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 아파트로 한 몫 잡아보려는 욕심, 솔직히 있었습니다. 6년 전 1억원을 대출 받아 아파트를 구입했습니다. 당시만 해도 20평형대 새 아파트를 공짜로 받을 수 있었습니다. 집값도 많이 올랐습니다.
그런데 주택 경기가 가라앉으면서 상황이 달라졌습니다. 낡은 집을 3평 넓혀 새로 짓는데 추가로 필요한 돈이 자그마치 2억원입니다.
주변 아파트값도 많이 떨어졌어요. 주택을 구입할 때 빌린 은행 빚도 아직 남아있는데 감당 못합니다". (강동구 길동 신동아 아파트 주민 이모씨)
주택 경기가 착 가라앉으면서 재건축 사업을 접으려는 움직임이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습니다. 재건축 사업을 그대로 추진해봐야 남는 것은 커녕 오히려 손해를 본다는 계산 때문인데요.
최근 강동구 길동 신동아 1·2차 아파트도 일부 조합원들이 사업을 접기 위해 나섰습니다. 조합원들을 대상으로 조합 해산을 위한 동의서를 걷고 있습니다.
동의서를 걷기 시작(12월 1일)한 지 열흘 만에 총 969명의 조합원 가운데 300여명이 사업 포기에 찬성하고 나섰을 정도로 적극적입니다.
조합을 해산하기 위해서는 조합원의 절반 이상이 동의서를 내야 하는데요. 이런 속도라면 조만간 구청에 조합해산 신청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매몰비용 얼마나 될까…60억+@, 현 단계에선 추정 불가능
문제는 매몰비용(사업을 꾸려오는데 사용된 비용). 사업을 포기하게 되면 조합원들은 그동안 사용했던 비용을 나눠 내야 합니다.
조합 측에 따르면 사업이 시작된 지난 2006년부터 12월 현재까지 사용된 사업비는 총 60억원에 달합니다. 시공사인 GS건설이 그동안 이 비용을 무이자로 빌려줬다고 합니다. 때문에 사업이 무산되면 조합원들은 60억원에 대한 대출 이자도 같이 물어야 합니다.
여기에 일방적인 계약 파기에 대한 손해배상금도 감안해야 합니다. 손해배상금 규모는 현재 알 수 없지만 얼마 전 부천 춘의1-1구역이 건설사로 부터 조합 대여금 60억원 등 총 300여억원의 매몰비용을 청구받은 것을 바탕으로 추산해보면 대충 짐작할 수 있습니다.
만일 100억원 가량의 매몰비용을 청구받을 경우 조합원당 1000만원 가량을 물어야 하는 셈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과도한 추가 부담금을 이유로 사업을 포기하겠다고 합니다.
관리처분인가(조합원이 새 집을 받기 위해 필요한 추가 부담금이 확정되는 시기) 단계가 아니어서 확정된 금액은 아니지만 조합의 시뮬레이션 자료에 따르면 기존 62㎡형(이하 공급면적) 아파트 보유자가 79㎡형 새 아파트를 받기 위해 내야 하는 돈은 1억9700만원입니다.
6년 전 주택경기 활황기에는 이 경우 추가 부담금이 들지 않을 것으로 예상됐었습니다. 기존 자산 평가액인 권리가액이 새 아파트 분양가와 비슷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주택 경기가 악화되면서 집값이 크게 하락했습니다. 현재 이 아파트의 권리가액(기존 자산 평가액)은 2억6000만원입니다. 6년 전에 비해 2억원 가량 떨어졌다는 게 조합 측의 설명입니다. 조합원들의 부담이 늘어난 이유입니다.
조합원들을 더욱 불안하게 만든 것은 인근 아파트값이 하락했다는 점입니다. 인근 아파트값이 비싸다면 새로 지은 아파트값도 오를 것이란 기대를 할 수 있겠지만 현재는 그럴 수 있는 상황이 아닙니다.
인근 79㎡형 아파트 시세는 4억1000만~4억3000만원입니다. 현재 기준으로 볼 때 같은 크기의 집을 사기 위해 3000만~5000만원을 더 내야하는 셈입니다.
조합 임원진쪽은 사업 중단 움직임에 난색을 표하고 있습니다. 매몰비용 문제가 만만치 않고 낡은 아파트를 다시 짓는 사업은 언젠가 진행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조합 측은 향후 사업을 다시 진행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현재 이 아파트는 사업시행인가까지 받은 상태입니다. 조만간 조합원들을 상대로 분양신청을 받을 계획이었습니다.
조합 관계자는 "사업시행인가까지 6년이 걸렸다"며 "사업을 반대하는 조합원들은 경기가 좋아지면 사업을 다시 시작하자고 주장하는데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려면 또 얼마의 시간이 걸릴 지 모른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사업을 반대하는 일부 조합원들은 "조합원들의 피해가 상당할 것으로 예상되는데도 사업을 그대로 추진하려는 조합을 이해할 수 없다"며 "수천만원을 손해보느니 빨리 사업을 접고 피해 규모를 줄이는 편이 낫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조합은 오는 22일 조합원들을 대상으로 설명회를 열 예정입니다. 조합원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현명한 결정을 기대해봅니다.
자료원:중앙일보 2012. 12. 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