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길 힘들어 하늘 쳐다보니 고운 햇살에 만발한 상고대여!
(경남 함양군 안의면)
다음 불 로그:-kims1102@
동장군(冬將軍)의 기세가 연일 맹위를 떨치면서 사람들의 난방 가전(家電)에
대한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
보일러 확인 및 점검은 필수적이고 보온을 위한 외풍방지에도 신경 써야한다.
난방용 전기난로를 비롯해 온열매트와 미니온풍기, 1인용전기방석 등 시중에는
각양각색의 전열기기가 다양한 가격대에서 팔리고 있다.
일시적 충동구매는 하지 마시고 따뜻하고 안전한 겨울나기를 위해 필요한 전열기
제대로 고르는 방법을 숙지해둬야 할 것 같다.
한국농촌경제원이,
최근 전국 소비자 가구를 대상으로 “식품소비행태”를 조사 발표했는데,
우리나라 소비자 10명 중 9명은 쇠고기와 돼지고기, 닭고기 등 육류를 구입할 때
국내산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절반가까이는 미국산 수입 쇠고기를 먹지 않겠다고 답했다한다.
차가운 겨울날 축산농민을 생각하는 국민들의 따뜻한 정을 느낄 수 있는 발표다.
이런 마음도 추운 겨울나기를 위한 또 하나의 난방가전이 아닐까.
대설(大雪)이 지난 지 한 주가 되가니까 눈도 많이 내리고 날씨도 차가워졌다.
전국이 영하권으로 떨어지고 서해안과 중부지방에 눈이 많이 내려 대설주의보가
발령됐다는 뉴스 보도도 있었다.
경남 함양 수망嶺(령)을 가는 날,
날씨는 추워도 눈은 오지 않았는데 오늘은 금년 중 가장 적은 인원인 27명의
회원만이 산행에 참여해 산행버스 안이 썰렁했다.
추운 날씨 때문일까, 아니면 은신峙(치)에서 큰 목재 삼거리까지 이어지는 1100m
가 넘는 여러 개의 봉우리를 겨울철에 넘어야하는 나약함 때문일까?
이유는 알 수 없었지만 오늘은 27명의 적은 인원으로 산행지인 함양으로 떠났다.
우리말로 물바라기재(물을 바라본다는 뜻)라고 부르는 수망령(水望嶺)은
백두대간 남덕유산에서 남동쪽으로 뻗어 내린 진양기맥이 남嶺(령)에서 잠시
쉬었다가 월봉山을 거쳐 함양 안의面의 용추계곡을 사이에 두고 동서로 두 개의
큰 산줄기로 나뉜다.
용추계곡의 동쪽 산줄기는 금원산(1,352m), 기백산(1,330m)으로 이어지는
진양기맥의 주능선이고,
서쪽 산줄기는 거망山(1,184m), 황석산(1,190m)의 줄기라는 것은 웬만한
산 꾼이면 다 아는 사실이다.
이 두 개의 큰 산줄기가 나뉘는 곳이 바로 큰 목재이고,
이 갈림목에서 서쪽 산줄기인 거망-황석산 능선으로 가다가 만나는 첫 번째
사거리 고갯길이 은신峙(치)이며,
동쪽 산줄기인 금원-기백산 능선으로 가다가 만나는 첫 사거리 고갯길이 수망嶺
(령)이다.
경남 거창군 북상면과 함양군 안의면의 경계를 이루는 해발 915m의 고개이다.
고갯길이라지만 해발 1,100m 안팎의 결코 낮지 않은 능선을 잇기 때문에 능선
산행의 짜릿한 맛을 만끽할 수 있을 것이다.
산행은 용추자연휴양림 관리사무소에서 10시 20분부터 시작되었다.
인공폭포를 지나 숲속의집을 지나니 은신 골 입구가 나왔는데 은신峙(치)와
수망嶺(령)으로 올라가는 갈림길이었다.
부회장과 “산으로”등 몇 사람이 나를 기다리며 어떻게 할 것인가 의향을 묻는다.
나는 산행1팀으로 가겠다며 함께 데-그 길인 은신峙(치)로 길을 잡았다.
멀리 금원산 방향은 마른나무 숲으로 나뭇잎은 없었어도 양지바른 곳에 햇살이
환히 비치고 있었다.
그런데 은신峙(치)로 접어들자 얼마를 가지 못했는데 우리는 눈길을 만났고 길이
미끄러워 모두 아이젠을 등산화에 걸었다.
온산은 하얀 눈으로 덮여 있고 발목까지 빠지는 적설량이었다.
