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탐나는 도다] 04
#1. 박규의 방 - 밤
갑자기 폭탄 투하되듯 굴러들어오는 윌리엄. 갓을 벗던 박규는 아닌 밤에 홍두깨 식으로 들어온 윌리엄을 보고 화들짝 놀란다.
방문을 보는데. 버진이 손을 입에 올리고, 쉿..쉿... 계속 신호를 보낸다.
박규는 윌리엄과 버진을 번갈아 보는데, 버진이 재빨리 방문을 닫는다.
#2. 마당 - 밤
버진은 후다닥 문을 닫고, 등을 돌리면 최잠녀가 두둥... 서있다.
최잠녀 : (살피며 보며) 거서 뭣덜함시냐?
버진 : (황급히 둘러대며) 아무것도 아니우다. (괜히 스트레칭을 하는데) 어멍 안 자멘?
최잠녀 : (버진 수상하게 보며) 초신덜 다 정리하고 자야쥬.
최잠녀, 오늘 팔다 남은 초신을 정리하는데, 버진은 속이 타 박규의 방을 힐끔거린다.
#3. 박규의 방 안 - 밤
우당탕탕 소리와 함께 잠시 정지 화면처럼 멈춰있던 두 사람. 밖에서 버진이 대충 상황을 무마하는 듯한 소리를 듣고
박규 : (소곤대며) 너 이게 뭐하는 짓이냐? (버럭) 니 나라에는 이런 법도도 없단 말이냐?
윌리엄 : (여전히 자기 할 말만) 보...믈...내...보믈...
박규 : (무슨 말인가 싶어서) 보믈?
막무가내로 뒤지던 윌리엄 방구석에 짚으로 귀하게 싸여있는 (냄새를 막기 위해 싸놓은 것을 오해) 요강을 발견하는 윌리엄.
서둘러 짚을 헤쳐내고, 요강을 보는데, 자신의 것이다. 기쁜 얼굴로 요강을 보는데, (부끄러운) 박규가 홱 가로채간다.
박규 : (뺏으며) 내..내놔~!
버진은 조심스럽게 박규의 방문을 여는데... 방안에선 요강을 사이에 두고, 윌리엄과 박규가 서로 차지하려고 용을 쓰고 있다.
버진 : (멈칫, 황당한) 니그들 뭐하나?
박규, 뻘쭘하다. 윌리엄은 박규가 어이없고.
버진 : (걱정스럽게) 일리암, 여긴 또 왜 또 온거라..
윌리엄 : 나... (박규의 손에서 요강 뺏으며) 내 보믈 찾으러 왔어.
박규 : 이런, 무엄하도다. 니 여기가 어디라고 찾아와 이리 예의 없이 구는 것이냐?
최잠녀(E) : (문 밖에서 불쑥) 버진이 여기 있나?
박규의 방문 앞으로 다가오는 최잠녀의 그림자. (창호지에 비춰지는 최잠녀의 그림자가 점점 거대해지는 상황)
버진, 박규, 윌리엄 셋 다 헉하는 상황 속에...
버진, 어쩔 수 없다. 재빨리 박규를 문 밖으로 확 밀어버린다.
#4. 마당 - 밤
최잠녀가 박규의 방문쪽으로 점점 다가오자, 박규가 방에서 용수철 튀듯 밀쳐져 나온다.
최잠녀 : 어이구...어이구 들짐나케라... (놀랐다는 제주 사투리)
박규 : (움찔...) .....
최잠녀 : (박규의 맨발을 보며) 고팡에 불 났시냐? 무사 맨발로 뛰어나옴샤?
박규 : (당황함을 감추며) 아무일도 아니오.
최잠녀 : 혹시 그 방에 버진이 있시냐?
박규 : (시침 떼며) 무슨 소리요. 그 아일 왜 내방에서 찾소?
최잠녀 : (박규를 뚫어져라 보며) 니 죄가 있으니게.
박규 : (어이없는) 이거 왜 이러시오. 나도 눈이 있소.
최잠녀 : 니가 시방 시근밥 뜨신 밥 가릴 처지라...
박규 : (이런...) 어허! 자꾸 왜 이러시오.
최잠녀 : 참말로 버진이 그방에 없어? 야가 이 밤에 어딜 간거라?
#5. 박규의 방 - 밤
방문 앞에서 귀를 기울이고 듣던 버진은 최잠녀와 박규의 티격태격 대는 소리에 안심하고...
윌리엄에게 박규의 방에 있는 창문을 가리킨다.
버진 : (속삭이며) 저짝으로 나가.
윌리엄 대충 알아듣고, 창문으로 나가고, 버진도 윌리엄의 뒤를 따라 창문으로 나가다 쿵...소리가 난다.
#6. 마당 - 밤
마당에 있던 최잠녀의 귀에 박규의 방에서 나는 쿵 소리가 들린다.
번개 같은 속도로 돌아보는 최잠녀. 헉, 박규 이를 어쩌나 싶은데..
벌컥 박규의 방문을 여는 최잠녀. 안을 들여다 보지만 아무도 없다.
최잠녀 : 버진이 요년은 어딜 간거라게? 심을 애껴나두질않고.
박규 : (다행이다 싶고..)
#7. 마을 어귀 + 숲 길 - 밤
버진이 이리저리 기웃대며, 인기척 없는 길로 윌리엄을 안내하고 있다. 윌리엄은 버진의 뒤를 따른다.
버진, 장에서 본 것 때문에 마음이 불편하다. 버진과 윌리엄. 이제 됐다 싶어 멈추어 서고.
버진 : (걱정스럽게) 일리암. 마을로 내려오민 위험해. 아주 클나. (윌리엄이 들고 있는 가면을 가리키며) 멩심허여. 아란?
윌리엄 : 멩심? (알아들은..) 오케이. (요강 들어보이며) 이제. 안클라!
버진 : (미소지으며) 마을에 내려 오지마여. 대신 다음에 맛존거 싸가지구 한라산에 가자. 한라산. 거기 가믄 잘도 조으메.
윌리엄 : 할나산?
버진 : (고개 끄덕)
윌리엄은 버진을 뚫어져라 보고, 버진은 윌리엄의 시선에 싱긋 미소 짓는다.
윌리엄, 버진의 손을 꼭 잡는다. 윌리엄, 한 손엔 버진의 손, 다른 한 손은 요강을 꼭 부여잡고 가는 뒷모습.
#8. 장터 - 오후
시끌벅적한 시장의 모습. 사람들로 북적인다.
박규가 시장 안을 돌아다니며 상전들을 살피고 있다. 어물전 앞에 가서 나온 생선들을 확인하며 보는 박규.
박규 : 전복은 이게 전부요?
상인 : 조은 전복은 다 진상해부리고 나머진 이거 뿐이우다. 이 전복도 재우 구했수다. 살거꽈? 말거꽈?
박규 : 더 좋은 건 없소?
상인 : 거참 답답허우다. 더 좋은 전복은 다 나랏님께 진상해부난 이런 장에 나올 턱이 이수과?
이정도 전복 구하기도 하늘에 별따기라 마씸.
끝분(E) : (약봉지를 들고) 이거 참말로 효과 조우꽈?
박규는 전복을 살피다, 뒤쪽에서 들리는 끝분의 소리에 고개를 돌린다.
약장수와 물건을 흥정하고 있는 끝분.
약장수 : 그럼! 들어갔다하민 뒤로 바로 나온데허난~
끝분 : (약장수 말에 얼굴을 찌푸리고) 아멘그래도 닷냥은 너무 비싸우다.
약장수 : 아이.. 비싸긴 뭐가 비싸우꽈?
박규 : (끼어들며) 제주 땅이라고 너무 바가지 씌우지 마라.
끝분 : (박규 보니까 얼굴 펴진다) ...
약장수 : 바가지옌 무신 말이꽈?
박규 : 한양에선 두 냥이면 충분한 것을 다섯 냥이나 부르다니.
약장수 : (흠흠 헛기침하며) 그럼...세냥만...줍서.
끝분이 세 냥을 건네면 약장수가 다른 곳에 약을 팔러 간다.
약장수 : 전국 방방곡곡에서 알아주는 맹약이우다. 여인네들 남헌티 말못할 고민, 돗통 위의 시간을 줄여주는 맹약도 있고,
단 한알이며 돌부처 남팬도 녹인다는 생생환도 있수다.
약장수의 낭랑한 목소리가 점점 작아지고, 끝분, 박규를 졸졸 따라간다.
끝분 : (괜히) 선비님, 너무 걱정 맙서. 나 몸은...괜찮수다.
괜히 부끄러워 후다닥 뛰어가는 끝분. 박규, 쟨, 왜 또 저래싶다.
#9. 당근밭 - 낮
당근밭 전경. 밭 한쪽에선 버진을 비롯한 아이들...종순, 종달, 기타 등등이 당근을 캐고 있다.
끝분, 콧노래에 덩실덩실 춤까지 추며 버진 쪽으로 걸어오고 있다.
끝분 : (노랫가락) 너영, 나영 두리둥실 놀거여~ 낮에 낮에나 밤에 밤에나 참사랑이로구나~~~
종달 : 뭐가 그리 기분이 조아?
끝분 : (으쓱) 그냥...날도 좋곡... 당근 풀때기도 퍼렇곡...
아이들 : ?? (이해가 안 감)
버진 옆으로 슬쩍 다가가선.
끝분 : (버진에게) 귀양다리 말여... 너랑 그날 저녁에 아무 일도 없었지?
버진 : (어리둥절) 응?
끝분 : 그때 너랑 밤새 물질해실 때 말이여.
버진 : (정색) 다...당연하지!!
끝분 : (정색하는 버진의 표정을 보고, 안심하는 듯) 그럴 줄 알았지라.
버진 : (말 돌리며) 야들아. 이따가 장에 구경 안 가게?
끝분 : 또, 또 농땡이 칠 생각만 하는거 보게...놀 생각만 말고 보지란히 일이나 허여!
버진 : (치....) ......
끝분, 생각만 해도 기분 좋은지 다시 노래 부르며 춤추기 시작하고.
#10. 동굴 주변 숲- 낮
숲에 모아놓은 굵은 나무를 줄로 엮고 있는 얀. (약간 완성된 뗏목)
윌리엄이 굵은 나무를 양손으로 질질 끌며 얀에게 오고 있다.
