 느껴지죠. 안에 든 건 없는데 장을 쥐어짜내다보니 진짜로...말로 설명할 수 없는 느낌입니다.살려줘
그렇게 해서 약 6시간쯤 지나면 이제 끝납니다. 제가 칼퇴해서 집에 들어와서 옷갈아입고 먹은게 6시가 약간 넘은 시점이었고, 상황종료된 게 12시 30분쯤 되었으니 6시간 조금 넘게 걸렸네요. 뭐, 종료시간은 개인차가 있습니다. 평소에 장이 건강한 분이었다면 좀 덜 걸릴 겁니다. 아니라면 (묵념)
그리고 다음날 병원에 가서 대장내시경을 할 때가 되면 간호사가 문진을 합니다. '약은 다 먹었냐' '먹으면서 이상한 일은 없었냐' '지금 배 상태는 어떠냐' 등등등... 잘 대답하고 나면 이제 시작입니다.
아, 저는 수면내시경으로 했습니다. 의사들도 웬만하면 수면으로 하는 걸 권합니다. 마약수면유도제를 팔아먹는 돈도 있고, 또 환자가 수면상태에 있는 게 의사들 입장에서도 편하거든요. 이 돈이 정말로 아깝다면 참고 하시면 됩니다. 다만 비수면으로 해본 분들 말로는 차라리 약먹는 동안이 더 나았다고 할만큼 불쾌하다고 하시기 때문에......(잇힝?) 잘 생각해서 결정하시길 바랍니다.
첫댓글 써놓고 보니 스압이네...
6시간 동안 똥을 싸질러야 하다니 고문수준이군요 항문이 남아날런지 ㄷㄷ
항문까질듯 ㄷㄷㄷ
진짜 치질 걸리는 줄 알았음......그래도 수면이라 뭔일이 있었는지 전혀 몰랐지만.ㅋㅋㅋㅋㅋ
삭제된 댓글 입니다.
포카리 스웨트 하니까 그 맛이 생각나네요....전 오히려 관장약 맛이 포카리스에트에 소금탄맛 같아서 한동안 포카리스웨트 먹지도 못했습니다.
저희 사촌형도 1년가까이 설사를 해서 얼마전 대장내시경 검사를 받아서 그런지 남일 같지 않네요.. 수시로 가야하니 역시 비데의 역활이 중요하겠지요..?
수면 유도제를 팔아먹는다는 표현은 좀 그렇네요... 인도에서도 돈 칠팔십은 줘야 하는 대장내시경입니다. 울 나라는 의사 인건비 거의 똥값 주고 진짜 어이없는 염가로 하는 거예요...
표현이 좀 그렇긴 하네요. 수면으로 하면 돈을 조금 더 쓰게 된다는 의미로 썼는데 불쾌감을 드렸다니 죄송합니다.
사과까지 하시진 않아도 됐는데... 의사들은 근본적으로 일하고 받는 수가에 대해 억울한 심정으로 꽉 차 있어요. 저도 그래서 좀 예민했던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