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옹
전홍구
매년 첫눈이 나리는 날이면
정해진 시간 그곳 벤치에서 만나
우리는 뜨겁게 포옹을 했었지요.
헌데 올해엔 눈 오기 전부터
그대가 하얀 베드에 누워 매달린 링거에서
떨어지는 눈송이를 보며 뒤척이고 있었기에
오늘같이 첫눈이 내리는 날에
그곳, 벤치가 아닌 베드에서라도
그래도 당신을 뜨겁게 포옹하고 싶구려.
* 문예사조 2012년 2/3월호 121페이지 등제 시
푸른 하늘을 보여주소서
전홍구
하얀 베드에 누워
바라보이는 것은 천정과
벽과 커튼과 의사도 간호사도
똑똑 떨어져 몸 안으로 스며드는 약물까지도
모두가 하얗고 하얀 병실에서
커튼을 밀치고
창문을 활짝 열고
푸른 하늘을 보여주세요.
가을 창밖은 참으로 아름답다는데
문을 열고 나가
걸으며 호흡하게 하소서
푸른 하늘을 다시 볼 수 있게 하소서.
* 문예사조 2012년 2/3월호 122페이지 등제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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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홍구
졸업과 제대, 사회 진출로
하늘 높은지 모른 2,3십
혼자 뛰다 둘이 되어
밤새워 사랑하던 3,4십
충분히 행복하고 즐거운 시간
땀 흘려 뛰던 4,5십
배운 것 익히고 갈고 닦아
명장 되기까지 5,6십
정성을 다해 꽃피우려니
정년이라 구조조정 6,7십
신학문 신시대 좋긴 좋겠지만
신 김치, 묵은 된장 맛 따로 있는데.
* 문예사조 2012년 2/3월호 123페이지 등제 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