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립선비대증]의 한의학적 고찰
<하니케어 컨텐츠팀 제작>
인체를 구성하는 대부분의 조직 세포는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위축되는 것이 보통이지만 유독 남성의 전립선은 노화와 더불어 비대되는 특징이 있으며, 전립선은 방광 바로 아래와 직장 앞에 위치하여 정액의 약 30%가 되는 전립선액을 분비하는 남성만의 부속성선입니다.
따라서 언뜻 생각하기에는 전립선은 정액 성분을 분비하는 곳이기에 배뇨와 별다른 관련이 없을 것 같지만, 전립선이 커지게 되면 요도가 압박을 받게 되어 소변보기가 어렵게 됩니다.
이러한 전립선비대증(B.P.H.;Benign Prostatic Hyperplasia)은 남성의 배뇨장애 중에서 가장 높은 빈도를 차지하는데, 50세 이후에서 많이 나타나며, 80세 이후에는 약 80%가 이 질환에 걸리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전립선암과는 전혀 별개의 일종의 양성종양인 전립선비대증은 서양인에게 많은 것으로 알려졌으나, 최근에는 우리 나라에서도 식생활의 변화 등의 원인에 의해 점차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 정 의
방광에서 시작되는 후부 요도가 전립선의 중앙을 관통하고 있으므로, 전립선이 일정 크기 이상으로 커지게 되면 요도가 압박을 받아서 소변이 배출되는 길목에 바리케이드(barricade)가 있는 것처럼 되어 정상적인 배뇨가 힘들게 되는데 이런 증상을 일컬어 전립선비대증이라 합니다.
■ 증 상
전립선비대증의 임상증상은 거의 모두 배뇨에 관련된 것입니다. 특히 60-65세 남성의 배뇨곤란 증상 가운데 가장 먼저, 또한 가장 흔히 보이는 증상은 뇨속(尿速)의 감소와 뇨선(尿線)의 세소(細少)입니다. 즉 오줌줄기가 가늘어지고 오줌이 방울방울 떨어져 바지 등에도 묻히기 십상인데, 이는 비대된 전립선이 요도의 내경(內徑)을 좁게 만들어 요도의 저항을 증가시키기 때문입니다.
한편 높아진 요도 저항을 극복하기 위해 높은 배뇨압력 또한 필요하게 되니, 배뇨압을 만들어 내기 위해 많은 시간을 소요시키게 됩니다. 때문에 배뇨시작이 무척이나 어려워 외형상 진득한 것처럼 보이며, 기침 등을 이용한 복압으로 배뇨압력을 형성한 뒤에야 천천히 오줌을 누기 시작하니, 의학에서는 이를 지뇨(遲尿)라 합니다.
비대가 보다 심해지면 방광내에 잔뇨(殘尿)가 발생하여 한번 소변을 보고 나서 얼마 안되어 다시금 요의(尿意)를 느끼게 되며, 배뇨시의 소변량은 얼마 되지 않으면서도 화장실을 자주 찾게 됩니다. 말기에는 잔뇨량이 수 백 cc에 이르러 방광내에 육주(肉柱)나 게실(憩室) 등이 형성되므로 수신증(水腎症;hydronephrosis)과 같은 요로의 폐쇄를 유발하기도 합니다.
한의학에서는 융폐( 閉), 소변불통(小便不通), 임병(淋病) 등의 병증이 전립선비대증에 해당됩니다. 소변불통은 문자 그대로 소변이 나오지 않는다는 말이고, 임병은 앞서 살펴본 것처럼 나무에서 물이 떨어지는 형상을 모방해서 소변이 찔끔거리며 배뇨시에 통증이 수반되는 질환인데, 융폐란 도대체 무엇일까요?
'융'을 사전에서 찾아보면 우선 '융병은 노병야(老病也), 피병야(罷病也)'라 하여 노인성 질환임을 나타내었습니다. '노병야(老病也)'란 설명이야 어렵지 않게 노인병이라는 생각을 할 수 있는데, '피병야(罷病也)'란 또 무엇일까요? 이 역시 옥편을 빌려 설명해 봅시다.
피(파)를 찾아보면 '마칠 파(了也), 귀양보낼 패(遣囚), 고달플 피(困極罷弊)' 등의 세가지 음(音)과 훈(訓)이 있는데, 융폐를 설명할 때 나오는 피병의 뜻은 세번째의 고달프다는 의미입니다. 따라서 피병(罷病)은 나이 들어 얻은 고달픈 병임을 알 수 있습니다. 너무 전문적이고 어렵다는 느낌을 받은 분들을 위해 융에 대한 두번째 설명을 덧붙입니다.
