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6암자...연하천의 밤
실상사를 뒤로하고 길을 나선다...도로가 세가닥...오른쪽 길로 향한다...지그재그 자갈길...동글동글...계곡길이 나온다...오랜만에 밟아보는 흙길...머리위로 잣열매가 툭 떨어진다...멧돼지가 많이 살 듯한 분위기...덕두봉과 바래봉이 보이는 곳...산내가 바로 아래다...
능선길...아무도 없는 길...
이번 산행으로 내 머릿속 복잡함을 모두 덜고 싶다...머뭇거림도...연애라는 것도...게으름도...
갑자기 앞에서 인기척이 난다...외국인이다...둘이 눈을 마주치며 길을 양보한다...난 길양보에서는 지고 싶지 않다...웃으며 땡큐라고 말하며 외국인친구는 떠나갔다...이후로 속세의 사람은 아무도 만나지 못했다...
다시 팔랑이 보이는 곳...배가 고프다...약수암에서 물맛을 보리라 작정했기에 물을 가져오지 않은게 잘못이었다...영양갱과 옥수수캔으로 허기와 목마름을 달랜다...아무래도 길을 잘못 들어선 것 같다...
그래도 걷다보면 끝이 있겠지...
무지 가파른 길이 이어진다...몇걸음 걷질 못하고 숨고르기를 몇번...묘지가 서너기 있는 넓은 터가 나온다...사방이 시원하다...저기 천왕봉 능선이 보인다...
바위지대가 나온다...휴...언제 오르나...무심코 왼쪽을 보니 파란 지붕의 암자가 보인다...삼불사다...
10여분...바위계단으로 암자가 맞이한다...시간상 점심공양할 시간인데...혹시나 해서 안을 기웃거리지만 인기척이 없다...졸졸졸 흐르는 물에 2리터를 언제 받나 싶다...반쯤 받는데 옆에 수도꼭지가 있다...혹시 해서 틀어보니 물이 콸콸...하늘이 참 파랗다...허~험...물을 떠 목마름을 해결하니 한결 낫다...정동방향...나른한 햇볕을 받으며 물을 마시니 머리속이 개운하다...암자 남쪽으로 가려니 소나무가 있는 전망좋은 바위가 있다...천왕봉을 보고 암자에 떠나려는 인사를 하려는데 스님이 나오신다...아무리 봐도 비구니였다...이크...그래서 나오지 않으셨던게로구나...합장을 하고 길을 나선다...채소밭이 아담하고 정갈하다...
뚜렷한 오름길...곧 문수암이 나온다...바위밑 샘에서 물을 마시고...마천쪽을 보고...바위를 지나 소나무 밑에서 노스님을 만났다...산책중이시란다...합장을 하고 가려는데 뒤에서 말씀하신다..."시간되면 차나 한잔 하입시다"...그 순간 왜 미팅이 생각날까...차나 한잔할까요?...60이 넘으셨다는 스님의 얼굴은 미소가 가득하고...앳되다는 표현이 어울릴 것 같다...마가목 찻잔 속에 흐르는 세상사 이야기 정치이야기...그리고 조급해하지 말라는 말씀...마음먹기에 달려있다...취직하면 또 들르라는 말씀에 마음이 괜시리 벅차온다...합장...
뱀이다...오르막에 뱀...허리높이다...이놈이 혹 점프를 하면 어쩌나...눈싸움이 시작된다...이내 내가 눈을 감았다...그리고 빌었다..."뱀아 내가 정말 잘못했다...한번만 봐주면 안되남?...나 올라가야는데...진짜 이러기냐?...진짜 착하게 살께...응?"...결국 뱀이 길을 비켜준다...그것도 많이도 아니고 길에서 30센치정도 떨어진 곳에서 나를 노려보며...ㅠㅠ
뱀은 자신의 업보가 나타나는 것이라는데...올해들어 뱀을 많이 보는구나...난 전생에 죄를 얼마나 지었을까...이생에서 지은 죄도 많기만 한데...다음 생애는 또 얼마나 많은 업보속에서 속죄하며 살아갈까...
