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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을 위한 난상토론>
"인간은 어떤 존재인가?"
- 신채호, 괴테, 단테 등의 문학작품을 중심으로 -
발제와 사회: 장문강
I. [장강명, <한국이 싫어서>(민음사, 2015)]
“내가 여기서는 못 살겠다고 생각하는 건…… 난 정말 한국에서는 경쟁력이 없는 인간이야. 무슨 멸종돼야 할 동물 같아. 추위도 너무 잘 타고, 뭘 치열하게 목숨 걸고 하지도 못하고, 물려받은 것도 개뿔 없고. 그런 주제에 까다롭기는 또 더럽게 까다로워요. 직장은 통근 거리가 중요하다느니, 사는 곳 주변에 문화시설이 많으면 좋겠다느니, 하는 일은 자아를 실현할 수 있는 거면 좋겠다느니, 막 그런 걸 따져.” (11쪽)
“한국에서 회사 다닐 때는 매일 울면서 다녔어. 회사 일보다는 출퇴근 때문에. 아침에 지하철 2호선을 타고 아현역에서 역삼역까지 신도림 거쳐서 가 본 적 있어? 인간성이고 존엄이고 간에 생존의 문제 앞에서는 다 장식품 같은 거라는 사실을 몸으로 알게 돼.
신도림에서 사당까지는 몸이 끼이다 못해 쇄골이 다 아플 지경이야. 사람들에 눌려서. 그렇게 2호선을 탈 때마다 생각하지. 내가 전생에 무슨 죄를 지었을까 하고. 나라를 팔아먹었나? 보험 사기라도 저질렀나? 주변 사람들을 보면서 생각해. 너희들은 무슨 죄를 지었니?
여자들더러 아이 많이 낳으라는 사람들은 출근시간에 지하철 2호선 한번 타 봐야 해. 신도림에서 사당까지 몇 번 다녀 보면 그놈의 저출산 이야기가 아주 쏙 들어갈 텐데. 그런데 그런 소리 하는 인간들은 지하철을 타고 다니지 않겠지.” (16-17쪽)
“한국에서는 딱히 비전이 없으니까. 명문대를 나온 것도 아니고, 집도 지지리 가난하고, 그렇다고 김태희처럼 생긴 것도 아니고. 나 이대로 한국에서 계속 살면 나중에 지하철 돌아다니면서 폐지 주워야 돼.”
“그렇구나. 나도 지잡대 나왔어. 같은 처지야.”…
“난 홍대 나왔는데?” (44쪽)
* 사회자 : 호주로 간 그녀는 돌파구를 찾았을까요?
* 황연하 : 역시나 불행할거다.
* 조예훈 : 주인공의 심정에 공감한다.
요즘 취업준비로 지하철을 이용중인데, 정말 2호선은 피하고 싶다.
* 김은정 : 도피적인 미국행. 실패한 사람들을 많이 봤어요.
한국에서 고급인력들이 미국에 와서는 밑바닥 일을 한다.
그런 각오로 했으면 여기서도 충분히 살 수 있었을 것.
어디서든 만족은 없을 것.
환경이나 장소가 바뀐다고 해서 해결은 없다.
* 성정환 : 학교에서 교수님들이 제대로 된 공부를 시켜주길.
* 한주은 : 자신의 불행 요인을 점검해야 할 것이다.
그곳에서는 언어소통이나 인종차별 등의 새로운 문제에 부딪치리라 생각한다.
외국도 인간이 사는 사회이다. 외국 나간다고 해서 해결될 것이냐?
* 사회자 : 민족주의를 넘어서는 것이 맞다.
그렇다고 자신의 문제를 환경 탓이라 생각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본다..
II. [신채호, <용과 용의 대격전>(지혜의 숲, 2009)]
“님이시여, 님이시여, 미리[龍]님이시여,
금년에는 세납(稅納)이나 많이 안 물리도록 하여 주옵소서.
금년에는 도조(賭租)나 많이 안 달라게 하여 주옵소서.
금년에는 감옥 구경이나 않게 하여 주옵소서.
금년에는 생활난에 철도 자살이나 없게 하여 주옵소서.
금년에는 타국 타향에 비렁거지나 안 되게 하여 주옵소서.” (5쪽)
“‘어찌하면 고놈들의 반역성을 쏙 뽑아 내어 산송장을 만들어 놓고, 우리들이 아무 염려 없이 고놈들의 정수박이부터 발끝까지 깨물어 먹고, 거죽부터 속까지 빨아먹고, 아비 자식부터 손자까지, 손자부터 그 몇 대 손까지 잡아먹게 되랴?’…
‘그러면 일등 닥터를 불러 마취약을 제조하여 고놈들을 영원히 마취시켜 우리에게 잡혀 먹히는 줄 모르고 잡혀 먹히게 합시다.’
