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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의 시장을 점령하라 | 앤제리너스
서울 신촌 명물거리. 연세대 앞 횡단보도에서 약 50미터 거리 양쪽을 바라보면 테이크아웃 커피프랜차이즈 할리스, 스타벅스, 파스쿠찌가 한눈에 들어온다. 파스쿠찌 옆에는 1월부터 새로운 커피 전문점이 하나 들어섰다. 5층짜리 이 건물엔 날개 달린 천사 로고가 문 앞, 간판, 테이크아웃 컵 등에 콕콕 박혀 있다. ‘천사가 전하는 신의 선물, 커피를 제공한다'는 의미의 '앤제리너스(angel-in-us)'가 그곳. 앤제리너스는 사실 2000년 롯데가 국내에 들여온 자바커피가 그 전신이다. 로고는 바꿨지만, 원두나 로스팅 기법은 자바 커피 때 그대로다. 주로 돈을 들인 것은 인테리어. 주변과의 경쟁이 치열하고 낮에는 학생, 밤에는 직장인 모두의 수요를 충족시키고자 신촌점 앤제리너스는 전체 5층의 각 층을 모두 다른 느낌으로 꾸몄다. 전체적인 컨셉은 '광장'이다. 맨 윗 층은 옥외 카페고, 4층은 고급 도서관 같은 느낌으로 꾸몄다. 학생들이 공부를 가장 많이 하는 곳은 4층. 3층은 마주보는 자리가 아니라 일렬로 배열한 노트북 자리를 마련해 커플이 함께 노트북으로 영화를 본다거나 둘이서 진행하는 프로젝트 작업 등을 하기 좋다. 2층은 여느 커피 전문점과 비슷한 컨셉으로 구성해, 저녁에 직장인들이 자주 이용한다. 이런 넓은 공간과 차별화된 인테리어가 앤제리너스의 포인트다.
현재 56개의 가맹점이 있는 앤제리너스는 올해 100호점까지 내겠다는 공격적 경영계획을 갖고 있다. 앤제리너스가 공격적으로 가맹점 확대에 공들이는 이유는 뭘까. 앤제리너스 커피사업부 관계자는 “한국은 아직까지 믹스커피와 원두커피의 시장점유율이 9:1인데, 이러한 비율차이는 그만큼 원두커피가 잠식할 수 있는 시장이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원두커피시장의 잠재적인 가능성을 언급했다. 그런데 자바커피의 이름을 '앤제리너스' 커피로 바꾼 이유가 뭘까? 브랜드 컨설팅을 받아본 결과 브랜드 인지도가 세계적으로도 질 좋다고 알려진 자바 트레이딩 코퍼레이션의 커피 맛에 비해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나 아예 이름을 바꿔 새출발을 결심했다는 것이다. 원두커피시장이 더욱 확대되기 전, 브랜드 인지도를 미리미리 높이겠다는 선수 치기 전략으로 보인다.
스니커즈가 커피 위에 뚝뚝 | 카리부커피
천사 로고에 이어 요즘은 커피 잔 옆에서 순록도 뛰어논다. 스타벅스에 이어 세계 커피시장 점유율 2위라는 '카리부 caribou :순록'의 로고가 올 초부터 서울 중심가에서 눈에 띄기 시작했다. 아직 국내 인지도는 높지 않은 카리부커피는 현재 오전시간 음료 50% 할인, 방문고객에게 원두 샘플 제공, 길거리 시음기회 제공 등 다양한 방법을 통해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려 노력 중이다. 신촌, 이대, 압구정 등 4군데에 입점 시키고 있는 카리부커피는 전 지점 바로 옆에 스타벅스, 커피빈 등이 포진해 있다. 대놓고 정면승부를 한 것. 김진선 카리부커피 영업팀장은 “로스팅하는 날의 기온, 습도, 바람의 정도 등을 고려한 맞춤형 로스팅 기법과 차별화된 메뉴 등 커피 맛 자체에 자신 있기 때문에 정면승부한다”고 설명한다. 커피는 생두가 포함하고 있는 수분의 정도가 날씨에 민감하다. 그 날씨에 따라 로스팅 기법을 달리하는 게 맞춤형 로스팅이라고.
