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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일 아침에 부랴부랴 집으로 돌아와 남편 밥 챙겨주고,
아이들 아침을 챙겼어요.
시어머니께서 점심에 오신다하여 대충 집안정리하고는
얼른 병원으로 가야하는데, 왠지 영정사진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엄마 증명사진을 찾아봤더니 이상하리만치 엄마 같지가 않더라고요.
아프시기전 여름휴가 갔을때 아빠랑 찍은 사진은 표정이 좋으나, 화장도 안한얼굴이고
바람이 불어 머리모양도 깔끔하지가 않았어요.
결국, 제 결혼앨범에서 아빠랑 저랑 엄마랑 셋이서 찍은 사진을 떼어냈답니다.
인터넷으로 <영정사진>검색을 하니, 여럿이 찍은 사진도 독사진처럼 만들어주는곳이 있더라고요.
위치를 보니 저희집(이매동)과 가까운 서현동이더라고요.
전화를 걸어서 소요시간을 알아보니, 일반주문시 2~3일 걸린다고 하네요.
전 다급한 마음이 들고 이런저런 제사정을 이야기하니, 그곳 사장님께서 3시간안에 해 주시겠다고 합니다.
기쁜마음으로 사진을 봉투에 넣고 집을 나서는데,
여동생에게서 전화가 옵니다.
"언니~ 빨리와! 엄마가 너무 아파하는데, 나혼자 힘들어~"
'나 지금 영정사진 주문하러 금방 갔다가 갈께. 조금만 더 기다리면 안돼?'
"언니~ 지금 사진이 뭐가 중요하다고 그래! 빨리와~!!"
병원에 도착하니 엄마가 너무 아파하셨어요.
6시간 진통제는 10분을 넘지 못하고, 몰핀은 아무소용이 없네요.
지친 동생에게 김밥두줄을 건네주면서, 엄마사진 만들어야 되겠다고 동생에게 심부름 시켰어요.
동생이 가고난뒤 주치의선생님이 오셨어요.(나영정선생님은 토요일까지 근무셨고, 하버드대로 유학인지 연수인지 미국으로 가셨어요)
새로 바뀐 여선생님 친절하게 말씀해주시네요.
"(몰핀 조절기를 보시면서) 이렇게 하면 안되지. 아파하시는데 용량을 더올려~"
레지던트=지금용량도 위험한데요.
의사선생님이 엄마를 보시면서~
"이일순님~ 어디가 제일 아파요?"
엄마=배가 제일 아파요. 허리도 아파요.
병실밖 복도에서 제게 말씀하십니다.
"현재는 안아픈게 중요한거에요. 위험을 무릅쓰고라도 안아프게 하는게 최우선이니깐,
저희가 이일순님 안아프게 해 드릴테니 보호자도 우리를 믿으세요.
빈혈이 심해서 진통제도 효과가 안날수있어요. 일단 수혈부터 하자고요.
수혈한다고 생명연장 되는건 아니지만 진통제가 들어야하니깐, 수혈하면서
진통제 조절할꺼고요. 밤에 못주무셨죠? 안정제 드리면 잠 드실꺼에요."
안정제를 간호사가 가지고 들어왔어요.
가루로 내어서 수저에 물살짝 묻혀서 엄마 입에 넣어드렸어요.
몰핀을 두배로 올려서 투여하는데도 엄마의 통증은 잡히지 않아요.
한손엔 묵주를 다른손엔 간호사호출기를 잡고있는 엄마의 모습은
마치 예수님이 십자가에 못박히신 모습과 같아 보이네요.
호출기 버튼을 쉬지 않고 누르면서,
배가 아프다고 하십니다.
간호사가 안정제를 주사로 넣어주네요.
그러자 엄마는 눈을 감으시고 잠이 드시는데,
10분이 지나니깐 눈만 감으셨지 신음소리를 내십니다.
여동생이 오고난뒤, 남동생에게 전화가 왔어요.
엄마상태가 어떠냐며...
"ㅇㅇ아~ 너 아버지 모시고 와라. 엄마가 너무 힘들어하시는데,
누나가 보기엔 위험하다."
아버지 모시고 오라했는데, 급한 마음에 남동생은 혼자왔네요.