‘흥, 그 약도 내가 써 보았지! 공자놈을 시켜 명분설(名分說)을 지어 가난한 자, 천한 자의 천분(天分)을 안수(安受)하여 세력자의 명령을 잘 받아 충신열사의 명예를 후세에 끼치라고 속이며, 석가놈과 예수놈을 시켜 너희들이 남에게 고통을 받을지라도 이것을 반항 없이 안과(安過)하면 죽어서 너희들의 영혼이 천국으로, 연화대(蓮花臺)로 가리라고 속였다. 이러한 마취약들이 또 어디 있겠느냐? 2천년 동안이나 크게 약효를 보았더니, 지금에는 그 약의 힘도 다하여 그 놈들이 점점 자각하여 반역이니 혁명이니 하고 떠드는구나.’” (7쪽)
“‘속이기 쉬운 것은 식민지의 민중이니, 상제시여, 마음 놓으십시오. 세계 민중들이 다 자각한다 하여도 식민지 민중만은 아직 멀었습니다. 우리가 식민지 민중만 잡아먹더라도 몇 십 년 동안은 아무 걱정 없을 것이올시다.’” (9쪽)
* 연창호 ; 저의 고향이 신채호 생가가 있는 고장이고, 이 책을 10년 전 쯤에 읽었다.
신채호가 보기에 종교인들은 너무 답답한 사람들이었을 것이다.
당시의 불교, 유교, 기독교 모두 타락하고 권위에 불복했다.
백성의 자각을 촉구한 점에서 신채호와 김교신의 마인드는 같았다.
다만 열혈남아였던 신채호는 독립운도에 적극적으로 뛰어들었고,
김교신은 신앙에 중심을 둔 것 같다.
* 사회자 : 조선 사람이 가장 만만하게 당하고 있다는 울분을 토로한 소설이다.
* 조예훈 : 군함도 보고난 소감이다.
탈출에 성공한 사람들을 보며, 그들은 이후 어떤 마음으로 살았을까 생각이 많아졌다.
한국이 독립국가이지만, 식민지가 아니라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을까?
그리스도인인 우리는 바른 역사의식을 가져야 할 것이다.
* 김철웅 – 우리 교육에 문제점이 참 많은데, 그중에 하나가 ‘대학진학률 과잉’이 아닐까?
너무 많은 대학이 난립한다. 40%정도가 적정선이라고 하니,
대학진학을 위한 사회적 비용을 줄이고
효율적으로 사회에 필요한 사람을 키울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할 것이다.
* 사회자 – 사드배치를 반대하는 입장에 있던 문재인 대통령이 사드배치 결정으로 돌아선 까닭은
무엇일까? 우리는 미국의 절대적 영향력 아래에 있다. 그러나 미국이 우리를 영원히,
완벽하게 지켜줄 것이라는 착각을 해서는 안 된다.
* 황연하 – 그런 견해는 여기서 이야기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생각이 다른 사람들도 많다.
사실 진보 좌파가 주장하는 공산주의 통일이 되면 나라를 떠나고 싶다.
우리는 일본도 경계해야 한다. 어쩌면 북한보다 일본이 더 위험한지도 모른다.
III. [요한 볼프강 폰 괴테 지음, 정서웅 옮김, <파우스트> 1(민음사, 1999)]
“태양이니, 세계니 하는 것에 대해선 말할 게 없소이다.
내 눈에 보이는 건 그저 인간들이 괴로워하는 모습뿐이에요.
지상에서 작은 신을 자처하는 놈들은 언제나 판에 박은 듯
천지개벽하던 그날 모양 이상하기만 합디다.
차라리 하늘의 빛을 비춰주지 않았던들
그들은 좀더 잘 살 수 있지 않았을까요?
그들은 그것을 이성이라고 부르면서
어떤 동물보다 더 동물적으로 사는 데 써먹고 있지요.”
“아뢰옵기 황송하지만
인간들이란 다리 긴 메뚜기 모양
나는 듯하다가는 팔딱팔딱 뛰면서
늘 풀숲에 처박혀 케케묵은 옛 노래나 불러대는 족속이죠.
아니, 풀 속에나 박혀 있으면 오죽 좋으련만
거름더미를 보기만 하면 그들의 코를 쑤셔박으니 원!”
“인간들의 비참한 꼬라지가 하도 딱해서
나 같은 악마도 그 가련한 놈들을 괴롭히고 싶지 않다니까요.” (22-23쪽)
“아! 나는 철학도,
법학도, 의학도,
심지어는 신학까지도
온갖 노력을 기울여 철저히 공부하였다.
그러나, 지금 여기 서 있는 나는 가련한 바보.
전보다 똑똑해진 것은 하나도 없구나.” (29쪽)
* 사회자 : 파우스트에 나타난 인간상에 대해 토론해 보겠습니다.
