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출을 나간 사이에 지인 1명이 왔다 갔고 1명은 기다린다고 했어요.
김치 한 통을 갑장이 가져다 놓았고 수구 꼴통인 배사장이 당구를 치자고
나를 기다리고 있었어요. 제 인생에서 5년의 '아미랜드' 시절은 허송세월
이었다고 생각했는데 하나님이 보우하사 2명을 건졌으니 폭 망은 아닙니다.
-
마침 막 담근 김장 김치에 맨밥을 웃짐 얹어 먹고 싶었고 만 고맙습니다.
맛있게 잘 먹겠습니다. 어머니께서 해년마다 김장 김치를 담으셨어요.
보통은 100포기를 담았고 많이 담을 땐 200포기를 담아서 6남매 9식구가
3월까지 주구장창 김치만 먹었습니다. 우리시대 김장은 온 식구가 손을
-
보태야 하는 연중 행사였어요, 김칫거리를 사고 소금 한가마니, 동침이용
대입사귀, 청강, 마늘, 고추 가루, 미원, 젓갈, 통깨, 고무장갑, 빨간 통을
준비했을 것입니다. 누나들은 무채를 써는 일을 했을 것이고 저는 진호와
함께 만년 시다발이였는데 풀을 쑤는 일은 진호를 시키지 않고 제가 했어요.
-
지금 생각해보면 저린 김칫거리를 찬물로 행구는 일과 청소가 가장 힘이
들었던 것 같아요, 고무 장갑 안에 목 장갑을 꼈는데도 손이 꽁꽁
얼었을 것입니다. 그래도 소를 만들어 버무린 겉저리에 자연산 석화를
보쌈해서 먹는 김치 맛은 잊을 수가 없습니다. 날씨가 추워질 기세입니다.
-
목요일인데 손님이 없는 것은 날씨 탓일까요?
유독 선친께서 추위를 많이 타셨는데 저는 추위를 크게 타지 않습니다.
아마도 비계 때문일 것입니다. 당신께서는 패션을 전혀 개의치 않고
사셨지요. 60인 저는 오늘도 옷을 3번이나 갈아입었어요. 제가 이실직고
-
할 일이 있는데 저는 선친을 싫어했어요, 당당하고 야문 구석이라고는
1도 없는 당신이 싫어서 아버지처럼 살지 않는 것이 목표이었습니다.
그래 너 잘났다. 당당하게 징역 살고 이혼하고, 야물게 깡패가 됐으니
반면교사가 되신 아비 영전에 술 한 잔이라도 올리려고? 흐미, 만약 내
새끼들이 나처럼 아비를 닮고 싶어 하지 않는다면 어쩔 것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