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로드 목진석이 ‘천적’ 이창호를 잡았다.
추석연휴 마지막 날인 23일 성남시 분당구 바둑TV스튜디오에서 벌어진 KB국민은행 2010 한국바둑리그 12라운드 3경기 티브로드와 넷마블의 첫날 대결은 목진석 김승재의 승리로 1승1패를 기록했다.
1패만 더해지면 4강 컷오프진출을 장담할 수 없는 티브로드(3승6패). 반면 최근 3연승을 포함하여 5승5패로 5위에 랭크되어 있는 넷마블. 5위와 8위의 대결이지만 ‘그들도 우리처럼’ 1승이 각별하기는 마찬가지였다.
먼저 오더를 보면 재미있다. 티브로드 서봉수 감독은 둘째 날 화력을 집중한 느낌이고 넷마블 양건 감독은 첫날 대국에서 1,2지명으로 승부를 보겠다는 의도. 과연 티브로드가 첫날 1승을 올릴 수 있는지 여부가 관심이었다.
▲ 티브로드-넷마블의 첫날 대진표. 2국이 보기 드문 1지명끼리의 격돌이다.
1국 박승화(티브로드)-김승재(넷마블)
티브로드 4지명 박승화는 서봉수 감독이 아끼는 1번 타자. 비록 2승4패의 성적이지만 상대의 상위 지명을 잡을 수 있는 ‘킬러’라고 여긴다. 넷마블의 2지명이자 7승3패를 마크 중인 김승재도 잡을지 모른다는 기대감이 컸다. 그러나 마지막 고비를 넘지 못했다.
중반 중앙전이 펼쳐졌다. 좌상 흑 석 점을 떼어주며 흑(박승화)이 중앙 백의 엷음을 노렸다. 중앙 백과 우변 백 대마를 동시에 노려보며 백돌을 절단할 순간이 왔다.
그러나 갑자기 박승화는 좌변으로 손을 돌려서 중앙 백을 뚫게 될 때 도움이 된다는 뜻을 내비쳤다. 그 결과 위협을 느낀 백이 소극적으로 응대하여 좌변에서 흑이 안착하며 실리로 상당히 앞서갔다.
후반 들어 우상귀 흑 집이 많이 깨어졌지만 하변과 중앙 흑 집이 여전히 커서 승리를 지켜내는 듯했다. 그러나 후반 중앙 집을 확보하는 과정에서 박승화는 기분이 지나쳐 그만 눈앞에서 승리를 놓치고 말았다.
중앙에서 별 생각 없이 이단 젖혀 갈 때, 김승재의 찬스포착력은 빛을 발했다. 아예 흑돌을 뿌리째 끊어서 패를 만들었다. 결국 중앙이 뚫려서는 김승재의 역전승. (285수끝, 백10집반승)
▲ 1국 김승재(왼쪽)-박승화 대국 모습.
▲ 1국 종국 모습. 김승재의 역전승.
2국 목진석(티브로드)-이창호(넷마블)
1-0으로 뒤진 티브로드는 암울한 분위기였다. 2국에서 1지명 목진석이 나서지만 넷마블은 천하의 이창호. 더욱이 이창호에게 목진석은 거의 가위눌림이라고 할 정도로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상대전적 7승28패로 딱 20%의 승률.
대국 개시 전 티브로드 관계자는 “이번에야 말로 목진석이 이창호에게 이길 것”이라고 했다. 이창호의 최근 컨디션이 좋지 않다는 판단이었다. 그 말대로 되었다. 이창호의 초반 착각으로 의외로 간단하게 결론이 났다.
우변 일대에서 큰 모양을 가꾸었던 이창호(흑)는 흑 진영에 쳐들어온 백을 공격하는 과정에서 강공책을 들이 밀었다. 수읽기 과정에서 이창호는 착각하고 말았다. 적당히 살려줄 곳에서 모두 잡으려는 무리수를 두고 만 것.
결국 전체 백말에 패가 생길 수 있는 상황에서, 백 대마를 아무 대가 없이 살려주고 말았다. 물론 전체 백 대마를 쫓을 수 있다고는 하지만 허허벌판에서 대마를 쫓기는 어려운 일이었다.(190수 끝, 백불계승)
▲ ‘1지명끼리도 천적이 있었군요.’ 2국 목진석-이창호의 대국.
▲ ‘누가 승자지요?’ 상대전적 7승28패인 목진석은 초반 이창호의 착각으로 대승을 거두었다.
Joke & Talk
“서감독님, 이거 지난 주 오더 아닙니까?”
바둑TV 배철근 PD : 티브로드의 1번타자로 박승화가 또 등장하자, 서봉수 감독에게 오더를 착각한 게 아니냐며.
“KIA의 김상현이네요.”
바둑TV 김정연 PD : 넷마블 김승재 선수의 생김새가 프로야구 KIA의 김상현 선수를 꼭 닮았다며.
“추석인데도 전력분석원이 나왔네요.”
티브로드 김동필 주무 : 신안천일염 선수인 이춘규가 검토에 열을 올리는 모습을 보며 티브로드를 경계하는 증거라며 너스레.
“트레직 넘버가 등장했네요.”
바둑평론가 진재호 : 4위를 하려면 아마도 9승7패가 마지노선이 될 것 같다며, 이제 양 팀에게는 ‘매직 넘버’보다는 ‘트레직 넘버’가 어울린다며.
“이(창호)국수가 우량아 출신이 맞아요?”
바둑TV 아르바이트생 : 매번 대하는 이창호가 요즘 많이 수척해 보인다며 걱정하는 투로. (이창호는 결혼 준비에 바쁘고, 9월 대국수가 13판이나 된다.)
▲ ‘티브로드도 아닌 것이 넷마블도 아닌 것이’ 양 팀이 사이좋게 검토에 참여하고 있다.
▲ ‘검토실에는 남녀노소 구별이 있다?’ 왼쪽이 강승희 넷마블 주무, 왼쪽 서있는 사람은 서봉수 티브로드 감독.
▲ ‘전력분석원 등장이오.’ 신안천일염 이춘규가 검토실을 찾았다. 티셔츠가 예술이다.
승자 인터뷰: 티브로드 목진석
상대적전에서 밀리고 있는데 혹시 전적을 아는가?
(웃으면서) 일일이 셀 수 없을 만큼 몹시 밀리고 있다. 상대가 강하니 오히려 맘이 차분해진 것이 승인이다.
의외로 완승이었는데 상대가 실수를 했나?
착각이었다. 상대가 너무 무리하게 잡으러 왔는데 복기과정에서 제일 먼저 착각한 부분을 얘기했다. 초반부터 내가 조금은 편했다.
팀이 상당히 힘든 상황에서 주장으로서 느끼는 책임감이 상당할 것 같다.
지금은 최선을 다할 때이다. 아직 리그가 끝나지 않았으니 매판 최선을 다하자고 팀원과 다짐을 했다. 분명히 기회는 있다.
▲ 2국 승자 목진석의 인터뷰 모습. ‘이제 8승 28패입니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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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진석, 천적 이창호 잡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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