#11. 버진이네 마당 - 낮
박규가 집으로 들어오는데, 버진이네 마당에 있는 평상에 보따리를 풀어놓고 있는 필립이 보인다.
저 녀석이 여기 어쩐 일인가? 놀란 얼굴로 옆으로 다가가는 박규.
원빈과 버진이 신기하다는 듯 보따리에서 나오는 물건들을 보고 있다.
최잠녀는 생선 손질에 정신없고, 버설은 마루에서 그림만 그리고 있다.
원빈 : (경대에 얼굴을 비춰보며) 오오~~ (나르시즘에 빠져 얼굴을 보며)
필립 : (버진에게) 이것은 누님 선물인디. 이 연지곤지마씸.
연지곤지함을 살펴보며 좋아라하는 버진과 원빈. 입술에 찍어 바르고 난리가 났다.
박규 : (혹시...믿을 수 없어서 필립에게 눈으로 묻는)
필립 : (박규에게 부끄럽다는 듯이) 지난번에 말한 제 정혼자이우다.
버진 : (필립에게 찌릿) 너. 한복만...또 까불어.
박규 : (말도 안 된다는) 산방골 최고 미인이... 저?
버진 : (최고미인이라는 소리가 기분나쁘지는 않은 듯. 쑥스러워하고)
원빈 : (의아한) 글헌디 복만.. 아니 필립아 선비님과는 처음 보는 게 아니라?
필립 : (태평하게) 아니마씸. 지난번에 화란인하고 같이...
박규/버진 : (동시에 무섭게 필립을 째리고)
최잠녀 : (손질하다 고개 들고) 뭔..뭔 란인?
필립 : (헉..) 아니..고것이 아니라... (당황하며 박규를 보는데)
박규는 헛기침을 하며 방으로 들어가버린다.
필립이 이상한 소리라도 할까 왠지 불안한 버진.
#12. 동굴 안 + 밖 - 밤
삿갓남 동굴 안을 샅샅이 뒤지고 있다. 동굴 안에 남겨진 각종 물건들을 보고 있는데, 들어오는 이방과 관군들.
이방, 동굴 안을 살피곤 삿갓남을 슬쩍 쳐다본다. 다소 삿갓남을 경계하듯 살피는데...
이방 : (둘러보며) ...이곳을 어찌 찾아내셨습니까?
삿갓남 : 산에 올라가 본 적이 있는가?
이방 : (보고) ?
삿갓남 : 낯선 곳을 살필 때 제일 먼저 할 일은 높은 곳을 찾는 것이다. 그곳에선 아래에서 볼 수 없는 것을 보게 해주지.
숲과 바위로 꽉막힌 은밀한 장소를 찾았다면, 자네라도 와보지 않겠는가?
이방 : (뭔가 골똘히 생각하면)
삿갓남 : 필시 수상한 자들이 이곳에서 몸을 숨긴채 지낸 것이 분명하다.
이방 : 진상품 도적이라 보시는겝니까?
삿갓남 : (이방을 본다) ...!
이방 : ...!
삿갓남 : (이방 어깨를 툭치고, 동굴밖으로 나가며) 아직 멀리 가지는 못했을 것이다. (눈짓)
관군들 후다닥 동굴을 나간다.
김포졸, 억관포졸도 이방의 눈치를 살피며 밖으로 나가면 이방 홀로 동굴에 남는데.
#13. 동굴 근처 - 밤
윌리엄과 얀, 동굴근처 바위뒤에 숨어서 지켜보고 있는데, 동굴 안에서 관군들이 나온다.
얀 : (잘됐다!/Eng) See them? There's no time to lose. We have to go now. 저것 봐! 이제 시간이 없어. 우린 가야해.
윌리엄 : (아쉬운 듯) ... ...
#14. 동굴 근처 숲 - 밤
얀, 뗏목 숨긴 곳으로 짐을 들고 서둘러 가고 있는데, 그 뒤를 허둥지둥 따라오던 윌리엄, 얀 앞을 막아선다.
윌리엄 : (부르며/Eng) 얀! 얀!
얀 : (윌리엄 보며/Eng) We should hurry. This tide is just perfect. 서둘러야 해. 지금 조류가 딱 좋으니까.
윌리엄 : (주저하며/Eng) I can't leave like this. 이대로는 갈 수 없어.
얀 : (요강을 가리키며/Eng) Why not? You've got your treasure, haven't you? 네 보물도 찾았잖아?
윌리엄 : (Eng) No... Not the real treasure! 아니... 난 이곳에서 비로소 나만의 보물을 찾았어!
얀 : (보며) ...?
윌리엄 : (Eng) Virgean…the only true treasure, undiscovered until now. 버진이 말이야. 누구도 찾아내지 못한 나만의 보물.
(돌아서서/Eng) No, no. I cannot go without saying goodbye to Virgean. 안 되겠어. 나 버진에게 인사하고 올게.
얀 : (잡으며/Eng) Stop! We have no time to lose. 지체할 시간이 없어!
윌리엄 : (얀의 팔을 떼어내며/Eng) Yann, just a simple goodbye. I promised her we would go to Mt. Halla together,
but I can't keep my promise now. 얀, 떠난다는 인사만 하고 올게. 버진이 한라산에 가자고 했는데,
그 약속도 지킬 수 없게 됐단 말이야!
얀 : Get a hold of yourself! Escape is the most important thing! Not the girl! Let's go! (다시 한 번 잡아세우며/Eng) NOW!
지금 너에게 중요한 것은 그 계집 아이를 만나는 게 아니라 당장 떠나야 한다는 거야!
#15. 버진의 방 - 밤
버진, 만들던 갈옷을 들어서 살펴본다. 드디어 완성했다.
갈옷을 착착 챙겨들고 밖으로 나가는 버진.
#16. 버진네 마당 - 밤
버진, 방에서 나오는데 박규 평상에 앉아 책을 읽고 있다.
박규 : (나가려는 버진에게) 이 밤에 어딜 가느냐?
버진 : (깐죽) 남이사! 그러는 귀양다리는 이 밤에 뭘 그렇게 읽고 있는 건데?
박규 보면, 버진 손에 갈옷이 들려있다.
박규 : (얼굴 굳어서 정색) 그 이양인에게 가는것이냐?
버진 : (잠녀 방을 살피며) 조용히 허여! 누가 드르믄 어떵하멘?
박규 : 어처구니가 없구나! 곧 떠날 이양인이 뭐라고...니가...
버진 : (노래하듯 작게) 아니. 일리암, 나 내부러두고는 혼잔 절대 안 간다 그랬으멘.
버진, 총총총 밖으로 걸어 나가는데, 뒤에서 갑자기 박규,
박규 : (화난 듯) 진정 그 약속을 믿느냐!
버진 : (순간 놀라 멈춰서고)
박규 : (버진의 뒷모습을 바라보는데)
버진 : (당연히 믿는다는 듯 미소지으며 나간다)
홀로 남은 박규, 평상을 정리하는데...보면, 버진에게 줄 단어장을 만드는 중이었다.
#17. 숲 속 - 밤
버진, 갈옷을 품에 꼭 끌어안고 뿌듯한 얼굴로 동굴을 향해 신나게 걸어간다.
#18. 바닷가 - 밤
챙겨두었던 보따리를 챙겨서 바닷가로 나오는 윌리엄. 그러나 윌리엄은 이대로 떠나기는 아쉬운 듯 계속 망설인다.
얀 : (재촉하는/Eng) Jump on the raft! Let's ride the tide. 어서 뗏목에 타. 물때가 좋을 때 가야 해.
윌리엄 : 얀..
얀 : (윌리엄을 떼밀며/Eng) Move! Right now! 그만 망설이고 어서 타!
얀의 다급한 말에도 윌리엄은 그저 해안가만 바라본다.
얀, 윌리엄을 억지로 뗏목 위에 태우고, 짐을 실은 뒤 뗏목을 바다 위로 띄운다.
#19. 동굴 안 - 밤
장난칠 요량으로 살금살금 들어오는 버진, 동굴 안으로 폴짝 뛰어들며.
버진 : (놀래키려는 듯 버럭) 일리암!!!
#20. 바다 위+뗏목 위 - 밤
점점 멀어지는 탐라. 아쉬움 가득한 얼굴로 뗏목 위에서 섬 쪽을 바라보고 있는 윌리엄.
얀 : (힐끗 보며/Eng) There's no need to look back. We cannot stay here, after all.
미련 가질 필요 없어. 어차피 떠날 수밖에 없는 곳이야.
윌리엄 : (주저하며/Eng) But I at least should have said goodbye... 그래도 작별인사정도는 하고 와야 했는데...
얀 : (바다 쪽을 보며/Eng) With the right tide, we'll get to Nagasaki in a few days. William, you did not forget why you
took the Hollandia in the first place, did you? 이 뗏목이 조류만 잘 타준다면, 우린 며칠 후 나가사키에 닿게 돼.
윌리엄, 네가 애초에 왜 홀란디아호를 탔는지 잊은 건 아니겠지?
윌리엄, 멀어지는 섬에서 시선을 떼지 못하고. 그때 투두둑! 투두둑! 뗏목을 묶은 줄이 끊어진다.
놀라는 윌리엄과 얀. 출렁이는 뗏목. 서로의 얼굴을 당황하여 마주보는데, 둘의 사이가 점점 멀어진다.
엮었던 나무들이 벌어지고 스르륵 바다 속으로 가라앉는 윌리엄과 얀.
#21. 동굴 안 - 밤
횃불을 들고 동굴 안 물건들을 살펴보던 이방이 깜짝 놀라 돌아본다.
예상치 못한 이방이 동굴에 있자, 너무 놀라 그대로 쓰러지듯 주저앉아버리는 버진.
횃불을 들고 다가가 버진을 살피는 이방. 겁에 질린 버진은 주춤거리며 일어난다.
이방 : (살피며) 너언...? (생각났다) 산방골 장씨네 딸이 아니냐?
버진 : (겁먹은 채 긴장/침만 꼴깍) ...
이방 : (수상쩍다) 이 야심한 시각에 니가 어찌 이곳에....?
