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설레게 하는 상대를 만나, 데이트를 처음 시작하기까지의 과정이 순탄한 사람은 별로 없다. 그것을 식은 죽 먹기로 생각하는 사람은 이른바 선수들이다. 그러나 우리들 대부분은 선수가 아니다. 그들은 마음에 드는 상대와 데이트를 성사시키게 하기 위해서, 연애를 발전시키기 위해서, 누군가의 조언을 받고 싶어 한다. 자신이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것이 그만큼 자신에게 소중한 일이기 때문이다. 꼭 전문가가 아니라도 이른바 데이트 코치 역할을 하는 사람은 우리 주위에 수없이 많다.
윌 스미스 주연의 [미스터 히치]에는 [당신을 위한 데이트 코치]라는 부제가 붙어 있다. 즉 이 영화에서 윌 스미스가 맡은 히치라는 배역은 자신이 상담을 의뢰받은 많은 남성들의 데이트 코치를 하고 있지만, 그것은 곧 당신, 즉 관객들의 데이트 코치일 수도 있다는 말이다. 그만큼 이 영화의 기획은 철저하게 상업적이다.
히치의 고객은 점조직으로 연결된다. 이미 히치의 데이트 상담을 받고 그 약효를 확인한 사람들이 주변 인물들에게 히치를 소개해주는 식으로 히치는 영업망을 넓혀가고 있다. 거대 재벌의 상속녀인 알레그라에게 매혹당한 평범한 회사원 알버트(케빈 제임스 분)는 신분 차이를 뛰어 넘어서 데이트를 성공시킬 것인가? 히치라는 데이트 코치가 있는 한 성사 확률은 100%다. 그 과정에서 영화적 재미가 발생한다. 히치의 코치를 따라 데이트를 진행하면 도저히 불가능할 것 같은 데이트가 성공적으로 진행되는데, 여자를 만날 때의 매너, 남녀 사이의 미묘한 줄다리기의 추를 자신에게 가져오는 방법 등 히치의 코치가 귀에 쏙 들어온다.
그런데 알레그라의 뒤를 쫒던 스캔들 전문기자 사라(에바 멘데스 분)를 보고 히치는 작업에 들어간다. 그러나 데이트 코치의 히치의 화려한 명성과는 어울리지 않게 사라 앞에서는 계속 실수를 연발하는데, 사랑을 연결시켜주는 데 도가 튼 전문가라고 해도 자신의 데이트를 성공시키는 데는 난관이 발생하는 게 우리를 재미있게 만든다.
실제로 뉴욕이나 동경은 물론 서울에서도 데이트 코치가 하나의 직업으로서 활동하고 있다고 한다. [방법만 알면 누구나 사랑하는 사람과 멋진 데이트를 할 수 있다]는 히치의 말이 반드시 옳은 것은 아니지만, 연애에도 효율적인 기술이 필요하다는 것을, 연애를 한 번이라도 경험해 본 당신은 반드시 수긍할 것이다. 이 영화가 미국 박스오피스 1위를 기록하며 대중적으로 엄청난 수익을 거두어들인 사실은 그만큼 이런 데이트 코치에 대중들이 목말랐다는 증거다.
이론적으로는 박사 수준인데 막상 실전에만 나가면 몸이 말을 안 듣는 사람도 많다. 상대와 대화할 때 어디서 어떻게 튕기고 어느 순간에 끌려가는 척 해야 하는지 그 미묘하고 섬세한 시점을 전문가들은 정확하게 꼬집어낸다. 사랑에 빠지면 이성적으로 올바르게 판단할 수 있는 힘이 부족해지기 때문에 제 3자의 객관적 시선이 누구나 필요해진다. 하치는 그것을 상징화한 인물이다. 히치는 [처음 대쉬하는 순간의 두려움은 누구에게나 있다. 우린 그 두려움을 없애줄 뿐]이라고 말한다.
앤디 테넌트 감독은 [한 치 앞도 계산할 수 없는 사람들이 실제 사랑에 빠지는 상황이 훨씬 로맨틱하다]는 생각에 뉴욕 거주 10만 명을 상대로 앙케이트 조사를 실시해서 최악의 데이트 상대, 최악의 데이트 장소, 나만의 연애 성공 노하우 등을 채집해서 시나리오를 완성시켰다. 윌 스미스는 지금까지의 역할과 사뭇 다른 히치 역을 맡아서 세련된 매너와 화술, 그리고 탄력적 연기로 영화를 즐겁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