엄마의 모습을 보고 남동생은 울기만 합니다.
계속 진통제가 쉬지않고 들어가고.....
저녁7시30분쯤 사진이 다됬다고 전화가 와서,
택시타고 찾아왔어요.
사진이 너무 잘 나왔어요. 배경도 지우고, 저고리에 달았던 꽃도 지우고,
제어깨가 엄마랑 겹친부분도 지우고 복원했더라고요.
표정도 아주좋고 살아있는 느낌까지 들었어요.
기분이 좋아져서 병실에 들어가니...
엄마는 여전히 두눈은 감은체로(안정제 투여후) 연신 신음소리를 내시네요.
마지막으로 두번째 안정제가 투여(8시)되고 혈압을 재보니..
혈압이 낮더라고요.
저는 엄마손을 부여잡고, 그와중에 남동생은 엄마 발 주물러드리고 있었어요.
여동생은 지친나머지 쇼파에 앉아있었고요.
산소포화도?가 점점 떨어지면서, 경고음이 울리네요.
엄마 얼굴 가까이에 제얼굴 가져다 엄마~ 사랑해!
엄마 딸로 태어나게 해주어서 고마워요.
아빠가 엄마 많이 힘들게 하였는데, 아이셋 고아 안만들려고 가정 지킨거 감사하고...
엄마의 그런모습 지켜본 나도, ㅇ서방이랑 힘들어도 결코 가정 흔들리지 않게,
더욱더 사랑하면서 살께.
엄마가 이렇게 몸으로 보여주는 사랑 잊지않고, 고통에 힘겨운데도 지지않고
우리들에게 알려줄려는 교훈들 평생 간직하면서 실천하면서 살께.
아빠 걱정말고, ㅇㅇ이(남동생) 결혼하게되면 내가 엄마역활 제대로 할테니깐
신경쓰지말고 고통없는 천국가서,
할아버지 할머니에게 못받았던 사랑. 어리광부리면서 듬뿍 받아~
돌아오는 3월30일 엄마 생일날 케잌에 촛불키면서 불러주고 싶은 노래였는데,
지금 불러줄테니깐 들으면서 천국가~
당신은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
당신의 삶속에서 그사랑 받고있지요~~
.
.
.
저는 엄마손을 부여잡고 울음소리 안낼려고 이깨물며, 노래불렀어요.
동생들도 따라부르네요.
3번을 연달아 부르는데(노래 중간중간에도 경고음이 울렸어요. 울리면 여동생이 끄고, 또울리면 또끄고..)
3번을 부르는데, 심장박동 그래프가 일직선이 되면서..
삑삑삑 울리던 경고음이 삐~~~~~~~소리를 냅니다.
삐~~~소리가 나니깐 동생은 엄마~하며 소리치고...
남동생은 눈물콧물 범벅인데...
순간 엄마가 두눈을 뜨셨어요.
두눈을 뜨셨는데, 눈동자는 우리셋을 보더라고요. 정면을 응시하셨는데, 고개가 약간 돌려진 상태였기에
오른손을 잡고있는 저와 제뒤에 있는 여동생을 보고계시는것 같았어요.
절대로 우는소리 들려주면서 엄마를 보내드리지 않겠다고 평소에 다짐을 했던지라...
"엄마 사랑해요~ 엄마~ 사랑해요."계속 말해드렸어요.
그러자 기계는 멈쳤는데,
엄마가 말을 하시네요.
마스크를 하신상태라, 제가 듣기에는 신음소리(으아아~ 으아아~)로 들리는데,
남동생하고 여동생이... 제이름을 부른다고 하네요.
마스크를 벗겨드렸어요.
동생들이 그렇게 말을해서인지...
정말로 증하야~(제이름은 정화에요) 증하야~하는 소리가 들려요.
제이름을 5번 말하시더니 스스로 두눈을 감으셨습니다.
그래도 사랑한다고 쉬지않고 말하고...
아버지의 기도를 노래로 들려드렸어요.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
아버지의 이름이 거룩히 빛나시며
아버지의 나라가 오시며
아버지의 뜻이
하늘에서와 같이 땅에서도 이루어 지소서
오늘 저희에게
일용할 양식 주시고,
저희에게 잘못한 이를 저희가 용서 하오니
저희 죄를 용서 하시고
저희를 유혹에 빠지지 않게 하시고
악에서 저흴 구하소서~
아버지의 기도를 불러드리고나서.
