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실하고 겁쟁이였던 베드로 사도
요즘 젊은이들 가운데 MBTI 같은 성격유형 검사가 유행입니다. 이 결과를 맹목적으로 신뢰할 필요는 없지만, 얼마간 자신과 타인의 성격이나 심리를 이해하는 데는 도움이 됩니다. 이런 성격검사나 분류는 사실 고대에도 있었습니다. 특히 9가지의 성격 유형 분류를 하는 에니어그램의 경우 기원전 바빌론과 고대 그리스 사상에서 나왔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에니어그램에서는 인간을 9가지의 성격유형으로 구분합니다. 예수님의 수제자인 베드로는 에니어그램을 적용해보면 대략 6번 유형 ‘충실한 사람’에 속할 것이라 추측됩니다.
베드로가 속한 충실한 사람 유형의 인물들은 친구나 자기가 믿는 신념에 가장 충실한 사람들이고, 다른 어떤 유형들보다도 관계를 오래 지속시킵니다. 이 유형에 속하는 사람들의 강한 힘은 자신의 내면과 외면 모두를 향하고 있습니다. 때로는 자신의 신념을 위해 강하게 싸우면서 성취하려는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습니다. 반면 내면에서는 자신의 지향이 성공하지 못할 것이라는 불안을 느끼기도 합니다.
베드로가 예수님의 열두 제자 중에서도 특히 수제자로 인정받았을 때 그에게서 상당한 자신감과 책임감이 솟았을 것은 분명합니다. 그러나 예수님께 인정받는 그였지만 야단도 많이 맞습니다.(마르 8,33) 베드로같이 직진하는 충실한 사람의 가장 큰 약점은 실패에 대한 두려움입니다. 그는 두려움에 대처하기 위해 때로는 무모한 시도를 하기도 합니다. 예수님께서 물 위를 걸었을 때 자신도 걷게 해달라고 요청하지만, 물 위를 걷다 풍랑에 질겁하여 물속에 빠지고 모양도(?) 빠지고 맙니다. 심리학자들은 이런 용감한 행동은 사실은 그의 내면의 두려움 때문에 오히려 무모한 행동을 하면서 비롯된 것이라 해석합니다. 예수님이 붙잡혔을 때도 멀리서 따라가다가 다른 제자들은 다 스승님을 버릴지라도 자신은 죽기까지 따르겠다고 큰소리 쳤지만, 결국 예수님을 모른다고 세 번이나 부인합니다.(마르 14,66-72) 이렇게 충실한 유형의 사람이 위기를 맞을 때는 거짓과 기만의 말과 행동을 방어기제로 사용하는 것이 흥미롭습니다. 그러나 부활하신 예수님을 만나고 오순절 성령 강림 사건을 경험한 후 베드로의 모습은 완전히 변합니다. 베드로는 예수님의 복음을 선포하다 순교합니다. 베드로는 자신의 가장 큰 약점인 두려움을 극복하고 진정한 용기를 품게 된 것입니다.
우리가 궁금해하는 우리의 성격유형도 나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우리가 어떤 방향으로 변화해야 하는지 알려주기도 합니다. 믿음의 힘으로 부족함이나 단점을 오히려 장점으로 만들 수 있었던 사도 베드로의 사례를 보면서 우리도 희망을 지닐 수 있습니다.
- 허영엽 마티아 신부(사목국 영성심리상담교육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