잠시후 전망좋은 바위가 나타난다...바위위 소나무 등걸 너머로 주능선이 훤하다...시원한 바람과 함께...모퉁이 돌아가니 상무주가 나타난다...수행중인지 입구에 나무가 걸려있다...합장후 출발...
뒷동산같은 모퉁이길이 계속이다...명산형님이 생각난다...삼정산...노고단에서 한번 뵈고 그 뒤로는 만나뵙질 못했는데...형님과 향기님이 함께 걷는 모습을 상상해본다...현실형과도 항상 두분의 모습을 부럽다고 얘기했는데...내게도 그런 날이 올까 싶기만하다...
바위위에 스님이 능선을 보며 명상에 잠겨 계신다...조용히 그리고 빨리 길을 재촉한다...
산죽속에 마네킹이 서있다...한번 웃으니 영원사다..."참배객외에는 출입을 금합니다"...합장만 하고 내려선다...결국 절도 너와 나, 그리고 절과 세상이 단절되어 있구나...하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거쳐갔겠는가...나도 그런 사람의 하나겠지...세상은 결국 너와 나로 구별되는 것을...
도솔암에 가기엔 배가 너무 고프다...라면하나에 참치...미숫가루 한잔에 배가 부르다...계곡물에 발을 담그고 하늘을 보니 파랗기만하다...네시...서둘러야겠네...
도솔암 오르는 길은 오르막의 연속이다...도솔천에 오르는 길이어서일까...오르막에 땀이 비오듯 흐른다...평범한 이가 가기엔 너무 먼 피안의 세계인지...하지만 스님이 벌초를 해놓으셨는지 길옆의 풀이 깔끔히 정리되어 있다...도솔암...멜로디 소리가 들려온다...풍경이다...처음보는 풍경이다...대롱대롱 매달린 쌍절봉같이 생겼는데...소리가 좋다...스님이 저녁공양후 천왕봉을 보며 차를 마시고 있다...합장후 조용히 샘터에 가 물을 마신다...오름길을 찾는데 길이 없다...채소밭이며 둥글게 마련된 명상대며...결국은 암자위로 올라서는데 스님이 나오신다...길을 설명해주시고...인사후 늦은 걸음을 재촉한다...산죽밭의 연속이다...두갈래길...오른쪽은 영원재로 가는 길인듯 싶고...왼쪽으로 가니 또 갈림길...왼쪽으로 가면 편한 길인 것을...오른쪽 길을 택했다...나중에 내려올 때 두 길 상태를 비교하니 천지차이다...왼쪽은 혼자 가면 널찍할 만큼의 길이지만 오른쪽은 말그대로 헤엄치며 가야했는데...
산죽밭에서 헤엄이라...웃음이 나온다...발로 길을 더듬어도 길이 나오질 않는다...앉아서 앞을 보니 길인곳은 조금 산죽이 누워있고...고래가 숨을 쉬듯 얼굴을 내밀고 다시 길을 간다...
한참을 가다보니 아무래도 이상하다...이끼낀 바위며...돌아선다...표지기가 있는 곳까지...다시 시작...불안한 마음에 자꾸 산죽 아래로 잠수다...한시간 만에 길이 합쳐지는 바위지대...숫개미들이 신혼비행중이다...수백마리의 숫개미들...그리고 죽어있는 그 검은 몸뚱이들...여왕개미를 위해 죽는 수많은 그 숫개미들이 불쌍하다...하기야 인간들도 남녀 성비가 불균형이라는데...
해가 내려앉는다...
서둘러 걸음을 재촉하는데 산죽에 해가 비끼며 녹색 이파리들이 노랗게 물들어간다...환상적인 분위기다..."해지는 풍경으론 상처받지 않으리(안치환의 노래중...)"...마음속에 담아놓고...
해가 완전히 넘어갈 무렵 삼거리에 도착한다...작년 진수형 일행이 비상탈출했던 곳...엉뚱하게 삼도봉 그 널찍한 계단에서 후배녀석이 다리를 삘줄이야...
어둠이 깔린다...그리고 가스가 올라온다...삼각고지 삼거리...벽소령에 진수형이 있을텐데...한시간이라...연하천에 들러 따르라형을 보고 싶다...인사나 하고 가야지...7시 30분...연하천앞에 사람들이 옹기종기 모여있다...