메뉴도 특이하다. 스니커즈 조각이나 민트 초콜릿, 화이트 초콜릿, 오레오 쿠키 등 휘핑크림 위에 토핑을 뚝뚝 떼어 얹은 와일드 음료가 마련돼 있다. 또한 아이스 아메리카노 외에 아이스커피가 차별화된 방법으로 제공된다. 보통은 에스프레쇼 샷에 찬물, 혹은 얼음을 넣어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만드는데 카리부 아이스커피는 원두를 갈아서 찬물에 담근 후 12시간 정도 우려내서 메탈 필터로 걸러내 커피 향이 날아가지 않는 ‘콜드프레스’ 방법을 이용한다. 카리부에서는 그래서 아이스 아메리카노 대신 아이스커피를 먹어야 손해 보지 않는다.
또한 각 체인마다 '오늘의 커피'가 있지만 카리부커피의 '오늘의 커피'는 스몰컵 기준으로 12온즈에 1온즈의 에스프레소가 들어가는 다른 커피 전문점과 달리 12온즈에 3온즈의 에스프레소가 들어가 커피의 풍미가 더 깊고 진하다. 여기에 알래스카 지방의 아늑한 산장 컨셉으로 꾸며진 내부 인테리어도 눈길을 끈다. 신촌점 같은 경우는 흡연석도 금연석과 똑같이 넓고 아늑하다. 바로 옆 스타벅스나 커피빈에 흡연석이 좁거나 없음을 파악하고 노린 전략. 작은 틈새도 놓치지 않는 치열한 커피프랜차이즈 경쟁의 한 단면이기도 하다.
모든 걸 베리로 말합니다 | 빈스 앤 베리즈
갤러리아 백화점을 운영하는 한화그룹은 지난해 1월 오픈한 유기농 커피프랜차이즈 ‘빈스 앤 베리즈(beans&berries)’사업을 올해부터 본격화했다. 3, 4월에 강남점, 청담점을 연이어 오픈했다. 빈스 앤 베리즈는 한 마디로 유기농 원두를 사용한 커피, 유기농 재료를 사용한 델리류를 제공하는 ‘고급화 전략’을 취하고 있다. 커피 가격은 카푸치노, 카페라떼가 4,300원 선. 스타벅스나 커피빈 등의 3,300원~3,800원 선과 비슷한 수준이다. 빈스 앤 베리즈 영업담당자는 “손님 개개인에게 고급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아르바이트생을 한 명도 쓰지 않고, 입사한 모든 직원에 커피 추출 전문가 과정인 바리스타 과정을 이수시켜서 다른 커피 전문점보다 인건비가 1.5배 정도 높다. 재료 가격도 두 배 정도 높아서 서비스나 음료의 질을 따지면 비싼 건 아니다”라고 말한다. 이곳에는 다크 초콜릿과 우유 거품의 풍미를 함께 느낄 수 잇는 카페 모라치노나 블루베리와 블랙베리를 우유와 얼음과 함께 갈아서 만든 베리베리 블리스, 라즈베리를 우유와 함께 갈아 만든 핑크라이크 같은 독특한 베리 음료도 준비돼 있다.