융이란 글자는 '병질 부'에 '솟을 융(隆)'이 결합된 것으로 요곡배륭(腰曲背隆)의 뜻을 담고 있습니다. 즉 허리는 굽고 등은 불쑥 튀어나오는 노인의 형상을 묘사한 것입니다. 훨씬 쉽게 느꼈는지 잘 모르겠지만 융( )이란 글자만으로도 우리는 노인성 질환임을 어렵지 않게(?) 알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폐(閉)란 무엇을 뜻할까요? 폐(閉)는 문(門)을 손(수=才)으로 빗장을 걸어 막는 것이니, 이러한 상황이 비뇨기에 도입되면 요로(尿路)가 어떤 이유로 인해 막히게 되는 소변불통(小便不通)을 뜻합니다.
이상의 융과 폐에 대한 설명을 종합하면, 융폐란 노인이 되어 소변의 통로가 원활하지 못함으로 인해 겪는 배뇨곤란을 의미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러한 융폐증( 閉證)은 그 증상의 경중(輕重)을 나누어 융과 폐를 구분 짓기도 합니다. 즉 융은 소변이 시원하지 않고 방울방울 떨어져서 그렇지 1일 총 소변량에는 변동이 없는 비교적 가벼운 상태를 뜻하고, 폐는 오줌이 방광으로부터 흘러 넘쳐서 똑똑 떨어지는 것으로 방광 내에 잔뇨가 가득찬 비교적 심한 상태를 뜻합니다.
요즘이야 카테터(cathter)라는 고무호스를 요도를 통해 집어넣음으로서 방광 안에 있는 오줌을 밖으로 빼내는 것이 너무도 일반적인 응급처치이지만, 옛날에는 이 방법도 쉽지 않았을 것이기에, 소변이 도통 나오지 않는 폐(閉)의 경우는 무척 위급하게 생각했었습니다. 물론 문헌을 찾아보면 고무호스 대신 대롱 모양의 파(蔥)를 사용하여 도뇨(導尿)했다는 기록도 있지만 이 또한 쉽지는 않았겠지요.
■ 원인/ 병태 생리
원인에 대해서는 아직껏 명확하게 알려져 있지 않아 여러가지 학설이 난무하는데, 최근의 가장 유력한 학설은 체내의 안드로젠(androgen)과 에스트로젠(estrogen)의 비율 불균형입니다.
즉 나이가 증가함에 따라 에스트로젠의 작용은 상대적으로 강해지는데, 방광경부와 정구(精丘)사이에 있는 요도 주위의 결체조직(結締組織)이 에스트로젠에 예민하게 작용해서 결절을 형성하고, 이 결절 조직 속에 선세포(腺細胞)가 침입하여 증식을 일으켜 전립선비대증이 발생된다는 것입니다. 그 근거로 전립선비대증의 발생 부위가 태생기때 특히 에스트로젠에 민감하다고 여겨지는 부위이며, 비대증 환자에게서는 에스트로젠과 안드로젠의 비율이 크다는 점을 들고 있습니다
■ 치 료
치료는 결국 비대된 전립선을 절제하여 소변통로를 열어 주는 수술요법에 의존하는 것이 보통인데, 전립선이 계속적으로 비대될 경우 매번 절제해야 하므로 1회의 수술만으로 치료하기 어려운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또한 이론적으로는 비대해진 전립선만을 적출해내는 수술이 신체적인 측면에서 볼 때 발기장애가 발생할 이유가 없는데도, 연령과 수술방법에 따라 10-60% 정도의 환자에게서 발기력의 감퇴가 확실하게 초래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한편 전립선 절제수술을 받은 후에는 방광 경부가 열린 상태가 되기 때문에 사정시 정액이 요도 밖으로 사출되지 않고 거꾸로 방광 속으로 들어가는 역사정 현상이 모든 환자의 60% 정도에서 발생한다고 보고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레이저(laser)를 이용하여 수술하기도 하고, 요도에 삽입하는 카테터(catheter) 둘레에 고주파를 이용한 고열을 전립선에 가하여 치료하는 방법도 모색되고 있습니다.
한의학적으로 보는 전립선비대증인 융폐증에 대한 약물요법은 노인의 경우 정혈(精血)을 보충해 주는 보정혈(補精血)과 소변의 배출을 이롭게 하는 이수(利水)의 방법을 혼용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이는 '노인혈쇠(老因血衰;늙는다는 것은 인체내 정혈(精血)의 기능이 쇠약해지기 때문이다)' 라는 한의학 고유의 노쇠 이론에 바탕을 둔 까닭인데, 필자도 이를 응용하여 임상에서 좋은 효과를 거두고 있습니다. 이론적으로만 따지면 결체조직이 모여 비대된 전립선이 어떤 약물을 사용하여도 현저히 줄어들 것 같지 않은데, 수술을 권유받았던 환자들의 임상증상은 뚜렷하게 호전되는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오십 고개를 지나 소변줄기가 약하고 배뇨시에 인위적으로 복압을 증가시켜야 하는 남성, 또 야간에 밤잠을 설칠 정도로 화장실을 자주 찾는 남성은 일단 전립선비대증을 의심하고 적극적인 진료를 받아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