매점앞에 가 따르라형을 부른다...형이 준 당귀차에 언몸을 녹이고...쌀을 씻으러 밖에 나오니 못난이님과 비님을 소개시켜 주신다...대원사에서 부터 종주중이란다...인사를 하고...다롱이 누나가 끓여준 기가막힌 꽁치찌개에 밥을 먹고 나니 세상편하다...형이 밖에 안개가 가득차 위험하니 자고 가란다...내심 주저앉고 싶었는데...흐흐흐...
소주 한잔에 몸이 달아오른다...못난이누나와 다롱이누나의 과거가 드러난다...술이란게 참 무서운 것이다...두 누나의 과거가 왜 그리 비슷한지...혹 동란에 헤어진 자매가 아닐까...둘은 분명 자매임이 맞는거 같다...한잔 두잔... ...창밖으로 별이 떠오르고...누나들의 과거가 하나둘 밝혀지고...1시가 되니 형이 피곤한지 먼저 잠자리에 든다...못난이누나와 다롱이누나의 얘기...비님과 난 고개만 오른쪽 왼쪽으로 돌리면서 아! 네~하는 감탄사만 연발이다...두 누나의 과거가 밝혀지면 지리산 역사상 최대의 의문사가 될 것이다...
두시...더이상은 내겐 무리다...인사를 하고 형의 옆에 눕는다...따뜻한 온기가 전해져온다...
2.연하천에서 피아골로
부엌에서 부스럭거리는 소리와 함께 따르라형의 목소리가 들려온다...이크 늦잠이구나...아~ 이 미안스러움...일찍 나서 의신으로 가야했는데...결국 남부능선은 이번에 못가는구나...피아골로 내려가기로 맘을 먹는다...형이 아침을 준비하신다...샘에 가 머리를 감으니 시원함이 말로 못할 정도다...못난이누나와 비님도 늦잠을 잔 모양이다...다롱이누나는 아직 자고 있나보다...형이 끓여준 라면이 정말 맛있다...짐을 정리하고 인사를 하려는데 벽소령쪽에서 낯익은 얼굴이 나타난다...진수형이다...하하하...지금이 몇신데 인제와?...벽소령에서 자지 않고 세석에서 잤단다...어제 벽소령으로 야등했다면 결국 만나지 못했겠군...점심을 먹고 뒤따라온단다...따르라형에게 다시 인사하고 다롱이누나와 뜨거운 포옹(?)을 하고...
못난이님과 비님이 노고단방향으로 가지 않고 피아골로 같이 내려가기로 했다...괜히 나때문에 대원사에서 시작한 종주를 다 못하는건 아닌지...지리산 어느 자락이 맘에 들지 않겠는가만 그래도 종주의 기분은 남다를텐데...
계단길로 오른다...해가 중천이라 뜨겁다...총각샘이다...샘에 가니 누군가가 산죽잎으로 대롱을 삼아 물을 받기 편하게 해놓았다...졸졸졸 흐르는 물이 정겹다...비님이 잎을 다시 세우고 물이 더 잘나오게 해놓는다...뒷사람을 배려하는 것이 이뻐보인다...미숫가루 한잔에 몸에 다시 힘이 붙는다...토끼봉 가는 길은 어찌보면 참 능글맞다...뒷동산인양 편하게 이어지며 길옆으론 아기자기한 들꽃들이 피어있고...그것도 잠시...오르막...땀이 비오듯 나오고...둘을 먼저 보내고 숨을 몰아쉰다...토끼봉...웃겨볼려고 토끼봉 얘기를 해본다...왜 토끼봉이냐면...동란때 토벌대가 나타나면 빨치산들이 "토껴!!!"해서 토끼봉이라고 했더니 둘이 웃는다...믿으면 안되는데...
땀이 나려는데 화개재다...그늘에서 쉬는데 옆에 있는 사람이 꼭 장이형이다...혹 장이형 아니세요?했더니 대꾸를 안한다...아닌가보당...미안하단 말을 해야하는데 타이밍을 놓쳤다...ㅠㅠ...누군가 피고간 담배꽁초...서너개를 주워넣으니 기분이 그렇다...함부러 이렇게 버리니까 나같은 끽연가들이 욕을 먹는건데...끽연가 여러분! 담배꽁초는 자기가 챙깁시당...