버진 : (우물쭈물) 나으리...
이방 : (버진이 들고 있는 갈옷에 시선가고) ...무엇이냐?
버진 : (이방의 시선에 들고 있던 갈옷을 뒤로 서둘러 감추며) 그...그게 아니라...
이방 : (놓치지 않고 숨긴 걸 빼앗으며) 갈옷?
버진 : (헉) ... ...
이방 : 이것을 왜 이곳에...?
버진 : (바짝 얼어서 아무 말도 못하는)
이방 : 바른 대로 대거라. 발칙한 것! 진상품 도적들과 내통하고 있었던 게냐!?
버진 : 네? (하얗게 질려) 아니라마씸! 진상품 도독이라니 무신 말이우꽈? 진상품 도둑 진짜 아니라마씸!
이방 : (갈옷을 던지며) 아니면! 누구냐, 여기 머무는 놈이? 누굴 숨겨 주고 있었던게야!
버진 : (당황하여 아무 말도 못하는)
이방, 한발 한발 버진을 향해 더욱 다가오고, 버진은 주춤주춤 뒷걸음질 친다.
버진, 도망치려 휙 돌아서나, 이미 포졸들이 버진의 뒤를 감싸있다. 두려움에 꽁꽁 언 버진.
#22. 해안가 - 밤
파도에 밀려온 듯 해변가 한쪽에 난파된 뗏목 조각들. 그 사이로 힘겹게 물밖으로 걸어나오고 있는 윌리엄과 얀.
윌리엄, 켁켁 입에서 물을 쭈욱 뱉어내며 정신을 차리는데 망원경과 보따리를 손에 들고 밖으로 나오는 얀.
모래사장위로 철푸덕 주저 앉는데...
얀 : (격양되어/Kor) 젠장!
윌리엄 : (조선말 못들었다! 위로하며/Eng) (얀 위로하며/Eng) It's all right, Yann. Rafting all the way to Nagasaki is
a far reach, anyway. 역시 뗏목으로 나가사키까지는 무리야. (씨익/Kor) 다행이다, 돌아왔어.
얀 : (못마땅하게 보곤/Kor) 일어나. (짐을 들며/Kor) 아직도 우릴 찾고 있을 거야, 일단 어딘가에 숨어야 해.
윌리엄 : (얀의 한국말에 놀라며) 얀, ...You?
얀 : (Eng) I belong to the East India Company, who travels all over the world. Chosun language...
a piece of cake for me... 나는 세계를 떠도는 동인도회사 직원이라구. 필요하다면 조선어 따위는 문제가 안되지.
(보따리와 망원경을 잡고 일어나며/Kor) 서둘러.
얀, 바위 쪽으로 달려간다. 뒤따르는 윌리엄.
#23. 옥사 - 밤
포졸에게 밀려 옥사로 퉁 튕겨 들어가는 버진. 바닥으로 털썩 넘어진다. 에고고...
문을 잠그고 나가버리는 포졸 1, 2.
버진 : (옥사에 매달리며) 아즈방, 나 풀어 줍서~! 난 참말로 진상품 도독놈들 몰라라.
포졸1 : (무섭게) 좀 조용히 좀 혀 이년아! (가버리고)
버진 : (포기하듯) 아즈방... (다시 불끈) 아즈방~!!!
여죄수들 : 좀좀해. 이년아!!!
깜짝놀라 뒤돌아보면, 험악하게 생긴 여자들이 거적때기 위에 대충 누워 눈을 부릅뜨고 노려보고 있다.
버진 땜에 잠에서 깨 다들 화가 난 눈치.
버진, 입을 꾹 다물며, 겁에 잔뜩 질린 얼굴로 구석자리에 몸을 웅크리고 앉는다.
버진 : (눈물 글썽) 일리암... 어디 이시멘...
#24. 버진네 마당 - 밤
여전히 평상에 앉아 있는 박규, 버진에게 줄 단어장을 만드는 중이다.
17세기 조선어로 ‘지’ ‘전복’ ‘미역’ ‘규’ 등등 쓰여 있는 종이들을 보며 한숨을 크게 내쉬는 박규.
#25. 버진이네 집 마당 - 이른 아침
평온한 버진이네 앞마당. 저 멀리 미명이 서서히 밝아온다.
마당 평상에 앉아있는 박규. 옆에 놓인 갓. 밤새 버진을 기다렸다. 문 쪽을 바라보지만, 고요하다.
낮은 한숨을 쉬고는 일어나 방안으로 들어가려는데,
박규 : (순간 반가움에) 거기, 망아지냐?
우르르 순식간에 집 안으로 들이닥치는 포졸들. 김포졸과 억관도 있다. 놀라는 박규.
김포졸 : (다른 포졸들에게) 자자자! 여기저기 속속이 뒤져브난, 조꼼이라도 이상허다 시픈게 이시믄 다 차자내어!
김포졸의 명령에 다른 포졸들 집안을 샅샅히 뒤지기 시작하고.
박규 : (버럭) 이게 뭐 하는 짓이냐?!
김포졸 : (힐끔 보곤) 귀양다리는 상관맙서. 다덜 빨리빨리 움직이질 아녀고 뭣들함서!
그 소란에 방에서 허둥지둥 나오는 원빈과 최잠녀. 부스스 눈비비고 나오는 버설.
그 틈을 타 포졸들이 최잠녀와 버진의 방안으로 들어가, 뒤집는다.
억관 포졸이 뒤늦게 허겁지겁 들어와, 마당을 대충 뒤지기 시작한다.
최잠녀 : (황당한) 이...이 무신 것들 하는 거라? 꼭두새벽부터 이 무신 일이여 들?
원빈 : (억관을 불러 세우며) 이 무신 일이라?
억관 : (포졸들 눈치 보며 소근) 버진이가 잡혀왔수다.
박규 : (놀란) 그게 무슨 말인가?
최잠녀 : (놀라고) 누가 잡혀?
원빈 : (역시 놀란 얼굴로) 우리 버진이 말이나?
억관 : (속삭이며) 진상품 도독을 숨겨줬다고 허연... 엇저녁 밤에 잡혀 드러와 마씸.
박규 : (다급히) ...혼자 잡혔느냐?
최잠녀 : (못믿겠다) 누게가 누겔 숨겨줘?
억관 : (답답허다) 버진이가...
김포졸 : (버럭) 어이, 억관이! 거기서 뭐허는 거라?! 날 밝기 전에 도라오라는 이방 나으리의 멩을 못드러써?
억관 움찔하며, 다시 마당의 물건 뒤지는 시늉을 한다.
최잠녀는 이게 웬 아닌 밤중에 홍두깨냐 싶고, 원빈은 버설을 품에 꼭 안아준다.
박규 : (화난 얼굴로) 그놈의 이양인... 기어코 일을 냈구나.
#26. 관아 앞마당 - 아침
앞마당에 포박당해 앉아있는 버진. 겁에 잔뜩 질려 있다.
주변에는 곤장 등 각종 도구와 살벌하게 있고, 의자에 앉아, 버진을 노려보고 있는 이방이 있다.
이방 : (매섭게 보며) 동굴에 숨겨두던 자 누구냐?
버진 : (겁에 질려) 아무도 없어라. 건 그냥... 나가 바다 밭에 가기 싫을 때 살째기 들어갔다, 잠도 자고, 가서 쉬는 데라 마씸.
이방 : (더 노려보면)
버진 : (움찔) 참말인디..., 참말로 아무도 모르고 나만 아는 데라 마씸.
이방이 눈짓하면, 한 쪽 편으로 가서 옷가지들을 가지고 와 버진의 앞에 홱 뿌리는 포졸1.
(동굴 안에서 발견된 옷가지들 -필립의 옷들-)
이방 : 그렇다면 이것들이 다 누구의 것이더냐?
버진 : (옷가지들 보곤 당황) 그게 글허니까... (나름 임기응변) 나꺼라.
이방 : 분명 사내의 옷이거늘! 어찌 그런 얄팍한 거짓말로 둘러대려는 것이냐?
바른대로 고하지 못하거라! 누굴 숨겨주고 있었느냐?!
버진 : (눈물 주르륵) 그게... 그게... (차마 말할 수 없다/눈 질끈 감는데)
이방 : 네 정녕 고신을 당해야 입을 열 것이더냐?
버진은 겁에 질려 보면, 주변에 곤장과 포졸들이 고신을 준비할 태세다.
이방 : 다시 한 번 묻겠다. 네가 그 동굴에 숨겨주던 자가 누구냐?
버진 : (무섭지만 오히려 입을 앙 다물어 버린다)
이방 : (매섭게 노려보며, 버진에게 가까이 가는데) 말 하라.
버진 : (더 세게 입을 꽉 다문다)
이방 : (분노한) 네 입을 열지 않으면 곤장으로 너를 다스릴 것이야.
버진 : (두려움에 몸서리치지만, 다문 입은 열지 않고)
이방의 매서운 다그침과 눈빛에 온 몸을 바들바들 떠는 버진.
#27. 대정현 관아 앞 - 아침
문 앞을 지키고 있는 포졸들.
들어가진 못하고 초조하게 왔다 갔다 하며 걱정하고 있는 원빈과 닫힌 문을 보며 굳은 얼굴을 한 최잠녀.
#28. 동굴 근처 - 아침
동굴을 향해 서둘러 가고 있는 박규. 동굴 쪽으로 걸음을 옮기려는데, 동굴 입구를 지키고 있는 포졸 두 명을 보고 몸을 낮춘다.
지켜보던 박규, 심상치 않은 기운에 고심하다 자리를 뜬다.
#29. 필립이네집 앞 - 아침
씨익 미소를 짓고 있는 윌리엄의 얼굴. 허름하고 요새 같은, 요상한 기운을 마구 풍기는 오두막 앞에 와 서는 윌리엄과 얀.
얀 : (다가가 살피며) 여긴 어디야?
얀은 신기한 듯 다가가 오두막 주변을 살핀다. 얀, 물컹하는 느낌에 자신의 발을 내려 보는데, 나무 열매을 밟았다.
순간, 바닥에 나뭇잎들로 가려놓은 그물이 확 올라가며, 얀을 낚아채 대롱대롱 매달아버린다.
