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한번 쯤 섬이기를
박하경
홀로이길
겁대가리 없이 갈망하다
섬이 되었던 날
떠 다니던 자유를 깃대어 꽂아
왕국을 선포하고 문패를 달았다
허무 의 안개로 짙은
닻을 내리던 수 많은 날이
다가오고 또 다녀가자
멀 건 철학의 덧셈으로 탄생했던
오만의 거울을 부수고
돌아서 섬 탈출기를 싸야만 했다.
일심동체
박하경
성형외과와 노인요양원이
나란히 누워 있다
좀처럼
드나드는 인기척이 없는 이곳은
컴컴한 밤중에 구미호들이
둔갑하는 은밀한 곳
구미호 들은 하나 둘
꼬리를 잘라 늙음과 맞바꾸는
둔갑술을 쓰다 결국
죽음의 벽과 맞닥뜨리고
잘릴 꼬리가 남지 않으면
소리 없이 요양원으로 건너가 눕는다
두 병동은 나란히 누워
서로의 민낯을 알기에
등을 돌리다가도 어느새
껴안아 하나가 된다
요양원은 어느 날
노인을 떼버리고 은빛으로 장식한
실버란 이름으로 개명했다
옆에 누워 열심히
바느질을하던 성형외과에서
나비죽다 나비 살다
박경하
저 장렬한 죽음 앞에 무릎 끓다
작고 파리한 날개를 간수하려
무릎쓴 두려움이 얼마랴
숱한 위험을 물리치고
전사한 나비 나라 나비여
결국 여행의 끝을알고서도
너와 나 생의 한기수 깃발을 세우려
오늘 천연히 날았을 너의 날개 앞에
단 하나의성심으로 고개 숙이나니
사후를 지나 생의 강물을 다시 마실 때
너 아름 답거라 너 더 높이 날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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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한번 쯤 섬이기를 외 2편 박하경
미소이정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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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9.11 1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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