삼도봉계단이다...554계단...작년 네명이서 차례로 세면서 올랐다...그리고 서너번을 더 세어도 554계단이다...주춤주춤...바위에서 각자 센 계단수를 말한다...못난이누나는 555에서 +-1개란다...약간의 오르막후 삼도봉이다...삼도봉...언제와도 기분 좋은 곳...전남 경남 그리고 전북의 경관이 모두 보이는 곳...앞에 있는 불무장등이 시원스레 서있다...내일 저곳으로 올라와야는데...
불무장등을 보다가 북쪽 바위로 자리를 옮긴다...시원한 바람속에 전망이 트인다...한참을 있으려니 진수형이 나타난다...우리를 따라잡으려고 뛰다시피 했단다...함께온 친구분이 더 힘들어한다...쵸코바를 하나 나누어 먹고...진수형 일행도 함께 피아골로 내려가기로 결정...일행이 다섯으로 늘었다...임걸령에서 보기로 하고 걸음을 재촉한다...노루목...바위에서 피아골을 바라보니 시원한 능선이 이어져있다...비님과 못난이누나에게 반야봉을 가보라고 하고 싶지만 시간이 촉박하다...
아기자기 능선길로 내려서니 임걸령이다...그새 나무울타리로 둘레를 막고 나무도 심어 야영을 못하게 해놓았다...왠지 싫은 느낌과 함께 어쩌면 자연을 위한 생각이라는 느낌도 든다...
시원한 샘에 수건을 적셔 배와 어깨를 닦는다...웃옷을 갈아입고...개운하다...샘물을 한잔 마신다...
노고단쪽에서 두 여인이 나타난다...전문가인가보다...둘 다 65이상의 베낭에 입은 옷도 모두 갖추어진 옷이다...
피아골 갈림길...학생인 듯한 두 여학생이 주저앉아있다...생식을 얻어 먹었는데 탈이 난 모양이다...진수형이 손을 잡아보고 체한건 아닌 듯 하단다...그리고 등뼈를 눌러보고도 원인을 모르겠단다...역시 특공대 출신은 다르다...항상 형은 밝은 모습...힘이 넘친다...그래서 항상 특공대는 뭔가 다르고만~하면서 놀리는데...(진수형은 진짜 특공대 출신이다)
랜턴이 있는지 물어보고 시간을 어림해보니 해지기 전에는 노고단에 도착할 수 있을 것 같다...천천히 가라고 당부하고 피아골로 들어선다...
계속되는 돌계단...내려서는 길이 이렇게 힘이든다...울창한 나무덕에 햇볕은 피하지만 무릎이 부담스럽다...모두가 천천히 내려선다...진수형이 보이지 않는 못난이누나와 비님의 걱정을 한다...불러도 대답이 없다...잠시후 둘이 모습을 드러내고...
계곡물 소리가 드디어 들려온다...왼쪽 물소리...그리고 오른쪽 물소리...소리로는 합수지점이 가깝다...피아골 산장이 가깝다는 느낌이 든다...용수암삼거리...용수암쪽은 산행금지 플래카드가 있다...지도상에서 보아온 것과 실제 모습이 너무 다르다...아직도 지도 보려면 멀었구나...ㅠㅠ...
다리를 건너 잠시후 산장이 나타난다...조용한 느낌...강아지만이 자리를 지킨다...건빵을 주니 경계를 풀고 다가온다...
곧 해가 질 듯 싶다...
걸음을 재촉하며 돌길을 걷는다...계곡이 크다...잠시 모두 계곡에 들어가 발을 풀어본다...
일곱시...해가 넘어갔다...노고단능선에 막혀 어둠이 짙다...서두르려는데 앞에 표지판이 있다...직전마을 곧 도착이라는 표지판...진수형이 갑자기 삼겹살 얘기를 한다...꼭 삼겹살을 먹자고...연주담 삼홍소 모두 지나쳤다...푸하하...못난이누나가 못내 아쉬워한다...내일 다시 올라와요~라며 진수형이 위로하고...모두가 삼겹살을 목표로 직전마을로 향한다...