* 한병덕 : 파우스트에는 고통받는 인간의 모습이 적나라하게 표현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앞의 장강명 소설에 등장했던 청년의 경우, 끝까지 한국에서 남아서 취업을 하고,
더 살기좋은 사회로 발전하도록 전체가 노력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합니다.
* 배명수 : 외국에서 자신의 꿈을 펼치고 싶다는 청년의 이야기가 있으니, 내가 겪은 한미관계에 대한 체험을 얘기하겠다. 부시대통령 때의 일이었다. 미국내 청소년을 위해 담배생산 감소가 추진되고 있었는데, 한국에는 미국담배를 수출하려 하고 있었다. 미대사관 차량을 운전하던 시절이라 당시 방한한 통상담당관을 공항으로 모시고 가던 길에 물었다. 한국청소년을 생각해달라는 말이었는데, 그 사람은 매우 놀라면서, “그런 생각을 하고 계시다니 죄송스럽네요.”라고 말했다. 너무 당돌한 말이었지만, 다행히도 그 사람이 문제삼지 않아서 일을 계속 할 수 있었다. ‘외국은 절대로 우리 편이 아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IV. <신곡: 지옥편-단테 알리기에리의 코메디아>(박상진 옮김, 민음사, 2007), 4곡.
“나는 끝없는 고뇌의 통곡을 모아 놓은
고통스러운 깊은 나락의 구멍이 입을 벌린
그 끄트머리에 서 있었다.
깊게 깔린 칠흑 같은 안개.
눈을 아무리 크게 뜨고 들여다보아도
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7-12)
“그곳에서 울음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단지 한숨 소리만이 영겁의 허공을
언제까지라도 떨게 하고 있었다.” (25-27)
“‘그리스도 이전에 살면서 그들은
하나님[하느님]을 올바로 대하지 않았어.
나도 그들 중 하나란다.
다른 잘못은 없어. 그 죄 하나 때문에
우리는 버림받았다. 언제까지라도
희망 없는 희망 속에서 살고 있는 거야.’
이 말을 듣자 엄청난 고통이 내 가슴을 파고들었다.
그러나 참으로 훌륭한 사람들이
그 림보에 억류되어 있다는 것을 알았다.” (37-45)
“눈썹을 더 높이 들어 올리자
철학자 가족 가운데 앉을 만한
사람들의 스승이 보였다.
모두가 그를 우러르고 그에게 영광을 돌리고 있었다.
소크라테스와 플라톤은
그의 가장 가까운 곳에 있었다.
만물이 우연하다고 주장했던 데모크리토스,
디오게네스, 아낙사고라스, 탈레스,
엠페도클레스, 제논, 헤라클리토스가 보였다.” (130-138)
* 사회자 : 단테가 묘사한 지옥편이다. 이 4곡에는 유명한 학자들이 모여 있다.
다양한 인간 군상이 묘사된 신곡을 본 소감을 말해 주시기 바란다.
신곡과 무관한 이야기도 좋으니 제한없이 토론하겠다.
* 김복례 ; 최근 오류동 집회에서 신곡에 나타난 천국을 공부하였다.
그런데 궁금한 점이 있었다.
신곡은 문학작품 중 하나인데, 무교회 선생님들은 왜 신곡 읽기를 유난히 장려했을까?
* 사회자 ; 노평구 선생님은 신곡 뿐 아니라 실낙원 같은 고전읽기를 장려했다.
신곡에 대해서는 이렇게 말씀했다.
“단테 신곡 하나만 잘 읽어도 대학 나온 거와 같다.”
내 개인적인 생각을 말하면, 신곡은 문학작품 이상의 가치를 가진 책이다.
어쩌면 성서를 읽는 것과도 같다.
그래서 신곡읽기를 적극 권했다고 생각한다.
* 송희영 ; 하나님 외의 다른 신을 섬기지 말라는 것이 지켜지지 않는 세상,
인간 개혁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싶다.
* 이복례 ; 이런 논의를 할 수 있는 기회가 있는 것 자체가 너무 감사하다.
* 한정주 ; 사람은 자기 보고싶은 것만 보는 것 같아 무척 아쉽다.
이 말은 꼭 드리고 싶다.
역사는 팩트이다. 개인의 생각이나 주장으로 판단하지 않아야 한다.
진실이 이어져서 역사가 된다. 특히 그리스도인은 제대로 된 진실을 볼 줄 알아야 한다.
* 사회자 : 이렇게 기탄없이 말씀해 주셔서 감사.
오늘 참석자 모두 적극 참여해주셨다.
우리 삶에 도움이 되었기를 바란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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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잘 정리 했어요
단체사진 찾고 오느라 토론 말미에 참석해서 아쉬웠었다~
앞으로도 난상토론 기대해봄직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