놀란 윌리엄 뒤로 오두막에서 튀어나오는 필립.
필립 : (겁에 잔뜩 질린) 누...누게라?!
단검의 칼집을 빼지도 않고 양손으로 꼭 잡고 있는 필립. 매달려 있는 얀을 확인하고.
필립 : 어? (갸웃) 넌 그 왜놈 인게? 왜 여기 매달려있는 거?
윌리엄 : (필립임에 안심하며 나온다/ 씨익 웃으며 손 흔들며 ‘안녕’) 밥 먹었수꽈?
필립 : (반가워 하며) 밥 먹었수다.
윌리엄 : (웃으며/Eng) How nice to see you again. How have you been? 다시 만나니 반가워.
못마땅한 표정으로 팔짱낀 채로 그물에 대롱대롱 매달려 있는 얀.
#30. 필립네 집 안 - 아침
산 열매와 말린 개구리가 가운데 있고, 산 열매만 먹고 있는 윌리엄과 얀.
기고만장 자세로 팔짱 끼고 비스듬히 벽에 기대 앉아 그들을 보는 필립.
필립 : 그러케 된 거구먼. 어쩐지 숲길 올라오믄서 보니께, 포졸덜이 이 숲 일대를 다 뒤지고 있어게.
글헌데, 그 동굴을 어찌 찾았으까? 게나제나간에, 앞으로 그쪽엔 얼씬도 하지 맙서.
윌리엄 : (필립 옆에 서며 걱정스런 얼굴) .......
얀 : (한번 실내를 훑어보곤) 셋이 지내기엔 좁진 않군.
필립 : (당황) ...?
얀은 걸치고 있던 옷을 벗어 베개 삼으며 눕는다.
필립 : 왜놈! 니 지금 무신 말 하는거멘?
얀 : (자신의 짐 가방에서 칼을 꺼내 보며) 내 이름은 왜놈이 아니라, 얀이다.
필립 : (급당황) 이러지들 말라구. (얀 옆에 앉으며) 이기 있다가 걸리믄. 나도 이미 도망자 신세라... (순간 말 멈추는)
얀이 들고있던 칼을 본 필립의 입이 헤 벌어졌다. 얀, 필립을 쓱 보는데.
얀의 칼에 새겨져있는 VOC 마크에 완전 멍해져 굳어있는 필립.
윌리엄과 얀은 굳어있는 필립을 보며 갸웃하는데...
윌리엄 : (유창한 네덜란드 발음) Vereenigde Oostindische Compagnie! (푸라네-이크드 오아스트-인디케 컴퍼니)
필립 : (윌리엄 보며) 동인도...회사!
얀 : (저 꼬맹이가 왜 이래, 라는 얼굴)
필립 : (넙죽 무릎을 꿇고는) 형님!!
윌리엄 : 형..님?
#31. 관아 앞 - 낮
억관(E) : (살피며) 얼릉 갑서! 누가 보믄 나 클나라. 빨랑 갑서.
지나가던 이방, 억관의 말을 듣고 발걸음을 관아 앞으로 옮기면
박규의 등을 떠밀고 있는 억관과 무거운 발걸음에 주저하고 있는 박규.
박규 : (보며) 어찌하여 죄 없는 백성을 옥에 가두는 것이오?
이방 : (무슨 소리) ...? 아아, 장씨네 딸. 그 아이를 만나러 왔는가?
박규 : 무고한 아이니 풀어주시오.
이방 : 죄가 없다는 것을 자네가 어찌 아는가? 죄가 있고 없고를 판단하는 것은 관아의 몫이네.
귀양 온 선비가 관여할 일이 아니지.
박규 : 비록 귀양 온 처지이긴 하나, 공맹의 도리를 따르는 사람인데, 눈앞의 불의를 보고 어찌 모른 척 할 수 있겠습니까?
이방 : (매섭게) 불의라 하였는가? 임금께 받칠 물건에 손을 대는 것이야말로 대역죄임을 알아야지!
박규 : (지지않고 보며) 그 아이는, 도둑이 아니라, 힘없는 백성일 뿐이다.
이방 : (미묘하게 웃으며) 죄가 없으면 풀려날 것이고 죄가 있으면 그만한 대가를 치러야겠지.
박규 : (노려보고) .....
이방 : (포졸들에게) 아무도 들이지 말거라. (하며 간다)
그 자리에 서서 이방의 가는 뒷모습을 매섭게 보는 박규. 주먹에 힘이 들어간다.
#32. 버진이네 집 - 낮
고바순, 종달모, 강진댁, 양순어멍, 종달, 끝분, 등이 버진이네 집 마당에서 웅성거리며 모여 있다.
아침에 포졸들이 휩쓸고 간 채 어지러운 마당 그대로.
버설은 홀로 마당을 정리하다 모여든 사람들을 보는데.
고바순 : (기세등등) 이 세상에 아멩 미들 사람 없다주마는, 어째 한 마을에 살믄서 경 숭악한 일을 하는 거라?
몸 뽀사지게 고생하는 거 다 봤을거매 어찌 도독을 숨겨 주냔 말이주. 요거는 고만있어서는 안되는 일이우다.
최잠녀 : (E. 매섭게) 가만 안 이스믄?
모인 사람들 길 터주고, 최잠녀 등장에 일동 정적... 버설은 최잠녀 품에 들어가고...
최잠녀 : 우리 똘이 진상품도독 숨겨준 거 너가 봤난?
고바순 : (움찔)
최잠녀 : (노려보며) 아멩 터진 입이주만, 어디서 함부로 놀리구 지랄이라.
고바순 : (용기내어) 그럼 관에서 생사람 잡는거? 척하면 삼천리주. 버진이 년 뻑 하면 물질허다 사라지곡, 오밤중꼬지 쏘댕기곡.
종달모 : (끄덕이며) 경했주게~
최잠녀 : (고바순을 노려보면)
고바순 : (최잠녀 뒤에 대고) 나가 그동안 말은 안 했주마는 수상허다 생각은 했으나.
(다소 버벅) 어찌 그..그동안 저런 집안사람을 대장이라고 믿고 물질했신지 모르커라.
양순모 : 고 말은 아무래도 아니라게.
종달모 : (눈치없이) 것두 기주게~ 기주게~
고바순 : (종달모 찌릿 보고)
최잠녀 : (심란해서 얘기하기 싫다) 정신 사나우난 다들 혼저들 도라덜 가라.
고바순 : 가긴 어딜 가나? 마무리를 짓고 가야주.
최잠녀 : (돌아보면) ...?
고바순 : (망설이다 흠!) 아멩 상황이 상황인만큼. 이제.. 대상군을.. 바꿔야...
최잠녀 : (끊으며) 너년 마음대로 다 해불라.
고바순 : (신난) 그..말..? 마음대로? 그 말 참말이라?
최잠녀 : (버럭) 마음대로 허멘. (사람들 보며) 뭣들 햄서게! 나가들 보라!!
최잠녀, 사람들을 밖으로 몰아낸다. 고바순 신났고, 종달모, 양순어멍, 이래도 되냐 싶은 표정들이고.
사람들 우르르 몰려 나가 사라지면 그 뒤에 혼자 덩그러니 서있는 박규. 보는 최잠녀.
(시간경과)
텅빈 마당. 조용하다. 버설은 어질어진 마당을 정리하고 있고, 평상에 앉아있는 박규와 최잠녀.
최잠녀 : 버진이 년은 좀 어떠멘?
박규 : ....
최잠녀 : (맘 아프지만) 옥에 이신 년이 잘 있어 봤자주.
박규 : (마음이 안좋고...) .......
최잠녀 : 억관이놈헌티 혼자 잡혔신가 묻던데... 혹시 아는 것이라도 있서?
박규 : (약간 움찔/곤란한데) ...
최잠녀 : (낮은 한숨) 저 번 태역섬에 갔을 때, 물질이 심에 부쳤는지 자기를 그냥 소로 낳지 그랬냐고 하능거라.
박규 : .......
최잠녀 : 그 호기심 많고 나댕기기 좋아하는 년이 멤 펜안허게 뭍 구경 한번 못하는 이 지옥 같은 탐라가 오죽이나 답답허쿠가..
...나가 우리 버진이 맘을 모르는 거 아니어만은...
버설이가 최잠녀와 박규 사이에 앉는다. 버설의 머리를 쓰다듬는 최잠녀.
최잠녀 : 허나 어떵할꺼라. 끊임없이 바다밭에 뛰어들어야 하는 것이 좀녀의 팔잔것을...
그것을 받아들이지 못하믄 이 탐라에서 살 수 없는디...
박규 : (쨘하게 잠녀 보다가 버설의 머리를 최잠녀가 쓰다듬듯 쓰다듬는다)
버설 : (포스 작렬로 박규를 보면)...
박규 : (버설의 포스에 뜨끔하며 손 뗀다)
최잠녀 : (박규 보며) 게난 조은 수 없을건가?
박규 : (짠하다)...
최잠녀 : 경해도 그짝은 한양에서 온 양반이고 글 깨나 읽은 사람이난 우리보다는 나슬 거 아니라. 자네가 좀 도와주믄 조을낀디.
자식이 잘못되믄 부모는 몸 다는 법이나네. 나 부탁햄져.
박규 : (안타깝다....) ......노력은 해보겠네.
최잠녀 : (끄덕끄덕) 나는 제사장 어르신헌티 강 부탁 쪼콤 해봐야 겠심. (나가면서 혼잣말로) 자식이 뭔지...
최잠녀, 나가고, 버설은 나가는 최잠녀를 배웅하며.
버설 : 버진언니는 도둑놈을 숨겨준 거 아니라마씸.
최잠녀 : (희미한 미소에 고개를 끄덕여주곤 간다)
박규 : (그 모습 보다가 버설에게) 얘야, 내 심부름 좀 하거라.
버설 : (멀거니 박규를 돌아보는)
#33. 관아 앞 - 낮
관아 문을 지키고 섰던 억관의 눈이 아래로 향한다.
포커페이스의 버설, 손짓으로 억관에게 귀를 가까이 대라하는데
엉거주춤 허리를 구부려 버설 입 높이에 자신의 귀를 가져가는 억관.
