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회 한국동시축제 ＜동시 냠냠＞ 7명의 시인이 자작동시를 낭독하다

[전북동시문학회]

 
끈 
 
          박예분
 
세상에 끈은 참 많다

운동화끈
가방끈
머리끈
허리끈

불끈불끈
지끈지끈
후끈후끈
우지끈

오늘 내게 꼭 필요한 건
따끈따끈한 네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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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로윈 
 
          윤정미
 
공원으로 가자 장기 두는 할아버지들한테
나는 목 잘린 마법사 언니는 찌그러진 팅커벨
프랑켄 드라큘라 미라 강시 귀엽게 꾸며 드리자
요즘 아이들은 이러고 놀아요
어쩌면 진짜 같아 보이게 꾸며 드리자
저게 뭐여 모여드는 사람들 모두 다 꾸며 드리자
돌아가신 우리 할아버지 슬쩍 끼어도 모르게
다 같이 놀자 동네 축제를 만들어 버리자
추석 땐 밥만 먹고 가는 할아버지
오늘은 우리랑 같이 놀아요

*할로윈: 저승의 문이 열려 죽은 자와 산 자의 경계가 없어진다는 서양 명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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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진 돌을 키우는 법 
 
          김철순
 
나는 오늘부터
돌을 키우기로 했어

동그란 돌을 주워다가
목욕도 시켜주고
로션도 발라주고
쓰담쓰담
예쁜 말도 해주겠어

학교에서 하는 그런 공부 말고
학원에서 하는 시험공부 말고
예쁜 말을 가르칠 거야

너는 어쩜 이렇게 고우니
너는 참 착하구나
너는 분명 훌륭한 돌이 될 꺼야
너는 무슨 일이든 할 수 있어

그럼 나의 돌은
이 세상에서 가장 멋진 돌이 될 거야
내가 가르친 예쁜 말도 할 수 있을 거야
힘차게 걸을 수도 있을 거야
어쩌면 하늘을 날 수도 있어
어쩌면, 어쩌면,
시인이 될지도 모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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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가 엄마 
 
          하미경
 
손가락 좀 다쳤다고 죽어?
안 죽어! 판단하는 의사

꽃 모가지를 꺾어
물병에 가두고 지켜보는 마녀

주말에는 아무리 깨워도
안 일어나는 나무늘보

게임기 사달라고 하면
말을 못 알아듣는 외계인
 
우리를 꼬드겨
통닭을 배달시켜 먹는 어린아이

안방 거실 내방 주방 세탁실 베란다로
뛰며 도는 회전목마

흰색 잠옷 입고 머리 풀고
한밤중에 일어나는 귀신

양치해 핸드폰 그만 봐 일찍 자
쉬지 않고 이야기하는 장맛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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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뻐의 비밀
 
          이 안
 
내가 기뻐의 비밀을 말해 줄까?
기뻐 안에는
이뻐가 들어 있다
잘 봐,
왼손으로 ‘기’, 오른손으로 ‘뻐’를 잡고
쭈욱 늘리는 거야
고무줄처럼 말이야
기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뻐
어때, 진짜지?
기쁘다고 너무 뻐기다가
기뻐를 끊어 먹지 않도록 조심해
너도 알다시피,
길다고 꼭 좋은 것만은 아니이잖아?
기뻐가 끊어질 땐 무지 따끔해
어쩔 땐 찔끔 눈물이 나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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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 그리기
 
           임희진
 
자, 점을 찍어
 
한 점에서 시작해
다섯 개의 선을 그리고
다시 점으로 돌아오면
별 그리기 성공이야
 
처음 시작한 점만 잘 기억하면
너의 별을 완성할 수 있어
 
빤듯빤듯해도 좋고
삐뚤빼뚤해도 좋아
 
네가 그렸다는 게 중요해
너의 밤을 지켜 줄
너의 별이니까
 
다섯을 천천히 세면 큰 별이 되고
빨리 세면 작은 별이 되는 거야
네가 그리고 싶은 별을 그려 봐
 
어디에서 시작할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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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학교 수학문제
 
           김유석
 
여섯이 졸업하고
새내기 둘이 들어왔다

3학년은 여자 셋,
짝을 지으면 남자아이 하나가 남고

축구팀에 한 명이 모자란 4학년은
거기서 또 한 명이 전학 갔다

5학년은 선생님을 합해도
4학년보다 셋이 적고

1학년과 4학년을 더한 다음
5학년을 빼면 6학년이 나온다

세종대왕님과 이순신 장군 동상까지 합해
전교생 총 31명

그럼 2학년은 몇 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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