인테리어도 베리를 응용했다. 이곳에서 자주 사용하는 크랜베리, 블루베리, 블랙베리 등의 열매 모양을 본 딴 조명과 베리 열매 모양이 새겨진 의자 등이 빈스 앤 베리즈의 귀엽고 고급스런 느낌을 잘 드러낸다. 또한 보통 원목 등을 사용해 갈색이나 짙은 녹색의 느낌이 나는 인테리어를 하는 기존 커피 전문점과 달리, 흰 대리석을 사용해 밝고 환한 느낌을 주는 인테리어로 확실한 차별화를 갖는다. 현재 청담점, 강남역점 등 6개의 점포를 갖고 있는 빈스 앤 베리즈는 7월 중순 삼성동 코엑스몰 옆에 삼성점, 8월 중순 즈음에 신촌 연세대 앞에 5층짜리 신촌점 등 15개의 가맹점을 더 낼 예정이다. 신촌점의 경우 인테리어 비용만 20억이 책정됐다. 신촌 연세대 앞 거리에 빈스 앤 베리즈까지 가세하면 그야말로 커피 전쟁이 한눈에 보일 것이다 약 50미터 길이의 도로변에 스타벅스와 빈스 앤 베리즈, 맞은편에 할리스와 앤제리너스, 파스쿠찌까지 다섯 개 커피 전문점이 맞붙어 치열한 경쟁을 벌이게 되기 때문이다.
편의점에 맴도는 커피 향 | 바이더웨이
편의점도 커피 전쟁 대열에 가세했다. 바이더웨이 명동본점. 외환은행본점 등 오피스들이 밀집해 있는 이곳에 위치한 바이더웨이가 홈스테드 커피나 신라호텔, 조선호텔 등에 원두를 제공하고 있는 수제 커피회사 테라로사와 손잡고 2,500원 선에서 테이크아웃 원두커피를 판매하고 있다. 바이더웨이는 매장 내에 ‘테라로사’라는 작은 카페를 만들고, 강릉 테라로사 공장에서 직원들에게 바리스타 교육을 받게 해 수제 원두커피를 뽑는다. 편의점 내부 인테리어도 깔끔하고 고급스럽게 바꿨다. 현재 바이더웨이 매장은 총 1,000여 개 정도 된다. 이 중 테라로사와 손잡고 원두커피를 제공하는 지점은 명동본점, 강남점, 역삼점 등 오피스들이 밀집한 랜드마크 지역의 10개 지점이다. 편의점까지 테이크아웃 원두커피시장에 뛰어드는 이유는 뭘까. 바이더웨이 홍승표 홍보팀장은 “커피를 소비하는 손님들이 커피에 대한 선호도가 생겨 원하는 브랜드, 원하는 맛을 찾는 등 커피에 대한 취향이 점점 뚜렷하고 고급스러워지고 있다”며 패밀리마트나 세븐일레븐 등 여타 편의점들과 차별화하기 위해 원두커피업체와 손잡고 질적 향상을 노리고 있다”고 설명한다.
온갖 커피 전문점 체인의 각축전도 눈에 띄지만 커피믹스시장의 변화도 국내 커피 전쟁의 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점차 설탕을 조절할 수 있는 믹스커피에서 ‘부드러운 블랙’ 같은 아메리카노 느낌의 커피믹스에 ‘라떼디토’ 같은 풍성한 카페라테 스타일의 커피믹스까지 꾸준히 출시되고 있기 때문. 편의점과 커피믹스의 변화는 믹스커피 대 원두커피의 시장점유율이 9:1인 현재의 상황을 어떻게든 역전시키려는 원두커피시장의 공략을 반증하는 것이기도 하다. 하지만 커피프랜차이즈들의 원두가 꼭 질적으로 우수한 것은 아니다. 로스팅되고 나서 10일이 지나 산화되기 시작할 무렵의 원두를 사용하기 때문에 정말 풍미 짙은 커피를 늘 마실 수 있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커피프랜차이즈 관계자들은 “검증된 로스팅 기법 등을 통해 균일한 원두의 질을 유지하고 있어, 어설픈 수제 원두커피보다 장점이 많다”고 말한다. 어쨌든 커피 선택의 폭이 넓어진 듯하니 이젠 각자의 취향을 제대로 확인하는 일이 남았다.
첫댓글 맛있겠다. 지금 커피 마시고 싶은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