#34. 저잣거리 주막 -낮
주막에 앉아있는 박규. 억관포졸이 주변 눈치를 보며 주막을 들어온다.
억관 : (박규에게 다가오며) 선비님 찾았수과?
(시간경과)
박규 : (한잔 따라주며) 버진인 어쩌고 있는가?
억관 : 갸 몰랐는디, 고집이 아주 쇠심줄이라. 아직도 입 다믈고 있시나네.
박규 : (안타깝고)...
억관 : (먹고) 우리사 다 알주. 버진이가 진상품 도독놈을 숨겨줄 아가 아니라는 것을.
박규 : .......
억관 : 근디 뭍에서 온 이방 나으리가 그런 걸 아는 양반이우꽈?
도대체 누구를 숨겨줬다고, 그렇게 조개모냥 입을 다물고 있는지...
박규 : 혹여 우리가 모르는 다른 게 있는게 아닌가?
억관 : 그런 거 없수다. 동굴에서 소나이 옷이 나왔는데도 그게 지 옷이라고 백백우기니,
이방 나으리께서 아주 경을 치려고 하지라.
박규 : (‘증거품도 있군’/고민스럽고) 그럼 이제 어찌되는 건가?
억관 : 어찌 되긴요. (한숨 쉬며) 이방 나으리께서 오늘 신시까지 입을 열지 않으믄 곤장을 친다고 엄포를 놓았수다.
박규 : 신시?
억관 : 그니까 선비님이 가서 말 좀 해봅서. 그거 다 맞으면 버진인 주거마 씸. 버진이헌테 가서 사실대로 말 좀 하라고
좀 구슬려 봅서. 지금 감찰어사도 와 이서브난 분위기가 을마나 살벌한디... 까딱하면 버진이 죽을 수도 있어라.
박규 : (놀라며) 감찰어사?
Flashback)
마을어귀에서 전치용과 마주친 장면.
박규 : (침착하게) 너 방금 감찰어사라 하였느냐?
억관 : (깜짝 놀라 입을 다무는) 무,무신거? 난 그런 말 한적 없수다. 괜히 엉뚱한 소리해서 사람 곤란하게 만들지마씸.
(시선 돌리면)
박규 : (분명 뭔가 있다. 생각에 잠기는)...
#35. 버진이네 집 - 낮
휘파람 불며 유유자적 버진네로 향하는 필립. 그러다 앞쪽에 걸어가는 버설을 발견하곤 싱긋 미소 지으며 재빨리 다가간다.
축 처진 버설의 어깨를 툭 치며 옆에 서는 필립.
필립 : (버설 쳐다보고)
버설 : (속상한) 언니, 시방 관에 잡혀있으메.
필립 : (헉!) 뭐? 관아??
버설 : 진상품 도독들을 숨겨줬다고...허지만 버진언니는 절대로 그런 짓 안했다메!
필립 : (안절부절 못하는) 진상품 도독들을 숨겨줘!? (고개 저으며) 누님~!
허둥지둥 떠나는 필립을 답답하고 속상한 얼굴로 지켜보는 버설.
#36. 마을 - 낮
돌담에 몸을 숨긴 채 마을로 슬금슬금 숨어드는 윌리엄. 마을사람들을 잘도 피하며 조금씩 움직인다.
길가에 사람들의 이동이 잦자 이 집 저 집 숨어들며 이동하는데,
#37. 석공네 - 낮
돗통을 지나던 윌리엄, 돼지의 꿀꿀소리에 놀라 벽 뒤로 숨는다.
돗통에서 나오는 석공.
벽에 붙어 위기일발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숨고르기를 하는데
바로 옆에서 숨고르기를 따라하는 또 다른 노랑머리, 바로 할아방이다. 놀라는 윌리엄.
할아방 따라오라며 까딱까딱 윌리엄에게 손짓하자 잠시 망설이다가 따라간다.
#38. 석공네 작업장 - 낮
작업하다만 현무암들이 작업장 가득 있다. 윌리엄을 데리고 들어온 할아방.
한쪽에 돌하르방이 몇 개 완성되어 놓여져있고,
한창 작업중이었던 듯 돌하르방의 얼굴 형태만 완성된 미완성 작품이 조각칼들과 함께 있다.
신기한 듯 돌하르방을 다가가 보는 윌리엄.
할아방 : 그게 바로 너의 얼굴이다.
윌리엄 : (돌하르방 보며) Me? 이게 나? No, 말도 안돼.
할아방 : 너는 이곳에서 위험한 사람이란다. 사람들은 너를 보고 도깨비라고 하지.
윌리엄 : 도깨비?
할아방 : 더 이상 여기에 머물렀다가 어떤 큰일이 벌어질지도 몰라. 어서 돌아가는 게 좋을 거야.
윌리엄 : I know, 위험하다는 거 나도 알아. 난 사람들을 놀래킬 생각은 없어. 버진. 그저 버진 보러 왔을 뿐야.
할아방 : 그것이 그 아이를 위험에 처하게 할 수도 있어.
윌리엄 : (할아방의 말에 맘이 좋지 않고)...
할아방 : (돌하르방을 가리키며) 사람들은 널 무서워하지.
윌리엄은 다가가 미완성 돌하르방에게 다가가 하루방의 얼굴을 어루만진다. 마치 자신의 얼굴을 쓰다듬듯. 씁쓸한 윌리엄.
이때 작업장으로 들어오던 석공. 돌하르방 앞에 앉아있는 노랑머리의 윌리엄을 보고 기겁하며 도망친다.
석공 : 아!!!!!!!!!!!! 도깨비라!!!!!!!!!!!
#39. 마을어귀 - 낮
마을을 수색하던 박규와 필립, 석공의 비명소리에 달려간다.
#40. 석공네 작업장 - 낮
달려온 박규와 뒤이어 달려온 필립, 뒤에서 부들부들 떨고 있는 석공.
필립 : (찾았다/안도의 한숨) 일리엄!
앉아있는 노랑머리. 뒤를 돌아보면...
할아방 : (씨익 이를 드러내며) 도깨비다아아~~~~!
석공 : (버럭 화를 내며) 나가 이놈의 할아방을!
박규, 허탈한 마음으로 돌아선다.
화가 난 석공은 달려들어 할아방을 쫓아내고. 작업장에선 석공과 할아방의 쫓고 쫓기는 숨박꼭질 놀이.
할아방을 보고 있는 박규.
#41. 바닷가 - 낮
물질을 마친 잠녀들, 하나 둘 해변으로 올라오고 있다.
허리에 양손 딱 올리고, 뿌듯한 얼굴로 올라오는 잠녀들을 바라보는 고바순.
바순 : (큰 소리로) 어여 올라오라. 해 떨어지기 전에 작업장 가서 생복이랑 해삼 손질해야 함수케!
올라온 잠녀들, 하나 둘 줄을 맞춰 서는데...
강진댁, 뭍으로 올라오자마자 픽 쓰러지며 구토를 하기 시작한다.
사람들, 놀라 강진댁 주변으로 몰려든다.
양순모, 강진댁의 등을 쓰다듬는데.
종달모 : 지피 들가 물질헐땐, 찬찬히 올라와야 탈이 안 날건디. 요사이 조꼼 괜찮다고 까먹어 부리고 또 빨리 올라와부렸나네.
바순 : 짚은 물에서 물질허다 뭍으로 갑자기 올라오면 원체 메슥거리고 어지럽고 다 그런 거 아니멘?
종달모 : 긍게 조심혀야제. 그리 내리 앓다 죽은 잠녀들이 어디 한둘이고?
양순모 : 버진 어멍은 고런 거 다 생각혀서 올라올 때를 잡아주는디. 끝분 어멍은 얼렁 올라오라고나 하니 이렇게 된 거 아니라?
바순 : (펄쩍 뛰며) 나가 언제 그랬다고 그람서? 아조 생사람을 자바부런.
고건 딴 약이 없응게 강진댁은 거서 쉬고, 나머지덜은 나 따라서 얼릉 작업장으로 가더라게.
바순, 먼저 자기 망사리 들고 작업장으로 향하고.
잠녀들, 앞서 가는 고바순을 보고 혀를 끌끌 차며 강진댁 토닥여 준다.
양순모 : 버진 어멍이믄 등이라도 한번 토닥여 주었을고마는.
종달모 : (도리도리, 단호히) 대상군은 아무나 하는 게 아니메. 물질도 그랗고 사람의 그릇도 그랗고 버진어멍이 천상 대상군이제.
#42. 마을 어귀 - 낮
허탈하게 걷고 있는 박규. 뒤를 따르는 필립.
필립 : (갸웃) 도대체 왜 관군들은 버진 누님이 진상품 도독덜 숨겨줬다고 오해를 하는 거우꽈?
버진 누님은 그냥 물질허는 잠녀 아니라.
박규 : ...동굴에 그 이양인의 옷가지들과 물건들이 있었던 모양이다.
올레 뒤쪽에서 이를 몰래 지켜보고 있는 윌리엄. 손엔 돌하르방이 들려있다.
필립 : 에이, 그거 몬딱 나 껀데... 나가 배타면서 주서 온 이불테기랑 옷가지들인디... 화란인 쓰라고 나가 준거라 마심.
박규 : (순간 밝아지는 얼굴/돌아보며) 그래, 그것들이 네 것이었지.
필립 : (고개를 끄덕끄덕)......?
멀뚱하게 박규를 보며 갸웃하는 필립을 보며 씨익 미소 짓는 박규.
박규는 필립의 손을 잡고 달려간다. 필립 급 당혹스러워 하며 끌려가는데...
버진이 심히 걱정스러운 윌리엄.
#43. 관아 마당 - 오후
버진이 곤장을 맞기 위해 묶인 채 엎드려있다.
현감, 이방을 비롯한 아전들이 근엄한 얼굴로 자기 자리를 지키고 있다.
버진 주변의 포졸들, 일사분란하게 곤장 칠 준비를 하고 있고,
버진의 초췌하고 파리한 얼굴, 바짝 타들어가는 입술. 애처롭기 그지없다.
현감 : 내 너에게 마지막으로 묻겠다. 그 동굴에 숨겨준 이들이 누구냐?
이방 : (버럭) 어서 이실직고 못할까?
