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부터 교회는 내게 낯설지 않은 곳이었다. 열심히는 아니었지만 종종 교회에 나갔고 부활절이나 성탄절에 교회에서 선물을 받은 기억도 있다. 그러나 성인이 되어 서울에 올라와 살다보니 바쁘다는 핑계로 교회와는 상관없는 삶을 살았다.
30여 년 전 우연히 어떤 분의 전도를 받게 됐다. 그 분은 자신이 출석하는 교회에 함께 가보자고 권했다. 당장은 마음의 여유가 없어 ‘다음에 가겠다’고 미루고는 교회에 나가는 것을 잊고 지냈다.
그로부터 얼마 후 나는 교통사고를 당했다. 큰 사고였고 온 몸에 성한 곳이 없을 만큼 심각한 부상을 당했다. 특히 오른쪽 다리의 상처가 심해 다리를 절단해야만 목숨을 건질 수 있다는 진단을 받았다.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었다.
절망스러운 마음을 안고 절단 각서를 쓰고 수술을 받기로 했다. 나의 아내는 어떻게든 다리를 잃게 되는 것만은 막기 위해 위험하더라도 수술로 치료해달라고 병원에 사정했다. 수술은 성공률이 낮았지만 아내의 설득에 못 이겨 병원에서는 수술을 해주었고 다행히 수술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수술 후 회복 한 나는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있었다.
사고로 인한 부상을 치료하고 얼마 후부터 나는 교회에 출석하기 시작했다. 5명의 자녀들을 양육하느라 바쁘게 지내면서도 시간을 쪼개어 봉사도 하고 회사에 가지 않는 날에는 구역예배도 참석하며 신앙생활을 해나갔다. 생활에 쫓겨 살다보니 수술한 오른쪽 다리에는 전혀 신경을 쓰지 못했지만 하나님의 은혜로 28년을 멀쩡하게 지냈다.
그런데 1년 전부터 수술 받은 오른쪽 다리가 서서히 아파왔다. 얼마 지나지 않아 상태가 점점 악화 돼 고통이 극심해졌고 걸음을 걷기조차 힘들었다. 병원을 찾은 나는 X-레이 촬영 결과 ‘퇴행성관절염 4기’라는 진단을 받았다. 병원에서는 또 다시 수술을 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어떻게든 수술만은 피하고 싶어 일단 일주일에 세번씩 물리치료를 받았다. 치료를 받았지만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다. 오히려 시간이 지날수록 고통이 심해지고 다리의 상태가 악화돼 더 이상 버틸 수가 없었다.
결국 나는 수술을 하기로 마음을 먹고 병원에 수술날짜를 예약했다. 답답한 마음에 집에서 혼자 성경을 읽고 하나님께 치료해달라고 간절히 기도했다. 기도를 마치고도 심란한 마음이 가시질 않았다. 갑자기 밖으로 나가고 싶은 생각이 강하게 들어 무작정 밖으로 나갔다.
기도하는 마음으로 발길 닿는 곳으로 걸어갔다. 한참을 걷다 문득 고개를 들어보니 어떤 건물 앞에 와 있었다. 그때 내 눈앞에는 재활의학과 병원이 보였고 나는 그 병원으로 들어갔다.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수술 전에 마지막으로 진단을 받아보고 싶었다.
내 상황을 들은 의사선생님께서는 오른쪽 다리를 검사했다. 잠시 후 의사는 ‘수술을 안 하고 치료만으로도 나을 수 있다’고 하는 것이 아닌가. 할렐루야.
그날로 수술이 잡혀있던 것을 취소하고 그 병원에서 치료를 시작했다. 걸을 수조차 없던 다리는 하루가 다르게 좋아져 지금은 일도 하고 교회와 구역예배에도 열심을 내고 있다.
그동안 일하느라 매주 참석하지는 못했지만 시간이 나는 대로 구역예배에 참석했고 구역식구들에게 기도제목을 나누며 중보기도를 요청했다. 나 혼자의 기도가 아닌 여러 사람들의 중보 기도의 힘으로 이 모든 일이 가능했다고 믿는다.
앞으로도 하나님께 더욱 의지하며 그분을 찬양하는 삶을 살고 싶다. 절망적인 상황을 기쁨으로 바꿔주신 하나님께 감사드린다.(정리=김정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