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왔다갔다하는 날이었다. 오전 내내 다른 일을 하느라 늦게 재사정을 하러 갔다. 예상보다 많은 분을 만나고 센터로 들어오기 전, 신연우 어르신을 만났다.
어르신은 잘 듣지 못하신다. 상담은 필담으로 이루어졌다. 질문을 써서 보여드리면 어르신이 답변을 하셨다. 대화를 마치고 나오려는데 어르신께서 상추를 가져가라고 하셨다.
"상추 좀 따서 가요. 밭에 많아. 집에 가져가서 먹어요."
거절했지만 못 들으셨다. 벌써 검은 봉지를 들고 밭에서 열심히 상추를 담고 계셨다.
"여기도 많아. 이거 다 따요. 너무 조금 땄네. 많이 가져가도 돼요."
이제 그만 주셔도 된다고 말씀드렸지만 계속해서 상추를 따고 계셨다. 비가 오려는지 하늘이 점점 흐려지고, 결국은 빗방울이 떨어졌다. 그 때까지도 상추를 따시다가 비가 갑자기 쏟아지기 시작하니 지붕 밑으로 가셨다.
잠깐 사이에 많이 따셨는데도, 더 못 줘서 아쉬워하신다.
"아이고, 비가 와서...다음에 또 와요. 또 오면 더 많이 따가요. 우산도 없지? 우산 갖고 가요."
우산까지 챙겨주시려는 것을 차가 가까이 있다고 손짓 발짓으로 말씀드리고 상추를 가지고 왔다. 주고도 더 못 줘서 아쉬워하시는 어르신의 마음이 정말 감사했다.
2023년 6월 14일 수요일, 구주영
첫댓글 찾아와준 고마운 마음에 더 줄 게 없어 찾는 어르신의 마음이 너무 감사합니다^^
상추에 담긴 그 사랑...감사하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