버진 : (묵묵부답. 그저 입술만 앙 다무는)
현감 : 독한 것! 곤장 서른 대로 저 아이의 죄를 엄히 다스려라!
포졸1.2, 대답을 하곤 손에 침을 탁 뱉고는 곤장을 집어 든다.
포졸1.2, 풀 스윙하듯 곤장 높이 치켜들고, 버진 눈과 입술을 더욱 꽉 다무는데,
박규(E) : 멈추시오!
사람들, 소리 나는 쪽을 돌아보면, 박규가 필립을 단단히 부여잡고 서있다. 완전 울상인 필립.
박규 : 이놈이 현감께 할 말이 있다하오.
#44. 버진이네 마당 +집 앞 - 오후
“아야야야....” 필립의 비명. 필립의 엉덩이에 붙여지는 약초 으깬 것들.
원빈이 필립의 엉덩이에 정성스레 약초를 올리고 있다. 옆에서 거들고 있는 버설.
버진도 옆에 미안한 얼굴로 앉아있고, 정지에서 나온 최잠녀가 누워서 앓는 소리를 내는 필립의 뒤통수를 한 대 갈긴다.
최잠녀 : 요 놈의 자식이! 뭘 잘했다고 계속 엄살을 떠나? 니 놈 때메 우리 버진이가 을마나 고생을 했는지 아란?
겡이주에 확 담가버릴라!
버진 : (필립을 안쓰럽게 보고) 미안허다. 글구 고맙다.
필립 : (버진을 향해 눈 찡긋찡긋. 누님은 나만 믿으면 돼요)
최잠녀 : (필립 뒤통수 한 대 치며) 이 노미...눈지랄 병 돋았나? 눈 그만 찌그럭대고 이거나 쳐 먹어!
원빈, 약초통 들고 사라지면, 최잠녀, 필립 앞에 죽사발을 내려놓는다. 그러나 먹기는 힘들고.
버설이 숟갈을 들어 필립의 입에 한 숟갈씩 넣어준다.
필립은 감동스러워하다가 생각난 듯 옷섶에서 천에 감싼 꿩꼬리 펜을 내민다. 물끄러미 보는 버설.
순간 몰려드는 마을 아낙들. 손에 뭔가 하나씩 들고 있다.
버설이 꿩꼬리펜을 옷섶에 넣는다.
종달모 : 하이고! 버진이랑 복만이가 각별한 사이가 맞긴 마자브렸네.
필립 : (부끄러워 얼굴 붉히고) 나 이제 이집 사위되는 거라?
버설 : (숟가락 필립 입에 물리고)
필립 : (숟가락 물고) 컥!
최잠녀 : (별일 아니라는 듯 사람들에게) 각별하긴 뭐가 각별함서? 어린 게 혼자 고생 허는 거 보난 버진이가 감싸준 거 뿐이라.
양순모 : 보믄 버진이가 참 마음이 곱아.
종달모 : 맞수다게. 갸가 고만 보믄 그렇기도 하제?
버진 : (민망해서 고개 못 들고)
강진댁 : 근디 귀양다리 선비가 쪼콤 섭섭하겠수다.
종달모 : 것두 맞수다게. 난 두리 요러콤 한 집 살다 살림도 차리는가 했수다게.
박규 : (방에서 나오며/이미 들었다) 흠흠. (못 들은 척 나가는데)
버진 : (나가는 박규를 보고 슬그머니 따라나서는데)
#45. 버진네 집 앞 - 낮
아낙들의 수다에 담장너머 들려오고, 앞서 가고 있는 박규를 보곤
돌담 사이에 끼어둔 보따리(갈옷)를 몰래 빼서 들고 박규에게 달려간다.
버진 : 귀양다리, ...일리암은 어디에 숨어 잇시멘?
박규 : (버진의 보따리를 보면) ...?
버진 : (박규의 시선보곤) 아 이거? 갈옷. 글허두 이방나리가 돌려줘서 참말로 다행이라.
박규 : (맘에 안 들고) ...
버진 : 쪼콤만 보고 올케메. (간절) 어디에 이서? 응?
박규 : 내 치도곤을 당하게 놔둘 것을. 아무래도 잘못한 듯 싶구나. 그리 큰 일을 겪고서도 이리 경거망동 하여서야.
버진 : (말간 눈을 말똥말똥) 귀양다리, 혹시... 시샘하는 거라?
박규 : (화들짝 기겁하며) 시샘? (기가차고 어이없는데) 옥살이를 하고 나오더니 정신줄을 놓은게냐?
어찌 그런 천한 이양인과 나를 비교하는게냐. 신분이 천하여 나를 잘 모르는 모양인데, 나는, 박규니라.
버진 : (뭔소린지 싶고) 그래, 박규. 귀양다리. 그래서 뭐?
박규 : (도리도리)
버진 : (뭔가 추리하기 시작하고) 아직 마을이 시끄럽지 않은 것 보면, 필립의 오두막에 있을거라. (말이 끝나기 무섭게 달려간다)
박규 : (못마땅하게 보며) 저..저런...
박규, 달려가는 버진을 쏘아보다 결국 따라나선다.
한쪽에서 버진과 박규이 같이 있던 모습을 지켜보던 끝분. 열받은 표정으로 나타나고.
끝분 : (질투에 눈이 멀어 울먹이며) 요것들이 또~!!!
괴성을 지르며 마을길을 내달리는 끝분의 뒷모습.
#46. 고바순네 집 - 오후
한쩍벌이 정지에서 음식을 들고 나오다 바순을 발견하고는,
쩍벌 : 끝분어멍, 대상군네 가려는데, 같이 안가시우꽈?
바순 : (빠직) 시방 불난 집에 화톳불 놓는 것이라? (버럭하는데, 헉!!)
쩍벌 : 그러지 말고, 같이 갑서. 어차피 물질도 다시 가치 해야 헐건디...
쩍벌, 음식을 들고 버진네로 건너가자는 듯 바순을 몸으로 튕겨낸다.
튕겨나가며 틱틱거리며 마지못해 가는 듯한 바순. 쪽팔리다.
#47. 버진이네집 마당
아낙네들이 한바탕 음식들을 해치우고 간 자리를 치우고 있는 최잠녀. 정지로 들어가려는데
마당으로 들어선 한쩍벌이 괜히 헛기침을 한다. 돌아보는 최잠녀.
한쩍벌은 들고 있는 과일바구니를 고바순에게 떠넘기고 최잠녀 쪽으로 몸을 밀어낸다.
고바순. 앞으로 쑤~욱 밀려나오고. 한쩍벌은 슬그머니 자리를 피한다.
최잠녀. 말없이 고바순을 보면, 고바순 쑥스럽고 부끄러운 듯 시선은 계속 피한 채 과일바구니를 내민다.
최잠녀 : (고바순을 보다가) 겡이주 한잔 할래?
고바순 : (못 이기는 척 고개 끄덕)
(시간경과)
고바순 : (계속 삐죽삐죽거리는데)...
최잠녀 : (고바순 손에 그릇 쥐어주고 따라주며) 시원허게 확 드러싸!
고바순 : (샐쭉. 들이키고) 끄억~!
최잠녀 : (뚫어져라 보며) 대상군 한번 해봄시니 좋았냐~?
고바순 : (민망한 듯 웃으며) 잉~ 히히히...
최잠녀 : (쿨하게) 하하하..
고바순 : (술잔 내밀고) 듭서~!
최잠녀 : (잔 부딪히며) 에라이~
#48. 필립 오두막 앞 - 오후
두 손이 나무침대 한 쪽에 묶여 시무룩하게 앉아있는 윌리엄. 한손엔 돌하르방을 들고 있다.
달려온 버진, 두손이 묶인 윌리엄을 보고 놀라며.
버진 : 일리암!
윌리엄 : (묶인 채/반갑다) 버진!
버진은 빠른 속도로 침대에 묶인 두 손을 하나씩 풀기 시작한다.
버진 : 일리암, (묶인 끈을 풀려하며) 이게 무신 일이라? (얀을 돌아보는데)
얀 : (버진의 눈길을 피하고 밖으로 나가버린다)
윌리엄 : (고개 격하게 끄덕끄덕) 난 괜차나. 버진 나 때문에...
버진 : 아니라. 나 심 하나도 안 들었어. 공으로 밥 먹고, 일도 하나도 안 허고, (팔 빙빙 돌리며) 오히려 잘만 놀았신디.
윌리엄 : (마음이 찡...) .....
버진 : (들고 온 보따리를 풀며) 나가 니 줄라고 갈옷 만드러 왔다~ (갈옷 들어보이며) 짠~~입어봐라~
#49. 오두막 앞 - 저녁
오두막 안에서 갈옷을 입고 좋아라 하는 윌리엄과 버진의 모습. 건너보며 맘 불편한 박규.
얀, 고기를 구워먹은 모닥불의 불씨를 흙으로 덥고 있다. 얀 옆으로 다가가는 박규.
박규 : 한번 실패했다고 마음을 접은 건 아니겠지?
얀 : 물론.
박규 : 방책은 있느냐?
얀 : (보곤) ...... (입가에 살짝 미소) 이상하군.
박규 : ...?
얀 : 신상이 위험한 우리보다도 더 안달하는 듯 보이니... 어찌되건 말건 그쪽에겐 상관없는 일 아닌가?
박규 : 흙탕물을 튕기는 미꾸라지는 자기가 웅덩이에 끼치는 해악을 알지 못하는 법이지.
난 네놈들로 인해 이 곳 사람들이 다치는 것을 더 이상 원치않을 뿐이다.
얀 : ......!
박규 : 서둘러라. 저 어리석은 이양인은 필시 큰 사고를 치고 말 것이다.
얀 : 그럼 네가 우릴 도와줄 텐가?
박규 : (보면) ...?
#50. 마을 초입 - 밤
숲을 내려오는 버진과 박규. 앞장서서 걷고 있는 박규. 그 뒤를 쫄래쫄래 따라오고 있는 버진.
버진 : 귀양다리...나가 이말 했난?
박규 : (대답없이 걷기만 하고) .....
버진 : (부끄러워하며) ....고마워....