간호사선생님께 엄마의 운명을 알려드렸어요.
"저희엄마 돌아가셨어요~"
'아니 언제요? 왜 말씀 안하셨어요?'
부랴부랴 의사샘께 호출하면서....
"우리엄마 돌아가셨다고 울고불고하면 5분만에 영안실 보내잖아요."
....................
엄마 돌아가시기전날 옆방 아주머니가 돌아가셨는데,
'엄마~ 눈떠!! 숨쉬어봐~엄마~~~~~'하면서
자식들이 울고불고 하니깐 10분만에 영안실 가더라고요.
간호사들이 부랴부랴 기계들 다 떼고.. 다른환자들 들을까봐 영안실 직원와서 대충 시신을 덮고는
후다다닥 가는걸 제가 봤거든요.
그래서 우리는 노래를 부르고 사랑한다고 말했어요.
그래야 엄마랑 좀더 있을 수 있고,
엄마도 천국가는길 무섭지 않잖아요.
자식들 울음소리 끝까지 안듣고 노래듣고 가신분... 저희엄마뿐일꺼에요.
8시15분에 돌아가셨어요.
8시28분에 의사샘께 말씀드렸고요.
남편은 친정아버지 모시고 오겠다고 갔는데,
8시35분에 왔어요.
의사샘과 간호사샘들께 친정아빠 오시는중이라고, 기계들 아직 떼지 말아 달라고했어요.
아버지 오시고 엄마보시게 한뒤 그때 떼어달라고...
선생님들도 그러겠다 하셔서,
아버지랑 남편이 병실에 들어오니....
아빠는 쇼파에 주저앉아 우시고...
제남편은 엉엉 울더라고요.
'어머니~ 좋은데 가세요.'라고 제남편 장모손을 잡고 말하네요.
5분뒤 남편보고 아버지모시고 밖으로 나가라고 한뒤에...
여동생이랑 저랑 직접 기계들 다 제거하고
소변줄도 다 처리하고...
뒷처리 다하고 팬티입혀 드렸어요.
장례예식장에 전화하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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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례예식장 도착하니 10시쯤 되었어요.
주변분들께 전화하느라 정신없고...
성당에서 오신 연령회회장님과 레지오단원 아주머니들께서
연도를 바칩니다.
월요일 오후8시 15분에 돌아가셨기에...
시간이 빠듯했지만,
쉴세없이 연도를 바치러 성당분들이 오셨고요.
화요일 오후2시에 입관하고,
수요일 오전10시에 장례미사를 했고요.
12시10분에 화장을 하셨고,
3시20분쯤 천주교안성공원묘원에 안치하셨어요.
이종사촌언니와 오빠들, 외사촌언니들도 천주교신자들이라
계속 연도 바치고, 화장터고 묘원이고 같이 버스타고 와주신
성당아주머니들과 아저씨가 20여분되셨고요.
큰아버지랑 큰엄마는 오열을 하시고...
외삼촌들께서 우리셋, 어린아이들이 쓰러지지 않을까 제일 많이 걱정하셨다는데...
우리셋은 오히려 덤덤했고요.
여동생과 저는 눈물도 잘 안나오더라고요.
원도 한도 없이 엄마 해드렸고, 천국 갔을꺼라 믿고 있어 그런지..
우리둘은 편안했어요.
입관할때는 눈물이 났지만...
그때도 저는 엄마 사랑해~ 하늘에서 우리 잘 지켜봐주고, 나중에 다시 만나면
여행도 제대로 다녀보고, 많이 안아주고 사랑한다고 속삭이자!...했어요.
동생들은 못하겠다고 하더라고요.
저혼자 엄마 얼굴에 손대면서 말을하니(천주교에서 염을할때에는 얼굴을 가리지 않아요)
모든이들이 울더라고요.
화장터에서도 운구 들어갈때 "엄마 잘가~"했고요.
납골당 안치할때도 "엄마 잘 있어~"했어요.
돌아오는길에 큰집, 작은집 식구들 제집에 모셔서 저녁대접해 드리고 보냈어요.