앙상한 나뭇가지와 산죽(山竹)이 자라고 있는 계곡 길을 앞서간 사람들의 발자국을
따라 작은 개울 몇 개를 조심스럽게 가로지르기도 하고 눈길을 헤치며 은신庵(암)
앞 이정표를 지나 겨우 은신峙(치)에 올랐다.
산과 계곡은 쌓인 눈과 나뭇가지와 군락을 이룬 산죽뿐이었다.
점심을 먹어야하는데 능선은 바람이 세차고 눈 때문에 앉을 곳이 없었다.
1,116봉, 1,122봉을 지나도 마땅한 곳이 없어서 오후 1시가 넘었다.
1,141봉을 오르려는데 산행 1팀이 비좁은 바위틈에서 풀을 뜯는 산양처럼 옹기종기
앉거나 서서 점심을 해결하고 있었다.
어께를 다쳐 오래 만에 나온 “노형”, 발이 빨라 한 번도 만나지 못했던 “무늬”,
“민들레”, “로즈” 등을 볼 수가 있었다.
우리도 빈자리를 찾아 엉거주춤 점심을 해결 했다.
늦게 부회장이 혼자서 올라왔는데 점심을 굶고 우리와 함께 출발했다.
1,100m 가 넘는 능선 길은 세찬 바람 때문인지 적설량이 장난이 아니었다.
발목까지 빠지던 눈은 무릎까지 빠져 지치고 무척 힘이 들었다.
힘이 들어 하늘을 쳐다보면 맑은 햇살로 나뭇가지에 만발한 상고대가 아름답게
열려있다.
아! 자연의 신비로움을 쉽게 볼 수는 없는 것이리라.
1,178봉을 지나 큰목재삼거리를 지나면서 내리막길에서는 두발을 들고 아예
엉덩이로 미끄럼을 타고 내려갔다.
눈은 등산화 속으로 들어가 양말이 젖어 발이 시리다.
길도 없는 눈 속을 선두에서서 길을 만들고 길잡이를 해주신 “조교장”님과
“산으로”를 비롯한 산행 선두의 힘과 용기에 감사와 경의를 드린다.
강해지기 위해서는 힘이 / 부드러워지기 위해서는 용기가 필요하다 /
자신을 방어하기 위해서는 힘이 / 방어 자세를 버리기 위해서는 용기가 /
확신을 갖기 위해서는 힘이 / 의문을 갖기 위해서는 용기가 필요하다 /
(중략하고)
홀로서기 위해서는 힘이 / 누군가에게 기대기 위해서는 용기가 /
사랑하기 위해서는 힘이 / 사랑받기 위해서는 용기가 필요하다 /
생존하기 위해서는 힘이 / 삶을 살아가기 위해서는 용기가 필요하다 /
(데이비드 그리피스의 詩 “힘과 용기”중 일부에서)
수망嶺(령)이 나왔다.
눈 때문에 지쳐 주변을 살펴 볼 마음에 여유가 없었다.
출입금지표시판이 붙은 산야초재배지를 지나니 도로변에 팔각정이 있었다.
낙엽송군락지를 따라 장수동을 지나니 은신 골 입구다.
은신 골에서 관리사무소까지 거리가 4km인데 내려가는 길은 몸이 지쳐 엄청나게
멀개 느껴졌다.
아이젠을 풀고 걷다가 빙판길에서 뒤로 넘어지면서 목과 허리를 가볍게 다쳤다.
지난주에는 나뭇가지에 걸려 앞으로 넘어지면서 입술과 팔목, 무릎을 다쳤는데
연속 2주간 사고를 당했다.
당분간 추위 때문에 하산酒 대신 식당에서 저녁을 먹기로 했다.
오늘은 장수에 있는 뷔페식당에서 뷔페식으로 먹었다.
집에 들어와 샤워를 하고나니 긴장이 풀리고 온몸이 아프다.
나는 아내에게 말했다.
“내가 내일 아침 살아있는지, 죽어있는지 확인만하고 깨우지 마라”며 자리에
누우니 긴장과 피로가 풀리고 온 곳이 아파온다.
자! 내게 시를 읽어다오 / 단순하면서도 가슴에 사무치는 노래를 /
이 불안한 마음을 달래주고 / 낮의 모든 생각을 떨칠 수 있는 노래를 /
(중략하고)
그리하여 오늘밤은 음악으로 가득차고 / 낮 동안 내게 엄습하던 여러 가지
걱정들은 / 방랑하는 아라비아 사람들처럼 천막을 거두고 /
흔적도 없이 떠나가 버리리라
(헨리 롱펠로우 詩 “하루의 끝” 중 일부에서)
(2014년 12월 12일)
첫댓글 "자! 내게 시를 읽어다오", 눈길 산행이 몹씨 힘이 들었나 봅니다. ㅉ,ㅉ,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