박규 : (부끄럽지만) 쓸데없는 말 하지 말고 어두우니 발밑이나 조심하거라. (계속 걷는다)
버진 : (쑥쓰러운 듯 박규 뒤에서 소리치는) 고맙다고!!
버진의 몸이 아래로 푹 꺼지려한다. 잽싸게 버진의 팔을 잡아채는 박규.
박규, 이것 봐라, 라는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버진을 쳐다본다. 버진, 살짝 약이 오른다.
박규 : 이런 망아지!
버진 : (일어나며) 아...아퍼..
박규 : (버럭) 내 방금 뭐라고 하였느냐?
버진 : (창피하지만 버럭) 나도 알았거든! 여기!
박규 : (한심하다) 에휴...
박규, 은근슬쩍 능청스럽게 자신의 팔을 내민다. 버진, 의아해하며 박규를 보지만 박규, 팔을 내민채 가만히 있을뿐이고.
멀뚱히 쳐다보던 버진. 조심스레 박규의 소매 끝자락을 살포시 잡는다.
박규 : (살짝 민망) 흠... (길을 걷기 시작하면)
버진 : (아픈 표정 지으며 따라간다)
박규의 소매자락을 잡은 버진, 아픈 듯 연신 엉덩이를 만지며 졸졸 따라가는데. 그들의 뒷모습이 마치 한폭의 그림같은데.
점점 멀어지는 그들의 모습위로.
버진(E) : 고..맙..다..구.. 귀양다리...
박규(E) : 알.았.다.구! 망아지....
#51. 박규의 방 - 밤
촛불 아래 놓인 종이를 보고 있는 박규. 잠시 고민을 하더니 붓을 들어 써내려간다.
박규(E) : 기체후 일향 만강하십니까? 제주는 한양과 참으로 다른 곳이지만, 저는 잘 지내고 있으니 너무 심려치 마십시오.
송구스럽지만 급전이 좀 필요하게 되었사오니 사람을 시켜 보내주셨으면 합니다.
서찰을 다 쓰고, 봉하려던 박규, 멈칫하더니 다시 서찰을 펴고 놓았던 붓을 든다. 글을 쓰려다가 문득 방문을 보는데.
#52. 버진의 집 - 밤
평상에 앉아 있는 버진의 모습. 그 위에 이어지는 박규의 목소리.
박규(E) : 제가 쓰던 지필묵과 언문책도 같이 보내주십시오.
병을 보는 버진의 얼굴에 피어나는 말간 미소.
버진이 반딧불이 든 병의 마게를 빼자, 한마리 반딧불이 병 밖으로 빠져나와 하늘로 천천히 날아간다.
그 반딧불을 바라보며 버진의 표정은 환하게 밝아지는데
카메라, 하늘로 오르는 반딧불을 따라오르면, 아름다운 산방골 마을전경.
어느 집(버진의 집)에서 흩어져 나오는 반딧불들이 산방골의 밤을 밝히는데...
밤 하늘로 오르는 반딧불 하나를 따라가면.
#53. 어린서린의 집, 사랑채 뜰 - 밤 (과거)
반딧불을 잡은 손을 가만히 열어본다. 반딧불 빛에 환하게 드러나는 어린서린의 해맑은 얼굴.
반딧불은 어린서린의 손에서 벗어나 날아간다.
서린은 반딧불을 잡으러 쫓아가는데 모퉁이를 돌다가 누군가와 부딪쳐 넘어지는 서린.
놀란 얼굴로 넘어져있는 서린에게 손을 뻗는 남자. 광해군(** 본 장면 내내 실루엣이나 뒷모습으로만)이다.
광해 : (반갑게) 산의 딸, 서린이가 벌써 이만큼이나 자랐구나.
망설이던 서린은 광해군의 손을 잡고 일어난다.
서린 : (동그란 눈으로 말갛게 보며) 어르신은 뉘신지요?
광해 : (인자하게 미소만)
서린 : (버선 발인 광해의 발을 보는데)...
광해 : (날아다니는 반딧불 하나를 보며) 반딧불을 쫓아온 모양이구나?
서린 : (고개만 끄덕)
광해 : 저놈도 날이 밝으면 저 빛을 다 발하게 될터이니, 저렇게 날아다니 게 놔두는 것이 어떻겠느냐?
서린 : (말간 미소를 띠며 유유히 날아다니는 반딧불을 보는데)
이경문(E) : 서두르셔야 합니다. 역도들이 금방 들이닥칠 것입니다.
순간, 나타나는 광해를 데리고 가는 이경문. 안채 쪽으로 사라진다.
서너발 따라가다 멈춰선 서린, 뭔가 불안이 급습하는데
순간, 닫혀져있던 동문과 서문이 활짝활짝 열리며 횃불을 든 군졸들이 우르르 들이 닥친다.
놀라는 서린.
횃불을 든 관군들을 집안을 마구 휘젓고 다니는데 서린에게 확 달려드는 횃불하나에 놀라는 서린의 눈.
서린(E) : 아-!
#54. 서린의 방 - 밤
잠자리에서 벌떡 몸을 일으키는 서린, 이마에 땀이 송글송글 맺혔다.
하명(E) : (밖에서) 무슨 일이십니까, 대행수님.
서린 : (땀에 젓은 머리를 쓸어 넘기며) 아무것도 아니다. 악몽을 꾸었구나.
자리를 털고 일어나는 서린. 창문을 열어본다. 초승달이 떠있는 밤하늘.
서린 : 제주에서 올 연통은 아직이더냐?
하명(E) : 예, 아직 받지 못했습니다.
서린 : (혼잣말 하듯) 오라버니는 뭘 그리도 꾸물대고 있는 거야! 그 서찰은 한시가 급한 사안인 것을...
(경대를 꺼내 자신의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다 머리를 만지며) 제물포에 가봐야겠다. 자비를 하거라.
하명(E) : 아씨, 아직 날이 밝지 않았습니다.
하명의 목소리가 들리는 문을 돌아보는 서린의 매서운 눈.
#55. 할아방(광해군)의 집 전경 - 밤
웅장한 기와집.
#56. 할아방(광해군)의 집 - 밤
사랑채 툇마루에서 바가지에 대충 담긴 밥을 홀로 먹고 있는 할아방. 누군가 할아방 앞에 다가와 선다. 전치용이다.
그간 입던 옷을 버리고 죽은 ‘그놈’ 처럼 상인 옷을 입고 있다.
할아방은 전치용을 바라보지도 않고 바가지에 담긴 밥을 권하듯 자신의 숟가락을 든다.
할아방을 물끄러미 바라보는 전치용. 무릎을 꿇는다.
전치용 : 전하!
할아방, 개의치 않는다는 듯 다시 밥을 퍼먹으며,
전치용 : 전하. 그간 무탈하시었습니까.
할아방 : 허허, 한양에 임금께서 살아계시는데 날더러 전하라니. (표정 굳는다) 아직도 삿된 꿈을 꾸고 있는 모양이군.
전치용 : (품에서 서찰을 내민다) 아씨께서 서찰을 전하셨습니다.
할아방 : (서찰을 외면하며) 그 아이에게 가서 전하게. 탐라에 무슨 짓을 저지르고 있는 지 내 다 알고 있으니,
더 이상 해를 끼치지 말라고.
전치용 : 전하, 아씨의 소망을 아시지 않습니까. 아씨의 뜻을 헤아려주십시오.
할아방 : (단호한) 돌아가게. 뒤늦게 찾아온 나의 이 평온한 삶을 깨뜨리지 말게나. 나는 이곳에서 흙이 될거라네...
전치용이 큰 절을 하곤 그 자리에 서찰을 놓고 간다.
생각을 읽을 수 없는 무표정한 얼굴의 할아방.
#57. 약방 - 낮
박규, 약방 안으로 들어서면, 약사가 박규를 반긴다.
약사 : 하따! 딱 맞춰 오셨수다.
박규 : (반가운) 그 몽혼약이 무엇인지 알아내었소?
약사 : 물론이주. (오버해서 은밀하게) 고것은... 마비산이라.
박규 : 마비산?
약사 : (고개 끄덕) 예. 조선 팔도엔 없는 약입주. 몬딱 청에서 멘들어지는 거라. 글해서 나가 첨에 몰라봤수다.
박규 : 그럼 제주에선 마비산을 구할 수 있는 데가 아무데도 없단 말이오?
약사 : (갸우뚱) 청나라 댕기는 상인은 혹 구할 수 있을라나.. 것도 함 알아 보깝서?
박규 : 그리해주시오. (돌아서서 나가면)
약사 : (한푼도 안주는 박규가 얄미운) 거 맨입으로..이래라 저래라는!
#58. 멀리 바다가 보이는 숲 - 낮
숲속을 걷는 누군가의 서두르는 발걸음.
뒤쫓아 오는 사람이 없나 주변을 한번 살펴보며 가는데... 삿갓남(전치용)이다.
#59. 해안가 숨은 창고 (월림해안 창고) - 낮
창고 안으로 들어오는 전치용(삿갓남). 경계하던 훤칠한 키의 남자1,2가 전치용임을 알고 칼을 거둔다.
창고 안에 있는 진상품 단지들과 박스들을 살피는 전치용.
전치용 : 관의 감시가 심하니 우선 급한 것들은 뭍으로 나가는 물건들 속에 적당히 섞어 내보내거라.
남자1,2 : 예.
전치용 : 한양의 상단까지 가야할 물건들이다. 실수 없이 운반토록 해라.
남자2 : 명심하겠습니다.
전치용이 사라지자 약간 입을 삐쭉이는 남자1(#61의 그놈).
#59-1. 해안가 숨은 창고 - 낮
고개를 빼고 전치용이 사라진 쪽을 계속 보고 있던 남자1.
주변에 아무도 없는 것을 확인하곤 빼돌린 진상품 상자의 뚜껑을 연다. 정성스레 놓여있는 녹용들.
최상품인 듯한 하나를 들어 옷 속에 숨겨 넣는데.
#60. 메밀밭 - 오후
하얗게 메밀꽃이 핀 메밀밭 전경. 앞 씬의 휘파람 소리가 계속 들리고.
카메라 들어가면 그 메밀밭 속에 털썩 누워 있는 윌리엄과 버진. 휘파람 부는 윌리엄의 행복한 표정.
