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미브 사막, 자연다큐 외 1편
김윤하
나미브 사막의 한밤,
관목 숲 사이로
여기저기 드러낸 이빨들 숨 고르고 있다
어둡기를 기다려온 들쥐 한 마리 수풀로 뛰어간다
나무 위 수리부엉이 날개에 힘들어간다
모래고양이 두 눈이 더 커진다
같은 먹이에 꽂힌 마녀사냥 닮은 눈동자
오래된 사막 속으로
바람이 거칠게 일어난다
바람 소리의 끝에는 치명적 아픈 상처가 도사리고 있다
이 시간 생을 마감할 수 있지만
먹고 먹히는 때 아무도 모른다
걸음을 떼어놓는 들쥐 한 마리
신경을 곤두세우고 검은 눈을 두리번거린다
수리부엉이 떴다
모래고양이 달려간다
뒷덜미에 덮쳐오는 맹렬한 눈빛 달고
필사적으로 수풀 속 구멍에 숨어든다
오늘밤 드라마는 자연다큐
모래언덕조차 굶주린 짐승을 닮아 있다
사냥에 실패한 부엉이와 모래고양이 뒤로
목숨 건 시간을 눈독들이는
또 다른 눈이 반짝인다
구름다바 수묵화
황산의 봉우리마다 구름이 뒤덮습니다
거대한 구름떼 봉우리 사이사이를 휘감으며 한 방향으로 움직입니다
금방이라도 더 높은 하늘로 차고 오를 것 같은 길고 긴 몸의 백룡입니다
황제가 머물렀던 걸 알기라도 한 것일까요
잠시 제 무게를 슬쩍 9부 능선까지 내려놓는 구름
그제야 이곳저곳에서 수많은 봉우리 끝이 삐죽삐죽 젖은 얼굴을 내놓습니다
발아래 구름은 꿈틀꿈틀 제 몸으로 1억 년 전의 중생대 시간을 붓질하고 있습니다
황산소나무 푸른빛이 깎아지른 절벽 위에서도 위풍당당 푸릅니다
아직도 황산은 기암괴석을 구름 속에 감추고 있습니다
자욱한 운해,
시간이 멈춘 그림 속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