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력에 빨간색으로 표기된 날은 강구막회의 휴일입니다만 빨간색의 날이라도 일요일은 그다지 휴일같지가 않습니다.
왜냐하면 선장님과 딸아이가 아침부터 교회에 갈 준비를 하느라 부산을 떠는 통에 덩달아서 갑판장도 잠을 설치기 때문입니다.
구정이나 추석 같은 명절 역시 그다지 휴일같지가 않습니다.
왜 그런지는 굳이 언급을 안 하더라도 잘 아실 겁니다.
일요일과 겹치지 않은 평일의 공휴일이라야 진정한 휴일입니다.
이번 석가탄신일이 딱 그랬습니다..
선장님은 딸아이를 데리고 전 날 밤에 친정에 놀러 가서 날밤을 하얗게 새우고는 동이 훤하게 틀 무렵에야 귀가를 해서는 깊은 잠에 빠졌습니다.
홀로 아침끼니를 해결한 갑판장이 다시 허기를 느낄 무렵 딸아이가 잠자리에서 일어나 허둥지둥 씻고는 쏜살같이 나갔습니다.
그 바람에 잠을 깬 선장님을 꾀어 점심식사를 하러 시내로 외출을 했습니다.

청국장과 두부찌개와 막걸리/사직분식
모처럼 선장님과의 동반외출에서 갑판장이 선택한 메뉴는 청국장과 두부찌개입니다.
딱히 그 메뉴가 먹고 싶었던 것은 아니었지만 선장님이 사직동의 '커피한잔'을 궁금해 하시길래 사직분식과 엮어서 다녀 온 것 입니다.
사직분식은 '식객'이란 만화의 '청국장'편에 소개가 되면서 시끌벅쩍하게 유명세를 타게 된 음식점입니다.
비록 청국장으로 유명세를 탔지만 이 식당의 단골들은 청국장보다는 오히려 두부찌개를 더 선호하는 편입니다.
갑판장도 몇 차례의 방문을 통해 두부찌개>반찬>청국장>밥의 순으로 사직분식의 메뉴만족도를 매겨 놓았습니다.
갑판장이 사직분식을 찾는 가장 큰 이유는 (식당밥 같지 않고)집밥 같은 음식을 1인분에 4천5백원이란 저렴한 가격에 배불리 먹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반찬 하나 하나를 헛으로 차려놓은 것이 아니라 다 먹을 만 합니다.
다만 차림새가 너무 수더분하여 무신경한 듯 보입니다.
가격이 저렴하기 때문에 좀 부족하다 싶은 점들도 그냥 묻어두는 것이지 사직분식의 모든 것이 만족스럽지는 않습니다.
사직분식에 대한 갑판장의 가장 큰 불만은 무뚝뚝한 응대입니다.
이번 방문의 경우를 예로 들어 보겠습니다.
식당에 들어서면서 '안녕하세요.' 라고 인사를 건냈는데 아무도 받아주는 이가 없더군요.
식당 안에는 분명히 세 분이나 있었는데 말입니다.
식사 중에 파김치를 더 청했더니 빈 그릇을 가져가선 파김치를 담아다 '툭'하고 주셨습니다.
부러 '감사합니다.'를 목청껏 외쳤음에도 불구하고 이번에도 무응답이었습니다.
식당을 나서며 '잘 먹었습니다. 안녕히 계세요.'라고 인사를 하였는데도 역시 무응답이었습니다.
참으로 벌줌했습니다.
식당을 나서며 선장님이 갑판장에게 뭐라뭐라 하시더군요.
그런 선장님께 갑판장이 드린 말씀은 '반면교사를 삼자'였습니다. ㅡ.,ㅡ;;
후한 인심을 괜히 깍아 먹는 것 같아 안타까웠습니다.

커피 두 잔과 쿠키 두개/커피한잔
알딸딸한 기운에 우산을 받쳐 들고 커피한잔으로 올라 갔습니다.
커피한잔에 갈 때마다 비가 내리는 것인지 비가 내려서 커피한잔으로 가는 것인지 갑판장도 헷갈립니다.
암튼 분명한 것은 축축한 날이면 커피의 맛과 향이 더욱 선명해진다는 사실입니다.
숯불로 로스팅을 했다는 커피한잔의 커피를 즐기기에는 비 내리는 날이 더 좋습니다.
빨간 숯불의 기운을 제대로 느낄 수 있으니까요.
오늘도 쥔장은 안 보이고 은근한 매력이 매력적인 리온씨 혼자 손님을 맞고 있습니다.
커피 한 잔이 비워질 때 쯤 쥔장이 등장을 하더군요.
갑판장이 얼른 인사를 건내니 쥔장이 엉겹결에 인사를 하며 '누구지?' 하는 눈치입니다.
커피 한 잔을 더 비우고 일어서며 인사를 하니 리온씨는 예의 눈웃음으로 인사를 대신했고,
커피를 볶던 쥔장은 하던 일을 놓고 문전에 나와 배웅을 해주십니다.
인사만 잘 해도 먹고 살지 싶습니다. 암요.
<갑판장>
& 덧붙이는 말씀 :
사직분식에선 술을 팔지는 않습니다만 손님이 붐비는 시간을 피하면 밖에서 술을 사다 반주로 마시는 정도는 허용을 합니다.
비오는 휴일 마누라와 남의 식당에 앉아 낮술을 마시는 것도 소소한 즐거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