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순발력
임병식
복잡한 세상을 살아가려면 순발력이 필요하다. 몸동작도 재빨라야 하겠지만 머리회전도 빨라야한다. 살다보면 얼마나 난처한 고비가 많은가. 그 대응 여하에 따라 결과가 달리지는 경우를 많이 본다.
살아가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조선말의 일이라고 한다. 고종이 집권하자 그의 부친 이하응의 위세가 하늘을 찔렀다. 그가 난을 잘 치기도 했지만 사람들이 그에게 눈도장을 찍으려고 많이 방문했다. 어떤 선비가
난을 치고 있는 대원군에게 공손히 인사를 드렸다.
그런데 쳐다보지를 않는 게 아닌가. 그래서 못 보았다고 생각하고 다시 깊숙이 고개 숙여 인사를 했다. 한데, 별안간 호통을 치는 것이 아닌가.
“네이 놈, 어찌 산 사람한테 절을 두 번 한단 말이냐?”
선비는 그 자리에서 얼어붙고 말았다. 그러나 순발력을 발휘하여 얼른 둘러댔다.
“처음 올린 절은 방문하여 올린 절이옵고 두 번째 절은 바쁘신 것 같아 잘 계시라고 떠나면서 올린 절이옵니다.”
그 말에 노여움이 풀렸다고 한다. 목숨이 경각에 달린 마당에 발휘한 순발력이 아닐 수 없다.
어느 날 어떤 여인이 산길을 가다가 강도를 만나게 되었다.
“당장 손가락에 낀 금반지를 내놓으시오. 그렇지 않으면 살려두지 않을 거요”
이에 여인은 능청스럽게 대처했다.
“복쪼가리 없는 여편네가 남들이 끼는 금반지가 부러워서 모처럼 가짜 반지를 하나 끼었더니 이것도 끼고 다닐 팔자가 못된 년이네요.”
하면서 그 자리에서 끼고 있는 반지를 빼내 풀 섶에 던져버렸다. 그 행동을 보고 강도는 포기를 하고 말았다. 여인은 나중에 그 반지를 다시 찾아서 끼게 되었단다.
다음의 사례는 직장에서 일어난 실화이다. 한 직원이 상사한데 불려가서 호된 꾸지람을 들었다. 얼마나 열이 받쳤는지 가만 두고 볼 태세가 아니었다.
“이게 밥도 아니고 죽도 아니고 뭐야?”
이에 직원이 즉답했다.
“묵입니다. 묵!”
이 한마디로 험악한 분위가가 일변했다. 재치 있는 이 말 한마디가 난처한 상황을 모면하게 만든 것이었다. 순발력의 효용성이라고 할까.(2025)
첫댓글 “네 이놈, 어찌 산 사람한테 절을 두 번 한단 말이냐?”
" 처음 올린 절은 방문하여 올린 절이었고 두 번째 절은 바쁘신 것 같아 잘 계시라고 떠나면서 올린 절이 옵니다.”
"당장 손가락에 낀 금반지를 내놓으시오. 그렇지 않으면 살려두지 않을 거요”
“복 쪼가리 없는 여편네가 남들이 끼는 금반지가 부러워서 모처럼 가짜 반지를 하나 끼었더니 이것도 끼고 다닐 팔자가 못된 년이네요.”
“이게 밥도 아니고 죽도 아니고 뭐야?
“묵입니다. 묵!”
순발력 기가 막힙니다. 머리 회전이 된 사람이나 가능하지 그렇지 못하면 당할 수 밖에 없습니다.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해학수필을 떠올리다가 소재탐구를 더 해보았습니다.
이 이야기는 전에 들어본 적이 있는 것 같습니다 단배 재배 삼배를 건너 지난 세밑에 저는 북향사배의 근원을 찾아나섰지만 유력한 근거를 알아내지 못했습니다 하는수없이 제 나름의 논거를 마련해보았지요 아무튼 대원군의 불호령을 눙치고 넘어간 이의 기지가 대단합니다 당황하다보면 그런 순발력이 발휘되기 어려울 텐데 말입니다 반지를 내버린 여자의 순간적인 대처와 죽도 밥도 아닌 묵을 들이댄 사람의 재치도 보통이 아닙니다 이러한 순발력은 지혜와 마음의 여유에서 발휘된다 싶습니다
순간의 재치가 어려운 고비를 넘기는 계기가 되지 않았나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