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타가 공인한 한국 최고의 영화음악 감독 조성우.
그가 최고가 된 것은 항상 '영화 다음 음악'이라는 겸손함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영화음악 감독 조성우를 만난 것은 그가 일본 도쿄 및 나고야, 오사카등에서 개최된
<한국 영화음악 콘서트>에 참가하고 돌아온 며칠후였다. 그 행사에서 선곡을 하고 자신이 자식처럼 내놓은 숨낳은 영화음악들을 공연음악으로 편곡하는 등 공연 프로그램을 전반적으로 컨트롤하느라 온 정신을 쏟았지만 그의 얼굴에는 피곤함보다는 웃음 어린 흥분이 담겨 있었다.
"그동안 '한류'라는 단어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어요. 너무 스타에 의존하는 경향인 듯해서, 이번 행사를 통해 우리나라 대중문화에 대한 일본인들의 대단한 관심을 직접 체험한 것도 소득이지만 그들에게 배우나 영화 스토리가 아닌 '음악'으로 다가갈 수 있었다는 것이 가장 뿌듯합니다."
그는 의외성의 아티스트다. 그의 나이 열아홉, 대학 입학시 철학을 선택해 가족을 놀래키더니, 강의를 하며 생활하며 30대 초반에는 갑자기 영화음악을 하겠다고 나서 주변인들을 당황스럽게 했다. 물론 그는 이 길에서 시행착오를 겪기도 하고 방황도 했다. 그러나 <8월의 크리스마스> <정사> <약속> <인정사정 볼 것 없다> <플란다스의 개> <순애보> <선물> <봄날은 간다> 그리고 최근 개봉된 <형사>와 <외출>에 이르기까지 한국 대표작들의 음악을 담당하면서 한국의 간판 음악감독이 되었다. 그가 맡은 작품 수만 언뜻 보면 그 어떤 영화 속 그 어떤 장르의 음악이라고 창조해낼 것 같은데, 정작 그는 자신에게 음악적인 한계가 있음을 분명히 한다. "온전히 나의 이름으로 앨범을 만든다면 아마 그 장르는 재즈일 것입니다. 제가 가장 좋아하는 장르니까요. 하지만 영화음악은 제 음악이 아니죠. 언제나 영상이 있음 다음 음악이 존재하는 것이므로 철저히 영상에 잘 맞는 곡을 만들기 위해 노력해요.
저의 특기는 따로 있는 것 같아요. 바로 서정적인 멜로리 라인이죠."
최근 그가 담당한 두 편의 영화 <외출>과 <형사>에서도 그의 서정성은 여실히 드러난다. <외출>은 대학교 동기이자 그동안 수많은 영화적 교감을 쌓아온 허진호 감독과 함께 많은 고민 끝에 탄생시킨 작품. 두 남녀의 만남이 불륜인지, 사랑인지에 대한 평가보다 그 관계의 한계성을 영상과 음악으로 가장 현실감 있게 표현할 방법을 모색했다. 한편 <형사>의 이명세 감독과는 '영화가 뭐지?'라는 근본탐색에 대한 대화를 가장 많이 나누는 사이다. '영상'이라는 매체의 효과를 가장 극대화할 수 있는 방법을 찾으려는 실험에 동참한 것에 그는 매우 뿌듯했다. <형사>를 완성하고 난 직후의 느낌을 묻자 "영상미의 오르가슴을 느꼈죠!."라고 대답했다. 그만큼 솔직한 고민이 동반한 작업이었음에도, 두 영화에 대한 국내의 반응은 그리 좋은 편이 아니었고 흥행 성적 또한 좋지 않았다. 허무한 감정을 추스릴 틈도 없이, 그는 자신이 할 일을 계속해 나간다. 영화음악 제작의 공식적인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6년 전 설립한 그의 회사 'M&F' 는 이제 서서히 경영의 안정 괘도에 들어섰다.
이제 조성우 감독은 자신이 만든 영화음악을 부른 신인 가수를 발굴하는 매니지먼트 사업에도 발을 담갔다. "영화 그 다음이 음악인 것은 맞지만 영화만으로는 부족하잖아요. 영화계에서 음악의 영향력이 커지는 데 제가 기여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그의 또 다른 작업은 11월 개봉할 <사랑해 말순씨>에서도 만날 수 있다. 영화와 음악을 주제로 한 서적 집필을 계획하고 여전히 철학도로서 강단에 서면서도 계속해서 수 많은 영화의 음악을 책임지고 있는 조성우 감독.
이제 영화관에서는 눈보다 귀를 먼저 열게 될 것 같다.
2005. 11 LUXURY /에디터 조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