그러나 버진의 표정은 좀 복잡 미묘한데,
윌리엄, 품에서 수경을 꺼낸다. 유리를 갈아, 가에 천을 대어, 머리 뒤쪽에서 묶게끔 만든 수경이다.
윌리엄, 버진의 눈에 수경을 씌워주며 뒤에서 묶어준다.
버진 : 와아... (새롭게 보이는 하늘과 주변을 보며) 잘도 신기하다.
윌리엄 : (보며) 이제 물에서 버진 눈 안 아파...
버진 : (감동) 일리암...나..나..물에서 눈 뜨는 거 참말로 심들었는데... 글해서 물질 같은 건 참말로 싫었신데...
윌리엄 : 나 눈엔 바다 속 버진, (인어라는 한국말 모르겠고) You are very much like a mermaid.
버진 : 머메...무신 거?
윌리엄 : 음... 바다에 사는 곱다란 잠녀...
버진 : (감동) 일리암은 참말로 설문대할망이 보내주신 선물인 모냥이라...
윌리엄 : 설문대할망??
버진 : 일리암하고 가치 이시믄 갑자기 막 행복해지메...
윌리엄 : 나도 버진과 함께 이시믄 행복해.
버진 : 행복해진단 말이 무신 말인 줄 아라?
윌리엄 : (고개를 끄덕이더니 자신의 심장 위치에 버진의 손을 가져간다)
버진 : (살짝 부끄러워 얼굴 붉히고)
윌리엄 : 뛰지? 아주 빨리?
버진 : (고개 끄덕끄덕)
윌리엄 : 이게 나 행복. 버진과 함께 이시믄 언제나 이렇게 뛰어.
버진 : (자신의 심장 위치에 손을 가져가 느껴보는) 하! 나도 막 뛴다.
버진을 향한 윌리엄의 아주 그윽한 시선.
#61. 저잣거리 주막 - 낮
주막에 앉아있는 박규. 거렁뱅이 하나가 다가와 손을 쑥 내민다.
박규, 엽전 한 닢 건네어주니, 거렁뱅이 꾸벅 인사하고 주막 밖으로 나간다.
술과 안주를 가져오던 주모가 나가는 거렁뱅이를 향해 혀를 끌끌 찬다.
주모 : 이그...저 불쌍한 것. 도독놈들이 웬수우다.
박규 : (눈빛 날카로워지며) 주모, 도둑이라니... 그 무슨 소리요?
주모 : 아까 저 거렁뱅이 아방이 녹용을 진상품으로 올려야했는디, 몬땅 도독 맞는 바람에.
(목소리 낮추며) 관아에서 매마자 주거부렀수다.
박규 : (눈살을 찌푸리는) 도둑을 맞았다고 사람을 죽인단 말이오?
주모 : 긍게, 치도곤 당헌 후 내리 시름시름 앓다가 글케 되어 부렸제.
박규 : ... (생각하다) 진상품을 훔쳐봐야 제주에선 내다팔 수도 없을텐데...
주모 : 모르시는 말씀 허질 맙서. 골패에 미친 인간들이 야금야금 진상품 덜을 골 패 판에 들고 나타남수다.
베락 맞아 뒈질 것들입주.
박규 : (의미심장하게 뭔갈 생각한다)
#62. 도박장 안 - 낮
4명씩 테이블에 앉아 골패를 즐기고 있는 탐라 사람들(남녀가 섞여있다).
테이블 뒤에 서서 다른 노름꾼들이 골패하는 것을 지켜보고 있는 박규.
꾼1 : (앉으며) 첫노름에 소피 새는 거 모른다덩게 완전 그 짝 나부렸싱 게.
여러 좋은 물건들을 가득 들고 앉는 덩치 좋은 여자가 박규를 보곤 가소롭다는듯 본다.
자신을 홀대하는 도박꾼들에 신경쓰지 않고 포커페이스로 꾼들의 판을 가만히 지켜보는 박규.
패가 빠르게 돌아가고, 패가 돌아가는 만큼 구경하는 박규의 눈도 빠르게 돌아가고 있다.
덩치녀는 계속된 승리로 다른이들의 돈을 죄다 긁어모은다.
가져온 물건들 모두 탕진하고 낙담한 채 자리에서 일어나는 남자.
그 자리를 꿰차고 앉는 박규.
덩치녀와 꾼1 등의 상대남들 박규를 보곤 비웃듯 미소를 흘린다.
#63. 장터 - 해질녘
파장 분위기를 풍기는 장터. 원빈, 초신 좌판을 정리하고 있다.
원빈을 도와주러 온 버진.
버진 : 아방, 나 왔수다!
원빈 : 얼른 지베 들어가 쉬지, 여긴 왜 왔나?
버진 : 아방 좌판 정리하는 것쯤은 암 것도 아니라, 뭐.
버진, 원빈을 도와 좌판 정리를 하는데, 도박장 꾼1이 씩씩거리며 지나간다.
꾼1, 원빈 좌판을 쓱 지나치더니, 다시 금세 돌아온다.
원빈, 꾼1를 보고,
원빈 : 초신 필요 함수꽈?
꾼1 : 허, 거 참! 무신 귀양다리가... 도대체 관리를 어찌 하는 거우꽈?
버진 : (귀양다리란 말에 꾼1을 쳐다보고)
원빈 : 무신 말씀이신지...
꾼1 : 초장엔 초짜인양 가장을 하더니만, 고 화상이 골패 판돈을 잔뜩 쓸어가고 있수다.
버진, 원빈 : (놀라서) 예에?
#64. 도박장 - 밤
박규가 테이블에 앉아, 중앙에 모인 돈을 자기 쪽으로 싹 쓸어간다. 여전히 수많은 사람들로 시끌벅적한 도박장 안.
중년의 덩치녀, 완전 열 받은 얼굴로 박규를 노려본다.
덩치녀 : 무신거? 판돈도 똑바로 세지 못하던 얼치기가...
박규 : (능청/힘있게) 허어, 골패를 계산으로 하나? 배포로 하는 게지.
덩치녀 : (얼굴 실룩실룩) 어서 패나 다시 돌리심.
박규, 패를 돌리고 골패를 하려는데 옆 테이블에서 들리는 고함소리.
보면 그놈이(사미골 동굴에서 전치용에게 인사하던) 돈을 다 잃고 흥분해 있다.
그놈 : (벌떡 일어서며) 기다리슈!
옆에 있던 보자기에 싸인 녹용을 들고 잠시 고민하는 그놈. 사람들, 옆에서 녹용을 보고 놀라하고.
그놈, 결심한 듯 녹용을 들고 밖으로 나간다.
박규, 그런 그놈의 행동을 보고 의심스러워 생각에 잠기면.
덩치녀 : 뭐하우꽈?
박규 : (덩치녀 말 무시하고 일어서 나간다)
#65. 도박장 앞 - 밤
업자 앞에 그 놈이 녹용을 들고 서 있다.
업자, 녹용을 받고 최상급 품질에 만족한 듯 미소를 띠우며 돈을 건네고,
그놈은 받아든 돈을 들고 신난 얼굴로 골패 판이 벌어지고 있는 도박장 안으로 다시 들어간다.
박규, 그 놈이 들어가는 걸 보고는 업자에게 다가가고.
그 때, 문이 빼꼼 열리더니 얼굴을 쑥 내미는 버진.
박규 : (은밀히) 그 녹용 나한테 파시오.
버진, 도박장 안을 이리저리 살피다가 박규를 발견하곤 사사삭 다가간다.
업자 : 아따, 눈도 밝은게. 최상품인거 벌써 알아챘수꽈?
박규 옆에 바짝 다가와서 서는 버진.
박규는 버진의 기척을 아직 눈치채지 못하고 업자와의 대화에 집중하고 있는데.
버진 : (조심스레 속삭이듯) 여서 무신 거 하는 거라?
박규 : (깜짝 놀라 돌아보곤 버진임을 알고 난감해한다)
버진 : 귀양다리... 벌써 인생 포기 해분거라?
박규 : (당황/나직) 어서 나가거라. 예가 어디라고 함부로 들어오느냐?
버진 : 안되메. 노름허는 놈치고 거렁뱅이 안되는놈 없다는 말도 몬드러서?
업자 : (짜증) 살꺼우꽈? 말꺼우꽈?
박규, 난감해하고 버진은 업자에게 안 살거라며 고개를 절래절래 흔든다.
박규 : (버진 달래듯) 휴. 어서 나가거라...나도 곧 나갈 것이다.
버진 : (박규 팔 잡고, 비장) 귀양다리. 아직 포기하믄 안 되어. 다시 한양가서 출세할 수 있어.
박규 : (답답하다. 낮게 한숨)
버진 : (여전히 박규를 안타까운 눈빛으로 보고)
순간, 뒤로 우르르 관군들이 나타난다.
꾼들, 관군의 등장에 화들짝 놀라 우왕좌왕 하는 바람에 일대 아수라장이 된다.
당황한 버진은 박규를 도박장 뒤쪽 창고로 데려가 몸을 숨긴다.
이 때, 들어오는 전치용. 도박장 안에서 헐레벌떡 도망나오던 그놈, 전치용과 눈이 딱 마주친다.
그놈 “헉!”, 관군에게 끌려가는 그 놈.
박규, 전치용쪽을 바라보면. 그 놈이 판 녹용을 유심히 살펴보고 있다.
순간 박규의 뇌리를 스치는 저잣거리에서 억관이 했던 말.
(인서트) #25 저잣거리 주막
억관 : 지금 감찰어사도 와 이서브난 분위기가 을마나 살벌한디...까딱하면 버진이 죽을 수도 있어라.
억관 : (깜짝 놀라 입을 다무는) 무,무신거? 난 그런 말 한적 없수다. 괜히 엉뚱한 소리해서 사람 곤란하게 만들지마씸.
(인서트) 전에 이방과 은밀히 이야기를 나누던 삿갓을 깊이 내려 쓴 사내의 모습.
바로 그 자다! 날카로운 눈빛으로 삿갓을 쓴 전치용을 주시하는 박규. 박규 눈에 그놈을 호송하는 전치용의 모습이 보이고..
영문 모르는 버진, 옆에서 한숨만 쉬어대는 모습에서-
- 4부 엔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