호젓한 자갈길을 걸어 잠시후 민박집이 보인다...산아래첫집은 문을 닫은 모양이다...불빛도 없고 집을 내놓았다는 플래카드가 있다...삼겹살을 물으니 팔지 않는단다...진수형이 대단히 서운해한다...
방을 잡고 미지근한 물에 몸을 씻고 저녁을 먹는다...
매기 매운탕에 묵...아주머니 음식 솜씨가 좋다...맥주로 입을 적시고 소주로 속을 달래고...
팔월의 마지막 밤이 저물어간다...처량한 저 계곡물 소리와 함께...
3. 연곡사가 들려준 이야기와 불무장등...
너무 편한 밤이어서일까...눈을 뜨니 아홉시다...진수형 친구가 아침을 준비하신다...에궁...햇반과 밑반찬과 북어국으로 아침을 해결하고...피아골을 아쉬워하며 연곡사로 향한다...
연곡사...제비가 나는 형국...제비가 나는 모습을 보지 못했다...다만 절이 들려준 이야기를 들었을 뿐...
옛날에 한 소년이 있었다...외로운 초막에서 소년은 소를 키우며 산다...어느날 소를 묶고 낮잠을 즐기는데 소가 고삐를 풀고 어디론가 달려간다...소년은 소를 찾아 구비구비 산길을 헤맨다...헤매는 소년앞에 깊은 절벽에서 떨어지는 폭포가 눈앞에 펼쳐진다...
무엇을 말하려는 것이었을까...마치 내가 왜 지리산에 오는가를 묻는 듯한 느낌이다...하지만 그 이상에 대한 것을 생각할 수가 없다...굳어버린 내머리...더이상의 상상력이 동원이 안된다...
범종앞의 삼층석탑...정교하게 다듬어진 동부도...외로운 북부도...부도비가 특이하다...거북의 몸통에 용의 얼굴과 날개...실상사 부도비와는 색다른 느낌이다...진수형이 미술학도답게 절간의 모양새를 설명해준다...
이제 헤어질 시간...난 농평으로 올라야하고 못난이누나 비님 그리고 진수형과 친구는 구례로 가야한다...갈림길...길이란 만남이 있고 동행이 되고...그리고 헤어짐이 있단다...그 길을 우린 걸어왔고 이젠 헤어질 시간...애써 서운한 마음을 굳게 다져본다...짧은 산행이었지만 행복한 시간들...고맙습니다...건강하시고 행복하세요...
뒤를 돌아보지 않는다...
당치 입구다...입구부터 만만치가 않다...햇볕이 강한 한시...사람들도 보이지 않고...땀이 흐르고...옆계곡을 봐도 지저분하게 마실 엄두가 나질 않는다...왜 또 물을 싸오지 않았을까...휴~
갑자기 머리위 밤나무에서 토실한 밤이 떨어진다...오잉!...
20분만에 당치에 도착...숨을 고르고 농평으로 향한다...민박집 평상에 앉아 쉬려는데 강아지가 짖는다...그래서 떠났다...
1시...농평...느티나무 아래 정자에서 지도를 편다...황장산 통꼭봉...통꼭봉만 오르면 능선길인데...
집앞 샘에서 물을 뜨고 입구를 찾아 간다...도로끝 입산금지 플랑이 있다...길을 막아서인지 길을 못가게 하려는지 벌초가 전혀 안되있다...긴팔로 입을걸...후회도 잠시...소나무사이 호젓한 길이 나온다...곧 삼거리...오른쪽은 황장산 왼쪽은 통꼭봉방향같다...왼쪽으로 가다보니 다시 삼거리...칠불사가는 길인가보다...왼쪽이 통꼭봉길...곧 통꼭봉이 나타난다...앞에 바위전망대가 있다...직전마을 차소리가 들려온다...오른쪽으론 남부능선 자락이 보인다...칠불암이 지척이고...토끼봉 그리고 연동골...허기가 진다...미숫가루에 영양갱에 쵸코바...삼일간 애써 걸어준 다리를 주물러본다...용케 이번 산행은 고장한번 안나는구나...내 다음엔 꼭 용돈 모아 좋은 등산화 살께...그때까지만 참으렴...담배한대후 다시 시작이다...아담한 오솔길과 산죽길이 이어진다...그래서 불무장등능선일까...아무런 낯가림도 그 어떤 구별도 없이 편한 능선길...삼불사 가는 길에 무덤 세기와 문수암에서 만난 노스님...그리고 아무도 없을 듯한 상무주와 영원사...그리고 도솔천가는 도솔암길...연곡사와 불무장등...다음엔 공부해서 불교산행을 한번 해볼 듯하다...잠시 쉬려는데 앞에 콩나물같은 버섯이 무더기 있다...싸리버섯인 것 같은데...차마 따기가 두렵다...
