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월 2일 주님 공현 대축일 전 월요일 (요한 1,19-28)
- 반영억 신부
복음;요한1,19-28 <그리스도는 내 뒤에 오시는 분이시다> 19 요한의 증언은 이러하다. 유다인들이 예루살렘에서 사제들과 레위인들을 요한에게 보내어, “당신은 누구요?” 하고 물었을 때, 20 요한은 서슴지 않고 고백하였다. “나는 그리스도가 아니다.” 하고 고백한 것이다. 21 그들이 “그러면 누구란 말이오? 엘리야요?” 하고 묻자, 요한은 “아니다.” 하고 대답하였다.“그러면 그 예언자요?” 하고 물어도 다시 “아니다.” 하고 대답하였다.22 그래서 그들이 물었다. “당신은 누구요? 우리를 보낸 이들에게 우리가 대답을 해야 하오.당신은 자신을 무엇이라고 말하는 것이오?” 23 요한이 말하였다. “나는 이사야 예언자가 말한 대로 ‘너희는 주님의 길을 곧게 내어라.’ 하고 광야에서 외치는 이의 소리다.” 24 그들은 바리사이들이 보낸 사람들이었다. 25 이들이 요한에게 물었다. “당신이 그리스도도 아니고 엘리야도 아니고 그 예언자도 아니라면, 세례는 왜 주는 것이오?” 26 그러자 요한이 그들에게 대답하였다. “나는 물로 세례를 준다. 그런데 너희 가운데에는 너희가 모르는 분이 서 계신다.27 내 뒤에 오시는 분이신데, 나는 그분의 신발 끈을 풀어 드리기에도 합당하지 않다.” 28 이는 요한이 세례를 주던 요르단 강 건너편 베타니아에서 일어난 일이다.
우리가 자랑해야 할 분은 예수님입니다. 가끔 ‘주객이 전도되었다’는 말을 씁니다. 경중이나 선후가 서로 바뀌었다는 의미입니다. 예수님을 전하는 요한을 메시아로 착각한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요한은 서슴지 않고 단호하게 말합니다. “나는 그리스도가 아니다” 그러자 사람들이 다시 ‘메시아가 아니라면 그리스도를 준비하는 엘리야’인지 묻습니다. 이 질문에 역시 “아니다” 라고 말합니다. 사람들은 다시 ’예언자‘인지를 묻습니다. 그러자 요한은 이사야 예언자가 말한 ’광야에서 외치는 이의 소리‘에 불과하다고 하면서 자신의 뒤에 오시는 분, 곧 메시아가 계시는데 자신은 “그분의 신발 끈을 풀어 드리기에도 합당하지 않다”고 자신을 한껏 낮추며 곧 다가오실 예수님의 신원을 알립니다. 만약 요한이 인기에 영합하여 자신을 내세웠다면, 그야말로 주객이 전도된 것입니다. 요한은 자신이 누구이며 자신이 어떻게 처신해야 할지 알고 있었기에 항상 있어야 할 자리를 지켰습니다. 오늘 우리의 삶의 여정에서도 요한의 모범은 감동을 줍니다. 내가 누구인가? 를 알면 겸손해집니다. 우리도 겸손으로 자신을 인정하는 가운데 주님께 대한 갈망과 사랑이 커갈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우리가 자랑해야 할 분, 전해야 할 분은 우리의 구세주 예수님이십니다. 우리는 다만 주님의 연장으로 쓰임을 받을 뿐입니다. 우리가 그분의 자리를 차지할 수는 없습니다. 하느님의 뜻이 이루어지길 소망한다면서도 내심 칭찬과 인정을 바라는 모습들을 봅니다. 진정으로 하느님의 영광을 위하여 묵묵히 자기 자리를 지킬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하느님으로부터 사랑을 받는 존재이니 그것으로 만족하여 감사할 수 있기를 기도합니다. 나를 자랑하는 말이 아니라 삶으로 그리스도를 드러낼 수 있기를 소망합니다. 우리의 삶은 하느님께 영광을 드리는 가운데 더욱 빛납니다. 세상은 어떻게 해서든지 자기를 드러내고 높아지려 합니다. 남을 위한다고 하면서도 다툼을 일으키며 상처를 주고 잇속을 챙깁니다. 다른 사람이 높아지는 것을, 도저히 용납하지 못하는 세상입니다. 이러한 때 그리스도를 믿는 이들의 역할이 더욱 크게 필요합니다.
더 큰 사랑을 담아 사랑합니다.
[청주교구 내덕동 주교좌 성당/반영억 라파엘 신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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