친정아빠는 충격받을까봐 당분간 제가 모시기로 했어요.
물론 남편에게 동의 받았고요.
오늘은 그동안 피곤했는지, 일어나보니 아침8시네요.
남편이 "김밥 사다 먹을까?"하네요.
그래서 아침을 김밥으로 먹고...
또다시 잤어요.
일어나니 1시가 넘었네요.
찬거리가 없어서 먹을것도 없고, 밥할 기운도 없다하니깐
남편이 "점심에 쿵나물국 먹으러 가자~"하네요
그래서 콩나물국 먹으러 갔는데,
우리는 가는곳만 가는지라... 엄마랑 같이 와서 콩나물국 여러번 먹은기억이 나면서...
가슴이 먹먹해지네요.
맞은편 앉아 계시는 아주머니가 꼭 우리엄마 나이에 체격에... 눈물이 핑~도네요.
내가 울면 아기같은 우리아빠 울까봐 참아가며 해장국 먹고는,
마트가서 시장보고...
저녁지어 밥을 먹고....
늦잠자고 낮잠자서, 잠이 안와서 암싸사에 글남겨요.
내일(금요일) 오전10시에 삼오미사보고 공원가서 엄마 봐야죠.
아침에 큰외숙모가 전화를 하셨는데, 외삼촌은 충격에 머리 싸메고 누워계시고...
외숙모도 가슴이 벌령거려서 밥도 못먹고 그러고 계신다며...
너는 어떠냐~하시네요.
어린우리들이 걱정이라고...(큰외삼촌 80을 눈앞에 두신지라 우리들이 손주 같아서...)
작은엄마도 전화를 하셔서는 내일 삼오제 따라갈꺼라고...
토요일엔 친정아빠 심리검사 뇌검사가 스케줄 잡혀서
차병원에서 오라네요.
눈물은 나지 않는데,
나는 이제 친정이 없어졌으니....
어려운일이 생길때 누구에게 상의해야할지....
애기같은 친정아빠도 내가 책임져야겠고,
한살어린 여동생에게는 친정엄마 역활까지 해야하니....
어리석은 내가 뭘 어떻게 해야하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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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내말들려? 그동안 엄마가 얼마나 힘들었을까 생각이 들었어도, 예상하기가 쉽지 않았는데,
이제 내 어깨위에 많은 숙제들이 남아있어 과연 잘 풀어낼 수 있을런지...
엄마~ 풀기도전에 지쳐쓰러지지않게 나를 응원해줘~~"
<이일순데레사의 명복을 빌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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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글은 그동안 친정엄마의 투병으로 암환우카페에 올렸던 글중 마지막 글이에요.
엄마장례식에 와주셨던 선후배님들께 감사말씀 드리고요.
오늘 삼오미사를 드리고 연미사도 넣었어요.
태평동신부님께 말씀도 듣고, 제가 앞으로 해야할 일들도 약속 드렸어요.
안성공원에 가서 큰아버지, 큰어머니,큰언니,큰오빠..작은아버지,작은어머니,사촌동생과
아빠,여동생,남동생,남편과 세딸과 같이 엄마를 뵈고 왔습니다.
태평동성당의 연령회회장님이 엄마대모님이시고, 레지오단원아주머니분들도 엄마와 함께 활동하셨던 분들이라...
끝까지 연도를 바쳐주셨어요.
엄마는 천국에 가셨을꺼라 믿고, 카톨릭신자로서 해야할 의무를 이행하는것이 아버지의 뜻이라 여기며,
앞으로 잘 살겠습니다.
다시한번 엄마의 명복을 빌어주신 여러분들께 감사말씀드립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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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어여 기운 추스르시고, 씩씩하고 밝았던 용석,정화 부부의 모습에 어머님께서도 편안하게 가셨을 겁니다..다시한번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어머님의 명복을 빌며... 소식 듣고도 갈 수 없어서 넘 미안했어... 기도중에 어머님을 기억할게... 두 사람, 기운 차려.. 이쁜 아이들 위해서라도... 화이팅
선배님 노래 들으며 기쁘게 하느님 품에 안기셨을것 같아요. 어서 기운차리시구요. 선배님 글 보니 저는 아직도 어린애이기만 한것 같아요.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