오름길이 나타난다...마음을 굳게 먹는다...시계를 보니 고도차가 500정도 날 듯한데...역시나 죽을 맛이다...몇번을 쉬었을까...동쪽으로 방향을 잡은 바위가 나타난다...옆엔 소나무가 버티고 있고...어느 스님인가가 암자를 짓기 좋은 위치다...
잠시후 다시 능선이다...이제 고비는 끝난 듯하다...편한 길이 죽 이어지며 삼도봉이 보이기 시작한다...뒤엔 반야봉이 버티고 있고...오늘도 무사히 산행을 하는구나...누군가가 야호를 외치는 소리가 코앞이다...
갈림길...오른쪽은 삼도봉 바위지대로 가는 길인듯 하고...왼쪽길을 택한다...5분후 삼도봉 삼거리...그리고 5분...삼도봉이다...
바람이 시원하다...
삼도봉 바람이 시원하다...
아니 싸늘하다...진수형에게 빌려온 자켓을 입고 미숫가루를 타 마시려는데 옆에 한분이 혼자 쉬고 있다...같이 한잔 나누고...
광야형님 퇴폐가 지금쯤 반야봉에서 일몰을 기다릴텐데...방장형은 마천에서 올라온다 했으니 지금쯤 도착했을테고...
아직 해가 지려면 두시간이 있다...느긋이 담배를 물고 불무장등 능선을 다시한번 바라본다...평온한 저 능선길...그리고 그 옆으로 깊이 패인 용수암골...그리고 연동골...
반야봉에 가고 싶지만 피곤하다...많이 쉬었는데도 한시간이 남았다...토끼봉에서 일몰을 보자...
화개재거쳐 토끼봉에 오르니 해가 반야봉을 넘는다...사늘한 바람이 불어온다...
어두운 길에 토기봉을 내려서니 배가 고프다...아침에 넣어둔 한덩이 밥에 김치를 우적거리는데 남자 한분이 다리를 절둑이며 토끼봉으로 향한다..."저~ 다리 안좋으시면 제게 맨소래담있는데 좀 바르고 가세요"...맨소래담덕에 사과 한알을 얻어먹고...맥주한잔 하려냐기에 술을 못먹는 죄로 사양하고...
서로 따뜻함을 느끼며 헤어진다...내가 가는 뒷모습도 저렇게 아쉬움이 묻어날까...
총각샘 가는길에 램프가 자꾸 꺼진다...건전지를 갈아도 꺼지고...아무래도 충전이 덜됐나보다...총각샘을 지나려는데 오른쪽으로 밝은 빛이 갑자기 비친다...누가 있나?...쳐다보니 아무도 없는 그 바위위로 달이 쳐다보고 있다...놀랬잖아 임마!...달이 명선봉까지 날 쫓아온다...맘속으로 소원과 님들의 건강을 빌어본다...연하천불빛이 그새 달빛을 삼킨다...
짐을 내리니 따르라형이 젤먼저 눈에 띈다...그리고 다롱이누나...사람들을 찬찬히 보는데 으악새형님과 가제트형님이 계신다...인사를 하고...썰렁이형님(진짜 썰렁) 그린데이님 지리산광년이님 널빤지누나 차동희형님 향나무님 지리산과 인사를 하고...담배를 피려는데 누군가 날 잡는다...삼도봉에서 미숫가루를 나눈 분이다...자기가 고기를 구웠으니 함께 하잔다...둘이 마주앉아 술한잔에 인생얘기...부산사는 웅이형님...이런저런 인생얘기를 해주시며 맛난 고기를 자꾸 권하시고...시에라에 담긴 술에 달이 비낀다...
