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일설교요약> 마가복음 8:31-9:1/ 살아서 볼 영광
<I don’t know how to love him>이라는 유명한 Rock-Gospel 송이 있습니다. 헬렌 레디(Helen Reddy)라는 가수가 불렀는데, 막달라 마리아 역할을 하면서 불렀던 곡입니다. 이 곡은 1971년에 브로드웨이에서 초연한 록-뮤지컬 <Jesus Christ Superstar>에 나오는 노래입니다. 이 뮤지컬은 작사가인 팀 라이스(Tim Rice, 1944), 작곡가 앤드류 웨버(Andrew Lloyd Webber, 1948)의 작품인데, 그때 저들의 나이는 모두 20대였습니다. 이 뮤지컬은 우리나라에서도 번역되어 10여 차례 공연된 유명한 작품입니다.
사실 이 뮤지컬은 처음에 흥행 실패작이었습니다. 왜냐하면, 십자가 위에서 예수가 하늘을 향해 삿대질하면서, 자신이 죽어야 할 이유를 알려달라고 샤우팅(shouting)을 하는 장면이 당시에 매우 불경스럽게 느껴졌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예수가 ‘슈퍼스타’라고 하는 이유가 드러납니다. 슈퍼스타는 대중적인 인기몰이를 하는 사람에게 붙이는 말인데, 예수의 삶은 달랐습니다. 그의 인기는 그의 ‘독특함’에서 나온 것이지, ‘대중성’에서 나온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저는 예수가 슈퍼스타라는 말에 동의가 됩니다.
예수의 행동과 가르침은 한마디로 ‘라디칼’(radical)합니다. 예수는 가족에게 얽매이지도 않았고, 변변한 소유도 없었습니다. 먹고 사는 문제는 주변의 대접으로 해결하였습니다. 그는 율법규정을 어기면서까지 율법의 본정신을 드러내었습니다. 종교권력에 아부하지도 않았고, 오히려 맞서서 당당하게 말하였습니다. 그러다가 맞은 폭력 앞에서도 무너지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자신이 가르친 대로 복수가 아닌 용서를 선포하는 지조를 지켰습니다. 결정적인 것은 그 어떤 유혹에도 꿋꿋하게 자신을 지키고 유혹을 물리쳤다는 것입니다.
오늘 마가복음 본문의 주인공인 베드로와의 대화는 결정적으로 예수의 Radicality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예수는 자신이 당하게 될 고난과 죽음을 당연하게 여기며 이를 주변에 알렸습니다. 그런데 그의 당연한 태도가 베드로의 마음을 마구 뒤집어 놓았습니다. 그래서 베드로는 예수를 자기 곁으로 바싹 잡아당긴 후에 예수에게 “항의”하였습니다. 원문에 따르면 “꾸짖다”입니다. 그랬더니 예수는 제자들 모두 보는 앞에서 거꾸로 베드로를 꾸짖었습니다. “사탄아, 내 뒤로 물러가가. 너는 하나님의 일을 생각하지 않고, 사람의 일만 생각하는구나.”라고 말입니다. 그러고 나서 예수는 자기에게 오기 원하는 사람의 자세를 이렇게 말합니다. “자기를 부인하고, 자기 십자가를 지고”, 그리고 이 길을 따라오라고 말입니다. 하지만 베드로는 “자기 부인”하는 것과 “자기 십자가” 지는 것을 생각조차 하지 못했습니다.
예수는 그동안 여러 차례 칭찬과 유혹 그리고 추종세력의 기대를 몸소 느낄 때마다, 머리를 절레절레 흔들며 그 자리를 빠져나온 분입니다. 바리새파의 시험과 위협 앞에서도 굴종하지 않았던 분입니다. 그분은 거대종교권력의 정죄 앞에서도 사랑과 자비로 항거하였고, 무력을 앞세운 세속권세의 굴종강요 앞에서도 원수 사랑으로 맞섰던 분입니다. 율법지식을 앞세운 형식종교의 비난 앞에서도 제물이 아니라 정신이 예배라고 맞섰습니다. 그리고 정치적 메시아가 되라는 자기 욕망의 유혹 앞에서도 자기 부인과 십자가로 항거하였던 분입니다. 이것이 예수의 Radicality입니다.
“살기위하여 목숨을 구하면 죽고, 복음을 위하여 목숨을 잃으면 오히려 구한다.”는 예수의 선언은 비장하기까지 합니다. 여기서 “목숨을 건다.”는 말은 자기 목적을 이루기 위한 방편이 아닙니다. 또는 쟁취하기 위한 특급결단도 아닙니다. 36절에 나오는 “온 세상을 얻고도 자기 목숨을 잃으면 무슨 득이 되겠느냐”는 예수의 말씀은, ‘목숨이란 세상의 것과 바꿀 수 없는 것’이라는 강한 의미가 담겨있는 말씀입니다. 목숨을 소중히 여기라는 뜻입니다. 그러니 목숨(프쉬케)은 스스로 반드시 끝까지 지켜내야 할 ‘삶의 정신’이고 자신의 ‘존재 이유’입니다. 그래서 “자기를 부인하라”는 헛된 것에 홀려서 어디로 흘러갈지도 모를 ‘거짓 자기’를 숭배하지 말고, 그리스도를 따르는 사람다운 “자기 정신”을 온전히 지키라는 뜻으로 이해해야 합니다.
이렇게 보면 눈앞에 분명하게 드러나는 것이 있습니다. 나에게 주어진 인생길을 걸어가는 동안, 아무리 꽉 붙잡으려고 해도 내 손을 모래처럼 빠져나가는 것들에 목숨을 거는 일은 실상 “진정한 목숨”을 죽게 만드는 일이고, 인생이 다 지나간 후에 뒤늦게 깨달아도 다시 찾을 길이 없는 후회만 남게 될 뿐이라는 의미입니다. 오히려 자기의 목숨을 다해 진정으로 찾아야할 것에 집중하며 인생길을 걸어가는 일은, 우리가 죽지 않고 살아서 “하나님 나라의 능력 안에서 사는 것”과 같다는 의미입니다. 이것이 우리가 살아서 누리는 영광입니다.
2024년 4월 14일
홍지훈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