잠시후 방장형 여우비 자운영님이 등장...그리고 퇴폐등장...자리를 헬기장으로 옮긴다...
퇴폐의 장어솜씨에 모두가 뿅가고...돌아가며 인사를 나누는데 지리산광년이 그린데이님 방장형 찬실님 강운풍님(처음 메일로 인사를 할땐 나보다 어린줄 알았다...근데 한참형님이시당) 차동희형님 나 퇴폐 지리산 썰렁이형님 가제트형님 으악새형님 광야형님 자운영님 여우비가 빙둘러 술잔을 기울인다...아까 부산형님과 마신 소주 서너잔이 뱃속 가득 열을 뿜는데...광야형님 가제트형님 으악새형님이 술을 권하니 거부할 수가 없다...방장형도 한잔 동희형님도 한잔...연신 지리산과 퇴폐가 잔을 부딪치자고 하고...으...결국 콜라로 대신한다...퇴폐가 왜 퇴폐일까...퇴폐의 노래를 듣지않고선 그를 논하지 말라는 말이 떠오른다...푸하하
시간이 흐르고 한분 두분 내려가고 여자분들이 내려가고...다롱이누나가 올라오고...텐트에 들어가려니 중부팀과 전설형 도착...인사도 못하고 잠자리에 들어간다...
아침에 일어나 짐을 정리하고...산장 뒷켠으로 가니 다시 해장술이다...당귀백숙죽에 속을 풀고...
중부형님들과 다시 인사...오름형님 베가형님 물경도사형님(맞죠?)...옷을 같은 색으로 맞춘 모습이 형제들같다...오름형님의 술한잔에 뱃속이 또 요동을 치는데...텐트를 걷으러 헬기장에 갔다 남겨둔 맥주 여섯캔에 한사람에 한캔...마시고 내려오는데 어질어질하다...정신이 없다...사진을 찍고...이야기를 하고...널빤지누난 산장앞 쓰레기 청소를 하고...그래서 누나가 참 이쁘다...
어질함에 산장에 들어가 누어본다...
나와 라면국물로 속을 풀고 머리를 서너번 감고...세수를 연신하고...아...덥다...
방장형 자운영님 여우비 전설형 지리산과 함께 도솔암길로 하산...그저께 잘못 택해 올라온 길이 얼마나 험난했는지 내려가는 길이 말해준다...
도솔암은 말없는 그대로이고...
영원사계곡에서 발을 담그고...
방장형과 자운영님 여우비는 도로를 전설형과 널빤지누나 지리산과 난 두트길로 내려선다...오른쪽계곡이 제법 크다...음정에 도착하니 작전도로 하산팀이 벌써 내려와 있다...닭이 금새 절딴나고...
옆에 있는 광년이님과 얘기를 해야겠는데 부끄러움에 말이 안나온다...자운영님 차에 으악새형님 전설형 광년이님 여우비가 떠나고...2차 뒷풀이를 위해 아랫마을로 간다...늦잠덕에 늦게 출발하신 가제트형님이 왜 자기만 남겨두고 갈 수가 있냐고 하신다...약간 화가 나신 듯 한데...하하하...너무 빨리 내려오느라 애를 먹으셨단다...막걸리에 부침개...그리고 오름형님의 생일파티...중부팀 오름형에게 뽀뽀를 하고...크크크...볼도 아니고 입술에...그 모습이 왜그리 천진스럽고 부러운지...
전화가 온다...현실형...일하러 운봉에 와있단다...인월에 도착하면 태우러 온다는 말...괜히 찡하다...미안하다...형에게 해준 것도 없이 이렇게 항상 신세만 지고...
차가 내려온다...
마천을 지나고 산내를 지나고...그린데이님이 말을 걸어오는데...차멀미를 하는 나로선 달빛산행때 볼가의 기억이 떠오른다...식은 땀이 흐른다...오~ 안되는데...
금새 인월이다...
현실형에게 인사하기 위해 모두가 차에서 내리고...한바탕 난리...
진주로 떠나고 중부형님들 차에 오르고...
현실형의 식빵차에 지리산과 향나무님이 타고 전주로...그리고 고속버스터미날과 전주역과...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